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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VIEW] <마타하리> [No.151]

글 |박보라 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2016-04-12 4,243

세상을 뒤흔든 아름다움, <마타하리>                  




4년의 준비 기간, 100억 원을 쏟아부은 대작 <마타하리>의 초연이 성큼 다가왔다. 제작의 첫걸음부터 한국을 넘어 세계를 노리며 완성도를 기했다. 또 국내에 여러 유럽 뮤지컬을 소개하며 성공을 이어간 EMK뮤지컬컴퍼니의 첫 창작뮤지컬이란 점은 뮤지컬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물랑루즈의 화려함으로 다시 태어난 마타 하리의 비극적인 삶, <마타하리>를 짚어본다.





아름다움의 비극



<마타하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순수한 사랑을 좇았던 마타 하리의 이야기다. 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로 활동한 여자. 마타 하리는 발레만이 가장 아름다운 몸짓이라 여겨지던 당시 프랑스 물랑루즈에서 관능적인 춤사위로 예술성을 뽐냈다. 그의 본명은 마가레타 거트루드 젤르(Margaretha Geertruida Zelle)로, 네델란드 사업가의 딸로 태어났다. 스무 살 무렵 인도네시아 주둔 장교가 낸 구혼 광고를 보고 인도네시아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한 그는 7년 만에 결혼 생활을 정리했다. 그는 이혼 후 낮의 눈동자를 의미하는 인도네시아어 ‘마타 하리’라는 예명으로 유럽 전역에서 댄서로 활동한다. 프랑스 파리의 물랑루즈에서 벨리댄스를 선보인 마타 하리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다.


관능적인 춤사위로 이름을 알린 마타 하리는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주요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이어갔다. 마타 하리의 아름다운 외모와 이국적인 춤을 향한 각국 최고 권력자들의 관심은 당연했지만, 복잡한 유럽 정세 속에서 유명 인사와 쉽게 만날 수 있는 인물이란 점은 스파이로 의심받을 가능성을 높였다. 영국의 정보기관은 항상 마타 하리가 스파이라고 의심했고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당시 독일 베를린에 머무른 것은 이러한 의혹을 가중시켰다. 결국 프랑스 경찰은 프랑스 유명 인사들로부터 알아낸 고급 정보를 독일 측에 넘겼다는 혐의로 그를 체포했다. 체포 당시 프랑스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서부전선이 무너지고 이어진 작전 실패로 정치적 희생양을 찾고 있었던 것. 심문 과정에서 마타 하리는 독일군으로부터 스파이 제의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스파이 혐의를 부인했지만 세계의 고위급 장교들은 만장일치로 마타 하리를 독일군에 매수된 스파이라고 판정했다. 마타 하리는 사형 선고를 받은 지 3개월 만인 1917년 10월 15일 프랑스 뱅센의 사격장에서 총살당한다. 이후 1999년 공개된 영국의 1차 세계대전 관련 문서를 통해 마타 하리가 군사 기밀을 독일에 넘기는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다고 밝혀졌지만 여전히 진실은 알 수 없다. 죽음 이후에도 베일에 쌓인 마타 하리는 팜므파탈과 이중 스파이의 대명사로 굳혀졌다.


물랑루즈의 쇼로 재탄생한 마타 하리


마타 하리의 비극적인 삶은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소설의 주인공으로 다뤄질 만한 흥미로운 것이었다. 1932년 그레타 가르보 주연의 영화 <마타하리>가 팜므파탈적인 매력을 앞세워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이후 잔 모로 주연의 1964년 작, 실비아 크리스텔 주연의 1985년 작 영화가 탄생했다. 국내에서는 소설과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여옥이 마타 하리를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일제시대, 해방,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대에 군대 위안부로 끌려간 여옥은 목숨을 걸고 한 남자와 사랑을 나눴고 적진에서 스파이 임무를 수행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마타 하리의 팜므파탈적인 부분이나 이중 스파이로서의 모습을 이야기했다면 제프 칼훈 연출은 마타 하리의 극적인 삶에 초점을 맞췄다. 즉, 남성들을 매혹하는 여인으로서의 모습을 강조하는 대신 평범한 사랑을 갈구하는 인간의 면모를 부각시켰다. 세계 각국 고위 인사들의 관심을 받으면서도 1차 세계대전 중 조종사와 목숨을 내건 사랑 그리고 총이 아닌 아름다움을 무기로 적군의 정보를 얻는 모습은 그동안 묘사된 마타 하리와 달랐다.


