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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SPECIAL] <지킬 앤 하이드> 10주년 -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인터뷰 [No.134]

글 |송준호 사진 |김호근 장소협찬 | 카페 AID(02-3443-7117) 2014-12-09 6,727
초심, 새로운 10년을 다지는 힘 

2004년 <지킬 앤 하이드>의 대성공은 이후 오디뮤지컬컴퍼니의 방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그만큼 지난 10년간 신춘수 대표에게 이 작품은 자랑스러운  자식이자 언젠가 넘어서야 할 거대한 벽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지킬 앤 하이드>는 단순한 프로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인터뷰를 하던 날은  마침 신 대표가 이번 공연 캐스트들과 상견례를 하던 날이었다. 
그는 10년이라는 세월을 넘어 자신의 앞에 있는 초연 멤버 류정한과 조승우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자신과 오디뮤지컬컴퍼니의 10년이 결정되던 그 당시를  그는 어떻게 기억할까.  



생명을  바쳐  완성한 작품



본지가 ‘2005년의 인물’로 선정했던 기록이 있다(70호). 당시의 기록에는 ‘지킬 앤 하이드’라는 영광과 함께 ‘심장판막증’과 ‘뇌경색’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들도 보인다. 그렇게 치열한 삶의 흔적들을 돌이켜보면 이번 10주년을 맞는 감회가 더 새로울 것 같다.


정말 치열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당시 너무 아팠던 상황이었지만 그냥 견뎠다. 한창 <지킬 앤 하이드> 리허설을 하고 있을 때 수술을 받으러 갔다. 그 전부터 심장은 이미 안 좋았는데 몸을 혹사하면서 더 악화된 거다. 체중은 55kg까지 떨어졌고 삐쩍 말라서 눈만 살아 있었다. 심장판막 수술을 마친 후 쉬어야 하는데 다른 작품들에 신경 쓰다가 뇌경색까지 왔다. 하지만 그런 절실한 마음이 스태프들에게 전달됐을 테고, 그렇게 모두의 절박함을 담아 탄생한 작품이 <지킬 앤 하이드>였다. 

더 완벽한 작품을 만들고 싶고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고 늘 말해왔다. 그때의 혹사도 그런 개인적인 욕심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겠다.


당시 대표적인 프로듀서들, 즉 설도윤, 박명성, 윤호진 대표 등과 비교하면 나는 신세대였고 새로운 프로덕션을 막 시작한 참이었다. 그분들을 능가하고 싶은 개인적인 욕망과 야심이 엄청났을 때였고, 그분들과는 다른 길로 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런 성격은 지금도 비슷하지만 이제는 그걸 ‘목표’라고 표현한다. 젊었을 때야 ‘꿈’이나 ‘야망’이었지만 좀 더 성숙해진 지금은 ‘목표’가 정확한 것 같다. 이번 공연의 목표는 이 작품을 처음 만들었을 때의 순수한 열정을 갖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당시 <지킬 앤 하이드>는 흥행이나 인지도 면에서 안전한 작품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공연을 감행했던 건 어떤 확신 때문이었나. 흥행성보다는 작품성에 비중을 둔 결정이었나.


배우를 보는 눈과 작품에 대한 감성이 예민한 편이다. 가령 <헤드윅>은 그 당시에 번역도 다 해놓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검토했었는데, 그런 소재에 이미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지킬 앤 하이드>의 경우는 오히려 대중성이 높다고 본 작품이었다. 물론 어두운 소재를 두고 우려도 많았고 뮤지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소재가 정말 매력적이고 한국 관객에게 어필할 있는 요소가 있어서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 정서에 맞추기 위해서 대본 윤색도 굉장히 많이 했다. 그런 과감한 해석이 지금도 작품에 잘 묻어있다. 

물론 작품 자체에 자신이 있었겠지만, 그걸 뒷받침하는 마케팅 전략도 있었을 것이다.


당시 <미녀와 야수>라는 큰 작품이 한창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우리는 뭘로 승부를 하나’ 하고 생각하다 일단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지금으로 얘기하면 뮤지컬 마니아다. 지금은 분명히 존재하는 집단이지만 당시에는 아니었다. 또 하나는 스타 캐스팅은 아니지만 호감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거였다. 사실 이 작품은 공연하기 전에는 설명이 불가능하겠다 싶어서 그냥 공연 자체로 승부한 측면이 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SNS가 발달한 시절도 아니었는데, 용감하게도 입소문으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웃음) 무엇보다도 초연이 끝이 아니라는 장기적인 전략이 있었다. 지금도 오디에 10년짜리 공연이 많듯이 <지킬 앤 하이드>도 공연을 거듭하면서 인지도를 높여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됐지만. 

