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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한국 뮤지컬의 해외 현지화 전략 [No.119]

글 |이민선 2013-09-05 4,179

해외에서 들여온 라이선스 뮤지컬 중 일부가 한국 관객의 입맛에 맞게 현지화한 전략이 흥행에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을 때가 있다. <엘리자벳>이 오리지널 공연에 비해 화려한 세트와 의상으로 무대를 채우고, 대공비와 황후 즉,  고부의 갈등을 부각시킴으로써 한국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힌 게 좋은 예이다. 게이 부부가 등장하는 <라카지> 역시 모성애에 더욱 큰 방점을 찍음으로써 무리 없이 한국 관객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여덟 편의 한국 뮤지컬이 일본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해외 진출 사례가 더욱 많아졌다. 해외 공연의 성공을 위해 한국 뮤지컬도 현지화를 거칠까. 해외 관객을 염두에 둔 한국 뮤지컬의 변화를 들여다보았다.

 

 

 

 


언어의 차이를 고려한 고민

지금까지 해외에 진출한 한국 뮤지컬의 대부분은 투어 공연의 형태로 진행됐다. 해외 작품이 국내에 소개될 때도, 라이선스 공연이 아닌 투어 공연인 경우에는 현지에서 볼 수 있는 그대로의 공연을 바라는 것처럼, 한국 뮤지컬 역시 해외로 원정을 떠날 때는 한국과 동일한 공연을 선보이려 한다. 한국 스태프와 배우들이 참여하고 한국어로 공연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공연한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부분은 없다. 한국 공연 그대로 일본에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현지화에 대한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눈에 띄는 변화라면 자막이 필요하다는 것.

 

언어가 다른 곳에서 공연할 때 자막은 대사 전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대사 번역 때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의역을 한다거나, 대사 치는 속도에 맞춰 자막 넘기는 시간을 계산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잭 더 리퍼>로 일본 공연을 경험한 왕용범 연출은 “현지에서 드라마를 번역하는 전문 스태프를 섭외해, 현지인들이 자막 이해에 불편함이 없도록 신경 썼다”고 강조했으며, 올해 초 일본에서 <카페인>을 올린 성재준 연출은 “소극장 뮤지컬은 대사량이 많은 편이라 자막이 배우의 말을 쫓아오기가 어려웠다. 관객이 드라마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게 우선이라, 자막 속도에 맞춰 연기의 템포를 조절했다. 그런 이유로 러닝 타임이 조금 길어졌다”고 자막 운영과 관련된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일본 투어 공연의 경우, 한국어로 공연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팬 서비스 차원에서 일본어 대사를 준비하기도 한다. 공연 중에 배우와 관객이 소통하는 장면에서, 즉흥성과 친근함을 더하기 위해 일부 배우들은 일본어 대사를 연습한다. <런투유>에서 팬클럽 임원 역의 배우들이 관객들을 팬클럽 회원이라 생각하고 그들의 호응을 얻는 장면, 8월 오사카에서 공연할 <삼총사>에서 달타냥이 객석에 내려가 관객과 만나는 장면 등에서는 일본어로 직접 관객과 소통한다. 이외에 무대 디자인이나 연출이 바뀌는 경우는 대부분 극장 사이즈나 환경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이는 해외 관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일본 공연을 준비 중인 <형제는 용감했다>는 대사로 웃기는 데는 언어의 한계가 있어, 대사를 줄이고 대신 신체 표현을 극대화해 코믹한 분위기를 전달하려 한다. “최근에 나왔던 노다 히데키나 정의신의 일본 연극을 볼 때, 가부키의 영향인지 또는 그들 역시 해외 공연을 염두에 둔 때문인지 신체적으로 과장된 표현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일본 연극들의 성향에 착안해, 한국 버전과는 달리 타악기 소리에 맞춰 신체극과 같은 표현으로 코미디 요소를 보완했다”는 게 장유정 연출의 설명이다.

 

 

 

문화적 차이에 따른 변화
최근 해외에 라이선스가 판매돼 현지 언어로 공연된 경우는 <빨래>와 <김종욱 찾기> 등이 있다. <빨래>의 경우, 제목을 한국 발음 그대로 <빠루레(パルレ)>로 쓰고 추민주 연출가가 일본 공연을 지휘하는 등 한국적인 배경과 상황을 그대로 살렸다. 중국 상하이에서 공연한 <김종욱 찾기>는 오리지널 공연의 드라마와 연출을 대부분 따르고 있지만, 문화적 차이로 인한 표현의 변화가 있는 게 흥미롭다.

 

우선 제목부터 <김종욱 찾기>가 아닌 <첫사랑 찾기>로 바뀌었다. 좀 더 보편적인 단어를 사용해 직접적으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CJ E&M 담당자는 설명했다. 주인공 여자는 좀 더 적극적이며, 주인공의 아버지는 엄격한 군인 출신이 아니라 무척 상냥하고 가정적인 아버지로 재탄생했다. 한국 공연에서는 아버지가 딸을 강압적으로 맞선 자리에 내보내고 딸의 첫사랑 찾기를 의뢰하며 웃음을 유발했는데, 중국에서 군인을 희화화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기 어려워 캐릭터 변화가 불가피했다. “중국 내에서도 상하이 여자들은 특히 자기주장이 강하고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한다. 그 때문에 당차고 능동적인 여주인공에 더욱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오리지널 연출가 장유정은 덧붙였다. 멀티맨의 여러 역할 중, 과거 소녀시대 제시카에서 최근 시스타 효린에 이르기까지 걸그룹 멤버를 따라 분장한 다방 레지 역할이 큰 웃음을 주고 있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보기 어려워졌지만, 중국에는 차를 배달하는 다방 문화가 없어 현지에서는 이 캐릭터를 볼 수 없었다.

 

<김종욱 찾기>에서 여행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남녀 주인공이 일본 공항에서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최근 중국은 영토 분쟁과 역사 왜곡 논란 등 일본과 외교 관계가 좋지 않아 몇몇 설정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극 중에서 여주인공이 기내에서 만나는 승무원은 인도인으로, 비행기 티켓을 교환하기 위해 간 공항 부스의 직원은 태국인으로 바뀌는 등 일본과 관련된 소재는 대부분 사라졌다. 중국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변화다.


아직은 해외 진출 초기 단계이며 대부분 투어 공연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 창작뮤지컬의 라이선스 수출이 더욱 활발해지면 오리지널 공연이 어떻게 지역색을 덧입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9호 2013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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