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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Zoom-In] 슈퍼스타 K2의 성공, 뮤지컬에서 생각해보다 [No.86]

글 |김유리 2010-12-01 5,114


지난 7월부터 방송되어 20%에 가까운 케이블 사상 초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10월 말 막을 내린 ‘슈퍼스타 K2’는 14주간 다양한 이슈를 낳으며 금요일 밤마다 전 국민을 TV 공개 오디션 열풍으로 몰아넣었다. 우승자뿐 아니라 탈락자까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발표되는 음원은 기존 가수들의 노래를 제치고 차트 1위를 달린다. 14주 전에는 시청자와 동일한 일반인의 신분이었던 그들은 매주 집중적인 미션 수행으로 한 주 한 주 성장하며 대중에게 실력을 인정받고 인기를 구축해왔다.

 

 

 

 

TV 오디션 - 준비된 인재의 보고
스타의 등용문이 되는 대중음악계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전부터 다수 존재해왔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가요제 및 음악경연대회가 90년대 후반까지 스타 데뷔의 산파 역할을 했다면 2000년대에 들어서는 90년대 후반 나온 1세대 아이돌들을 보며 스타를 꿈꿔온 아이들을 위한 TV오디션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2AM’의 조권, ‘원더걸스’의 선예, ‘빅뱅’의 승리,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 ‘2PM’의 준호, 택연, 찬성, ‘시크릿’의 전효성, 한선화 등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 가수의 다수가 ‘SBS 영재 육성 프로젝트 99%(2001)’, ‘MBC 악동클럽(2002)’, ‘Mnet 배틀신화(2005)’, ‘SBS 슈퍼스타 서바이벌(2006)’ 등을 통해 발탁되거나, 프로그램을 모니터하던 기획사의 제의로 꾸준히 연습생의 길을 걸어 데뷔한 경우다. 또한, 그 외 수많은 지망생들이 다양한 공개 오디션을 통해 배우, 뮤지션 등 다양한 분야의 문을 두드리며 대중문화 분야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 가고 있기도 하다. 꼭 우승자만이 아니라도 오디션 프로그램은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재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이다. ‘슈퍼스타 K’의 심사위원 윤종신이 말한 대로 ‘대중의 취향엔 순위가 없기 때문’이다. 

잘 만들어진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중과 호흡한다. 오디션 참가자는 매회 자신의 실력을 솔직히 보여주어 심사위원과 시청자의 판단을 받게 되고,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에게 지적받은 단점과 한계를 극복해가며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한편 시청자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출연자가 매회 멋지게 변화,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스타를 만들어 가는 감정을 느낀다. 지난해보다 다양한 음악 장르의 실력과 재능을 펼쳐 보이며 대중성을 검증받은 예비 스타들의 성장기 ‘슈퍼스타 K2’를 통해, 예비 스타와 대중이 만나 일으키는 강렬한 시너지를 확인하였고, 대중음악계에 새로운 재원들이 확보되는 시스템을 직접 경험한 셈이다.

 

 

뮤지컬 TV 공개 오디션
대중음악계가 TV 공개 오디션에서 거둔 성공을 보면, 2008년의 국내 뮤지컬 TV 공개 오디션 사례를 되짚어 보게 된다. 흥미롭게도 이 프로그램들은 2008년 3월부터 8월까지 기간에 몰려있고, 이후로는 자취를 감추었다. 이는 2006년에서 2008년까지 이어진 영미권의 뮤지컬 TV 공개 오디션 성공과 공연 흥행으로의 연장 사례에 고무되어 국내 실정에 맞춰 도입되었다가 자본력과 대중성의 한계로 생명력을 잃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해외의 성공 사례는 2006년 영국에서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BBC 방송이 손을 잡고 2006년 <사운드 오브 뮤직>의 여주인공 ‘마리아’를 찾는 TV 공개 오디션 ‘How Do You Solve a Problem Like Maria?’라는 프로그램에서 시작되었다. ‘마리아 스쿨’이라는 트레이닝을 통해 선발된 10명의 마리아 후보를 매주 그룹 및 개인 퍼포먼스를 통해 시청자들의 전화 투표로 선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서 결국 23살의 코니 피셔가 시청자의 큰 지지를 얻으며 우승해, 자신이 뽑은 마리아를 보러 온 많은 관객들 덕에 공연 흥행으로 이어지는 선례를 남겼다. 이후, 웨버와 BBC는 2008년까지 매년 <조셉 앤 디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와 <올리버!>의 주연배우를 같은 방식으로 선발하며 TV 오디션과 공연의 흥행을 이어간다. 한편, 브로드웨이는 영국의 <사운드 오브 뮤직>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2007년, NBC와 <그리스>의 주역인 ‘샌디’와 ‘대니’를 찾고, 2008년에는 MTV와 의 차기 ‘엘 우즈’를 찾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영하여 역시 공연 흥행까지 이어간다.

