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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인터뷰] <카멜리아 레이디> 강수진·마레인 라데마케르 [No.105]

글 |김영주 사진제공 |슈투트가르트발레단 2012-06-18 4,852

마지막 동백꽃과 함께 건넨 편지

 

<카멜리아 레이디>는 화려한 절정기를 이미 지났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코르티잔 마르그리트가 이제 막 인생의 첫 장을 연 귀족 청년 아르망과 사랑에 빠져 비극적인 종말을 향해 걸어 들어간다는 내용의 소설을 노이마이어가 발레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강수진의 무용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작품을 꼽을 때 <로미오와 줄리엣>, <오네긴>과 함께 빠지지 않는 이 작품이 2002년 초연 이후 10년 만에 다시 국내 무대에 오른다. ‘강수진의 마지막 전막 내한 공연’이라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인사말과 함께. 여러모로 의미 있는 공연을 앞둔 강수진과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최고의 파트너십을 보여 온 마레인 라데마케르의 이야기도 함께 들어보았다.

 

 

<카멜리아 레이디>라는 작품과 관련된 첫 기억은 무엇입니까?
강수진
  처음부터 이 작품이 너무 좋았습니다. 소설과 발레, 모두 다 좋았어요. 로맨틱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작품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울었답니다.

라데마케르  내가 처음 슈투트가르트 발레단과 함께 한국에 왔을 때도 <카멜리아 레이디>를 공연했습니다. 그때 나는 군무수였고 수진은 마르그리트로 아르망 역의 로버트 튜즐리와 함께 무대에 섰죠. 3막의 마지막 신 중 마르그리트가 극장에서 아르망을 본다고 착각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아르망이 아니고 단지 그를 닮은 사람이죠. 그때 저는 그 작은 역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주역인 아르망 역으로 수진과 함께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저에게 매우 특별합니다! 저는 이 사실에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카멜리아 레이디>가 뒤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처럼, 발레로 만들어져서 춤출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다른 장르의 작품이 있습니까?

강수진  저도 발레로 재탄생된 아름답고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원작이 있는 작품에 출연해 왔습니다. 그 작품들이 발레의 형태와 잘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자체로 좋은 작품이고, 발레로 잘 표현될 만하다면 어느 작품이든 좋을 것 같습니다.

라데마케르  <안네의 일기(Anne Frank: The Diary of a Young Girl)>가 발레로 만들어진다면 매우 좋은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무엇보다 전쟁과 죽음으로부터 숨어 있어야 하는 어린 소녀의 감정을 보여주어야 하니까요. 이런 점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특성상 공연 실황 영상물이 별로 없는데요, 그 점을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평소 발레 영상물을 즐겨 보는지(본다면 누구의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출연작 중에 영상물로 남겼으면 하는 작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강수진  어릴 때 누레예프와 폰테인의 비디오를 본 적이 있어요. 물론 영상물로 남기고 싶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인 존 노이마이어 안무 <카멜리아 레이디>를 남길 수 있다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라데마케르  나는 발레 영상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특히 영상으로 만들어지면 안무가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어 좋습니다. 파드되를 보고 싶거나 영감이 필요할 때에는 유투브에서 찾기도 합니다. 하지만 극장에서 실제로 보면서 느껴야 하는 것이 발레입니다. 영상은 이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댄서들의 울림은 영상에서보다 무대에서 백만 배는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발레 외의 다른 예술 분야 중에 특별히 좋아하거나 흥미로웠던 것이 있나요?

라데마케르  모든 예술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죠. 나는 예술 그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사람들이 예술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나에게는 그런 것들이 큰 영감을 주거든요. 영화, 사진, 조각품, 음악 등등의 것들이요. 나는 사회 속에서 예술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매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산 삭감은 이런 것들을 유지하기 어렵게 하죠.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카멜리아 레이디>는 가장 아름다운 드라마 발레 중 하나입니다. 클래식 발레나 컨템퍼러리와 드라마 발레는 댄서 입장에서 어떻게 다른가요?

강수진  준비 과정이 다릅니다. 드라마 발레를 준비할 때는 그 역할에 대한 책을 읽고 저의 역할을 제 방식대로 만들도록 노력합니다. 드라마틱한 작품을 할 때에는 저의 모든 동작들에 의미나 제 역할이 담겨져 있도록 준비를 합니다.

 

발레리나로서 살아온 지난 삶을 10년씩 나누어 되짚어 본다면?

강수진  10대에는 제가 하고 있는 발레를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20대는 무조건 열심히 했습니다. 30대는 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역할이나 춤을 추었습니다. 40대인 지금은 저 스스로도 무대에서 즐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고 있는 작품의 역할에 대해 훨씬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공연예술 중에서도 연주나 성악이나 연기가 아니라 발레를 직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발레 댄서만의 기쁨은 무엇인가요?

라데마케르  표현을 위한 방법이 오직 ‘움직임’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 예술 형식의 가장 특별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대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예를 들어,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스테이지 위로 높이 뛰어 오르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느낌이에요. 다른 어떤 예술로도 이런 표현은 없을 거예요.

