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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2인극의 매력 요소 [No.119]

글 |나윤정 2013-09-05 3,595

남성 2인극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내세운 <쓰릴 미>는 2007년 국내 초연 이후 완연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후 <쓰릴 미>와 컨셉은 다르지만, ‘남성 2인극’ 형식을 공유하는 작품들이 꾸준히 무대에 올라 관심을 끌었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트레이스 유>, 그리고 <구텐버그>로 이어지는 남성 2인극의 계보는 새삼 2인극이 지닌 다채로운 매력을 떠올리게 만든다. 다채로운 주·조연으로 구성된 통상적인 뮤지컬들이 화려함을 미덕으로 내세운다면, 분명 2인극 뮤지컬은 그와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준다. 닮은 듯 서로 다른 2인극들의 매력 요소를 3T(Tension, Twist, Tiny)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TENSION - 극을 지배하는 긴장감                                            

2인극은 말 그대로 무대 위에 두 명의 배우만이 존재하는 작품이다. 그런 만큼 극을 이끄는 두 배우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상대역과 동일한 호흡을 유지하면서도, 역할 고유의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는 균형 감각이 필수적이다. 2인극에 등장하는 두 인물은 대부분 특별한 설정에 놓여 있다. 주로 사랑이나 우정 같은 인류 보편적인 감정이 둘을 엮는 매개체가 되지만, 그 관계가 하나같이 쉽지 않다. <쓰릴 미>의 네이슨과 리차드처럼 동성애 코드 아래 각자의 욕망을 담은 계약서로 움직이는 극단적인 관계도 있고,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의 캐서린과 제이미처럼 만남과 이별의 과정을 각자의 관점에서 역순으로 전개하는 커플도 있다.


대부분의 2인극들은 특별한 관계로 맺어진 두 인물을 동등한 위치에 놓아둔다. 둘 사이에  갈등과 이완이 끊임없이 오갈 수 있도록 말이다. 작품 속에 갈등과 이완이 반복될수록 두 인물이 분출하는 에너지는 점점 커진다. 그리고 이것은 곧 극에 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는 기제가 된다. <트레이스 유>의 구본하와 이우빈이 미스터리한 여인의 존재를 두고 충돌과 방어를 반복하며 긴장감을 형성하듯 말이다. <쓰릴 미> 역시 사건이 진행될수록 두 인물의 욕망이 점점 강해져 그 충돌이 더욱 격렬해진다. 2인극 내에서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두 인물의 대화와 행동은 마치 스포츠 경기를 보고 있는 듯한 극적 재미를 준다. 서로 쉼 없이 대사를 주고받을 때는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핑퐁 게임 같고, 침묵한 채 몸짓만으로 감정을 부딪칠 때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보는 기분이다. 이렇듯 세밀한 심리 묘사가 바탕이 된 2인극의 강한 연극성은 극에 더욱 긴장감을 더해진다. 그 까닭에 내외적으로 충돌하는 두 인물의 대결을 지켜보는 것은 그 결과의 유무를 떠나서 관객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전해준다. 결국, 극 전체를 지배하는 긴장감이 관객들의 시선을 두 배우에게 단단히 고정시키는 중요한 힘이 되는 것이다.

 

 

 

 


TWIST - 단조로움을 뒤집는 비틀기                                                     

2인극은 무대나 배우 활용에 제약이 있는 까닭에 자칫 이야기의 흐름이 단조로워질 우려가 있다. 이런 위험 소지를 막기 위해 명석한 2인극들은 반전이란 극적 도구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반전은 인물에 입체감을 살리고, 극에 풍성함을 더해줌으로써 2인극의 형식적인 제약을 보완해준다. 특히 2인극은 인물에 대한 관객들의 몰입력이 강하기 때문에 그만큼 반전 코드로 거두는 효과도 크다. 이미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익숙한 관객들이 그들의 갑작스러운 돌변에 소위 멘붕 상태에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쓰릴 미>의 네이슨과 리차드의 관계가 특정한 시점을 계기로 전복되거나, <트레이스 유>의 구본하와 이우빈의 관계에 독특한 설정이 더해지며 이야기가 혼선을 빚는 경우가 그러하다. 어떠한 예고도 없이 반전의 요소들이 극에 삽입되는 순간, 관객들은 반격할 새도 없이 심리적인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작품에 대한 강한 인상을 전해주기 때문에 극 자체로서는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된다. 반전 요소가 강한 작품이 유독 회전문 관객을 모으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관객으로 하여금 첫 관극에서 놓친 반전의 복선들을 찾아내 자신만의 해석으로 극의 퍼즐을 완성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까닭이다.


물론 반전 코드를 사용하지 않고도 극에 입체감을 배가시키는 2인극들도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극중극 형식을 차용해, 복선과 다른 차원에서의 극 비틀기를 시도한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처럼 플래시백 기법을 통해 앨빈과 토마스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구텐버그>처럼 작가 더그와 작곡가 버드가 무대에 등장해 뮤지컬 워크숍 공연을 펼치는 형식도 있다. 이런 이중의 구조들은 한 인물에게 다양한 캐릭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이점을 낳는다. 탄탄한 역량을 지닌 한 배우가 다양한 역할을 넘나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2인극에서 놓칠 수 없는 극적 재미이기 때문이다. 한 작품을 보고 있지만, 마치 여러 작품을 만나고 있는 듯한 다채로움을 만날 수 있는 것. 이는 ‘나’와 ‘너’란 단순한 관계에 입체감을 부여하기 위한 2인극의 부단한 노력이 선행된 결과물이다.

 

 

 

 

 

TINY - 최소화로 이루는 최대 효과                                                   

2인극은 등장인물의 수가 한정된 만큼 의례적으로 소극장 공연이 주가 된다. 그에 따라 무대 장치나 악기 구성 또한 소규모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즉, 통상적인 뮤지컬들이 지니는 화려함을 덜어내고, 극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소만을 무대 위에 남기는 것이다. 하지만 무대 장치가 최소화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성의 없이 느껴진다거나 무언가 부족해 보이는 인상을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은 장치 하나가 상대적으로 무대에서 큰 기능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먼저 악기 구성을 살펴보면, <쓰릴 미>나 <구텐버그>는 한 대의 피아노만이 무대 한편에 놓이고,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첼로, 피아노, 클라리넷의 3인조 밴드만이 무대에 오른다. 하지만 규모가 작다고 해서, 오케스트라 연주의 풍성함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악기 고유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냄으로써, 상당한 극적 효과를 이루기 때문이다. 단순한 반주 개념을 넘어서는 <쓰릴 미>의 피아노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 피아노 연주는 인물의 심리를 함께 따라가며 긴장과 속도감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한편 무대 역시 공간 활용에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돋보인다. <카페인>의 경우 미닫이문을 활용해 무대에 변화를 주는 동시에, 양옆에 이정표를 세워 시공간의 변화를 친절히 알려주는 장치를 더했다. 이처럼 2인극은 형식상 표현의 제약이 많은 만큼, 그 빈틈을 채울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다채롭게 활용한다. 때문에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도구를 작품을 통해 새롭게 발견을 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무대 요소의 최소화로 일구어내는 최대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 바로 2인극이기에 더욱 극대화될 수 있는 매력 요소일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9호 2013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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