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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소설 원작 VS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No.157]

2016-11-10 5,628

 <몬테크리스토>

복수를 넘어선 사랑


알렉상드르 뒤마가 1844년에 발표한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The Count of Monte Cristo)』은 『삼총사』와 더불어 그의 대표작이다. 나폴레옹이 엘바섬에서 돌아오기 직전인 1815년부터 1839년 부르봉 왕조가 재집권하는 시기까지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에드몬드 단테스의 복수극을 통해 프랑스 왕정복고 시대의 부패상을 드러낸다. 소설(민음사 발행)은 400페이지 넘는 분량의 총 다섯 권으로 구성될 정도로 방대한 스토리로 이루어졌다.


장래가 촉망되는 선원 에드몬드 단테스는 그를 시기하는 몬데고와 당글라스의 모함으로 메르세데스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체포된다. 에드몬드는 선장을 대신해 나폴레옹의 사적인 편지를 전달한 적이 있는데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이 사건을 맡은 빌포트 검사는 그 편지의 수신자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고는 그를 악명 높은 이프섬 감옥으로 보냈다. 그곳에서 파리아 신부를 만나 이 일이 몬데고와 당글라스, 빌포트의 음모라는 것을 알게 된다. 파리아 신부에게 철학과 정치, 검술과 연금술 등 다양한 교육을 받는 그는 신부의 도움으로 탈옥하고, 몬테크리스토 섬에 있는 보물을 물려받는다. 몬데고는 메르세데스와 결혼해 아들 알버트를 두었고, 당글라스는 자산가로 빌포트 역시 명망 있는 법관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에드몬드는 그 재산으로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변신해서 복수를 감행한다.




격한 분노,
단순해진 복수

뮤지컬도 에드몬드 단테스가 모함을 받아 모든 것을 잃고 파리아 신부의 도움으로 그 이상의 힘을 얻은 후, 복수를 한다는 기본 이야기 구조는 같다. 원작 소설에서는 당시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이들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지만, 뮤지컬에서는 시대적인 상황까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에드몬드 단테스의 주변의 핵심 인물들에 집중한다.


뮤지컬에서는 에드몬드 단테스의 복수를 충분히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다. 일단 원작 소설과 복수 과정을 다루는 양에서 큰 차이가 난다. 뮤지컬에서는 에드몬드 단테스가 탈옥한 후 보물을 갖고 복수를 다짐하는 곳에서 1막이 끝난다. 몬데고와 당글라스, 빌포트의 복수는 2막 중반에 부르는 ‘덫/ 더 많이 더 높이’ 한 곡으로 완성된다. 꽤 긴 곡이긴 하지만 그동안 준비한 복수를 보여주기에는 매우 짧은 시간이다. 원작 소설(민음사 발행 기준)에서는 복수가 매우 치밀하게 이루어진다. 1권은 에드몬드 단테스가 감옥에서 탈출하여 보물을 손에 넣는 데에서 마무리된다. 2권부터 본격적인 복수가 시작되는데 그가 자신의 적들에게 몬테크리스토로 등장하기까지 10년이 흐른다. 2권은 상황을 파악하고 복수를 준비하는 단계를 보여주고, 3권부터 5권까지 치밀한 복수 과정이 펼쳐진다.



복수의 방식도 다르다. 뮤지컬에서는 몬테크리스토가 직접 개입해 은행가가 된 당글라스는 과욕으로 파산하게 되고, 빌포트에게는 뇌물을 주고 이를 폭로해 감옥에 가두며, 몬데고는 사창가에서 타락하게 만든다. 돈 때문에, 명예 때문에 그리고 여자 때문에 에드몬드 단테스를 모함하고 감옥에 보냈던 당글라스, 빌포트, 몬데고에게 그대로 갚아주는 것이다. 그러나 원작 소설에서 복수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몬데고는 명망 있는 정치인이 된다. 뮤지컬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소설 속에서 중요한 인물이 총독의 딸 하이데이다. 몬데고는 군인 시절 총독의 재산을 빼앗고 배신한 적이 있는데, 하이데가 의회에서 이를 증언하면서 몬데고는 몰락하게 된다. 그동안 몬테크리스토는 하이네를 도우며 호시탐탐 복수의 기회를 엿보았던 것이다. 에드몽드 단테스를 모함했던 이들은 수십 년이 흐르는 동안 또 다른 죄를 쌓아가고 있었고 몬테크리스토는 그 죄를 밝혀내면서 그들을 파멸로 이끈다. 그래서 몬테크리스토의 복수는 개인적인 복수라기보다는 선한 자를 돕고 악한 자를 벌하는 신의 대리인의 성격을 띤다. 인간의 복수가 아니라 신의 징벌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이다.


