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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Beyond Lyrics] 하이스쿨 뮤지컬 `자유롭게` [No.119]

글 |송준호 사진제공 |CJ E&M 2013-09-09 4,589

꿈을 향한 청춘들의 무한도전

트로이와 가브리엘라의 ‘자유롭게’

 

 

 

 

 

 

흔히 청소년물이라고 하면 10대들의 풋풋한 사랑과 우정이 주가 될 것 같지만, 실제로 대개의 하이틴 영화나 드라마의 세계는 냉혹하고 비정하며 종종 문란하기까지 하다. 할리우드 하이틴 영화나 드라마에서 거의 공식처럼 등장하는 미식축구 선수와 치어리더, 왕따, 괴짜, 얼간이 캐릭터 등은 그 계급에 따라 기성 사회처럼 권력 관계를 형성하고 드라마를 만들어간다. 근래의 하이틴물은 이런 십대들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풍자하며 ‘청소년용’의 한계를 뛰어넘는 존재감을 보여주기도 한다.

 

반면 하이틴 뮤지컬인 <하이스쿨뮤지컬>이 보여주는 청소년들의 세계는 비현실적일 만큼 순수하고 착하다. 이들의 고민은 다른 하이틴 장르에서처럼 마약이나 섹스, 가족 문제 같은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진로에 관한 것이다. 극적 전개를 위한 반항이나 일탈도 없다. 악녀 캐릭터(샤페이)가 주인공들을 잠시 곤경에 빠트리긴 하지만 악하기보다는 귀여운 수준이다. 시종일관 해맑게 웃고 노래하는 이 뮤지컬에는 오로지 긍정의 에너지만 가득하다. 이 작품이 TV용 영화로 처음 방영돼 예상 밖의 호응과 함께 대성공을 거두었던 데에는 이처럼 극단적인 순수함이 오히려 참신하게 작용한 요인도 있었다.

 

이 작품의 대표곡 중 하나인 ‘우리의 시작을(Start of Something New)’은 이 모든 컨셉을 세팅하는 역할을 한다. 트로이와 가브리엘라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부르는 이 노래는 풋풋한 사랑이 시작될 것임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이후 운명처럼 재회한 두 사람은 자신들의 특출한 재능 때문에 또 다른 선택을 원천 봉쇄당하는 처지에서 동질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자신들을 가둬온 굴레를 벗고 재능을 마음껏 펼쳐 보인다. 이때 감춰뒀던 내면의 열정이 분출되듯 폭발하는 곡이 또 하나의 대표곡인 ‘자유롭게(Breaking Free)’다. <하이스쿨뮤지컬>은 OST 수록곡 중 9곡이 빌보드 싱글 차트 순위에 진입하는 대기록을 세웠는데, 특히 ‘자유롭게’는 진입 첫 주 86위에서 한 주 만에 4위로 급상승해 빌보드 역사상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유명세를 떨쳤다.

 


더 높이 날아    We’re soaring, flying 
닿을 수 없는 하늘의 별을 따라    There’s not a star in heaven that we can’t reach
언젠가는 닿을 수 있죠    If we’re trying so we`re breaking free

 

 

이 노래는 뮤지컬 주인공을 뽑는 최종 오디션 장면에서 등장한다. 막상 자기 차례가 되자 자신이 없어 포기하려는 가브리엘라를 위해 트로이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를 상기시키며 용기를 북돋워준다. ‘두려워 말고 우리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보자’고 격려하는 가사는 극 중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더 높이 날아’에서 ‘닿을 수 있죠’까지 이어지는 도입부의 멜로디는 이후 총 여섯 번이나 반복되며 곡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점층적으로 강조한다. ‘Soaring, Flying’은 이후 ‘Running, Climbing’으로 단어만 약간씩 바뀐 채 ‘자유 의지’에 대한 메시지를 이어간다. 처음엔 천천히 시작하는 이 가사는 중반 이후 속도와 강세를 점점 고조시키며 반복되는 멜로디에 차이를 만든다.

 


세상은 이해 못해도    You know the world can see us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가요    In a way that’s different from who we are
세상이 우리 사이를 가르려 해도    Creating space between us till we’re separate hearts 
우리들의 믿음은    But your faith it gives me strength

서로를 강하게    But your faith it gives me strength

자유롭게    We’re breaking free

 

 

<하이스쿨뮤지컬>의 특징은 클래시컬한 곡이 많은 다른 뮤지컬과 달리 팝 스타일의 곡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윤경 작사가와 번역에 참여한 양주인 음악감독은 영어 발음에 최적화된 가사의 의미와 우리말 정서의 간격이 크지 않도록 리듬과 억양, 자음과 모음의 라임을 감안해 수차례 수정을 반복했다. 원어 가사가 대체로 쉬운 어휘로 쓰이기도 했지만, 이런 과정에서 우리말 가사는 한층 더 간결하게 바뀌었다.


타이틀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자유롭게’ 부분은 이 곡에서 처음으로 강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중요한 포인트다. 이 부분을 기점으로 노래는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으며 음역도 급격히 높아진다. 하이틴 뮤지컬인 데다 어린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기 때문에 무난한 곡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곡은 고음역대로 이루어진 어려운 노래다. 양 감독은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이나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보다 더 높은 음역을 내야 하는 부분이 많아 결코 소화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가슴에 숨겨온    More than hope, more than faith
소망과 열정들    This is true, this is fate
막을 순 없어 피할 순 없어    And together we see it coming
우리의 운명을    More than you, more than me

현실로 만들어    Not a want, but a need

이제는 자유를   All of us, breaking free

 

 

계속해서 반복되는 ‘더 높이 날아’가 곡 전반의 리듬을 유지하는 기능을 했다면, ‘가슴에 숨겨온’부터 시작되는 부분은 트로이와 가브리엘라의 내면에 있던 열정이 마침내 드러난 듯한 느낌을 준다. 그건 ‘Hope(희망)’나 ‘Faith(믿음)’ 같은 막연한 관념이 아니라 ‘True(사실)’이자 ‘Fate(운명)’라고 외치는 가사에서는 꿈을 향한 강력한 의지가 표현된다. 후반부에서 이처럼 ‘터져 나오는’ 두 사람의 감정을 살리기 위해 양주인 음악감독은 곡 마지막 부분의 가사를 ‘불꽃’이나 ‘거친 파도’ 같은 강한 어휘로 바꿔 그 도전 정신을 형상화했다. 이때 무대에서 트로이는 정말 ‘불꽃 같은’ 버저 비터를 던지고, 공은 골로 정확히 향하며 극은 막을 내린다. 요즈음 하이틴의 정서로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설정이긴 하지만, 사실 청소년이란 원래 그런 모습이 아니었던가. 내내 풋내나는 느낌으로 ‘꿈과 도전’의 테마를 순진하게 내미는 <하이스쿨뮤지컬>은 새삼스럽게 예전 청소년들의 순수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불꽃 같은 우리들    You know the world can see us
거친 파도를 넘고 또 넘어서    In a way that`s different from who we are
나만의 꿈을 찾아    Now`s the time to free us
눈부신 우리의 미랠 위해   to touch the sky, to reach for the highest star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9호 2013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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