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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기획-2] 올해의 결산 번외편 [No.99]

글 |이민선 2012-01-02 3,818

웃자고 시작했으니 죽자고 덤벼들진 말아주세요. 2011년 뮤지컬계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올해의 꼼수 <미션>            
엄청난 제작비를 투자받은 후에 망할 게 뻔한 작품을 만들어서 말아먹으면 투자자들에게 나눠줄 수익금이 없으니 제작비는 고스란히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한 <프로듀서스>의 주인공에게 빙의됐던 것일까. <미션>의 프로듀서는 제작 초반에 원작 영화의 작곡가인 엔니오 모리꼬네가 참여한다, 심지어 사라 브라이트만이 출연해 ‘넬라 판타지아’를 부를 거라는 기대감까지 심어주었다. 이 정도면 대박이라고 혹한 투자자들로부터 야금야금 제작비를 챙겨서, 한 번의 개막 연기 후에 모습을 드러낸 <미션>은 120억 원짜리 대작이었다. 그 많은 돈이 대체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없는 초포스트모던한 작품에 혹평이 쏟아져 유례없는 리콜 사태를 낳기도 했는데, 이후에 프로듀서가 제작비 횡령으로 구속 기소되면서 어느 정도 궁금증이 가셨다. 그는 제작 발표회에서 “향후 10년의 저작권 판권까지 내다본 프로젝트로, 사실상 전 공연이 매진돼도 한국 공연에선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역시 그는 알고 있었다. 무수익이 고수익이라는 걸.

 

올해의 스타 캐스팅 학전 20주년 기념 공연           
아이돌 스타도 한류 스타도 없는데 티켓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매진 소식이 전해졌다. 물론 소극장 공연이고 어떤 배우가 안 나오는 날은 구석의 몇 좌석이 남긴 했으나, 극단의 집안 잔치치곤 세간의 관심이 엄청났다. 김민기 대표가 이끄는 극단 학전이라는 곳이 한국 공연계, 아니 문화계에서 독보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걸 아는 손님들은 기꺼이 티켓 전쟁을 치르고도 이 잔치에 숟가락 하나 얹고 싶었던 것. 대표 레퍼토리인 <지하철 1호선>과 <의형제>를 비롯한 종합 공연 세트를 위해 집 떠난 자식들이 장성하여 돌아왔다. 그 시절엔 이렇게 유명해질 줄 몰랐던 조승우와 방은진, 황정민, 장현성이 그 시절 그 모습으로 돌아왔고, 미처 출연하지 못한 김윤석과 설경구는 티켓을 나눠주고 따뜻한 커피 한잔을 권하며 관객 응대에 나섰다. 이 많은 스타들의 개런티는 얼마였나요? 김민기 선생님 말씀, “차비만 줬지, 회당 3만 원.” 3만 원 받은 조승우는 그걸로 뭘 했을까? 오랜만에 고추장 떡볶이 실컷 먹었을라나.

 

올해의 카멜레온 신춘수              
꿈과 욕심이 있다고 해서 뭐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니, 이분은 다 하신 것 같기도 하다.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춘수 대표가 연출가로 투잡 선언을 한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 그가 ‘내 인생의 이야기’라고 생각한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를 연출하다가 문득 이걸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간질인 덕에, 그 가려움 해소차 정말 영화까지 만들어버렸다. 이 말이 여기서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서울예대 영화과 출신이란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제작기에 픽션이 가미되면서, 머리는 다큐멘터리이고 꼬리는 드라마인 영화가 탄생했다. 그 덕에 그는 영화감독인 동시에 연출가 역의 배우로 커리어 하나를 더 늘렸다. 연기로 관객들 손 꽤나 오그라들게 만들었다는데, 다음엔 좀 더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새로운 영화를 만드실지도. 크랭크인할 때 알려주세요!

 

올해의 동명이작 투란도트와 더뮤지컬                 
이 두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땐 마지막 음절까지 정확히 발음해주자. <투란도>인지 <투란도트>인지 헷갈리고선 잘못 이야기했다간, 한 작품에 대한 혹평이 물귀신 작전으로 두 작품 다 욕되게 하는 수가 있다. 이름 탓에 같이 망할까봐 걱정스러운 게 또 있다. 우리 잡지랑 이름이 같은 뮤지컬 시상식은 올해에 큰 구설수에 올랐고, 또 같은 제목의 드라마는 아주 죽 쑤고 있단다. 드라마의 등장 이후로 ‘더뮤지컬’을 검색하면 스크롤바를 한참 내려야 우리 잡지의 존재를 볼 수 있게 됐다. 에잇. 하지만 그나마 같은 이름을 쓰는 것 중에 우리는 ‘차악’인 셈인가.

