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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NEW FACE] 저 담을 넘어서 - <수레바퀴 아래서> 박새힘 [No.226]

글 |이솔희 사진 |맹민화 2023-07-26 1,889

 

 

자신을 둘러싼 담 너머의 세상을 꿈꿨던 <수레바퀴 아래서> 속 한스처럼, 박새힘은 현실의 담 저편에 있는 뮤지컬이라는 반짝이는 세계를 언제나 꿈꿔왔다. 몇 번의 도움닫기 끝에 비로소 담을 넘어 꿈의 세계로 뛰어든 그는 지금 구름 위를 걷는 듯 벅찬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소설책을 펴는 순간, 박새힘의 앞에는 무대가 펼쳐졌다. 문장을 한 줄 한 줄 따라 읽으면서 등장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는 것이 일상의 즐거움이었던 10대 소녀. 어느새 그에게 배우라는 꿈이 자연스럽게 자라났다. 꿈을 이루기 위해 연기 학원을 오가던 어느 날, 학원에서 단체로 관람한 <피맛골 연가>는 박새힘에게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었다. “객석 2층 맨 뒷좌석에서 공연을 봤는데도 전율이 느껴졌어요. 그때 뮤지컬배우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하지만 대학 입시를 앞두고 주변 사람들이 건넨 우려 섞인 조언은 그를 움츠러들게 했다. “‘너만큼 노래하는 사람은 많다’는 말을 자꾸 듣다 보니 자신감이 점점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대학도 뮤지컬 전공이 아닌 연기 전공으로 지원했어요. 스스로 ‘나는 뮤지컬 무대에 설 수 있는 사람이 아니구나’ 생각하게 되어버린 거죠.” 

 

그런 그에게 다시 뮤지컬배우라는 꿈을 일깨워 준 것은 2021년에 우연히 출연한 음악 프로그램 <너의 목소리가 보여>였다. 많은 이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준 박새힘은 자신도 관객 앞에서 노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동시에 뮤지컬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도 찾아왔다. 프로그램 패널로 참석한 배우 겸 공연제작사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의 대표 김수로가 오디션을 제안한 것이다. 박새힘은 그렇게 뮤지컬 데뷔작인 <문스토리>를 만났다. “오디션 합격 전화를 받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같이 해보자’고 말씀하시는데, 너무 벅차서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몇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어요. 동시에 <피맛골 연가>를 처음 봤던 때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서 마음이 뭉클해졌어요.”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생각했던 뮤지컬 무대에 오를 날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오자 박새힘은 긴장감에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문스토리> 첫 공연 날을 회상하던 그는 마치 그때로 돌아간 듯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는 너무 떨려서 숨도 제대로 못 쉬었어요. 관객에게 압도당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확실하게 체감했죠. 다른 배우에게 피해만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무대에 오르기 전 (박)한근 오빠가 해준 말이 큰 힘이 되었어요. 첫 공연이니 떨리는 건 당연하다고, 우리가 도와줄 테니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요. 그 응원 덕분에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2021년 <문스토리>를 시작으로 이제 데뷔 2주년을 맞은 박새힘. 지난 2년 동안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첫 공연만 잘 마치면 그 후로는 탄탄대로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 배우로서 첫발을 뗀 다음에도 무대에서 꾸준히 관객을 만나는 것은 꽤 어려웠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박새힘에게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바로 데뷔 전 국어 학원 선생님으로 5년 가까이 일했다는 것! <문스토리> 무대에 서기 직전까지도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는 그는 오디션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실 때마다 꿈을 포기하고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했다. “공백기가 생기는 게 너무 두려웠어요. 생계를 유지하려면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하니까요. <문스토리> 공연을 마치고 2022년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무대에 서기까지 약 6개월간 공백이 있었는데, 그때도 잠시 학원에서 일 했어요. 그런데 무대를 향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몇 번이나 고민했는데, 결국에는 무대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요.”

 

무대를 향한 그의 열망에 화답하듯 관객은 박새힘의 청아한 음색과 맑은 분위기에 빠른 속도로 빠져들었고, 그의 이름은 금세 대학로 관객들 사이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했던 박새힘은 이제 걱정을 떨쳐내고 앞을 향해 힘차게 걸어나간다. <데미안> <인터뷰> <신이 나를 만들 때>에 연이어 출연하며 2023년 상반기를 숨 가쁘게 보낸 그가 이번에 만난 작품은 헤르만 헤세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수레바퀴 아래서>다. 박새힘은 자유를 꿈꾸는 소년 한스를 연기한다. 무채색 같은 일상을 살아가던 소년이 친구 하일러를 만나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박새힘은 숨겨져 있던 자신의 다채로운 빛깔을 보여주고 있다. “제게는 유독 따뜻하고 포근한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질 필요 없다고, 난 그저 나이기만 하면 된다고 말해주는 작품이거든요. 관객분들도 각자 자신의 마음이 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행복을 찾아가셨으면 좋겠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6호 2023년 7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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