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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작업실] 권지휘음향 디자이너…②우리가 몰랐던 음향 이야기

기획 | 안시은 | 취재 | 안시은 | 사진 | 안시은 | 영상 | 안시은 2015-10-16 6,423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무대와 오케스트라 피트입니다. 공연이 시작되면 배우와 조명이 눈에 들어오고요. 공연의 여러 기술 영역 중 가장 늦게 인지되는 게 바로 소리, 음향이지 않을까요? 특별히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이상 우리가 매일 숨쉬는 공기처럼 흘려지나쳐 버리기 마련이니까요. 

때론 음향(音響)과 음악(音樂)의 구분이 헷갈리기도 합니다. 대체 음향이란 무엇이고 뮤지컬에서 음향팀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을까요? 또 좋은 소리란 무엇일까요? 
 

음향은 “공간에서 울려펴지는 소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리는 참 신비한데요. 우리가 대화를 나눌 때 듣는 상대방의 목소리는 직접 귀로 듣는 소리보다 주변의 사물에 반사되는 소리로 인지하는 것이 더 많다는 거죠. 예를 들면, 카페에서 대화를 나눌 때 직접 목소리가 귀로 들어오기도 하지만 테이블에 반사된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천장을 맞고 울려 돌아오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 겁니다. 우리가 지구에서 보는 별이 우주에서는 몇 년 전의 과거일 수 있는 것처럼 소리도 물리적으로는 지나간 소리를 인지하는 건데요. 



이것이 극장이라면, 우리가 듣는 소리는 공연장 안에서 울리는 걸 더 많이 듣게 되는 거죠. 잔향이 길고 적음에 따라 울리는 정도도 달라지고 들리는 소리도 달라집니다. 박수를 치면 잔향 없이 깔끔하게 "짝!"하는 소리가 들릴 수도 있고, 퍼지는 느낌의 "짝!" 소리가 들릴 수도 있는 겁니다. 공연장엔 울림이 존재하고 이 공간에서 소리를 듣기 때문에 소리는 항상 왜곡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튜닝이라는 작업을 늘 새롭게 해야 합니다. 
 
좋은 음향은 공간에서 가장 적절한 소리를 전달하는 과정

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권지휘 음향 디자이너의 생각입니다. 단순히 소리를 키우고 줄이고, 음색을 조절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 배경과 공간에 맞는 음향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뮤지컬 음향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리로 공간을 만드는 동시에 배우의 감정과 호흡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질감도 중요한 포인트고요. 
 

<형제는 용감했다>를 예로 제가 생각하는 질감을 설명하자면 이 작품은 드라마가 강하잖아요. 드라마가 살려면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중요하거든요. 실제 배우 목소리와 가까운 톤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해요. 이런 점이 소리가 작거나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소리 크기를 키우는 것보다는 지금 정도의 질감이 드라마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어요. 연출님과 음악감독님도 같이 공감했던 방향이고요. (권지휘 음향 디자이너)


뮤지컬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음향 안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기 때문에 음향에 관심이 크거나, 직접 다뤄보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는 분야라고 합니다. 음향 디자이너들은 공연 리뷰가 나올 때 “음향은 거론되지 않는 게 제일 좋다”란 얘기를 한다고 하네요. 대부분 음향이 인지되는 때는 문제가 생길 때입니다. 많은 작품들을 보고 같은 극장에서 여러 작품을 본 경험이 있는 경우는 좋고 나쁨을 구분할 나름의 기준이 있지만, 대다수는 인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음향이 좋았다는 얘기도 보통은 안 좋았다는 평이 나오기 시작한 뒤 좋게 느낀 평이 나온다든지, 혹은 처음에 좋지 않았는지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평이 나온다는 거죠.

좋아진 경우 중 가장 큰 이유는 호흡이라고 합니다. 공연은 모두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관객들이 찬 상태에서 진행되는 에너지나 질감은 리허설 때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개막 후에도 필수적으로 조정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좋아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 큰 것은 배우의 호흡이 익숙해지면서 그 호흡을 따라가야 하는 음향 오퍼레이터도 배우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소리를 얼만큼 내고 연기하는지 파악되기 때문에 더 안정된 음향을 들려줄 수 있는 거죠. 다른 분야도 같겠지만 리허설 기간이 길수록 배우와 호흡을 많이 맞춰볼 수 있었기 때문에 본 공연에서 퀄리티의 차이는 당연히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음향 디자인은 어떻게 만들어가는 걸까요? 