 

올해의 그리움 안현정 작가             
지난 8월 4일, 공연계를 안타깝게 한 소식이 들려왔다. 젊고 유능한 작가 안현정이 병마와 싸우다 서른네 해 삶의 흔적만을 우리 곁에 남겨두고 떠난 것이다. 1999년에 희곡 『어둠아기 빛아기』가 옥랑희곡상에 당선하면서 데뷔했고, 서른여 편의 극본과 동화를 남겼다. 차범석 희곡상과 대한민국 콘텐츠 공모전 장려상, 문화예술진흥원장상 등 수상작도 다수였으나 그녀의 집필작 수에 비하면 무대화되지 못한 것들이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가 무대에서 만났던 <달콤한 안녕>, <크리스마스 캐롤> 등이 그녀의 손끝에서 나왔으며, 얼마 전에 개막한 <막돼먹은 영애씨> 또한 병상에서도 고민한 작품이었으나 결국 개막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 더욱 안타깝다. 그를 그리워하는 지인들이 고 안현정 작가의 추모 작품집을 준비 중이다.

 

올해의 별별컬 포엠컬               
다른 장르의 원작으로 뮤지컬을 만드는 게 새로울 일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조어 조급증 덕에 원재료에 따른 용어가 하나씩 생겨났다. 무비컬은 이제 입에 짝짝 붙었고, 드라마컬과 노블컬은 아직은 혀가 제 위치를 못 찾을 때도 있지만 친해지려고 하는 중이다. 올해는 여기에 포엠컬이 더해졌다. 원태연의 시를 소재로 한 <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생각을 해>에 붙은 부제인 것. 음, 포엠컬이란 말은 처음 듣는데 생각해보니 시에서 영감을 얻은 뮤지컬은 옛날 옛적에도 나왔다. <캣츠>! 아, <캣츠>가 30년 만에 정체성을 찾은 순간을 기뻐해야 하나 부끄러워해야 하나. 암튼 이다음으로 작명 욕구를 자극하는 소재는 뭐가 되려나? 게임컬, 포토컬, 뉴스컬? 뭐든 컬자 돌림은 영 거시기허다.

 

올해의 다이어트 <스트릿 라이프>             
DJ DOC의 노래를 부르면서 정도영 안무가가 짠 춤을 추는 것은 숀 리가 지정해준 식단과 운동법을 따르는 것보다 다이어트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영등포와 대학로의 실험실에서 밝혀졌다. 칼로리 제한 없이 먹되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무도 물을 주지 않아도 봐주지 않아도 외로워도 슬퍼도 힘이 들어도, 리듬과 플로우 속의 소울’을 느끼는 것이 이 다이어트의 성공 비법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정원영, 이재민, 강홍석을 비롯한 <스트릿 라이프> 배우 여러분들, 관객들은 슬림한 몸보다 흘렸을 땀을 더 사랑스러워했을 겁니다.

 

올해의 쌍둥이 <삼총사>                 
배수를 뜻하는 영단어를 공부해보자. 2와 3에 해당하는 단어는 잘 알고 있을 듯. 실생활에서 더블 데이트, 트리플 악셀 등으로 써먹고 있는 그거 맞다. 넷은 조금 아리송하다면 <모차르트!>를 떠올려보자. 한 배역에 네 명의 캐스팅을 뭐라고…? 정답! 쿼드러플. 여기까지 온 김에 다섯도 알아야지. 왜냐고? 다섯 명이 한 배역에 캐스팅된 작품도 나왔으니까. <삼총사>에 출연한 다섯 명의 달타냥 덕에, 뮤지컬 좀 보려면 퀸터플이라는 단어도 좀 내뱉을 줄 알아야 할 듯. 그나저나 주 10회 공연을 다섯이 나눠 맡으니 사이좋게 주 2회씩 무대에 서겠다. 앗, 밤낮으로 2회 공연하는 날이 많으니 일주일에 한 번만 극장에 가는 셈인데, 달타냥들~ 까먹지 말고 꼭 출근하세요.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9호 2011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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