 

강수진 씨와 <카멜리아 레이디>를 처음 공연한 후에 수석 무용수로 승급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좋은 결과를 얻기까지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라데마케르  <카멜리아 레이디>의 파트너십은 매우매우 어렵고 부담이 큽니다. 그리고 그때 저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표현력이 약했습니다. 나는 매우 열심히 연습해야 했는데 강수진은 그런 저를 엄청나게 도와주었습니다! 그녀는 나를 굉장한 인내심으로 진심으로 도와주었고 우리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 멋진 시간이었죠. 아마 내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나는 캐릭터와 가까워지는 것, 원작 소설, 안무가의 비전에 매우 신경을 씁니다. 그래서 원작을 읽으며 작품 속의 캐릭터를 천천히 만들어 나갔습니다. 책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이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느끼려 했습니다. 나는 종종 무용가들이 충분한 리서치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좋은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정보를 얻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르망이라는 역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경험이 있다면? 직접적인 경험과 간접 경험 어느 쪽이든 좋습니다.

라데마케르  아르망은 로맨틱하고 감정적이고 충동적입니다. 저도 때때로 그런 측면을 가지고 있죠. 모두들 그런 것처럼. 과거가 있고 사랑했던 적이 있고, 울었던 적이 있으니까요. 이런 감정들이 아르망을 연기하는 데 활용됩니다.

 

 

한국 발레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

강수진  일반적으로 한국 발레(아시아 발레)와 비교하면, 슈투트가르트 발레뿐만 아니라 유럽, 러시아 그리고 나아가서 미국 발레는 그들이 수세기 동안 연습하고 행하여온 그들의 예술이자 전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발레 영역에 대한 많은 지식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저는 25년 넘게 무용을 하고, 최고의 안무가와 함께 일하면서 축적된 지식과 나의 경험들, 그리고 전 세계적인 교류를 한국 발레에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오직 지식만으로는 부족하죠. 이것은 정부의 보호 그리고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의 스폰서십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작품을 함께 공연한 파트너 마레인 라데마케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강수진  먼저 그는 너무 따뜻하고 멋진 사람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놀라우리만큼 안정적이고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용수로서 그의 테크닉은 굉장히 훌륭하고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이해가 남다릅니다. 그래서 그의 춤은 더욱 특별합니다. 우리는 눈빛만으로도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만큼 특별합니다.

 

인터넷에서 트위터로 팬들과 소통하는 21세기의 젊은이 마레인 라데마케르와 19세기 청년 아르망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라데마케르  삶과 사랑과 죽음을  안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 아닐까요. 이 이야기는 시대를 불문하고 어우러집니다. 어떤 시대에도 다 어울리죠. 마르그리트의 폐결핵이 지금은 에이즈로 대체될 수는 있겠네요. 19세기에 가슴 아픈 사랑의 감정은 지금도 동일하죠.

 

당신은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자주 공연을 한 해외 발레 스타일 것입니다. 방한 횟수가 늘어나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그리고 국내 발레단의 공연에 게스트 아티스트로 참여를 한다거나, 또 다른 방식으로 한국 무대에서 볼 가능성도 있을까요?

라데마케르  한 가지 바뀐 점이 있다면 제가 한국에 대해서 이전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겁니다. 계속해서 오고 싶어요. 한국의 관객들이 발레와 강수진을 사랑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요.
다른 발레단의 게스트로서 무대에 서고 싶어요. 함부르크 발레나 취리히 발레단의 게스트 아티스트, 그리고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의 상주 게스트로서 춤을 출 때마다 새로운 자극과 영향으로 제 삶과 예술적 영역에 도움을 받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은퇴한 댄서 중 누군가와 함께 춤출 수 있다면 원하는 파트너가 있나요?

라데마케르  아마 다른 사람들도 이분을 꼽을 것 같습니다. 한번도 그의 무대를 보지 못했고, 물론 무대에 함께 서보지도 못했지만 저는 루돌프 누레예프와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해서 많은 것을 들었지만, 한번도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깝네요.

 

 

무용수란 어떤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강수진  무용수는 항상 훈련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 쏟아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발레를 시작할 때 구체적으로 꿈꾼 것이 있는지, 그중 실제로 이뤄진 것들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라데마케르  사실 전 아무것도 꿈꾸지 않았습니다. 저는 ‘<분홍신>을 보고 발레를 꿈꿨어요’ 하는 식의 특별한 계기를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저는 축구와 테니스를 하는 것도, 그리고 발레도 즐겼습니다. 그리고 발레를 가장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계속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처음으로 무언가를 꿈꾸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슈투트가르트 극장의 백스테이지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봤을 때입니다. 그때 처음으로 ‘이 공연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더 많은 것들도 이루었습니다. 저는 그저 모든 것이 때가 되면 이루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른 직업과 비교하면 무용수는 이른 나이에 무대에서 내려올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은퇴 이후에 대해 생각한 것들이 있으세요?

강수진  저는 은퇴에 대해 걱정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은 은퇴를 생각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저도 은퇴를 하겠지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은퇴를 해서도 예술과 함께하는 삶을 살 거라 확신하고 있어요. (무대 밖에서 인생의 목표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한국 관객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새로운 작품이 있나요?

강수진  캐릭터가 강렬하고, 제가 한국 관객에게 선보인 적 없는 작품, <마타하리>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5호 2012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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