크게 말하면 음향(2차 창작)과 효과음(1차 창작)로 구성되는 디자인을 하는 과정입니다. 권지휘 음향 디자이너의 작업 과정을 잠시 엿볼까요? (이 일정은 프로덕션 규모와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D-90~60(공연 세달전~두달전)
작품 결정 직후 운영 인력이 구성되는 단계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스태프 회의가 진행됩니다. 

“참여할 공연이 결정되면 먼저 대본을 보면서 상상해봐요. 작품의 컬러와 뉘앙스, 시대적 배경도 고려해보고요. 주인공의 캐릭터 성격이나 장면의 흐름도 생각하죠. 그 후에 크리에이티브 스태프 회의가 진행되면 각 파트별 디자이너들이 창작진들과 같이 작품 분석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조율합니다. 전체적인 톤은 연출님이 공감하는 방향 안에서 정해지죠. 음악은 작곡가님이 먼저 컬러를 생각해서 곡을 쓰고, 음악감독님이 편곡의 방향을 결정하죠. 즉, 공연의 컬러를 먼저 결정하기 때문에 음악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생각해요. 어떤 노래를 부르는데 조금 아련하게 만들고 싶어서 금관을 안 쓰고 목관을 선택했다고 하면 음향에선 목관이 더 들려야 하는지, 현악이 더 들려야 하는지, 아니면 목관과 현악의 이미지만 있는 상태에서 건반 소리가 더 들려야하는지 생각하는 거죠’”

D-59~30(공연 두달전~한달전)
작품을 분석하고 연습에 쓰일 효과음을 제작합니다. 공연장을 처음 찾는 때가 이 즈음입니다. 1차 답사를 하는 것이죠. 공연에 쓰일 장비 리스트도 정리합니다. 

“공연할 공간에서 소리가 적절히 울려퍼지려면 물리적으로 어떤 정도의 출력의 스피커를 써야할지 판단해요. 창작 과정이 필요한 것은 효과음이에요.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야 할 경우는 음악적인 부분과 드라마의 컬러에 맞는 톤을 찾아요. 천둥소리도 깔끔하면서 엄청 큰 에너지로 쾅하는 소리가 있는가 하면, 찌직하는 크랙이 심하게 들리는 소리가 있거든요. 뉘앙스가 다른 거죠. 대본에서는 ‘비가 내린다’, ‘바람이 휘몰아친다’, ‘갑작스러운 바람이 분다’라고 표현되어 있을 경우 바람과 빗소리의 뉘앙스가 정말 중요해요. 비나 바람은 드라마 안에서 감정을 대변할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느낌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하죠. 현장에서 들어보면서 계속 바꾸고 수정해요”



D-29~15(공연 한달전~보름전)

공연에 쓰일 효과음들과 장비들을 확정합니다. 도면 외 서류 작업들도 진행하고요. 오퍼레이터와 대본의 장면 메모리를 확인하면서 콘솔에 장면 별로 필요한 메모리 사항들을 체크합니다. 공연장 후속 답사를 진행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극장 스태프를 비롯해 전체 스태프 회의를 거쳐 극장 셋업 스케줄도 협의하고요. 배우들이 무선 마이크를 편히 장착할 수 있도록 하는 이어루프도 제작합니다. 

D-7~1(공연 일주일전~하루전)
이 시기는 대부분 셋업 기간입니다. 공연장에 필요한 음향 하드웨어들을 셋업하고 각종 튜닝 작업을 합니다. 테크니컬 및 드레스 리허설을 진행하는 때입니다. 리허설을 통해 효과음을 극장 환경에 맞게 수정하고 큐를 체크하며 튜닝도 다시 수정합니다. 

D+ 개막 이후
개막한 이후엔 객석에 관객들이 가득 차 있을 때의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수정 작업이 이어집니다. 안정화 작업도 진행되고요. 이후 현장을 책임지는 것은 음향 믹싱 오퍼레이터의 몫입니다. 

“음향 디자이너의 역할은 리허설 후 공연이 안정될 때까지의 진행되는 수정 작업까지입니다.”

