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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LOSE UP] <마당을 나온 암탉> 아동극의 경계를 넘다 [No.138]

글 | 안세영 사진제공 | 극단 민들레 2015-04-05 6,718


소설로 시작해 연극,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이번엔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2002년부터 마임극, 오브제극 등 다양한 형태로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작해 온 극단 민들레는 
올해 처음으로 뮤지컬 버전을 선보이며 아동뿐 아니라 성인이 봐도 유치하지 않은 극을 목표로 했다. 
그 목표가 한눈에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의상과 포스터다. 동물 탈을 예상한 관객들을 멋지게 배신하는 의상과 
역시 동물 그림이라곤 코빼기도 안 비치는 포스터는 현대적인 감각과 동시에 한국적인 멋까지 갖췄다. 
디자이너의 설명을 통해 <마당을 나온 암탉>의 의상과 포스터를 디테일하게 들여다봤다.

“아동극에서 흔히 쓰이는 인형 탈 대신  일상적인 의상에 살짝 포인트를 줌으로써  동물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배우가 동물의 움직임을 신체로 표현하기 때문에,  그 동작을 가리지 않고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의상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전반적으로 현대적인 디자인이지만  색감을 통해 한국적인 느낌도 가져갔다.”

의상디자이너 조현정



 오프닝                                   

첫 장면에서 외투를 입은 채 바쁘게 등장한  사람들은 곧 외투를 벗으면서 동물로 변신한다. 
마당의 동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  사실은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이야기임을 말하는 장면이다. 
송인현 연출은 마당극 시작 전의 ‘길놀이’와 같은  역할로 이 장면을 구성했다. 

역시 도시 안에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관객들은 첫 장면을 통해  극 속으로 초대되는 셈이다. 



 잎싹 & 암탉들                          

잎싹은 빈약한 폐계(廢鷄)의 느낌을 주는 망사로  된 원피스를 입는다. 

가슴에는 잎싹이 닮고 싶어 한 잎사귀 모양의 장식을, 머리에는 벼슬을 상징하는 붉은 장식을 달았다. 

그 외의 양계장 암탉들의  의상도 볼품없는 모습을 살려 디자인됐다. 
이들은 머리 장식 대신 여성들이 세수할 때 쓰는  붉은 헤어밴드를 맨다. 

양계장 장면에서는  남자 배우들도 모두 암탉을 연기하기 때문에,  여성스런 느낌을 주는 헤어밴드가 재미를 더한다.



 수탉                             

마당에 사는 수탉과 암탉은  으스대고 꾸미기 좋아하는 캐릭터다. 때문에 다른 닭들과 달리 장식적이고  화려한 색상의 의상을 입는다. 
특히 다양한 깃털 색을 자랑하는  수탉의 의상은 여러 색깔의  레이스 조각을 잘라 붙여 더 과장되게  표현했다.



 오리                                 

암탉들이 입고 있는 조끼를 뒤집어 엉덩이  쪽으로 내리면 그대로 오리 의상이 된다. 
엉덩이에 동그랗게 볼륨감이 생기면서  말 그대로 ‘오리 궁둥이’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앞가슴에 달린 털 장식은  움직일 때마다 살랑거리면서 오리의 귀엽고 재미난 캐릭터를 한층 살려준다. 
헤어밴드에도 조그만 챙을 달아 오리의  부리를 형상화했다. 



                                  

연출의 표현에 따르면 ‘비루 먹은 개’로, 늙고 너덜너덜한 느낌을 살렸다. 
비 맞고 아무 데나 구르며 뭉친 털의 느낌을 내기 위해  굵은 털실과 니트를 사용했다.
움직임이 많고 땀을 많이 흘리는 공연이라 대부분의 의상은 시원한 소재로 만들었는데, 
이 옷은 가장 무겁고 더운 소재라서 배우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럼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입고 열심히 공연해 준 그에게 박수를.




