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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NUMBER BEHIND] 원미솔 작곡가의 <용의자 X의 헌신> [No.179]

사진제공 |달컴퍼니 정리 | 박보라 2018-08-23 4,116

원미솔 작곡가의  <용의자 X의 헌신>  

 

<용의자 X의 헌신> 음악은 감히 쉽게 컨셉을 잡지 못했어요.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왜? 이걸 어떻게 해?’라는 생각이 들었죠. 왜냐면 원작 소설은 고도의 심리전을 다루는 데다가 인물들은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거든요. 심지어 수학과 물리를 소재로 하죠. 정영 작가는  ‘자연스럽게’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대본을 받았는데 대사와 가사의 경계를 느낄 수 없었고, 대사의 반 이상이 살인 사건을 추리해 가는 내용이었어요. 어울리는 형식의 노래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계속해서 대본을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작가의 의도를 알 것 같았어요. 고민 끝에 대사와 가사 그리고 노래가 어울리기만 해도 본전이란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특별한 장르를 추구하기보다는 각 장면의 속도에 맞춰 비슷한 장르와 형식을 찾았어요. 무엇보다 관객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머리를 써서 음악을 포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요. 또 <용의자 X의 헌신>은 ‘기승전결’의 형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노래를 통해 이런 구조를 만들었더니 원작보다 친절해졌죠. 개인적으로는 <용의자 X의 헌신> 음악을 작곡하면서 뮤지컬에 대해 새롭게 배웠어요. ‘어라. 안 될 줄 알았는데, 이게 되네?’ 이런 생각이 들었죠. 


 

‘밑변 곱하기 높이가 사랑이라면’

 

마지막까지 수정을 거듭한 곡으로, 연습 초반까지 작업을 계속했어요. 이 곡은 물리학 수업 내용을 담고 있는데, ‘밑변 곱하기 높이가 사랑이라면. 반지름 곱하기 파이가 엑스의 변수라면’ 이런 공식의 가사가 후렴구에요. 노래의 후렴구엔 중요한 멜로디가 있어야 하는데, 가사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죠. 사실 이 노래는 워크숍 공연 당시에 지금과 전혀 다른 곡이었어요. 이번엔 캐릭터를 잘 드러낼 수 있는 특유의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일단 제가 멜로디를 먼저 만들어 가사를 맞추었고 이후에 정영 작가가 다시 가사를 정리해 줬어요. 사실 먼저 곡을 써 오면 알아서 가사를 넣어주겠다고 하셨는데, 작가에게는 이런 방식의 작업이 정말 어렵거든요. 그런데도 제게 먼저 그런 제안을 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했어요.  


‘수학은 등산과도 같아’

 

정영 작가에게 먼저 작업을 요청해 탄생한 곡이에요. 이시가미를 생각하면 딱 떠오르는 그의 아리아가 필요하다고요. 이 곡은 처음부터 팝이나 가요 스타일로 만들고 싶었어요. 이 곡을 작업하기 전까지는 <용의자 X의 헌신>에 이시가미의 독백이 없었거든요. 아무도 그의 속마음을 모르는 거죠. 그런데 ‘수학은 등산과도 같아’에서 유일하게 이시가미의 속마음이 드러나요. 제게 이 곡은 마치 작품의 ‘비밀병기’라고 할까요? (웃음)



 

‘맹점을 찌르는 문제’ & ‘의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건’

 

‘맹점을 찌르는 문제’는 모차르트를 연상시키는 느낌으로 풀어낸 클래식 장르의 곡이에요. 이 곡은 이시가미와 형사의 대화 속에서 유카와가 진실을 추리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죠. 형사와 이시가미는 평범한 대화를 나누어요. ‘어제 무엇을 하셨습니까? 그다음 날은 무엇을 하셨습니까?’ 같은. 그런데 이런 대화에서 유카와는 이시가미의 말 한마디를 통해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하게 돼요. 그리고 이 곡 뒤에 ‘의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건’이 이어 나오죠. 클래식한 앞 곡과는 달리 록킹하게 풀어냈어요. 유카와가 비로소 모든 진실을 알아차리거든요. 사건이 잔잔하게 흐르다가 ‘팟!’하고 정답이 튀어 나오는 순간이에요. 뛰어나가는 유카와를 보면서 이시가미도 그가 진실을 알았다고 깨달아요. 작품은 중반부까지 계속해서 살인 사건에 대한 정황이 설명되고 추리가 이어져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도 있어요. 절정에 이르기 위해 풀어야 할 내용이 많아,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대화가 끝없이 펼쳐지거든요. 마침내 ‘맹점을 찌르는 문제’와 ‘의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건’을 통해 이시가미와 유카와의 모든 감정이 폭발하게 돼요.

 

‘자백’

 

이 작품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라 생각해요. 정서적인 분위기가 잘 맞거든요. 우리 작품은 이런 색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요. 이 곡은 이시가미가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고  말하는 약 8분 정도의 독백으로 구성됐어요. 단순히 ‘내가 사람을 죽였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사람을 죽였다고 자세히 설명하죠. 그래서 이시가미의 감정 폭이 상당히 넓고 깊은데, 그러면서도 평정을 유지해요. 이시가미가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작업했어요. 

 

‘사랑하는 한 사람을 위해서’

 

세 번이나 다시 쓴 곡이에요. 이시가미의 거짓된 자백을 듣고 유카와가 진실을 추리하는 내용이죠. 앞부분의 내용을 뒤집을 반등을 주고 싶었어요. 앞서 말했듯이 원작은 상당히 건조하게 진행되는데, 뮤지컬은 드라마틱하고 친절하게 표현했어요. 정영 작가의 공이 크죠. 저 또한 무대만의 매력을 살리고 싶어서 많은 노력을 쏟았어요. 특히 이 곡은 2년 전 워크숍  공연과 비교해 80퍼센트 이상을 수정하며 공을 들였죠. 사실 워크숍 리딩 공연 이후 이 곡뿐만 아니라 작품 전반에 대해 솔직하게 품평도 해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많은 부분을 조금씩 세세하게 다듬으며 작품을 완성했답니다.



 

‘또 하나의 도형’

 

‘술래의 발자국 소리’의 리프라이즈 버전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해서 편안하게 쓸 수 있었죠. 전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와 장르는 빠르고 쉽게 쓰지만 그게 아닌 경우는 고민하면서 쓰거든요. (웃음) 이 곡을 편하게 작업할 수 있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또 하나의 도형’은 특별한 형식이 필요한 곡이 아니었기 때문이예요. <용의자 X의 헌신>의 몇몇 노래는 상당히 길어서 그 안에서 의식적으로 질서나 형식을 만들어야만 했거든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9호 2018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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