 



음향의 한계①, 그리고 이펙트
공간에 따라 변하는 소리의 특성은 음향 디자인을 하는데 애로사항이 되기도 합니다. 했던 공연이라도 극장이 바뀌면 음향 디자인은 새롭게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구현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음향 기준선에 맞추려고 노력해도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금전적, 시간적 한계인 경우도 있겠지만 극장의 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어떤 노력을 해도 만들 수 없는 상황도 있습니다. 음향의 소리 크기나 프리퀀시 혹은 음색 조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음악의 크기가 있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특성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음향은 가장 큰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는데요. 음향은 창작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를 다시 만들어가는 작업이란 점입니다. 공연이 없으면 음향도 존재하지 않게 되죠. 2차 창작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존재 자체부터 한계성을 갖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펙트를 만들 때 만큼은 1차 창작의 입장이 됩니다. 공연의 정서를 표현하는데 이펙트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극중 배우의 감정과 공간에서 어떻게 구현될지를 고민하면서 만들어가는 거죠. 배우가 고뇌하는 느낌을 예로 들 경우 배우가 홀로 고뇌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장면에서 사운드가 입혀지면서 심상적인 표현을 입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권지휘 음향 디자이너의 경우 이런 이펙트에 쓰이는 소스를 70% 정도는 직접 만든다고 합니다. 천둥소리, 빗소리 등은 직접 녹음하기도 하고요. <올드위키드송> 전반에 깔리는 빗소리의 경우 직접 녹음한 것이라고 하네요. 


공연 영상 제공|네오 프로덕션

 



음향의 한계②  
음향 디자이너에게 또다른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요? 제한된 제작비와 음향에 대한 인식이라고 합니다. 제작비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할 때 큰 장벽일 수밖에 없는데요. 메인 장비만으로도 제작비 조율에서 어려움이 발생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공연장에 설치되어 있는 장비 안에서 활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고 합니다. 

권 디자이너의 경우 (특히 중·소극장에서) 서라운드 스피커가 잘 쓰이지 않을 당시 작품의 성격상 꼭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어 사비로 우선 구매해 써보고 차이를 느낀다면 재공연 때부터는 제작비에 포함해달라고 설득했다고 하네요. 결과는? 물론 그 차이를 제작사에서도 느꼈고 같이 작업했던 곳에서는 가능하다면 그런 환경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까지 시도했던 것은 음향 디자이너로서의 욕심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메인 아닌) 추가 효과를 위한 스피커는 최상이지 않더라도 그 공연장에 맞는 적절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단순히 음향장비나 렌탈비가 비싸다는 편견도 깨고 싶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음향 디자인의 상상력을 현실화시켜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금씩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뜻도 담겼던 거죠. 

지금은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스피커를 다는 위치 만으로도 부딪힐 때가 많았다고 합니다. 단지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일 때도 있고요. 그래서 스피커를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배치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무대 제작 후 수정해야 하는 경우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전에 무대 디자이너와 최대한 협의를 거칩니다.

스피커 위치는 음향을 디자인하는데 중요하지만 2차 창작의 입장이기 때문에 후순위로 밀리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국내 공연 여건 상 프리 프로덕션 기간이 길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1차 창작인 무대 디자인만으로도 일정이 촉박할 때가 많습니다. 무대 최종 디자인이 나와야 스피커의 위치도 최종적으로 확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의도대로 배치하지 못하는 때도 생긴다고 하네요. 

최근 많은 뮤지컬 전용 극장들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음향적으로 최고의 시설을 갖춘 극장이 많아진 거죠. 하지만 정작 객석 제일 뒤에서 현장 음향을 책임지는 음향 오퍼레이터가 작업을 위해 섰을 때 2층 발코니에 가려 무대가 반밖에 보이지 않는 곳도 있다고 하네요. 최고의 건축 전문가들이 극장 설계부터 참여하고 모니터링을 받지만 추후 수정은 곧 건축비 상승을 의미하기에 변경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출발 단계부터 공연 실무 창작자들과 머리를 맞댄다면 뮤지컬에 더 최적화된 극장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행인 것은 인식이 좋아져가고 있다고 합니다. 사전에 협의가 된다면 충분히 요구 사항을 반영하는 것을 선호하고, 그렇게 되었을 때 결과도 좋게 나온다고 하네요. 뮤지컬은 모든 창작진과 배우, 스태프들의 협업의 산물이니까요. 물론 개선할 부분이 아직 많습니다. 음향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분명 아닐 것입니다.

협업에서 기억해야 할 명제는 어디서나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공감과 소통”


다음주 공개될 3편에서는 VIP석은 음향도 좋은지, 마이크는 어떻게 쓰는지, 음향 디자이너와 오퍼레이터는 어떻게 다른지, 해외 라이선스 공연 음향의 차이 등 키워드를 통해 음향과 관련된 소소한 궁금증들을 풀어봅니다.  


디자이너의 작업실|권지휘 음향디자이너…①작업실 편 보기


#'더뮤: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https://www.themusical.co.kr/Pick/Detail?enc_num=p%2BAsjHP2I3iqpiC4stcrig%3D%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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