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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지방 투어 공연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 [NO.98]

글 |배경희 2011-12-12 4,221

과거에 지방 투어 공연은 연말이나 시즌을 노린 특수 장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요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5개 광역시는 물론이거니와 제주도까지 전국 투어에 나서고 또 소극장 규모의 공연까지 지방 투어 공연에 나서는 등 투어 공연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관객들은 지방 투어 공연에 대해서 어떤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까?

 

 

 

 

Q. 지방 투어에 대해서 가장 궁금한 건 이거예요. 2~3일 공연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나요? 괜한 오지랖일지 모르지만, 대형 뮤지컬은 척 봐도 드는 비용이 많아 보여서요. 인건비, 이동비, 숙박비…. 그래도 수익이 나서 하는 거겠죠?
이 질문은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하는 것도 아닌데 서울 공연과 티켓 가격이 비슷한 이유가 뭔가요?”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겠네요. 이유는 간단해요. 적은 횟수의 공연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하므로 제작비를 절감이 필요한 거죠. 중소극장 공연이 지방에서는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사례가 많은 것도 같은 이유고요. 지역 사회는 아직 두터운 관객층이 형성되지 않아서 장기 공연은 어려운 실정이지만, 서울 공연과 비슷한 수준의 금액으로 티켓 값을 책정하면 짧은 공연 기간에도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라 할 수 있어요. 물론 흥행에 성공하면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을 테죠.

 

 

Q.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가 아닌 녹음 반주로 공연하는 건 단순히 제작비 문제 때문인가요? 녹음 반주를 제작하는 비용도 만만찮을 거 같은데요?
물론 제작비 절감이 큰 이유긴 하죠. 그런데 꼭 제작비 문제만은 아니에요. 20~30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의 스케줄 조정 문제도 있는 데다, 해당 극장 특색에 맞게 매번 악기를 세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또 오케스트라 피트가 없는 공연장도 있는데 어느 지역은 라이브 연주로 공연하고, 어느 지역은 녹음 반주로 공연할 수는 없잖아요. 그럴 바에야 아예 녹음 반주로 통일하는 거죠. 녹음 반주를 제작하려면 별도의 제작비가 발생하는 건 사실이지만 한번 녹음하고 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점도 있고요. 오케스트라 규모를 축소하고, 라이브 연주에 녹음 반주를 섞어서 쓰는 절충 방안도 있답니다.

 

 

Q. 지방 투어에 나서는 도시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나요?
이 문제는 지방 공연의 성사 과정에 대해 알고 나면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지방 공연이 계약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예요. 사실 명확히 구분 지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편의를 위해서 나눠볼게요. 첫 번째로는 제작사가 지방 기획사에 공연권을 판매하는 경우예요. 따라서 투어 도시 선정에 다른 기준이 있다기보다 제안이 들어오는 곳 중에서 실제 공연이 가능한 곳에서 투어가 이뤄지는 거죠. 이때 제작사는 기획사에 공연을 하나의 완제품 형태로 판매해요. 배우 캐스팅까지 셋업 된 상태로요. 제작비에 중간 이윤을 더한 가격에 판매하는 거니, 제작사는 공연 흥행 성적에 따른 타격은 없어요. 허나 작품의 이미지도 중요한 법이니 잘 안되면 좋을 리 없겠지요.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관 단위의 문화재단이나 지역의 극장, 기업체에서 주관하는 경우도 있어요. 어떤 지역하면 떠오르는 기업들 있죠? 울산하면 울산 중공업, 목표하면 현대 자동차 같은 기업체들이요.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기보다 지연 사회 발전을 위한 거라고 보면 되겠네요. 두 번째는 제작사와 지방 기획사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경우가 있죠.

 

 

Q. 지방 공연을 위한 연습은 따로 하나요? 리허설은요?
서울 공연 종료 후 지방 투어에 나서는 경우가 일반적이잖아요. 따라서 지방 공연을 위해서 오랜 기간 동안 따로 연습하진 않아요. 서울에서는 라이브 반주에 맞춰 공연했으니 녹음 반주에 맞춰 보기 위해 연습이 진행될 때도 있긴 하지만요. 물론 각 극장마다 환경이 다르니 무대 리허설은 해보죠. 무대가 달라지면 동선에도 변화가 생기니까요. 보통 공연 하루 전 날 해당 지역에 도착해서 테크 리허설을 진행해 봐요. 이를 위해서 배우들뿐 아니라 연출가와 안무가 등 크리에이티브 스태프도 함께 가고요. 

 

 

 

 

Q.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공연이었음에도 지방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를 봤어요. 이건 누구의 탓이죠?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공연이 취소되는 건 보통 이런 경우예요. 티켓 예매율이 저조해서 기획사에서 공연을 취소하는 경우, 개막 전까지 개런티 지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제작사가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 메인 캐스트의 출연 불발로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 앞선 두 가지는 그래도 수긍이 가는데, 세 번째 사례는 좀 의아할 테죠? 지방 시장의 경우 공연 마니아보다는 일반 관객이 대다수라서 누가 출연하느냐에 민감한 편이거든요. 지방 공연이 계약되는 시점에서 제작사는 메인 배우들의 스케줄 조율에 들어가지만, 급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기획사에서 ‘이 배우 아니면 안 된다’고 하면 공연이 취소되는 거죠.

