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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장군의 인간적인 삶에 주목한 <극장 앞 독립군>, 3백여 명 무대 오른다 (기자간담회)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제공 | 세종문화회관 2019-07-24 2,592
세종문화회관이 9월 대규모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을 처음 선보인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청소년국악단, 서울시무용단, 서울시합창단·소년소녀합창단,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시극단, 서울시오페라단,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 등 일곱 개 산하 단체가 개관 41년 만에 처음으로 함께하는 공연이다. 



어제(7월 23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한 제작발표회에는 작품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듯 많은 취재진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2019년 들어 예술단 간에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것을 바랐다”며 첫 통합 공연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통합 공연을 하는 것이 처음엔 무모한 일 같았다는 김광보 총연출은 리허설을 거치며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리허설 현장은 축제 같았다. 다들 기뻐하고 재미있게 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로 거듭났다”고 했다. 그 과정을 통해 “통합 공연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극장 앞 독립군>과 홍범도 장군
<극장 앞 독립군>은 임시정부 수립 1백 주년과 2020년 봉오동 전투 승전 1백 주년을 기념해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를 다룬 음악극이다. 김광보 총연출은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할 거라고 오해할 법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홍범도 장군의 인간적인 삶에 주목한 음악극이라고 소개했다. 

홍범도 장군은 1937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한 후 1943년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에서 생을 마감했다. 홍범도 장군은 그 시기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에서 수위로 일했는데, 고려극장은 태장춘이 쓴 『홍범도』를 1942년 <의병들>이란 제목으로 공연하기도 했다.

<극장 앞 독립군>은 그 시기에 주목했다. 공연은 노후 연금을 받으며 살던 홍범도가 직장을 구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김광보 총연출은 “홍범도 장군은 쓸쓸하고 외로웠던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다. 인간적인 모습에 주목했다”고 작품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고연옥 작가는 “홍범도 장군이 노인이 되어 극장을 지키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극장은 어떤 곳일까’ 생각했다”면서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인 동시에 극장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때문에 세종문화회관의 첫 예술단 통합 공연에 부합하는 작품이라 여겼다고 했다. “극장이 평화와 위로를 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에 중요한 극장의 의미가 아닐까”란 생각으로 작품을 쓰게 됐다고 했다. 

고연옥 작가는 1932년 고려인들이 세운 “고려극장에서 <의병들>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연했다. 이 연극에 대한 음악극이 <극장 앞 독립군>”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영웅적인 모습과 실패한 독립군으로서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전개된다고 했다. 

“연극에서도 실패를 거듭하며 영웅으로 거듭난다. 현실 속 홍범도는 절망적인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 극장에서 무대를 지키기 위해 애쓴 배우들과 동일시 하면서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영웅성을 보여준다”



음악은 총 24곡으로 구성됐다. 90년대 대중가요부터 모던 록, 국악, 재즈 등 다양한 장르로 장르적 재미를 선사한다. 나실인 작곡가는 “뮤지컬에 가까운 음악극”으로 봐달라고 했다. 뮤지컬 음악이 다양한 장르와 양식을 사용하는 것처럼 <극장 앞 독립군>도 재미를 위해 한 작품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구성했다고 했다. 

나실인 작곡가는 “두 시점(독립운동 시기, 극장 취직 시기)으로 전개된다. 음악은 전쟁터와 극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는 “홍범도 장군뿐 아니라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을 기억하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억에 더 남을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정혜진 안무감독은 많은 인원이 출연해 활용할 수 있는 무대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한국 무용 정서에 맞는 한스러운 모습을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도록 표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무용은 뮤지컬적인 극을 재미있고 신선하게 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춤을 보는 재미를 통해 만족감을 더 드릴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연옥 작가는 많은 소재 중 홍범도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쓰게 된 것은 “실패도 하지만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길을 택한 한 사람을 통해 지금 이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할지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저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존재하고, 수많은 실패도 미래를 위해 중요한 한 걸음이 아닐까”하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영웅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월등하거나 출중한 분보다 주변에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영웅을 그리고자 했다”고 했다. 대규모 전쟁신은 홍범도 장군의 인생 자체에 집중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제됐다. 



