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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TAFF] 작곡가 박정아, 록의 분출을 느껴라! [No.114]

글 |나윤정 사진 |심주호 2013-03-13 4,936

홍대 록 클럽 드바이를 배경으로 한 <트레이스 유>, 뱀파이어가 된 천재 물리학자의 이야기 <마마, 돈 크라이>, 전혀 다른 색깔의 두 록 뮤지컬에서 특별한 공통점이 발견된다. 바로 이들 음악의 중심에 박정아 작곡가가 있다는 것! 연이어 색다른 록 뮤지컬 두 편을 무대에 올리는 박정아 작곡가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트레이스 유>와 <마마, 돈 크라이>, 박정아 작곡가의 작품 두 편이 연이어 무대에 오르네요. 둘 다 록 뮤지컬이라는 공통점이 눈에 띄는데요.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희준 작가님에게 문득 이런 문자를 보낸 적이 있어요. 중세시대 드라큘라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다크하면서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을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요. 그때 작가님이 화들짝 놀라시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마침 그런 작품을 쓰고 계시던 중이었던 거예요. 그리고 몇 달 뒤 <마마, 돈 크라이>의 대본을 받게 되었죠. 굉장히 신나게 작업하면서, 록 뮤지컬의 맛을 느낄 수 있었죠. <트레이스 유>의 경우는 ‘음악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자고 윤혜선 작가와 의기투합한 작품이에요. 음악적으로 어떻게 풀까 고민하다가 밴드를 하는 인물의 이야기니깐 록으로 포커스를 맞추게 됐죠.


평소 록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있었나요?

제 전공이 클래식이긴 하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돌이켜 보니 록에 심취했던 기간이 꽤 길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음악을 다양하게 들었거든요. 그 당시 여학생들이 많이 듣지 않았던 헤비메탈이나 프로그레시브 록까지 찾아 들었어요. 특히 데프 레퍼드, 핑크 플로이드, 신해철을 좋아했고요. 말로 정확히 표현할 수 없지만 음악을 듣는 순간 그 밴드나 보컬이 지닌 독특한 매력이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록을 좋아했죠.


작곡가로서 느끼는 록 뮤지컬의 매력을 꼽는다면?

분출이요! 일단 속이 뻥 뚫려요. 무언가 표출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심장이 뛰어요. 아마 관객들도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요? 음악은 의지하거나 위안받기 위해 듣는 경우가 많잖아요. 특정한 기분을 느낄 때 내가 원하는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치유와 보상을 받죠. 그런 면에서 록 뮤지컬이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것 같아요.


록 뮤지컬을 창작 할 때 가장 먼저 염두에 두는 부분이 있다면요?

록은 멜로디가 흘러가는 방향이나 느낌이 가요와는 달라요. 너바나 음악을 들으면 굉장히 에너지가 넘치고, 중독성이 강하잖아요. 기타의 역할도 매우 크고요. 이런 느낌의 음악이 나올 수 있도록 록 뮤지컬은 초반 작업할 때부터 머릿속에서 구상하고 가는 부분이 많아요.


<트레이스 유>와 <마마, 돈 크라이>의 악기 구성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마마, 돈 크라이>는 기본적으로 록에서 출발하지만, 흡혈귀 이야기라는 특성 때문에 하드코어적인 요소를 더 많이 연구했어요. 일반적인 4인조 밴드 구성이지만, 건반의 역할이 큰 편이었죠. 이번 재공연에서는 음악적 색깔이 조금 변하게 돼요. 그래서 일부 넘버에서는 MR도 같이 쓸 예정이에요. 밴드 사운드가 기타로 무궁무진하게 바뀔 수 있거든요. 한정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들을 MR로 보완하려고 해요. <트레이스 유>의 경우 설정 자체가 록 클럽이니깐 전형적으로 일렉 기타 두 대, 베이스, 드럼, 키보드로 이루어져요. 그리고 세 개의 넘버에서 MR을 사용해 밴드 사운드를 보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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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뮤지컬인 만큼 음악이 차지하는 부분이 매우 커요. 무엇보다 극 구성에서 음악적인 강약 조절이 돋보여요.

 두 작품 다 음악이 또 하나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작곡가로서 작업하는 맛이 있었어요. 한편으론 음악적인 부분이 너무 많아 시작이 어렵기도 했고요. 일단 소극장 무대에서 두 시간가량 공연을 끌고 나갈 때, 음악이 방해가 되거나 지루함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곡을 쓰면서 강약 조절에 굉장히 신경을 썼어요. 첫 넘버부터 마지막 넘버까지 계속 다른 조성을 사용하려고 노력했죠. 공연이라는 건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장르라고 생각하거든요. 


밴드 사운드가 전하는 비트감 또한 무대에 열기를 더하는 중요한 요소예요.

제 음악이 좀 세죠? 제가 지닌 음악적 성향이 강한 거 같아요. 학교 다닐 때도 음악적 에너지가 강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지금도 그런 면이 많아요. 대체로 에너지가 바로 분출되는 음악들은 빨리 작업하는 편이에요. 그 에너지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거든요.


