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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Survey] 다양한 방향에서 불고 있는 뮤지컬화 바람 [NO.98]

정리 | 김유리 2011-12-12 3,556

2011년 하반기에는 <늑대의 유혹>, <궁>, <바람의 나라>, <셜록홈즈>, <겨울연가> 등 소설, 만화, 영화 등의 원작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 유독 눈에 띄었다. 원작이 다른 장르로 각색, 변형되는 것은 충성도 있는 관객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이는 장르의 특성에 맞춰 성공적으로 변형을 했을 때의 이야기다. 만화, 드라마, 영화, 소설 등의 원작이 뮤지컬로 만들어진 작품들에 대해 독자들의 생각을 알아보았다.  

 

설문 대상 | <더뮤지컬> 독자
설문 방법 | <더뮤지컬> 블로그(blog.naver.com/themusical4u)에 덧글 작성
※ Survey 코너에서는 매달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뮤지컬 관련 설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설문에 참여하고 싶거나 주제를 제안하고 싶은 독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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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 선물 당첨자 | 네이버 블로그 닉네임 단이, 천민, 사케스틱 (공연관람권 2매)

 

 

 

 

 

1. 드라마, 도서, 영화 등의 원작을 토대로 하여 뮤지컬로 만들어졌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람의 나라(만화 원작) 14.3%
내 마음의 풍금(영화 원작) 11.7%
금발이 너무해(영화 원작), 셜록홈즈(소설 원작) 9.1%
지킬 앤 하이드(소설 원작) 7.8%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소설 원작) 5.2%

 

<더뮤지컬>의 독자들이 이 질문의 답변으로 다수의 영화와 소설 원작의 작품을 언급한 가운데, 가장 기억의 남는 작품으로 꼽은 것은 김진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바람의 나라>(2006)였다. 1992년부터 2008년까지 총 16년 동안 연재되었던 원작 만화는 고구려 3대 국왕인 대무신왕 무휼의 삶과 고독을 치밀하게 그려낸 대서사극이었다. 뮤지컬은 전통적인 기승전결 구조를 탈피하여 이미지와 영상을 위주로 한 11개의 독립적인 장면으로 극을 이끌어 나가 원작과 다른 작품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원작의 느낌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면서도 뮤지컬적인 미덕도 놓치지 않았다.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지점은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그 뒤를 이은 작품은 <내 마음의 풍금>이다. 하근찬의 단편 소설 『여제자』와 1999년 개봉했던 이병헌과 전도연 주연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첫사랑에 눈 뜨는 열여섯 살의 소녀 홍연이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갓 부임한 강동수 선생의 성장통을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무대화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한편, 영화의 통통 튀는 핑크빛 발랄함을 잘 살린 라이선스 작품 <금발이 너무해>와 함께 공동 3위에 오른 <셜록홈즈>는 독자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만 소설에서 추출해 이를 토대로 새로이 창작을 한 경우다. 탄탄한 스토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음악, 이를 아우르는 연출로 추리물의 미덕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2. 원작이 있는 경우, 뮤지컬로 만들어졌을 때 어떤 점을 가장 기대하게 되나?
드라마가 어떤 음악으로 구현될 것인지 29%
원작 캐릭터가 무대에서 가지게 되는 입체적 느낌 25.8%
긴(혹은 다양한 에피소드의) 원작의 내용을 압축시킨 드라마적 구성 25.8%
시공간적 배경을 시각화한 무대나 조명 연출 16.1%
기타 3.2%

 

흥행 드라마나 영화, 소설이 뮤지컬로 만들어진다고 할 때, 그 원작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기대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독자들은 비교적 고른 선호도를 보였다. 짧게는 몇 장의 단편일 수 있지만 길게는 수십 권에 달하는 만화와 소설, 그리고 짧게는 2부작, 일반적으로는 16부작, 길게는 60부작에 달하는 드라마의 경우처럼 기나긴 스토리를 한정된 시간 안에 음악과 함께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궁금하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또한, 뮤지컬의 특성상 ‘음악’이 중요하지만, 스토리가 부실하고 매력적이지 않다면 배우가 연기를 잘 하고 노래가 좋고, 의상과 무대가 멋져도 다시 찾긴 힘들 것 같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3. 최근 몇 년간 ‘원작의 뮤지컬화’가 다양하게 이루어졌는데,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공통적으로 무엇이었나?

