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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프로젝트] 박소영 연출, 이선영 작곡가, 장우성 작가가 들려준 ‘목소리’에 대한 목소리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 사진제공 | 우란문화재단 2018-06-20 1488
목소리 프로젝트 ② | 박소영 연출, 이선영 작곡가, 장우성 작가가 들려준 ‘목소리’에 대한 목소리


2016년 11월, 촛불집회로 뜨거웠던 광화문 광장엔 가수 양희은이 부르는 ‘아침이슬’과 ‘상록수’가 울려퍼졌다. 그곳엔 이선영 작곡가와 박소영 연출도 있었다. <태일>이 탄생된 ‘목소리 프로젝트’가 출발한 순간이었다. 

“양희은 선생님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이선영 작곡가가 이런 노래를 쓰고 싶다고 했어요. 뽐내거나 화려한 게 아닌, 단순함이 주는 노래의 힘이 좋았나 봐요.” (박소영)

지나가는 말처럼 이름 붙여진 ‘목소리 프로젝트’는 실제 했던 역사 속 인물의 삶을 공연으로 재조명한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속 가능성을 담았다. 수기와 같은 어문 자료와 기록을 바탕으로 인물의 목소리를 펼쳐내어 잊혀져가는 혹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태일>을 만들기 전에도 이런 프로젝트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는 보통 상상해서 만드는 작업을 많이 하잖아요. 좋은 삶을 살았지만 잊혀진 분들이 많으니까 목소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남길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았어요.” (박소영)



‘목소리 프로젝트’ 1탄 <태일>이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던 무렵,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주역인 박소영 연출, 이선영 작곡가, 장우성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세 창작진은 <태일> 티셔츠를 맞춰 입고 나타나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었다. 

첫 만남부터 ‘목소리 프로젝트’로 모이기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이선영 처음 만난 건 10년 전이에요. 
박소영 이선영 작곡가와는  (뮤지컬 창작소 ‘불과 얼음’의) 아카데미 ‘연필과 지우개’에서 만났어요. 
이선영 그래서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같이 하게 됐죠. (박소영 연출의 부군인) 김경육 작곡가가 저희 선배인데, (장)우성이가 친한 동생이었어요. 저와는 친구로 먼저 알게 됐어요. 
박소영 (‘목소리 프로젝트’에는) 이선영 작곡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작가가 필요하게 되면서 우성 작가가 함께 하게 됐고요. 

모두 일당백으로 참여했다고 들었는데, 그만큼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다. 
박소영 상업 프로덕션으로 하려고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초창기에는 돈이 없었어요. 공연으로 올리려면 최소한의 것들이 필요하잖아요. 
이선영 모두가 노개런티로 하자고 했어요.
박소영 그렇게 마음을 써주실 수 있는 분들이 모인 거죠. 
이선영 작년에 음향감독님, 조명감독님이 다 일을 하시는 와중에 함께 해주셨어요. 자정에 와서 세팅하고. 
박소영 보통 극장에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열시잖아요. 공연 끝나고 회의까지 마치고 오셔야 하니까 그때부터 해야 했어요.
이선영 그런 점이 같이 하는 스태프들한테 미안했어요. 저는 진심으로 좋았지만 그분들도 진짜 행복한지는 알 수 없으니까 계속 기분을 살피게 됐거든요. 
기자 과정 자체가 힐링이었다는 말씀을 전해 들었어요. 
이선영 저희와 다른 마음이 들었을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다행이에요. 

서울문화재단 지원을 통해 트라이아웃 공연을 처음 선보이게 된 건가? 
이선영 1천만 원 정도 지원받았어요. 
박소영 지원을 통해 대학로 천공의 성에서 공연했어요. 인건비를 드릴 수 없으니까 저희가 소품도 구하러 다녔어요. 조연출과 무대 감독도 없었죠. 오퍼레이터까지 각각 맡아서 했어요. 
이선영 모여서 계단 청소부터 했어요. 의상도 같이 맡고. 학교 공연하는 것 같았죠. 역할을 나누지 않고 모두 같이 거들면서 했어요. 
장우성 저는 시키는 것들 했어요. 나르라고 하면 나르고요.(웃음) 지금은 우란문화재단에서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해주어 많은 지원을 제공해주고 있지만 천공의 성 공연 때는 모든 걸 스스로 준비해야 했거든요. 당시 기획 의도 중 기존 프로덕션 주도의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일단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한다’는 마음가짐이 있었기 때문에 그 책임을 모두 나누어야 했어요. 대관 업무부터 시작해서 크고 작은 모든 일에 손길이 닿았어요.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예전에 함께한 스태프 분들의 고충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목소리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면서 조심스러웠던 점은 무엇인가? 
박소영 우란문화재단과 같이 하게 되면서부터 황송한 작업을 했어요. 한결 편해졌죠. 어려움은 실존 인물을 다뤄야 한다는 거예요. 작가가 제일 어려울 것 같아요. 실제 삶을 살아간 사람을 다루는 거니까요. 잘못하면 왜곡할 수도 있고. 어쨌든 저희의 생각이 들어가면서 그 인물의 의도를 다르게 보이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이선영 조심스러워요. 
박소영 <태일>은 거의 다 수기를 바탕으로 했어요. 