 족제비                                

애꾸눈 족제비는 주로 조명이 어두울 때 날쌔게 왔다 갔다 하는데,  그 느낌이 마치 닌자와 같다. 
그래서 닌자처럼 날렵하게 달라붙는 검은 가죽 의상을 입고  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초록 머리 & 나그네 & 청둥오리들탉                      

청둥오리는 마당의 동물들과 달리 먼 곳에서 온  느낌을 주고자 했다. 

그래서 이들은 재킷을 변형한,  보다 양식화된 의상을 입고, 양팔에는 날개를 표현하는 천을 달고 있다. 

앙상블들은 역할이 바뀔 때마다  상의를 갈아입는데 하의는 기본적으로 종아리 쪽이  타이트하게 붙으면서 허벅지 쪽은 풍성하게 부푼  새 다리 라인으로 디자인돼 있다. 

초록 머리는 이름처럼  초록색이 강조된 의상을 입는다. 

다른 청둥오리들의  의상에는 이 같은 초록색을 사용하지 않고 푸른색,  보라색 계열로 통일해 초록 머리만 차별화돼 보이도록 했다.
나그네는 무리 생활을 하지 않고 방랑하는 캐릭터인 만큼  낡은 느낌을 주는 다운된 색의 원단을 사용했다. 
부러진 오른쪽 날개도 다른 청둥오리들과 다르게 천이 찢어진  것처럼 표현했다. 

눈에 띄진 않지만 나그네와 초록 머리의 바지에는  같은 푸른색이 가미돼 부자(父子) 사이의 연관성을 드러내고 있다.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진 국내 작품인 만큼  한글과 한국적인 색상의 아름다움을 통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에 따른 적합한 서체 선택과 포스터를 구성하는 각 요소들의 효과적인 밸런스에 대해 고민했다.”

그래픽디자이너  조중현



 타이틀                                  

‘마당’을 상징하는 사각형에서 ‘암탉’이라는  글자만 밖으로 나와 제목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사용된 서체는  붓글씨를 연상시키는 예스러운 한글 서체  ‘바람체’. 최근 국립극단 포스터에도  종종 쓰이는 인기 서체다.

 무지개                                  

용감하게 고난을 헤쳐 나가는 잎싹처럼 희망찬 느낌을 주기 위해 바탕은 무지갯빛으로  디자인했다. 

포스터의 상하는 눈밭을 연상시키는 하얀색으로 남겨놓았다. 

초록 머리’가 겨울을 맞아 찾아온 청둥오리 떼에 합류하여 마침내 잎싹의 품을 떠나게 되는 마지막 장면을  암시하는 것이다. 

포스터의 전체적인 색감은  적(赤), 황(黃), 녹(綠), 청(靑), 백(白), 흑(黑)의 전통적인 색상에 기반한다.

 아카시아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아카시아. 
원작 동화에서 ‘잎싹’은 꽃을 피운 뒤 떨어지는 이 아카시아 나무의 잎을 보고 자신의 이름을 짓는다. 
‘잎사귀란 뜻을 가진 이름보다 더 좋은 이름은  세상에 또 없을 거라고 믿었다. 

바람과 햇빛을 한껏  받아들이고, 떨어진 뒤에는 썩어서 거름이 되는 잎사귀,  그래서 결국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게 잎사귀니까.’ 
하지만 포스터를 가로지르는 아카시아의  날카로운 가시는 잎싹이 마당 밖에서 겪게 될 고난을  예고하고 있다. 

디자이너가 직접 그린  화사한 아카시아 그림이 사각 마당에 의해 가려지자  기획 팀은 못내 아쉬워했다고.

 문구                                  

‘소망, 꿈이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것이 날개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 날고 싶다는  소망은 이루어졌다’라는 문구는 원작과 대본에서 발췌한  것이다. 

꿈을 이루느냐 못 이루느냐에 상관없이 꿈을  꾸는 일 자체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작품임을 강조했다.



 포스터 시안                        

처음 나왔던 포스터 시안.  타이틀이 점점 밖으로 나오는 것처럼 표현했는데,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아깝게 탈락했다. 
오색 빛깔의 형체는 청둥오리를 상징하는 것.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8호 2015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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