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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ast vs Cast] 3인 3색의 헤드윅 [No.118]

글 |나윤정 사진제공 |쇼노트 2013-08-01 4,022

<헤드윅>의 헤드윅 3인 3색 매력 대결

 

동베를린에서 건너온 트랜스젠더 록 가수 헤드윅은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외롭고 쓸쓸한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 두꺼운 화장과 요란한 겉모습 아래 펼쳐지는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에는 가슴을 울리는 묘한 힘이 담겨져 있다. <헤드윅>은 사실상 극의 대부분을 헤드윅이 혼자 이끌어 나가는 만큼, 누가 헤드윅을 연기하느냐에 따라 무대의 색깔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각기 다른 배우가 전하는 헤드윅의 개성을 비교해보는 것은 <헤드윅>을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다. 

 

 

 

 

자유로운 헤드윅 조승우  

“헤드윅은 바로 당신이다. 전혀 전형적이지 않은 한 인물의 이야기에 어느새 공감하고 있는 당신들의 모습 말이다. 작품의 메시지는 모두 관객들의 몫으로 돌리는 프리스타일 공연을 하려고 한다. 일부러 무언가를 외우려고 하지 않았다. 물론 본질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건 늘 유념하고 있다. 뮤지컬이란 장르를 떠나서 헤드윅이란 사람이 펼치는 쇼. 그 쇼 안에 담긴 그의 이야기에 중점을 뒀다.”

 

                         

프리스타일의 공연을 선언한 만큼 조승우의 헤드윅은 자유롭다. 공연 내내 그의 말과 행동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그 순간의 느낌과 분위기에 따라 자유로이 무대를 누비기 때문이다. 그의 공연 러닝타임이 다른 헤드윅에 비해 몇 십분 긴 것 또한 그의 자유로움을 방증해준다. 그만큼 할 말도 많고, 보여줄 것도 많은 헤드윅인 것이다.


조승우의 헤드윅은 자신의 과거사를 읊조리듯 허심탄회하게 말하면서도 이야기에 확실한 강약을 준다.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다가도, 토미에게 모든 것을 다 줬다는 말을 할 땐 허스키하게 속삭이는 것처럼 말이다. 토미를 묘사할 때도 그는 헤드윅과의 목소리 변화를 크게 주어 이야기를 좀 더 차지고 리듬감 있게 전해준다. 그 덕분에 헤드윅의 희로애락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는 객석과의 호흡도 중요시한다. 관객들에게 더 많은 대화를 건네고, 관객의 눈을 보고 싶다며 계속 조명을 켜달라는 요구하기도 한다. 자신의 질문에 대답이 없는 관객에게 “앞자리에 앉았으면서 그런 용기도 없냐”는 너스레도 떤다. 객석의 분위기에 따라 즉각즉각 순발력을 발휘하며 재치 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점이 돋보인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헤드윅이란 캐릭터보다 조승우란 배우가 더 크게 보일 때도 있다. 배우 자체의 존재감이 큰 만큼, 그에 따른 완급 조절이 더해지면 좋을 것 같다.

 

그럼에도 노래할 때만큼은 눈빛까지 완연한 헤드윅으로 변신한다. 강렬한 조명 아래 서서 ‘앵그리 인치’를 부를 때는 응축된 헤드윅의 분노에서 신성함마저 느껴진다. 그 신성함은 토마토 신에서 또 한 번 발산되는데, 심장 위에서부터 시작해 몸 전체로 토마토를 으깨는 순간의 담담함과 정적이 헤드윅의 지난 고통들을 찬찬히 곱씹게 해준다. 그 힘은 이후 토미의 ‘Wicked Little Town’과 헤드윅의 ‘Midnight Radio’로 전파되어 캐릭터의 진정성을 부여해준다.

 

 

 

 

애수 어린 헤드윅 송창의 
“헤드윅이란 인물을 조금 더 따뜻하게 표현하고 싶다. 헤드윅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모두가 내면의 아픔들을 따뜻하게 껴안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헤드윅은 우는 것보다 웃는 걸 택한 인물이다. 헤드윅이 슬픔을 뒤로하고 그 웃음에 다가가기까지의 과정, 나아가 그의 풀리지 않는 외로움을 전하는 데 신경을 썼다.”