홍범도 역은 강신구(서울시극단)가 맡는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털어놓은 그는, “그분의 생애에 누가 되지 않도록 진정성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고려극장 인민 배우 최니꼴라이 역을 맡은 주성중(서울시뮤지컬단)은 홍범도 장군의 중년 시절도 맡는다. “홍범도 장군하면 투쟁심을 생각했다. 알지 못했던 홍범도 장군의 인간적인 면도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서 잘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첫 통합 공연이 선사한 시너지 
첫 통합 공연은 배우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강신구는 연극에 주로 출연해온 까닭에 뮤지컬과 음악극 장르 경험이 적다. “대사 전에 무용수들이 분위기를 잡아주거나, 노래로 표현하는 경우가 없었다”면서 “지나다니면서 마주치고 인사했던 여러 동료들과 한 작품에 모여서 함께 공연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시너지를 많이 느끼고 있다”고 했다. 

고려극장 연출가인 연태용 역을 맡은 박성훈(서울시뮤지컬단)은 “리딩이나 합창하거나 연습할 때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재밌게 연습했다”면서 9월 선보일 공연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연태용의 아내이자 고려극장 극장장인 최보경 역을 맡은 유미(서울시뮤지컬단)는 “통합 공연이라 긴장도 되고 떨렸다. 여러 단체가 하나가 돼서 해야 하는데 단체마다 특색이 있어서 ‘과연 하나가 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연습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느꼈다. 

“서울시극단을 보면 화술과 연기법을 살펴보게 되고, 합창단을 보면 발성법을 보게 되고, 무용단을 보면 손 끝까지 에너지를 주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게 된다. 같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고 좋은 일이었다. 소중한 공연이라 기대된다. 설레면서 연습하고 있다”



극장 단원 김표도르 역을 맡은 한상희(서울시합창단)는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힘들었지만, 과정은 재밌었다고 했다. 다양한 역할에도 처음 도전한다. “단원들은 극장에서 식구처럼 산다. 마치 우리 이야기일 수 있을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소속 단체는 달라도 평상시에 형님, 동생, 언니, 오빠로 지낸다. 외부 공연에 비해 소통과 협조가 수월해서 재밌다”고 했다. 

그는 연태용의 대사 중 “하다 보니까 하고 싶어졌어. 이거 꼭 해야겠어”란 대목을 소개하며, 실제 심정과 같았다고 했다. 여러 단체가 함께하다 보니 더 잘하고 싶은 경쟁 심리가 생기기도 했는데, 하다 보니 재밌어지면서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고 했다. 

고려극장 배우 강학철 역을 맡은 장철유(서울시합창단)는 “예술단체 통합 공연은 정말 오랫동안 소망했던 공연”이라면서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연습 과정과 향후 계획
<극장 앞 독립군>에는 대규모 음악극인 만큼 많은 인원이 참여한다. 김광보 총연출은 지난 5월 국악관현악단과 협업한 경험이 크게 도움됐다고 했다. “그때 세종문화회관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프로라는 걸 느꼈다. 분업화가 가능하다는 걸 크게 깨달았다”고 했다. 

연습은 크게 두 팀으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김광보 연출은 “예술단 별로, 파트 별로 연습하고 조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현재 그렇게 연습하고 있다”면서 크게는 음악팀과 드라마팀으로 분업화해서 연습 중이라고 했다. 리허설을 하면서 (나눠 연습하던 것을) 처음으로 조합했는데 그게 가능했다면서 9월 공연도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자신했다. 

무대에는 3백여 명이 무대에 오른다. 김광보 총연출은 “첫 통합 공연이기 때문에 모두 무대에 올라가는 것이 의미있다. 끊임없이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모두 공연에 참여하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첫 통합 공연이었던 만큼 진통도 있었다. 김성규 사장은 문제점이 계속 생겼고,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던 와중에 각 단체별 일정과 극장이 빈 날이 적어 공연이 가능한 날은 불과 이틀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왕 시작했기에,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첫 통합 공연은 9월 20일과 21일 두 차례 선보이게 됐다. 

문제점은 연습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각 예술단이 초반에는 남 탓을 했지만, 연습을 하면서 자신의 탓으로 돌리더라는 것. 김성규 사장은 “최근 한 달 사이 그런 문제가 사라졌다. 단합되어가는 모습이 눈에 보여서 좋았다”고 했다. 

“2020년 공연은 미리 계획을 잡고 있다”면서 올해보다는 더 긴 기간 동안 공연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공연 이후 포맷이나 방향성은 각 단장 혹은 연출들과 얘기하면서 고민해볼 것이라며, “여러 예술단이 합쳐 세종문화회관의 브랜드로 만들 작품을 계속 해나갈 생각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발전시켜가겠다”고 밝혔다. 



세종문화회관 첫 통합 창작공연 브랜딩 프로젝트로 선보이는 <극장 앞 독립군>은 9월 20일, 21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공연 예매는 7월 25일 오후 2시부터 세종문화회관 누리집 및 주요 예매처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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