이런 마타 하리의 삶을 위해 작품은 물랑루즈를 전면에 내세웠다. 물랑루즈는 마타 하리에게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는 공간이자, 스파이로서 굴곡진 인생을 시작하는 발화점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제프 칼훈 연출은 무대 위에 항상 물랑루즈라는 공간이 존재하도록 만들었다. 마타 하리의 인생을 물랑루즈를 통해 표현하는 것은 일련의 사건들을 화려한 ‘물랑루즈’ 스타일로 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1차 세계대전의 불안한 정세나, 스파이로서의 활동, 사랑에 빠지는 순간 등의 표현이 과감해질 수 있던 까닭이다. 아름다움과 상상력을 강조한 탓에 비주얼적인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사실. 무엇보다 제프 칼훈 연출은 시각적으로 어느 한 장면도 튀지 않는 매끄러움을 강조했다. 때문에 조명과 영상은 극적인 사건들의 경계를 확실하게 나누지 않고 오묘하게 전환된다. <마타하리>의 클라이맥스는 마타 하리가 처형당하기 직전의 모습일 수밖에 없는데, 죽음을 맞이하며 북받쳐 오른 감정적인 장면이 물랑루즈의 무대로 순식간에 전환되는 순간은 숨 막힐 정도라고 한다. 또 마타 하리가 비행기 격납고에서 아르망을 전쟁터로 배웅하는 장면은 고차원의 영상 프로젝션 기술과 실제 세트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작품은 물랑루즈의 화려함과 1차 세계대전의 끔찍한 전쟁터의 모습이 강렬하게 대비된다.


시각적인 화려함은 마타 하리의 모습을 강조한 의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마타하리>의 배경인 19세기 말 유럽은 역사상 유례없는 평화와 번영을 누렸던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La belle epoque)’ 시대였다.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당시 의상은 매우 화려하고 우아했고 여기에 오리엔탈적인 요소가 더해졌다. 작품에 등장하는 약 200벌의 의상은 벨 에포크 시대 복식에서 조금 더 모던한 스타일로 변화를 줬다. 마타 하리의 물랑루즈 의상은 관능적인 춤사위를 강조하기 위해 몸매가 드러나는 패턴과 실루엣이 섹시하고 파격적이다. 또한 손수 놓은 자수나 비즈 장식을 통해 디테일한 아름다움을 살렸다.



드라마틱한 인생을 표현하는 선율


강렬한 시각적인 표현 외에도 다채로운 음악은 <마타하리>를 잘 드러내 주는데, 마타 하리가 현재 팝 문화의 레이디 가가나 마돈나처럼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는 점을 주목했다. 역사적으로 유일무이한 캐릭터인 마타 하리를 표현하기 위해 풍부한 사운드는 필수였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은 마타 하리를 드라마틱하고 무대 같은 세상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로 정의했다. 마타 하리의 인생을 표현하기 위해 룸바, 탱고, 스윙, 팝뿐만 아니라 이국적인 인도 음악, 드뷔시의 클래식 등 다채로운 36곡의 음악이 탄생했다. 마타 하리가 총살당하던 1917년의 파리를 표현하기 위해 아코디언의 멜로디를 사용하기도 하고, 그의 로맨스를 위해 23인조의 오케스트라가 풍성함을 드러내는 등 음악을 통해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마타하리>의 대표곡인 ‘노래는 기억해(The Song Remember)’는 아련하고 잔잔한 멜로디의 넘버로 마타 하리가 살던 시대적 배경을 반영했다. 아르망이 마타 하리에게 사랑의 증표로 준 오르골로 연주되는 이 곡은 그들의 애절한 사랑과 향수를 표현한다. 또 ‘예전의 그 소녀(The Girl I Used To Be)’는 마타 하리가 모두에게 숨겨왔던 자신의 과거를 아르망에게만 털어놓은 후 새로운 사랑 앞에 설레는 마음으로 부르는 곡이다. 험난한 과거의 사건들을 겪기 전 순수했던 자신의 모습을 추억하며 희망을 노래하는 마타 하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3월 25일 ~ 6월 12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1577-6478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1호 2016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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