등장인물의 내면적인 갈등이 두드러지는데, 이런 부분들은 음악적으로 어떻게 풀어냈나요?

작품들이 좀 어렵죠. 그래서 곡을 쓸 때 계산 아닌 계산을 많이 하게 돼요. <트레이스 유>, <마마, 돈 크라이> 둘 다 드라마의 호흡이 많은 작품이거든요. 한 호흡을 놓치면 그다음 드라마를 따라가기가 힘들어요. 그런 만큼 음악이 드라마를 끊으면 안 되잖아요. 극의 호흡을 최대한 돕기 위해 곡을 스케치할 때부터 많은 계산을 했어요. 제가 작업하는 걸 보고 윤혜선 작가가 수학 문제 푸는 것 같다고 할 정도였어요. 화성이나 구성 등 음악적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은 계산을 했죠.


작품의 특성상, 창작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던 넘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마마, 돈 크라이>의 경우 ‘해프 맨 해프 몬스터’와 ‘달의 사생아’가 힘들었죠. 가사가 정말 세거든요. 일반적인 노래 선율은 안 될 것 같았어요. 어떻게 하면 뭔가 이상하게 들리면서도 특유의 에너지를 전할 수 있을지 고민했죠. 몇 날 며칠을 고민해도 안 풀리다가 극도의 상황까지 갔을 때 비로소 완성할 수 있었어요. <트레이스 유>의 경우 <마마, 돈 크라이>에서 보여준 색깔이 나오면 안 될 것 같아 어려움을 겪었죠. 더욱이 여러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음악적인 색깔을 빨리 결정할 수가 없었죠. 특히 어려웠던 넘버는 ‘나를 부숴봐’였어요. 반복적인 가사가 많았는데, 음악적으로는 계속 반복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 넘버 하나로 주인공의 멋있는 면을 다 보여줘야 할 것 같은 부담도 있었고요.


<트레이스 유>의 ‘트레이스 유’, <마마, 돈 크라이>의 ‘파르테논’, 오프닝 넘버들이 인상적이에요. 첫 곡을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대본을 받으면 일단 속독을 해요. 한 번 읽고 느낌으로 정리 한 후, 다시 읽으면서 만만치 않을 넘버들을 가려내죠. 첫 넘버 역시 신경이 많이 가는 넘버 중 하나였어요. 시작과 동시에 작품 색깔을 다 보여줘야 했으니까요. <트레이스 유>의 ‘트레이스 유’는 이게 정말 <트레이스 유>라는 걸 보여줘야 하니 중독성이 있어야 할 것 같았어요. 록에서 멜로디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패턴들을 의도적으로 사용했죠. 어둡긴 하지만 에너지가 있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음악이 어떻게 보면 어둡고 또 어떻게 보면 어둡지 않게 느껴질 거예요. <마마, 돈 크라이>의 오프닝에서는 프로페서V가 자신이 뱀파이어가 될 거란 사실을 모르고 있어요. 그래서 첫 넘버 ‘파르테논’은 공연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요.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주는 정도의 느낌을 담아냈죠.


초연과 비교했을 때 이번 작품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요?

<트레이스 유>는 클럽의 분위기를 극대화하기 위해 극의 초반에 노래 한 곡이 추가됐어요. ‘나를 부숴봐’에 버금가는 어려운 가사의 넘버 ‘크레이지 나이트’죠. 그리고 작품 전체적으로 좀 더 기타가 이끌고 가는 록 밴드의 면모를 느낄 수 있게 편곡했어요. <마마, 돈 크라이>는 드라큘라 백작이 초연에 비해 많이 부각돼요. 드라큘라 백작과 프로페서V의 관계가 더 표면적으로 드러나죠.


두 작품 모두 중독성 있는 음악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죠. 중독성을 이끌어내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요?

노래는 가사가 붙는 멜로디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항상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죠. 가요 같은 경우 사람들에게 기억되느냐 되지 않느냐에 따라 승패가 금방 갈리잖아요. 뮤지컬 넘버도 그런 식의 접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고민을 많이 해요. 그래서인지 작품이 발표되고 나면 제 음악이 중독성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사실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거든요. 그리고 중독성 있는 음악들의 공통점을 찾기는 어려워요. 전 매 작품마다 전혀 다른 음악을 선보이려고 고민하거든요. 다양한 음악에 흥미를 느껴온 사람이기 때문에 계속 변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창작 계획이 궁금합니다.

전 뮤지컬이 재미있는 이유가 모든 음악 장르를 다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아직 호기심이 많고, 여러 가지 음악적인 색깔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작품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작업할 때 전적으로 작가가 표현하려고 하는 라인을 많이 살리려고 노력해요. 그래야 음악이 가사와 붙어서 잘 전달되고 좋게 들리거든요. 이런 점을 최대한 살려서 가사와의 호흡이 정말 잘 나온 음악을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4호 2013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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