‘목소리 프로젝트’는 여러모로 기존 공연과는 작업 방식이 달랐는데, 하면서 새롭게 느낀 점은 무엇인가? 
박소영 즐겁게, 마음을 진심으로 쏟아 작업하면 더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했어요.
장우성 일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졌어요. 처음에는 연극으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오만함도 있었어요. 명작을 만들겠다고 시작했는데 10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업계에 온순하게 길들여진 느낌이 들었거든요. 작년엔 한창 그만둬야 하는 생각도 했는데 <태일>을 통해서 순수했던 것들이 깨어나는 것 같아요. 작품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는 분이나, 잊고 있던 꿈이 다시 생각났다는 분이나, 위로가 됐다는 분들을 만나면 새롭게 동기부여가 돼요. 
이선영 연습이 즐거운 건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아서잖아요. 스스로 다른 사람들에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태일>을 하면서 배우, 스태프들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됐어요. 요즘은 개인의 행복과 삶이 중시되는 사회잖아요. 남을 위하는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스스로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당장 실천하면서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계속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 게 개인적으로 좋아요. 제 삶이 좋은 영향을 미치니까요. 

마음이 담겨있기에 공연도 더 뜻깊었을 것 같은데, 본공연을 처음 하고 난 후 기분은 어땠나? 
장우성 PD님께도 한 번 고백한 적이 있어요. <태일>에 참여한 첫 순간부터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거든요. 행복하고 즐겁게 참여하면서 멋진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감사했어요. 여기 함께할 자격이 있나 스스로 되묻게 되고 부족함을 채우자는 생각을 하게 돼요. 
이선영 저도 남다르지 않았어요.(웃음) 항상 연습실에 놀러오는 기분으로 와서 즐겁게 했어요. 이번도, 작년도 일하는 기분으로 하지 않게 돼요. 
박소영 출발부터 달라서 그런 것 같아요. 일한다고 생각했으면 1인 5역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돈 없는 자체를 그냥 다 즐겼어요. 
이선영 그래서 더 재밌었어요. 오히려 제약 덕분에 (좋게)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있었어요. 악기도 최대한 돈을 아껴야 하니까 집에 있는 건반과 필요한 기타 단 두 대를 놓고 시작을 했어요. 이렇게 시작한 건데 만들어놓고 보니 제일 맞았어요. 
박소영 태일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촛불을 생각한 것도 이런 과정에서 나왔어요. 화려하게 할 수 없으니까 정말 기본적인 것만 생각해서 나온 것들이죠. 

더 좋아진 환경에서 작업했다지만, 그래도 남는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  
장우성 공연화해야 하니까 모든 이야기를 다 담을 수 없잖아요. 일화 중 하나 넣고 싶었던 게 있었어요. 태일이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는데 함께 일하는 인부 아저씨가 몸이 너무 아파서 일이 못할 지경이 됐는데, 가불을 받더니 갑자기 열심히 일해요. 그걸 보고 태일이 정말 ‘돈이 좋긴 좋나보다. 돈이 보약인가 보다’ 하는 기록이 있어요. 거기서 태일이 씁쓸하게 헛웃음 짓는 느낌을 받아서 노래를 시작하기 좋은 모먼트라 생각했어요. 이런 일화가 많았어요. 



앞으로 다룰 인물들은 어떻게 찾고 있나?
박소영 고민이 많이 돼요. 선영이와 얘기한 건 ‘좋은 삶을 산 분을 잘 찾아야겠다’는 것이었어요. 선영이는 <태일>을 하면서 선한 영향을 받았다고 했거든요. 단순히 드라마틱한 삶을 산 분이 아니라, 목소리를 들려줌으로써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을 찾고 있어요. 
장우성 <태일>은 잊혀져가서 기억해야 할 목소리잖아요. 목소리가 필요했던 인물,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인물 내지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상황에 대한 고민을 개인적으로 같이 했어요. 인물 선정은 열어놓고 책도 읽어보면서 찾고 있어요. 
박소영 (다음 작품은) 여성 분을 다루고 싶은데 여성은 많은 자료가 남아있지 않더라고요. 그런 게 조금 안타까웠어요. 
이선영 ‘목소리 프로젝트’ 자체가 상상으로 이야기를 채울 수 없거든요.
박소영 그래서 많이 찾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추천도 해주시고요. 인물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요. 살아계신 분들일 수도 있고. 다만 외국 이야기를 다루는 건 고민이 조금 되더라고요. 
장우성 방법이 있을 거예요. 

가장 아쉬운 점은 짧은 공연 기간과 한정된 객석 수로 더 많은 관객들이 보지 못한 점이 아닐까 싶은데 작품을 더 확장시킬 계획은 없나? 
장우성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듣고 볼 수 있으면 좋지만, 상업화된다는 건 결국 계속 공연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우리가 소중하게 여겨온 이야기의 의미가 옅어질까봐 염려도 돼요. 충돌되는 지점이 있어요. 
박소영 저희도 상업 공연으로 나가는 게 좋은지에 대해 계속 얘기를 하고 있어요. 어쨌든 많은 사람이 들어주시고 봐주시면 좋겠다고 한 거니까요. 그런데 고민이 되는 것도 있어요. 큰 극장에서 하는 것이 어울리는 작품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이고. 안 된다거나 못할 것 같다는 건 아니지만 고민인 거죠. 최대한 (원래 의도를) 지키면서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향후 ‘목소리 프로젝트’ 작업 방식은 <태일>과 비슷하게 갈 예정인가? 
박소영 (방향은) 열어둘 것 같아요. 같을 수도 바꿀 수도 있는. 
장우성 본질적으로 실존 인물의 기록이나 목소리로 남아있는 자료가 현재에도 시사하는 바가 뭔지 고민하는 구조는 유지할 거예요. 전기 뮤지컬류와 ‘목소리 프로젝트’의 차이를 고민하면서 공연 형식을 만들어갈 것 같아요. 
이선영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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