허술한 드라마 구성 61.3%

공간 구현의 한계 19.4%
원작 캐릭터의 매력 상실 9.7%

드라마와 음악의 부조화 9.7%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게 마련이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원작에서 좋아했던 지점이 다른 장르로 변형되었을 때 충분히 표현되지 않았거나, 변형된 장르만의 장점을 느끼지 못한다면 ‘굳이 왜 변형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더뮤지컬>의 독자들은 최근 몇 년간 원작을 토대로 만들어진 뮤지컬들에 대해 공통적으로 ‘허술한 드라마 구성’이 아쉽다고 느끼고 있었다. 2번 질문의 답변과 함께 생각해본다면, 다양한 요소를 기대하지만 드라마의 구성적인 측면이 작품을 평가하는 결정적인 요인임을 다시 한 번 부연한 셈이다. 사실 원작을 알고 있는 관객에겐 들고 난 부분이 더욱 잘 보이게 마련이고, 이로 인한 실망과 아쉬움은 뮤지컬뿐 아니라 모든 2차 저작물의 운명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한 독자는 ‘원작과 변형 간의 영원한 딜레마’라 표현했다.  

 


 

 

 

4. 다음은 공연화를 앞두고 있는 드라마, 영화 원작의 작품들이다. 이중 가장 기대되는 작품은?

번지점프를 하다 46.7%
미남이시네요 16.7%
막돼먹은 영애씨 16.7%
파리의 연인 14.3%
그 외 : 셜록홈즈와 잭 더 리퍼 6.5%

 

46.7%의 독자가 <번지점프를 하다>에 가장 큰 기대감을 표했다. 2000년 개봉한 원작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와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표현이 어떤 스토리와 음악과 어우러질지 내년 여름으로 예정된 뮤지컬 버전을 기대하는 독자가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뒤이어 CJ E&M의 오피스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와 신시컴퍼니의 <미남이시네요>가 같은 수의 표를 얻었다. 시즌 9까지 방송되며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막돼먹은 영애씨>는 이제는 본인의 이름보다 ‘영애’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배우 김현숙이 드라마에 이어 뮤지컬에도 출연한다는 점, 스토리 면에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된 작품이라는 점으로 주목을 받았다. 2012년 여름에 개막 예정인 꽃미남 밴드 A.N.JELL의 이야기 <미남이시네요>(제작 신시컴퍼니)는 밴드 이야기라는 설정 상 극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상황이 스토리와 자연스럽게 맞물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발랄하고 부담 없는 스토리에 드라마에서 장근석과 박신혜가 보여줬던 주인공들의 개성이 무대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오디뮤지컬컴퍼니의 <파리의 연인> 역시 원작의 흥행 요소였던 명대사와 명장면, 캐릭터의 매력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5. 평소 드라마, 영화, 도서 중 뮤지컬로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한 작품이 있나? 
1위 소설『뿌리 깊은 나무』
2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더뮤지컬> 독자들이 추천한 작품들은 장르상으로는 소설이, 내용상으로는 사극이 많았다. 이 중 가장 많은 수의 추천을 받은 작품은 세종과 한글창제에 얽힌 팩션(faction)으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원작인 이정명 작가의 『뿌리 깊은 나무』다. 동명의 드라마와 연극 <누가 왕의 학사들을 죽였나>로 만들어질 만큼 매력적인 이 작품에서 관객은 한글 창제의 과정과 집현전 학사들의 살인사건이라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다양한 볼거리가 많은 점을 들어 뮤지컬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또한, 지난해 성균관을 무대로 꽃미남 유생 4인방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도 많은 독자들의 추천을 얻었다. 작가 정은궐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원작이지만 이번 설문의 답변에서는 2차 제작물인 드라마가 더욱 주목을 받았다. 4인방 캐릭터의 매력과 더불어 그들의 우정과 사랑, 정치적인 이야기까지 부담스럽지 않게 잘  녹아있어 충분히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 외에 사극, 시대극으로는 소설 원작이지만 드라마가 추천된 <무사 백동수>와 드라마 <경성스캔들>과 <공주의 남자>가 뮤지컬의 원작으로 추천되었다. 사극 다음으로 강세를 보였던 작품은 판타지성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는 설정으로 현빈 신드롬을 만든 <시크릿 가든>과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말단 여직원인 주인공이 상사인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면서 인생과 사랑에 성숙해져 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여인의 향기>를 꼽았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8호 2011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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