뮤지컬의 복수는 단순했지만 복수를 다짐하는 1막 마지막 곡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 노래 제목만큼이나 분노로 가득하다. 반면 소설에서는 오히려 화를 누르고 분노를 삭이는 모습을 보인다. 신부로 가장해 적들의 소식을 알아보던 에드몬드는 ‘아버지가 굶어 죽었다’는 말에 흥분된 반응을 보일 뿐 적들이 배신하고 자신을 궁지로 모는 과정을 담담히 듣는다.


너희도 금방 겪게 해주지
저주의 분노에 불을 붙여
타들어 가게 해주마
……
선물할게 끔찍한 지옥 너희들에게
어서와 기다릴게 지옥의 문앞에서
더 이상의 자비는 없어 막다른 곳에
-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 중


이 준엄한 얼굴을 한 남자가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고 두 뺨에 굵다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모든 번민은 저마다 자기대로의 신성한 이유가 있는 법이기 때문에 그 젊은이들은 이 낯선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했다.
- 『몬테크리스토 백작』 2권 민음사 p17


소설 인용 부분은 에드몬드가 아버지가 살던 방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소설 속에서 에드몬드의 분노는 담담하게 묘사된다.





‘복수’보다는
‘사랑’에 방점

한 곡으로 복수를 마치고 몬테크리스토가 느끼는 것은 복수의 허망함이다. 적들을 자신이 겪은 방식 그대로 파멸하게 만들지만 몬테크리스토는 통쾌함보다 허전함을 느낀다. 뮤지컬에서는 ‘복수’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사랑과 용서’에 둔다. 순수했던 청년 에드몬드 단테스가 복수의 화신 몬테크리스토가 되었다가, 복수의 허망함을 느끼고 다시 에드몬드 단테스로 돌아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성을 위해 소설의 내용을 몇 가지 수정한다. 먼저 메르세데스는 몬데고의 아내가 되는데, 이때 이미 에드몬드 단테스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고 설정한다. 알버트는 몬데고의 아들이 아니라, 에드몬드 단테스의 아들이다. 그래서 아버지의 복수를 하겠다며 몬테크리스토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장면은 극적이다. 그리고 아내와 아들도 떠나고 모든 것을 잃은 몬데고는 몬테크리스토와 결투를 신청하고, 그 결투에서 죽게 된다. 국내 공연에서는 이 결투 장면에서 몬테크리스토가 승리한 후 몬데고를 살려주지만, 몬데고는 비겁하게 뒤에서 칼을 빼들다 알버트의 총에 맞아 죽게 된다. 다분히 신파적인 설정으로 감정을 자극적으로 몰아갔다. 몬테크리스토는 모든 복수를 마치고 수십 년간 지연된 메르세데스와 가족을 이룬다, 성장한 알버트와 함께.


원작 소설에서는 물론 알버트는 몬데고의 아들이다. 몬데고의 음모로 에드몬드가 감옥에 가게 된 것을 안 메르세데스는 아들과 함께 남편을 떠나고, 몬데고는 복수를 하기 위해 몬테크리스토를 찾아오지만 그가 에드몬드 단테스라는 걸 알고는 권총 자살한다. 몬테크리스토는 메르세데스와 알버트가 생활할 수 있게 도와주고, 모렐 선장의 아들 막시밀리앙과 발렌틴이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준 후 사랑을 고백했던 하이데와 함께 떠난다.


소설에서는 에드몬드 단테스가 모함을 당해 갖은 어려움을 겪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된다. 그런 과정을 겪어야만 행복을 알 수 있다는 메시지를 소설 여러 곳에서 직접적으로 말한다. “가장 큰 불행을 경험한 자만이 가장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뒤마가 진정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닌가 싶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7호 2016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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