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지된 신들의 세계로 들어간 치히로의 모험이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무대화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일본, 영국, 중국에 이어 한국 무대에 상륙한 것. 2001년 개봉 이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1차 티켓 오픈과 동시에 3만여 석이 매진되는 등 뜨거운 관심 속에 한국에서의 여정을 시작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일본 대표 공연, 영화 제작사인 토호의 창립 90주년을 맞아 무대화됐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오리지널 연출가이자 40년 이상 무대 예술을 이끌어 온 베테랑 연출가 존 케어드가 작품을 진두지휘했다. 존 케어드는 “원작 애니메이션을 무대화하기 위해 미야자키 하야오를 찾아갔을 때 그가 흔쾌히 수락했는데,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매일 불가능한 미션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하루하루 그걸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큰 도전이자 어려웠던 점은 애니메이션의 마법 같은 순간을 라이브 공연에서 현실감 있게 구현하는 것이었다. 퍼펫을 사용해 관객의 상상력을 끌어내고자 했고, 히사이시 조의 음악도 작품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사진=CJ ENM
이어 “대부분의 작품은 스토리, 대화를 통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모든 스토리를 글로 쓰는 것뿐만 아니라 그림으로 그린다. 그의 영상물을 보면서 배운 건, 말이 아닌 이미지만으로도 내용이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부분을 공연에 잘 담아내려고 했다”고 전했다.
존 케어드 연출이 말했듯 공연은 원작 애니메이션이 지닌 상상력을 관객의 눈 앞에서 놀라운 싱크로율로 구현한다. 스크린이 아닌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매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퍼펫’의 몫이다. 여섯 개의 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가마 할아범, 거대한 크기로 변신한 가오나시,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다니는 하쿠의 용 등 원작 애니메이션의 만화적 상상력이 강조된 캐릭터들을 퍼펫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현실 세계로 데려다 놓은 것. 특히 4미터에 달하는 하쿠의 용 퍼펫은 4,000 가닥의 털을 수작업으로 심었을 정도로 섬세한 작업의 결과물로, 물 흐르듯 매끄러운 움직임을 자랑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는 50체가 넘는 퍼펫이 등장하는데, 자그마한 먼지 캐릭터 하나까지 전부 배우들이 직접 움직이며 연기한다. 말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퍼펫을 통해 현실적으로 구현한 작품인 <워 호스>에 참여한 토비 올리에가 이 작품에서도 퍼펫 디자인과 연출을 맡았다.
히사이시 조의 풍부한 선율의 음악 역시 무대에서 라이브로 울려 퍼진다. 무대 뒤편에 숨겨져 있는 11인조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는 인물의 감정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공연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커튼콜이 되어서야 무대 장막이 올라가며 오케스트라의 존재가 드러나면, 관객들의 입에서 절로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33명의 배우는 쉴 새 없이 무대를 오가며 관객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 주인공 치히로 역에는 카미시라이시 모네와 카와에이 리나가 더블 캐스팅됐다. 카미시라이시 모네는 영화 <새벽의 모든>,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더빙 등 연극 무대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배우다. 2022년 도쿄 초연부터 2024년 런던 초연까지 참여하며 작품을 이끌었다. 카미시라이시 모네는 "작품 속 비일상적인 세계에서 관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인물이 치히로다. 처음에는 무기력한 모습을 하던 치히로가 점점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치히로는 항상 두 발로 당당하게 서 있는 인물이다. 직감에 따른 결단력 있는 행동, 자신을 믿는 법을 치히로에게서 배웠다"고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카와에이 리나는 2009년 아이돌 그룹 AKB48 활동 이후 드라마와 영화에 꾸준히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2024년 이 작품에 합류해 일본 전국 투어 공연과 런던 공연에 참여한 바 있다. 카와에이 리나는 “무대에 서기 전에는 긴장감을 느끼는데, 그 긴장감이 관객에게 좋은 방향으로 전달된다는 점이 공연의 매력”이라고 말하며 “치히로가 어느 곳에 있든 사랑을 잃지 않고, 살아갈 힘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사랑이 넘치는 작품이다. 관객분들도 그걸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치히로가 일하는 온천의 주인인 유바바, 유바바의 쌍둥이 언니 제니바 역은 원작 영화에서 해당 역의 목소리를 담당했던 나츠키 마리가 1인 2역으로 연기해 관심이 집중된다. 나츠키 마리는 "약 20년 전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제안이 와서 제 목소리를 들려줬고, 그렇게 유바바가 됐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후 이 작품이 무대화가 된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렇게 공연에 출연하게 됐다"며 "무대에 올라 보니 같은 대사도 몸으로 이야기하는 건 느낌이 달랐다. 초연 때는 영화에 가깝게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일본, 런던 공연을 지나면서 점점 무대에 가까운 캐릭터를 만들어 갔다"고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바바/제니바 역에는 하노 아키, 타카하시 히토미가 함께 캐스팅됐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오는 3월 2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