 

 

Q. 모든 극장이 규격화 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무대 크기가 달라지는 건 어떻게 대처하나요? 그리고 그 큰 무대 세트는 어떻게 운반해요?
먼저 공연장은 지방 기획사가 결정하는 사항이라는 걸 밝혀두고 싶네요. 공연을 유치하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오면 제작사에서는 공연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공연장 사전 답사를 갑니다. 레플리카 프로덕션의 라이선스 공연인 경우에는 작품 퀄리티 유지를 위해 외국인 스태프가 동행하기도 하죠. 극장 환경 검토 후 공연 진행에 기술적인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계약이 이뤄지는 거예요. 무대 세트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맘마미아>처럼 투어용 무대 세트를 따로 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그래서 20개 지역의 전국 투어가 가능했던 거죠), 대부분은 서울 공연 무대 세트를 그대로 사용해요. 극장 규모가 비슷한 때에는 세트를 그대로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죠. 그런데 중소극장 공연이 대극장에서 공연될 때가 있잖아요. 그때는 검은 천을 사용해 무대를 줄인다든가 하는 식으로 진행해요. 무대 세트는 운송 수단은 뭐냐고요? 특별할 거 있겠어요. 화물 트럭에 싣고 달리는 거죠. <지킬 앤 하이드>는 세트, 대도구, 의상, 소품 등 기본 장비만 싣는데도 11톤 트럭이 다섯 대나 필요했다고 하네요.

 

 

Q. 지방 공연에서 머천다이즈를 판매하지 않는 건 왜 그런 걸까요? 오늘 본 공연을 기념하고 싶은데 기념품을 안 팔면 그게 그렇게 서운하더라고요.
머천다이즈 판매에 대해서는 제작사와 지방 기획사의 입장이 각각 다를 거예요. 제작사야 부가 수익에 대한 욕심이 있을 테지만, 기획사에서는 수요가 많지 않으니 머천다이즈 판매가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죠. 왜냐하면 제작사로부터 머천다이즈를 구입해 관객에게 판매하는 방식인데, 판매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재고만 쌓이는 거잖아요. 그래도 요즘엔 기본 아이템인 프로그램북과 공연 OST 정도는 판매하는 추세예요. OST는 기존 상품을, 프로그램북은 지방 기획사에서 자체 제작해서 판매해요. 아무래도 세부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 제작사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획사가 제작하는 거죠. 물론 제작사에 판매분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고요.

 

 

 

 

Q. 간혹 공연 중 지방 관객을 위한 이벤트를 해주기도 한다면서요? 어떤 이벤트인지 궁금해요.
이벤트라고 해서 대단한 걸 기대하진 마세요. 공연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하는 간단한 이벤트니까요. 이를테면 대사 애드리브 같은 거요. 예를 들어볼게요. <몬테크리스>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대사 중에는 “자네 같이 잘생긴 친구가 이곳엔 어쩐 일인가?”라는 말이 있어요. 그걸 “자네 같이 잘생긴 친구가 계명아트센터에는 어쩐 일인가?”로 바꿔 말하는 거예요. 아니면 그 지역 사회가 공유하는 특수 문화에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김종욱 찾기>에서 남자 주인공이 아는 형에게 한턱 쏘겠다고 말하는 장면, 기억하세요? 대구 공연에서 공연 중이라면 그 대사를 “형, 제가 곱창 쏠게요!” 하는 식으로 바꾸는 거죠. 사소하긴 해도 관객 반응은 아주 뜨겁답니다. 참, 이건 배우 엄기준 씨와 조강현 씨의 사연이에요. 

 

 

Q. 배우로서 지방 공연만의 장점과 단점이 있나요?
몇 개 도시를 제외하고는 공연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해서 관객분들에게도 새롭고 설레는 문화생활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공연이 좋닸다면 관객들에게 더 인상깊게 기억되고 서울까지 찾아와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더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많이 즐거워하시면 배우들에게 또한 행복인거죠.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여행하는 느낌도 들어서 좋아합니다. 단점은 공연장 시설 문제가 가장 크죠. 배우들은 극장 컨디션에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좀 걸리거든요. 지방에서의 장기 공연이라면 문제없지만 대부분 공연 기간이 짧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적응하기 힘들어요. 서울의 좋은 시스템과 컨디션을 가진 극장에서 공연하다가 지방에 가면 당혹스러울 때가 있어요. 자칭 지방 공연 전문 배우 김우형 씨의 답변이었습니다.

 

 

Q. 배우들이 묵는 숙소는 어떻게 정하나요? 방 배정은 누가 해요?
숙소는 제작사에서 일괄적으로 예약합니다. 배우는 극장에서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더라도 시설이 편리한 곳으로, 스태프는 무조건 극장에서 가까운 곳에 투숙하죠. 언제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니까요. 이런 것까지 알려드릴 필요가 있나 싶지만, 메인 배우나 소위 말하는 선생님급 배우는 1인 1실, 앙상블은 2인 1실 투숙이 기본 원칙이고요. 룸메이트는 어떤 방식으로 정하느냐고요? 거기가 사관학교 기숙사도 아니고 따로 짝을 정해줄 필요가 있나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사용하면 되는 거죠. 안 그래요?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8호 2011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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