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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ORIGINAL] 내면 속에 감춰진 두 얼굴, 지킬 앤 하이드 1 [No.69]

글 |박병성 2009-06-29 6,445

 

한 인간의 선한 인격과 악한 인격을 대표하는 ‘지킬’과 ‘하이드’는 1886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이 쓴 소설에서 등장하는 캐릭터이다. 스티븐슨은 우리에게 『보물섬』의 작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보물을 찾아 떠나는 소년들의 모험 소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거움과 재미를 주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독특한 소재로 그의 대표작인 『보물섬』보다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그에게 부와 명예를 안겨주었다. 흔히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소설의 원래 제목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괴사건(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이다. 이 작품은 출판된 다음해인 1887년 보스톤에서 연극으로 공연되었고, 그 이후에도 영화를 비롯 다양한 버전으로 재탄생되었다. 뮤지컬로 만들어진 것은 1990년 작곡가인 프랭크 와일드혼과 작사가인 레슬리 브리쿠스에 의해서였다. 휴스톤의 시험무대에서 가능성을 실험한 이들은 수정을 거듭한 후 1997년 마침내 뉴욕 플리머스 극장에 입성했다.

 

로맨티스트 로버트 스티븐슨


로버트는 1850년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그는 에든버러의 상류사회에 반기를 든 반항아였으며, 병약한 몸을 이끌고도 세계를 방랑하며 모험과 낭만을 즐겼던 로맨티스트였다. 그의 낭만적인 성격은 아내 패니 오스본(Fanny Osbourne)과의 결혼 과정에서 잘 보여진다. 파리에서 요양을 하던 중 만난 패니는 이미 결혼을 하고 아들까지 둔 11살이나 연상인 여인이었다. 로버트와 패니는 파리에서 2년간 교제를 마치고 패니가 미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로버트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던 방황했고, 미국의 패니가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자 친구와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가서 결혼을 하고 돌아온다. 이후 패니는 그의 작품의 첫 독자이자, 가장 가까운 비평가가 되어 주었다. 지금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탄생하기 되기까지도 아내인 패니의 공로가 컸다. 약을 먹고 괴물로 변하는 기괴한 꿈을 꾼 로버트는 그날로부터 삼일 만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초고를 썼다. 가장 먼저 이 원고를 읽은 패니가 혹평을 하자 로버트는 바로 그것을 불태워버렸다. 그런 후 다시 3일 만에 고쳐 쓴 것이 지금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이다.
그가 이처럼 짧은 기간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 내면의 이중성에 관한 관심을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버트는 블로디라는 인물이 낮에는 시의원이나 조합장으로 활동하고 밤에는 강도로 변하여 끔찍한 일을 저질렀던 사건을 어릴 적부터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딘 블로비』(부제 이중생활)를 집필한 적이 있었다. 게다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는 부를 쌓아가던 상류층의 허위가 극에 달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개인적인 관심과 사회적인 분위기가 맞아떨어져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집필하게 된 것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배경이 되는 1880년대 영국은 상류층과 하층민의 간격이 극대화되어 다양한 사회적인 문제가 야기되던 시대였다. 도시 외곽에는 슬럼가가 형성되었고, 범죄 등 사회적인 문제들로 매우 혼란스러웠다. 제국주의와 산업사회 말기적인 현상은 사회 전반에 세기말적 불안을 몰고 왔다. 이러한 불안한 심리를 반영한 듯 대중들을 중심으로 괴기 소설이 유행을 하기도 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만들어졌다.

 

 

스릴러에 극적인 러브 스토리를 가미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흥미로운 작품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작가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했던 작품이었다고 한다. 이 소설은 지킬의 변호사이자 친구인 애터슨의 시각에서 괴사건을 쫓아가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스릴러물이지만 사건이 지킬 박사가 죽음 이후 남겨놓은 수기로 사건이 해결되는 형식이라 긴장감이 떨어진다. 뮤지컬에서 가장 큰 특정이라면 인간이 가진 선과 악의 본성을 다루는 것 외에 러브 스토리를 가미시켰다는 점이다. 원작의 지킬은 이미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저명한 50살 가량의 신사이지만, 뮤지컬에서는 결혼을 앞둔 젊은 청년으로 바뀐다. 그러면서 두 개의 삼각관계가 중요한 축으로 형성된다.
지킬을 사이에 두고 약혼녀인 엠마와 술집 댄서인 루시가 삼각관계를 이룬다(엠마 - 지킬 - 루시). 약혼년인 엠마는 지킬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고 그것을 증명한다. 반면, 루시는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유일한 남자로서 지킬을 동경한다. ‘In His Eyes’는 엠마와 루시가 지킬을 떠올리며 부르는 노래이다. 사랑을 유지하려는 엠마와 그에게 접근하고 싶은 루시의 마음을 한 소절, 한 소절씩 번갈아 부르다가 ‘그의 눈빛으로 사랑을 해’와 같이 같은 마음이 드러나는 부분에서는 함께 부르기도 한다. ‘In His Eyes’는 지킬에 대한 두 여인의 상대적이면서도 동질적인 마음을 잘 담아냈다.
또한 루시를 두고 지킬과 하이드가 삼각관계를 이룬다(지킬 - 루시 - 하이드). 루시는 자신을 거칠게 대하는 하이드를 두려워하고 증오하지만 그의 거친 손길이 자신의 몸을 감쌀 때마다 거부하지 못하는 욕망을 느낀다. 반면 지킬에 대해서는 동경과 선망의 마음을 가진다. 지킬 역시 루시에 대해 연민을 느끼면서 동시에 아름다운 매력에 흔들리게 된다. 지킬이 하이드에게 상처 입은 루시를 치료해주는데 이때 루시가 부르는 노래가 ‘Sympathy And Tenderness’이다. “선량함, 상냥함 따뜻한 손길 내 몸을 감싸네, 인자함, 친절함 몰랐던 느낌 그에겐 어울려. 사랑에 빠질 것 같아.” 사랑에 빠지는 루시가 부르는 이 노래는 하이드가 루시를 살해하는 장면에서 하이드의 노래로 다시 불려진다. 하이드가 괴기하게 부르는 ‘Sympathy And Tenderness’는 루시의 사랑을 비웃는 듯 들린다. 지킬과 하이드 한 사람을 사이에 두고 루시가 서로 다른 욕망을 느낀다는 설정은 무척 흥미롭다.
원작에서는 점점 통제하기 어려워져 가는 하이드를 없애기 위해 지킬이 자살을 한 것으로 마무리된다. 뮤지컬에서 이성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하이드를 제어하는 것은 엠마의 사랑이다. 하이드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지는 시점에 지킬이 엠마와 결혼을 한다는 설정이 다소 쌩뚱맞긴 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로맨틱하면서도 안타까운 장면을 연출한다. 지킬은 결혼식 중에 하이드로 변하게 되고, 엠마를 인질로 삼아 위협하는 찰라, 엠마의 사랑과 믿음은 하이드 속에 갇힌 선한 인격 지킬을 불러낸다. 지킬은 하이드로부터 엠마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칼로 뛰어든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원작이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로 태어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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