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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BOOK]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유다를 위한 변론 [No.218]

글 |안세영 사진 | 2022-11-23 841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유다를 위한 변론

 

은화 30닢에 예수를 팔아넘기고 배신자의 대명사가 된 유다. 열두 제자 중 하나였던 그는 대체 왜 스승을 배반한 것일까? 재물에 눈이 멀어서? 악마에게 현혹당해서? 록 오페라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유다를 이상주의자 예수와 갈등을 빚는 현실주의자로 묘사하여 새로운 관점에서 그를 바라보게 한다. 문학에서도 여러 작가가 같은 질문에 매료되어 저마다의 해답을 내놓았다. 네 편의 소설을 통해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유다의 이야기를 만나 보자.

 

 

『유다의 고백』 (2021)
다자이 오사무 지음 | 김재원 옮김 | 도서출판b

유다가 제사장 앞에서 예수를 고발하며 하는 말을 일인칭 시점으로 서술한 단편 소설이다. 소설 속 유다는 종교적 사명감과는 거리가 먼 세속적인 인물이다. 그는 예수가 구세주라는 말을 믿지 않지만, 오로지 예수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그의 제자가 되어 온갖 뒤치다꺼리를 도맡는다. 유다가 원하는 것은 예수가 자신의 사랑을 알아주는 것, 그리고 설교를 그만두고 자신과 함께 조용한 여생을 살아가는 것뿐이다. 그러나 예수가 자신의 수고를 알아주지 않고 차갑게 대하자 그의 마음은 점점 비뚤어진다. 유다는 예수가 언젠가 죽임을 당할 거라면 다른 사람의 손에 죽기 전에, 몰락해서 추태를 보이기 전에, 자신의 손으로 죽이리라 다짐한다. 애증에 사로잡혀 예수를 파멸시키고 자신도 파멸하는 유다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연민을 자아낸다. 1940년 발표된 이 소설은 다자이 오사무가 구술한 것을 부인이 받아 적는 방식으로 쓰였다. 상대에게 말을 거는 듯한 생생한 회화체가 매력적이다.

 


『가룟 유다』 (2020)
레오니트 안드레예프 지음 | 이수경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러시아 작가 레오니트 안드레예프는 유다를 가장 헌신적으로 예수를 사랑한 제자로 재해석했다. 외모가 기괴하고 처세에 능한 유다는 고지식한 다른 제자들과 처음부터 잘 어울리지 못한다. 예수를 위협하는 무리 앞에서 유다의 거짓말 덕분에 무사히 도망쳤을 때에도 감사 인사는커녕 거짓말쟁이라는 비난만 받기 일쑤다. 말로만 예수를 위하는 제자들 사이에서 홀로 고민하던 유다는 스스로 배신자가 되어 스승의 예언을 실현시키기로 결심한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은 뒤, 유다는 제사장과 평의회를 찾아가 은화를 돌려준다. 그리고 “유다가 배신한 건 예수가 아니라 바로 당신들”이라며 그들이 무고한 예수를 죽인 죄인이 되었음을 선언한다. 이어서 비겁하게 숨은 제자들을 찾아가 배신자라고 일갈한 뒤 예수의 뒤를 따라 목숨을 끊는다. 1907년 발표된 이 소설은 1905년 러시아 제국이 노동자들의 평화 시위를 무력으로 제압한 ‘피의 일요일 사건’ 이후 배신과 밀고가 만연한 시대상 속에서 큰 관심을 얻었다.

 


『픽션들』 (2011)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 송병선 옮김 | 민음사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1944년 발표한 단편집 『픽션들』에는 「유다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이 소설은 ‘닐스 루네베리’라는 가상의 인물이 쓴 책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유다가 예수를 밀고한 이유에 대해 세 가지 설을 제시한다. 닐스가 주장하는 첫 번째 설은 신이 자신을 낮추어 인간이 된 것처럼 유다 또한 자신을 낮추어 비열한 밀고자가 됐다는 것이다. 신의 희생에 값하려면 모든 인간을 대표하는 한 인간의 희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이 반발에 부딪치자 닐스는 두 번째 주장을 내놓는다. 유다가 탐욕가라는 오해와 달리 사실 그는 금욕주의자라서 명예와 천국을 거부하고 악인이 되기를 자처했다는 것. 이어지는 세 번째 주장은 더욱 충격적이다. 신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자신을 인간으로 낮추었다. 그 희생이 완전무결했다면 신은 어떠한 인간으로 육화했을까? 소설은 이렇게 말한다. “그는 최저급의 운명을 선택했다. 그것이 바로 유다였다.”

 


『최후의 유혹』 (2010)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안정효 옮김 | 열린책들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1953년 발표한 소설 『최후의 유혹』은 신성 모독 논란을 일으키고 교황청 금서 목록에도 올랐던 작품이다. 소설 속에서 예수는 세상을 구원하라는 계시를 받고도 자신이 구세주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망설인다. 오랜 갈등 끝에 결국 신의 뜻대로 십자가에 매달리지만, 그 순간 천사가 나타나 이제 시험은 끝났으니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라고 명한다. 예수는 십자가에서 내려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 행복을 맛본다. 그러나 죽을 때가 되어서야 그것이 악마의 유혹이었음을 깨닫는다. 한편 유다는 로마에 맞서 무력으로 이스라엘의 독립을 쟁취하려는 열심 당원으로 그려진다. 처음에 그는 사랑으로 세상을 구하려는 예수를 믿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배신자라는 오명까지 감수하며 예수를 돕는다. 마지막에 악마의 유혹에 빠진 예수를 다시 십자가로 이끄는 장본인 또한 유다다. 이 소설은 1988년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8호 2022년 11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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