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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Odd Notes] 1930년대가 낳은 어둠의 자식들 [No.121]

글 |송준호 2013-11-05 4,977

 ‘불황에는 복고 트렌드’라는 말은 더 이상 흥미롭지 않은 공식이 됐다. 수년째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복고풍 영화와 드라마, 공연물들이 매년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1930년대 전후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브로드웨이 42번가>와 <시카고>를 지나 최근에는 <보니 앤 클라이드>와 <미아 파밀리아>가 공황기의 1930년대로 관객들을 초대하고 있다. 격동의 시기였던 당시 미국의 어떤 점이 창작의 매력적인 모티프로 기능하는 걸까.

 

 

 

 

 


불황기의 부산물, 마피아와 일상화된 범죄                                                             

대공황이 도래하기 전까지, 미국 사회는 제1차 세계대전 후의 향락적인 분위기가 계속되며 경제적인 번영과 팽창의 시대를 구가하고 있었다. 이전까지 가족이나 공동체 중심으로 가치를 두었던 삶의 질은 자기 계발에 더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즉 1920년의 미국 사회는 이전까지의 생산 중심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에서 소비 중심으로 전환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1929년 증권시장의 급강하로 인해 전 세계 경제는 공황 상태로 치달았다. 1933년까지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들이 뉴욕 월스트리트 증권거래소의 주가 대폭락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그 여파는 1930년대 내내 이어졌다. 대중은 현실의 어려움과 우울함을 보상받고자 화려함을 좇고 환상으로 도피하려는 경향을 강하게 띠었다. 이 시기에 영화나 뮤지컬 쇼와 같은 장르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때 영화나 패션, 언론 사업과 함께 사회 뒤편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것이 ‘마피아’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갱단이다.

마피아는 원래 시칠리아 섬을 주름잡던 반정부 비밀결사 조직이었다. 그 조직의 일부가 19세기 말부터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대도시에서 범죄 조직화한 것이 마피아의 뿌리가 됐다. 이들은 1920년에 발효된 금주법을 활용해 탄탄한 자금원을 마련하며 급속히 세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 합법적으로는 채울 수 없었던 술에 대한 수요를 채우기 위해 밀주의 생산 배급을 조절할 수 있었던 범죄 집단이 급성장하게 된 것이다. 시카고를 주무대로 영향력을 행사한 악명 높은 마피아 알 카포네도 밀주 판매를 통해 빠른 시간 안에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다. <시카고>의 마지막 부분에서 기관총을 들고 쇼를 보여주는 두 주인공의 모습은 알 카포네가 주름잡던 당시 시카고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 암흑가는 아일랜드 갱단과 유대인 갱단이 장악하고 있었다. 특히 포드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롱 코트 차림으로 기관총을 난사하는 아일랜드 갱들의 모습은 갱스터 영화를 통해 잘 알려졌다. 뉴욕과 시카고 등 주요 도시를 장악하며 전성기를 누리던 이들은 1930년대 무렵부터 마피아에게 주도권을 내주기 시작한다. 원인은 마피아의 지능적이고 치밀한 범죄 스타일에 있었다. 아일랜드 갱이 공공연하게 폭력을 행사하며 당당히 체포되는 전통적인 폭력 조직의 모습이라면, 마피아는 청부업자를 고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스타일이었다. 또 경찰과 법원, 정치권과 유착해 감옥행을 피하는 한편, 조직 안에도 변호사나 회계사를 들여 합법적인 단체로 위장하기도 했다.

더 이상 숨지 않게 된 마피아들은 무법자처럼 활개를 치게 됐다. 범죄는 시민들에게도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어떤 이들에게는 일종의 영웅처럼 비치기도 했다. 영화에서도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갱스터 무비’ 장르가 인기를 얻었다. 이때 정착한 할리우드의 장르 영화들은 불황 속 대중에게 심리적 도피처를 제공하면서 흥행을 이끌고 발전을 거듭했다. <보니 앤 클라이드>에서 무비 스타를 꿈꾸는 보니와 총잡이 무법자를 영웅으로 삼은 클라이드가 쉽게 범죄의 길에 빠진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만성화된 불황 속에서 일자리와 살 집을 잃어가는 사람들은 절망에 빠졌고 ‘내일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범죄의 유혹은 달콤할 수밖에 없었다. 마피아나 당시 사회를 다룬 많은 작품들에서 젊은이들의 범죄와 죽음이 낭만적인 시각으로 표현되는 데는 이 같은 시대의 아픔이 있다.   

 

 

 

 

 


+ <보니 앤 클라이드>의 한 핏줄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 And Clyde)>(1967)
1930년대의 전설적인 갱인 보니와 클라이드의 이야기를 옮긴 영화.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밀려난 두 젊은이의 범죄 행각을 그리고 있다. 자신들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사회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그로부터 이탈하는 이들의 모습은 영화가 만들어진 1960년대의 청년 문화를 반영하기도 한다. 지극히 허무하고 자극적인 폭력 장면은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 풍경 속에 있을 때의 모습은 악당이라기보다는 순수한 젊은이들의 모습 그대로여서 관객의 연민을 자극하며 공감을 일으킨다. 결국 난사당하며 죽음을 맞는 두 사람의 모습은 훗날 <대부>에서 오마주되기도 했다.

 


+ 마피아 영화의 양대 산맥

 <대부(The Godfather)>(1972)
갱스터 영화에서 출발해 어두운 심리 묘사 등을 통해 암흑가의 실상을 표현한 것이 ‘누아르’라는 장르다. 20세기 초부터 1960년대까지 미국의 모습을 담아낸 <대부> 시리즈의 첫 작품인 이 영화는 마피아 조직과 사회 시스템의 관계를 통해 미국 사회의 본질을 파헤친 갱스터 누아르다. 마리오 푸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194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마피아들의 폭력과 배신을 그린다. 가족이라고 해도 조직에 방해가 된다면 숙청의 대상이 되는 마피아 세계의 비정함은 호러 장르보다 더 효과적으로 인간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1983)
‘스파게티 웨스턴’의 명장으로 유명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만든 정통 갱스터 무비로, 1920년대부터 1960년대 말까지 미국 사회의 모습을 뉴욕의 유태계 소년들의 성장기에 담았다. 금주법 시대를 시작으로 서로 다른 성격의 갱들인 누들스와 맥스를 대비시키며 우정과 사랑, 배신이라는 테마를 마피아 일대기에 녹여냈다. 냉정한 암흑가의 세계를 감싸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감미로운 OST가 씁쓸한 결말에 여운을 더한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1호 2013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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