바로 그 성공은 당시엔 좋은 일이었지만 이후에는 부담이 됐을 것 같다. 하나의 모범 사례가 생겼고, 그 이후 모든 작품들은 그것을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으니까.


그래서 <지킬 앤 하이드> 다음에 <크레이지 포 유>로 혼신의 힘을 다하다 그해 겨울에 쓰러졌던 거다. 그다음 <맨 오브 라만차>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킬 앤 하이드> 때 이렇게 했으니까 그걸 넘어서면 분명히 되겠다’는 생각을 한 거다.  

그런 다양한 사연과 각고의 노력 끝에 드디어 첫 공연을 올렸으니, 막이 오르던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첫 공연을 마치던 순간도.


공연 전 런스루를 하는데 나뿐만 아니라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전율을 느꼈던 적이 있다. 그때 이거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그런데 공연장(코엑스 오디토리움)은 환경이 너무 안 좋았다. 게다가 라이브 연주도 아니었다. 그런 악조건을 이기고 모든 관객들을 놀래킨 주역이 첫날 첫 공연의 지킬이었던 류정한이다. 지금은 웬만큼 좋은 공연을 보여주면 팬들이 으레 기립을 하지만 그때까지 국내에서 기립박수가 나오는 일은 드물었다. 그런데 그날 공연이 끝나자 사람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거다.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일어나는 그런 모양이 아니라, 정말 깜짝 놀라서 일어나는 모습이었다. 사실 그런 반응에 대해서 스태프들은 어쩔 줄 몰랐다. 나도 공연장에 갈 때마다 매번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조승우가 지금의 영향력을 갖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스타 이전의 ‘배우 조승우’에게서 어떤 점을 보았나.


그때 이 친구 공연을 봤는데 정말 매력적이었다. 의도와 의도하지 않은 연기 사이를 오가며 관객을 매료시키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지킬 앤 하이드>의 극 중 캐릭터를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어렸지만, 나름대로 ‘젊고 잘생긴 의사’라고 확대 해석을 한 거다. 사실 이 친구가 보여줄 캐릭터는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다. 나이는 어려도 깊이가 느껴졌는데 그걸 연습 첫날부터 조금의 어긋남이 없이 해내더라. 작품을 해석하는 능력과 노력 둘 다 엄청난 배우였다. 아마 이 작품 하면서 캐릭터 연구를 한 분량은 어마어마할 거다. 



섬세한  업그레이드로  진화하는 작품



이후 매 시즌마다 주로 어떤 부분에서 작품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나.


처음에는 잘해야겠다는 압박감 때문에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하려고 했는데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그만큼 첫 번째 버전으로 사랑받았던 게 강렬했었다. 하지만 매번 그걸 엎고 싶은 마음이 커서, 새로운 노래를 섞고 캐릭터도 강화시켰다. 특히 피지컬에서는 눈에는 안 띄겠지만 많은 노력을 했다. 가장 큰 업그레이드는 역시 좋은 배우를 쓰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사실 그동안 ‘10주년 때는 정말 다 엎을까’도 고민했는데, 최종 결론은 항상 ‘그동안의 독창성은 유지하면서 좀 더 섬세한 작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오늘도 “(10주년이니까) 뭐라도 하죠”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뭔가 본격적으로 변화를 주면 다 바꿔야 하니까 대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섬세한 노력들을 계속할 생각이다. 

10년간 여러 번의 재공연을 통해 수많은 스타들이 탄생했다. 돌이켜봤을 때 기대 이상의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을 꼽는다면.


