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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Beyond Lyrics] 벨마 켈리의 ‘올 댓 재즈’ [No.118]

글 |송준호 사진제공 |신시컴퍼니 2013-08-01 5,144

쇼 비즈니스의 세계를 다룬 작품에서 범죄의 요소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이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다. 범죄는 삐뚤어진 욕망의 결과이고, 쇼 비즈니스는 바로 그런 온갖 욕망들이 한데 모인 곳이기에 그렇다. 오히려 화려한 무대에서 범죄는 매력적인 콘텐츠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런 세계에서 윤리의식 따위는 그다지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 오로지 내용이 흥미로운가의 여부만 중요해진다.

 

 

 

‘살인, 욕망, 부패, 폭력, 착취, 간통, 배신’, 가히 ‘범죄의 메뉴판’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홍보 문구로 내세우는 뮤지컬 <시카고>의 세계가 바로 그렇다. 뮤지컬의 배경인 1920년대의 미국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금주법’, ‘재즈’, 그리고 ‘물질만능주의’다. 모든 것이 풍요로웠던 이 ‘위대한 개츠비’의 시대에는 어디에서든 재즈 음악이 울려 퍼졌다. 암흑가의 세력들을 견제하고자 금주법이 발동됐지만, 이를 비웃듯 술집은 성행했고 사람들은 언제나 술과 춤을 즐겼다. 즉 <시카고>의 시대에는 욕망에 충실하고 그것을 표출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물질과 향락으로 점철된 이 거대한 흐름에서 황색 언론은 더 말초적이고 센세이셔널한 사건을 찾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런 ‘센’ 아이템은 섹스나 범죄다. <시카고>에서 정부(情夫)를 살해한 코러스 가수 록시 하트와 남편과 동생을 죽인 보드빌 스타 벨마 켈리는 그런 언론의 속성을 활용해 출감과 무대 복귀를 노린다. 특히 록시가 변호사 빌리 플린의 무릎에 앉아 함께 기자회견을 하며 부르는 ‘We Both Reached for the Gun’은 범죄 사건마저 ‘소비’하는 물질만능주의를 풍자한다.


따라서 이런 1920년대 미국의 모습을 담은 <시카고>에서 순수한 사랑이나 도덕적인 관념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리고 그런 당대의 분위기를 압축해 보여주는 것이 서곡인 벨마의 ‘올 댓 재즈(All That Jazz)’다. 이 말은 흔히 ‘재즈의 모든 것’으로 번역되지만, 정작 이 노래에서 재즈에 관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번역이 틀렸기 때문이다. 박칼린 음악감독은 “이 노래는 재즈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하며 “ ‘All That Jazz’는 속어로 ‘이런저런 일들’이나 ‘그 모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컴 온 베이비 함께 즐겨봐
            Come on babe why don`t we paint the town   

 

앤 올 댓 재즈
            And all that jazz

 

무릎을 세우고 스타킹 벗고서
            I`m gonna rouge my knees and role my stockings down  

 

앤 올 댓 재즈
            And all that jazz


차를 타고 멋진 곳으로 가
            Start the car I know a whoopee spot 

 

술은 차갑고 음악은 뜨거워
            Where the gin is cold but the piano’s hot

 

밤마다 화끈하게 즐길 수 있는 곳
            it`s just a noisy hall where there`s a nightly brawl  

 

앤 올 댓 재즈
            And all that jazz

 

 

 


‘Jazz’는 음악 장르의 명칭 외에 속어로 ‘헛소리’라는 뜻도 있는데, ‘~ and all that jazz’처럼 문장 끝에 붙을 때는 ‘기타 등등(etc, and so on, and the like)’의 의미를 갖는다. 즉 여기서 ‘올 댓 재즈’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뭐 그런 것들’ 정도의 뉘앙스를 담은 말이다.

 

추락하기 직전의 보드빌 스타 벨마 켈리는 페로몬을 가득 담은 눈빛과 목소리로 앞에 앉은 손님을 유혹하듯 노래를 시작한다. 곡 전반에서 반복되는 ‘and all that jazz’의 앞에는 주로 ‘아무 고민 없이 오늘 밤을 함께 즐기자’라는 내용의 가사가 나열된다. 하지만 같은 멜로디가 세 번 반복되는 동안 가사의 대부분은 지나칠 정도로 원초적인 내용으로만 채워진다. 그저 정신을 놓을 때까지 술 먹고 춤추며 신나게 놀자는 게 이 노래의 전부다. ‘함께 즐겨봐’로 축약된 1절의 ‘why don`t we paint the town(술집을 돌아다니며 마시자)’을 비롯해, 2절에서도 아스피린을 샀으니 계속 춤을 추라고 부추기는 ‘걱정은 하지마 진통제 줄 테니’가 등장한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향락으로 폭주하는 당시의 분위기가 노골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술 줘봐 내 목 좀 적시게
            Find a flask we`re playing fast and loose   

 

앤 올 댓 재즈
            And all that jazz

 

취해서 내 몸이 뜨거워
            Right up here is where I store the juice  

 

앤 올 댓 재즈
            And all that jazz

 

컴온 베이비 하늘을 날아봐
            Come on, babe we`re gonna brush the sky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곳으로
             I betcha lucky lindy never flew so high

 

거기서 눈 감고 조용히 들어봐
            cause in the stratosphere how could he lend an ear  

 

앤 올 댓 재즈
            to all that jazz

 

 

 

 

세 번째 절에서는 흥분이 극에 달해 급기야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19금 표현인 ‘I store the juice’는 ‘내 몸이 뜨거워’로 수위를 맞췄고, 대서양 횡단 비행에 처음으로 성공했던 찰스 린드버그(lucky lindy)도 이런 기분은 못 느꼈을 거라는 만족감을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곳으로’로 표현했다. 이어지는 노래에서도 벨마는 멈추지 않고 시바 여신처럼 몸을 흔들라고 계속해서 주문한다.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다. 박칼린 음악감독도 이 노래의 메시지는 단지 ‘신나게 놀자’, ‘인생은 즐기면 되는 거야’라고 말한다.


마치 시한부 인생 같은 ‘올 댓 재즈’ 속의 이 강박적 향락은 전쟁의 불안감이 남아 있던 1920년대, 젊은 날을 즐기겠다는 생각이 팽배해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면서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또 1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남성의 숫자가 줄어들어 여성의 입지가 변화된 상황도 드러낸다. 이제 여성도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짝을 이루지 못하고 젊음을 흘려보낼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여성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존재로 변신을 요구받았다. 시종일관 ‘인생을 즐기자’고 외쳤던 ‘올 댓 재즈’의 마지막이 갑작스런 여성 해방의 구호로 마무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난 그 누구의 여자도 아냐    No, I`m no one`s wife 
내 인생을 사랑해    But, oh I love my life
앤 올 댓 재즈    And all that jazz
댓 재즈!    that jazz!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8호 2013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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