이러한 해외 사례에 고무되어 발 빠르게 시도한 몇몇 제작 기획사를 중심으로 국내 뮤지컬계에도 2008년 <마이 페어 레이디>를 시작으로 <헤드윅>, <돈 주앙> 세 작품의 TV 공개 오디션이 진행되었다. 이 중 국내 최초 TV 공개 서바이벌 오디션이었던 <마이 페어 레이디>는 3월부터 7월까지 온스타일과 온게임넷을 통해 방송되었고, <헤드윅>은 4월부터 한 달여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오디션 영상을 공개하고, 최후 5인의 영상을 다음 팟에 띄워 네티즌 투표를 진행해 이 과정을 MBC 드라마넷으로 방영하였다. <돈 주앙>은 6월 초부터 2주간 오프라인 오디션으로 TOP20을 뽑아 8주간 경인방송(OBS)의 ‘주철환ㆍ김미화의 문화전쟁’을 통해 생방송 TV 서바이벌 오디션을, 그리고 동영상 포털 엠군에서 네티즌 인기투표를 진행했다. 이것은 한창 뮤지컬 작품이 증가하고 제작비가 상승하던 시기, 더 이상 작품의 명성과 캐스팅 발표만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대중이 오디션에 참관하는 기분으로 배우가 성장하는 걸 함께할 때 대중의 애정과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해외의 성공 사례에서 찾아 마련한 자구책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작품은 점점 늘어나는데, 배우층이 얕은 국내 뮤지컬 시장에 새로운 인재에 대한 기대도 작용했다. 그러나 성공적이었던 해외의 사례와 달리 국내 TV 오디션에서는 임혜영, 이주광, 강태을이라는 가능성 있는 신인을 발굴한 점 외에는 결과적으로는 공연 관계자들과 공연을 좋아하는 층의 관심을 모았을 뿐, 원래 의도했던 ‘오디션부터 공연장까지 이어지는 대중의 관심’을 얻는 데는 별 수확을 얻지 못하였다. 여기에는 몇 가지 한계점이 있었다.

 

 

 

 

 

 

 

 

 

 

 

 

 

 

 

 

 

 

◀ <조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코니 피셔

 

 

국내 TV 공개 오디션의 한계
우선, 영미권 사례의 작품은 대부분 재공연이나 영화를 통해 현지에서 인지도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 기본적으로 캐릭터와 노래에 대한 정보가 해당국가에 충분히 퍼져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영국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라는 영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파워맨과 BBC, 미국 역시 NBC, MTV 등 거대 방송사와의 협업으로 잠재 관객인 대중이 관심을 가지고 시청하고, 전화 투표에 참여하게 하는 등 실시간 참여를 유도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그리고 2008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막하여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디즈니 뮤지컬 <타잔>의 경우, 브로드웨이에서는 1년 만에 막을 내려 큰 인지도를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독일 공연을 앞두고 타잔과 제인을 뽑는 TV 공개 오디션(2008)인 ‘Ich Tarzan, Du Jane’을 통해 독일 내 인지도를 크게 높인 경우다. 하지만 이 역시 SAT1이라는 대형 상업 방송사와 작곡가인 유명 팝 가수 필 콜린스의 참여가 있었기에 대대적인 홍보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한편, 국내에서 TV 방송 오디션을 진행했던 작품의 한 관계자는 당시 뮤지컬이 많이 대중화되었음에도 뮤지컬이란 장르 자체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 면에서 모든 경우의 수를 두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한다. TV 오디션을 실시한 작품들의 경우 국내 초연작이거나 타깃 관객이 한정되어 있어 인지도 부분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었고, 기획사가 주최가 되다보니 제작비를 지원할 수 있는 후원사가 함께하지 않는 한, 방송 제작 여건상 기존 프로그램 내 서브 코너 형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다양한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케이블 쪽에서만 가능한 얘기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중을 끌어들이고 그들로 하여금 대리 만족을 경험하게 해줄 구성 자체도 쉽지 않다.

 

 

<돈 주앙> TV 공개 오디션 네티즌 투표 페이지

 

 

뮤지컬계 인력 풀 구축을 위한 프로그램의 필요
국내 뮤지컬 분야에서도 대중의 선택으로 뽑힌 스타가 탄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뮤지컬 분야에서도 ‘슈퍼스타 K’처럼 뮤지컬 인재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등용문 프로그램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지의 이번 호 기획 기사에서 캐스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문가 7인 중 여섯 명이 ‘국내에서 캐스팅할 때 가장 어려운 점’에 ‘작품은 많은데, 배우의 층이 얕다는 점’을 들고 있다는 지적이 무척 흥미롭다. 한편, 2010년 3월 호 ‘뮤지컬 학과’ 관련 기획 기사에 실린 내용대로 현재 뮤지컬 학과를 보유한 대학만 스물두 곳인데, 실제 뮤지컬 배우로 진출하는 길이 쉽지 않아 그중 70~80%가 중도 포기한다는 점을 함께 생각할 때, 실력을 갖춘 예비 스타 배우의 다양한 가능성을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미 스타인 배우들도 얼마 전까지는 가능성 있는 배우였고,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스타가 된 것이므로.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6호 2010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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