우선 홍광호와 김우형이 떠오른다. 김우형은 군대를 제대하고 오디션을 봤는데 막 제대한 상태였는데도 재능이 보이는 거다. 우선 언더스터디를 시켜봤는데 성실함의 대명사답게 열심히 해서 제몫을 다했고 인상적인 성장 속도를 보여줬다. 홍광호는 <스위니 토드>를 통해 알게 돼서 봤는데 사실 체구도 아담하고 외모가 특출난 것도 아닌데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있었다. 노래 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이 둘이 파격적인 캐스팅이었다면, 양준모는 좀 더 보고 싶었던 지킬이다. 여자 캐릭터로는 김선영의 루시가 생각난다. 처음에는 이런 공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본인이 기어이 극복해냈다. 소냐, 김소현, 조정은은 그때나 지금이나 정말 잘하고, 선민과 이지혜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들이다. 이번 공연에 캐스팅됐다고 얘기하는 거 아니다. (웃음) 

스타의 산실 역할을 많이 한 작품이다. 캐스팅할 때 신예들의 무엇을 주로 눈여겨 보았나.


물론 기본 실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배우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 즉 성장 가능성이나 매력들도 중요하다. ‘여백’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예전엔 1차 오디션에 무조건 다 참석했는데, 외국 스태프들과 의견이 엇갈릴 때가 많았다. 그들은 지금 이 작품에 맞는, 최고의 실력을 보여준 사람을 선택한다. 물론 그게 합리적인 선택인데, 나는 항상 그 너머를 보면서 매력을 발산할 것 같은 배우들을 뽑는다. 오디션에 합격시키고 싶은 배우가 있으면 마음을 정한다. 해외 스태프들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연습시켜서 다시 보라고 밀어붙인다. 가령 초연 때 류정한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내가 강력 추천했다. 그리고 결국 그 친구가 실력을 스스로 입증했다. 이번에는 박은태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기대하고 있다. 

박은태의 새로운 지킬은 이번 공연에서 많은 기대를 받는 부분이다.


박은태는 준비된 배우고 굉장히 섬세하기도 하다. 첫 리딩 날부터 준비를 너무 잘해와서 걱정이 되더라. 페이스가 너무 좋으면 나중에 지치니까 오버페이스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특히 이번에는 지킬의 상징적인 두 배우와 함께 연기하니 부담이 갈 법도 하다. 그래서 캐스팅할 때도 마지막에 설득하면서 ‘너만의 지킬이 나올 수 있다. 난 믿는다. 너 자신만 믿으면 된다’고 얘기했다. 예전에는 어두운 면이 좀 약해보였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프랑켄슈타인> 하면서 또 다른 면도 체득이 된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친구는 정말 섬세해서 그만의 지킬과 하이드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10주년을 맞은 만큼 요즘은 지난 시간을 회고하는 시간이 많을 것 같다. 이 작품을 통해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킬 앤 하이드>는 내가 대표적인 프로듀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설도윤이나 박명성 대표 다음 세대의 대표 프로듀서가 됐고, 상도 많이 받으면서 언더그라운드에서 명실공히 제도권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을 통해 공연이 공동작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내가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밖에 없었다. 이 작품으로 배우와 스태프의 조화에 대해 처음 인식하게 됐다. 그 사이에서 화학작용이 일어나야 작품도 잘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고, 프로듀서의 역할도 깨달은 바가 있다. 그래서 10년 동안 책임감이 강해졌다. 관객들은 특별한 돈과 시간을 써가면서 공연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만족감을 줘야 한다. 사실 그것 때문에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웃음) 그런 책임감마저 즐겨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잘 안 된다. 

지난 10년간의 키워드가 ‘꿈’이나 ‘열정’, ‘성공’이라면, 다가올 10년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간지러운 얘기지만 이제 ‘사람’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일의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사람인 것 같다. 결국은 뮤지컬도 사람들에게 평화와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지 않는가. 나는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살았지만 그 대신 잃어버린 게 너무 많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를 하면서 느낀 게 일 외에도 소중한 것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실행에 못 옮기고 있다. 지금까지는 좋은 프로듀서가 되고 싶었다면 앞으로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까지는 욕심도 많고 남보다 나를 더 생각하지만 결국엔 그렇게 바뀔 것 같다. 이러다 철들고 인생 끝나는 거 아닌가? (웃음)

10주년이 지나면 또 다른 <지킬 앤 하이드> 10년이 펼쳐질 것이다.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남길 바라는지.


돌이켜보니 10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하고, 앞으로는 관객뿐만 아니라 배우들과 스태프들도 함께하고 싶은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관객들이 많이 봐주는 문제가 아니라, 이 작품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거다. 그래서 스태프와 배우, 관객 모두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품을 또 한번 만들고 싶은 마음도 여전히 가지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4호 2014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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