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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NEW FACE] <차미> 홍나현, 꿈을 현실로 바꾸는 마법 [No.212]

글 |안세영 사진 |맹민화 2022-09-23 1,872

<차미> 홍나현
꿈을 현실로 바꾸는 마법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대극장 라이선스 뮤지컬 <비틀쥬스>와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소극장 창작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재미있게도 두 작품은 모두 귀신 들린 집을 배경으로 한 코미디인데, 이것 말고도 한 가지 무시 못 할 공통점이 있다. 바로 주연을 맡은 배우 홍나현의 존재다. 두 작품에서 당찬 소녀를 연기한 홍나현은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로 무대를 휘어잡으며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홍나현은 어린 시절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를 정한 야무진 소녀였다. “아버지가 초등학교 학부모 참관 수업 때 제 모습을 찍어둔 영상을 우연히 다시 보게 됐어요. 그 영상 속에서 아홉 살의 제가 ‘뮤지컬배우가 꿈입니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렇게 어릴 때부터 꿈을 키워온 줄은 저도 몰랐는데 깜짝 놀랐어요.” 노래하고 춤추기를 좋아해 각종 동요 대회와 댄스 동아리에 참여했다는 홍나현은 안양예고를 거쳐 국민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며 차근차근 꿈에 다가섰다. 고등학생 시절 명지대 총장배 뮤지컬 콘테스트 개인 부문에서 우승하며 될성부른 떡잎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때 부른 곡이 <영웅>의 설희가 부르는 ‘당신을 기억합니다 황후마마여’예요. 지금 제 이미지하고는 많이 다르죠? 파워풀하고 감정을 확 분출하는 노래도 자신 있어요.”


학교 밖에서 일찍 경험을 쌓고 싶었던 홍나현은 2016년 만 스무 살에 연극 <들오리>로 데뷔했다. 그가 관객에게 씩씩하고 활기 넘치는 소녀의 이미지로 인식되기 시작한 건 2018년 <앤(ANNE)>에서 빨강머리 앤의 어린 시절 ‘앤1’ 역을 맡으면서부터다. 이 작품으로 처음 대학로 무대에 선 홍나현은 2021년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에서 성불을 바라는 지박령 옥희 역으로 확실하게 이름을 알렸다. 표상아 작가의 추천으로 옥희 역에 발탁된 그는 가창력뿐 아니라 코미디에 필수적인 순발력과 상대역과의 끈끈한 연기 호흡을 보여주며 코로나로 인해 공연계가 침체된 와중에도 공연이 매진 사례를 이루는 데 일조했다. 같은 해 일곱 차례의 오디션 끝에 <비틀쥬스>의 유령 보는 겁 없는 소녀 리디아 역을 거머쥐며 대극장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차기작 <차미>에서는 새로운 변신이 기대된다. <차미>는 소심한 미호가 가짜로 꾸며낸 SNS 속 자아 ‘차미’가 현실로 튀어나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앳된 이미지 때문에 소녀 역을 주로 맡았던 홍나현은 이 작품에서 실제 나이와 비슷한 이십 대 후반의 취업 준비생 미호를 연기한다. “작년에 귀신 나오는 작품에 연달아 출연한 터라 올해는 소소하고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배역의 나이는 실제 저와 가까워졌지만 전작들과 달리 겁 많고 자존감 낮은 역할이라 새롭고 재미있어요. 미호를 연기하니까 저도 모르게 라운드 숄더에 거북목이 되더라고요. (웃음)” 새로운 배역을 만나는 건 친구를 사귀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홍나현. 친구끼리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듯 그는 요즘 미호를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고 있다. “배우란 평가를 피하기 힘든 직업이잖아요. 저는 다른 배우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그래도 스스로 만족할 만큼 잘해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우울해져요. 미호를 연기하다 보면 과거에 자존감이 낮아졌을 때가 떠올라 울컥해요. 그동안 연기한 배역들이 주로 외적 요인 때문에 힘들어한 것과 달리, 미호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친구라 그걸 이겨내는 과정이 더 절절하고 아름답게 느껴져요.” 작품 속에서 특히 마음에 와닿는 노래로는 ‘스크래치’를 꼽았다. “마지막에 ‘부딪히고 상처 내고 긁어보는 거야, 그 틈으로 나의 색이 고개를 내밀어’라고 노래하는 순간 마음이 후련해지면서 힘이 솟아요. 관객분들에게도 제가 느낀 위로를 전해드리고 싶어요.”


아홉 살 나이에 선언한 대로 어엿한 뮤지컬배우가 된 홍나현. 하지만 그의 위시리스트는 아직도 이뤄나갈 꿈으로 가득하다. “20세부터 30세까지 인생 목표를 적어놓은 리스트가 있어요. 사실 신입생 때 학교 과제로 별생각 없이 적은 건데, 신기하게도 ‘데뷔하기’, ‘대학로에서 공연하기’, ‘대극장에서 공연하기’ 같은 목표가 다 원하던 해에 이뤄졌어요.” 이 마법 같은 이야기에 올해의 목표가 궁금해졌지만, 홍나현은 실현이 힘들 것 같다며 웃었다. 20세의 그가 적은 올해의 목표는 바로 ‘브로드웨이 진출’! 그런데 마냥 허무맹랑한 꿈은 아니었는지, 실제로 올해 브로드웨이로부터 오디션 제의를 받았다. “<비틀쥬스> 한국 공연을 준비하면서 오리지널 컴퍼니 측에 제 노래를 영어로 녹음해 보낸 일이 있어요. 그때 농담 삼아 나중에 꼭 브로드웨이 공연에 불러달라고 했는데, 진짜로 캐스팅 디렉터로부터 연락이 온 거예요. 온라인으로 화상 회의 하듯이 오디션을 봤어요. 결과적으로 떨어졌지만 신선한 경험이었죠.” 30세가 될 때까지 리스트에 남아있는 목표 중에는 ‘세계 어디에서든 <미스 사이공> 공연하기’도 있다. “<미스 사이공>의 킴은 저에게 늘 꿈의 배역이었어요. 레아 살롱가가 킴을 연기하는 공연 영상을 보고 본격적으로 뮤지컬배우를 꿈꾸기 시작했거든요. 그때 본 영상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있어요.” 어쩌면 마법은 자신이 닿고자 하는 미래에 대한 확신과 간절함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홍나현이 그리는 미래가 하나둘 현실로 바뀌어갈 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2호 2022년 5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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