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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EPILOGUE] <레베카> 파도가 그친 자리 [No.208]

글 |안세영 사진 | Illustrator |이야기 2022-08-24 906

<레베카> 파도가 그친 자리

 

 

지난밤 다시 맨덜리로 가는 꿈을 꾸었다. 언제나처럼 고요하고 비밀스러운 모습이었다. 16년 전 일이 상처로 남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맨덜리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곳이기도 하다. 고난은 어리고 순진했던 나를 어른으로 만들었다. 어느덧 아픈 기억 앞에서도 미소 지을 수 있는 어른으로. 이제 나는 낯선 땅의 호텔에서 맨덜리를 떠올리며 그곳 사람들 모두에게, 심지어 댄버스 부인에게까지도 그리움을 느낀다. 맨덜리가 불탄 뒤 나와 막심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여행하듯 사는 삶을 택했다. 다시 호화로운 대저택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더는 그런 삶을 원하지 않는다. 호텔에서 보내는 하루는 단순하고 평온하다. 단둘이 주변을 산책하고 식사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잠든다. 그이는 이제 나를 통해 세상을 본다.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며 둘도 없는 친구이자 동반자로 함께 늙어 가고 있다. 사람들은 그런 우리에게 정착할 생각이 없냐고 묻지만, 글쎄… 만약 내가 새로운 집의 주인이 된다면, 함께 사는 모든 사람과 그 아이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어울려 뛰놀 수 있는 넓은 마당이 있는 집이면 좋겠다. 그곳에선 파도 소리 대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으리라.

 

(!) <레베카>는 대저택 맨덜리에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던 ‘나’가 남편의 죽은 전처 레베카의 망령에 시달리는 이야기다. 이 글은 ‘나’ 역을 맡고 있는 이지혜 배우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가상 에필로그로, ‘나’가 맨덜리를 떠난 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8호 2022년 1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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