 

               
송창의는 2005년, 2009년에 이어 세 번째로 <헤드윅>을 공연하는 만큼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그는 세 헤드윅 중 신체의 움직임을 가장 많이 활용한다. 헤드윅의 슬픔을 온몸으로 절규하는 것이다. 오프닝 곡 ‘Tear Me Down’에서부터 그는 강렬한 음악에 유연한 몸놀림을 담아낸다. 어깨와 허리 그리고 엉덩이로 이어지는 신체 라인에 리듬감을 부여해 굉장히 여성스러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데, 또 그 안에는 록 정신이 느껴지는 절도가 담겨 있어 헤드윅이란 인물의 여성스러움과 강인함을 동시에 전한다.

 

다양한 손짓을 보여주는 것 또한 송창의의 강점이다. 마이크를 잡고 있는 요염한 손짓은 물론이고, 노래 가사 하나하나에 맞추어 세심하게 손 연기를 펼친다. 그 덕분에 ‘The Origin Of Love’의 시적이고 상징적인 가사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와 닿는다. ‘타오르는 불꽃 벼락 되어 내리치며’란 가사를 형상화하기 위해 하늘 위로 손을 쭉 뻗은 후 팔을 끊임없이 비틀어 내리는 식의 연기를 한다. ‘Wig In A Box’에서도 까딱이는 손짓과 동시에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움직이며 끈적한 아픔들을 온 몸으로 표현해준다.

 

특히 토마토 신에서 헤드윅의 절규가 정점을 이루는데, 송창의는 온몸이 부서질 듯한 몸부림으로 광기를 표출한다. 진짜가 되기 위해 감내해야 했던 모든 고통과 슬픔들이 그를 에워싸고 있는 듯하다. 그 이전에 빨간 미니 드레스를 선보이며 농후한 섹시미를 드러낸 까닭에 토미의 ‘Wicked Little Town’으로 전환될 때의 시각적인 충격이 더욱 드라마틱하다.

 

 


 

순수한 헤드윅 손승원 
“헤드윅을 처음 연기하는 것이니 대본에 충실하려고 노력 중이다. 깊고 진한 연륜이 묻어 나와야 하는 역할이지만,
반대로 아직 내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이 점을 잘 살릴 수 있는 매력을 찾으려고 한다.”

 

                               
국내 최연소 헤드윅으로 발탁돼 눈길을 모은 손승원. 그의 헤드윅에는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담겨있다. 그는 투정 어리고 들떠 있는 듯한 말투와 개구쟁이 같은 행동으로 헤드윅의 일대기를 나열해간다. 관객들 앞에서 공연하게 된 즐거움을 발산하거나, 타블로이드 신문의 일면을 장식했다며 수줍어하는 모습에는 줄곧 소녀의 감성이 묻어난다. 고양이처럼 무대 위를 기어다니고, 루 리드의 노래를 부르며 털기 춤을 추는 그의 몸짓에서는 푼수 어린 귀여움도 엿보인다.

 

그는 세 명의 헤드윅 중 유일하게 이츠학을 무서워한다. 이츠학의 강렬한 눈빛에 “무서워”라고 말하며 급 작아지는 모습이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킨다. 그간 겪은 수많은 아픔들이 헤드윅을 강인하게 만들었을 법도 한데, 그런 모습은 다소 약해 보인다. 달리 보면, 아직 세상에 설익은 듯한 순진무구함이 느껴져 헤드윅이란 인물에 대해 미리 세워놓았던 장벽을 무너뜨린다. 그래서 마치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친구처럼 캐릭터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 특유의 발랄함은 극에 색다른 재미를 더해주는 손승원만의 차별화된 요소다. 하지만 한편으론 헤드윅의 생을 관통하는 비극성을 분산시키는 듯해 아쉬움을 준다. 그 대신 밝은 와중에 문득문득 튀어나오는 신경질적인 정색에서 헤드윅의 트라우마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토미의 이야기를 할 때 극도의 예민함을 보이는 경우처럼 말이다.

 

손승원은 극적 재미를 위해 시각적인 요소를 가장 많이 활용하기도 한다. 여자 몸매보다 더 예쁜 보디라인을 강조해 배꼽티에 타투를 매칭해 깜찍함을 강조하거나, 제멋대로 헝클어진 가발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백치미를 선보이는 등의 장치를 더했다. 이런 천진난만함이 이후 토미의 ‘Wicked Little Town’ 장면에도 영향을 끼쳐, 마치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온 소년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8호 2013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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