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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ORIGINAL] 내면 속에 감춰진 두 얼굴, 지킬 앤 하이드 2 [No.69]

글 |박병성 2009-06-29 6,093

상류층과 하층민의 갈등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는 1880년대는 빅토리아 시대가 말기로 접어드는 시점으로 계층 간의 갈등이 심하게 부각되었다. 원작 소설에서 지킬은 자신 속에 있는 욕망을 감추어야 했고 그것을 따로 분리한 것이 바로 하이드였다. 지킬은 욕망이 들끓지만 빅토리아 시대의 엄격주의로 외양을 감싸고 있는 상류층의 허위를 암시하는 인물이다. 하이드는 지킬의 억눌린 욕망인 것이다. 뮤지컬에서 상류층의 허위는 더욱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하이드가 살해하는 인물들은 루시를 제외하고는 모두 상류층의 사람들이다. 직접적으로는 아버지의 실험을 방해하는 상류층 인사이면서 동시에 허위에 가득 찬 사람들이다. 주교는 어린 소녀와 성관계를 맺고 나오다가 죽음을 맞고, 허영이 넘치는 귀족부인과 장교 역시 하이드의 폭력을 피해가지 못한다. 또한 친구들을 버리고 목숨을 구걸한 새비지 역시 도망을 치려다 죽음을 맞는다. 이처럼 하이드의 폭력은 대부분 위선적인 상류층을 향한다. 뮤지컬에서 하이드는 하층민의 입자에서 보자면 상류층을 냉엄하게 심판하는 반영웅적인 이미지를 갖는다.
원작에서는 상류층의 비판이 비유적으로 보여지지만 뮤지컬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제시된다. 극 초반부에 나오는 ‘Facade(위선)’의 가사에는 상류층의 허위를 하층민의 입을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겉만 뻔지르한 너의 가면, 속을 알고 나면 진실이란 허상, 내가 보는 것은 단지 가면 속의 허상.” 이 노래를 부를 때 높은 단상에 호화로운 의상을 차려입은 상류층이 위치하고 아래에는 잿빛의 누더기를 입은 하층민들을 두어 대립시키면서 하층민이 갖는 상류층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다. 하층민들은 현실의 불만을 가지고 있고 그것의 문제를 상류층에서 찾는다. ‘A New Life’에서 루시가 꿈꾸는 새로운 삶에 대한 염원은 하층민들의 바람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바람일 뿐 현실 속에서는 실현되지 않는다. ‘A New Life’를 부르고 난 후 루시는 하이드에게 살해당한다. 이것은 루시의 죽음일 뿐만 아니라 하층민들의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이 좌절되는 것이기도 하다.

 

 

선과 악 서로 다른 두 개의 얼굴

지킬과 하이드는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선하고, 악한 인격을 대변한다. 원작 속에서 지킬은 사회적인 지위 때문에 억제하고 자제하고픈 욕망이 있었음을 밝힌다.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은 욕망은 하이드가 되어 해소한다. 소설에서 하이드는 보다 악마적인 느낌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외모를 가졌으며 긴장시키고 두렵게 하는 능력을 지녔다. 심지어 어린 소녀를 아무렇지도 않게 밀쳐서 상처를 줄 정도로 이유 없는 폭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아무런 원한 관계가 없는 덴버드 경을 무참히 살해한다. 이처럼 소설에서 하이드는 악마적인 악한 인격을 드러낸다. 그러나 뮤지컬에서 하이드는 악마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무자비하지만 적어도 사이코 패스는 아니다. 하이드가 살인을 벌일 때는 자기중심적이긴 적어도 이유가 있다. 그의 폭력은 앞서 말한 대로 루시를 제외하고 상류층을 향하고 있다. 뮤지컬에서 하이드는 보기만 해도 불쾌한 적대적인 인물이기보다는 동정이 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한 인간 속의 대립되는 두 인격이라는 소재는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이다. 뮤지컬에서도 이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느 지킬에서 하이드로 변화되는 과정은 ‘The Transformation’과 ‘Alive’로 이어지는 노래에서 목소리의 변화, 오른손잡이에서 왼손잡이로의 변화를 통해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약한 존재였던 하이드를 서서히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면서 지킬과 하이드의 대립은 중요한 갈등 상황을 만든다. ‘Confrontation’은 한 인간의 몸에서 선한 인격과 악한 인격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노래이다. 지킬과 하이드를 번갈아 가며 배우 혼자서 이중창을 불러야 하는 이 곡은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작품의 핵심적인 요소를 가장 뮤지컬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곱슬거리는 머리를 풀어헤쳐서 광기에 찬 하이드와 단정하게 머리를 묶은 지킬을 자세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넘나들면서 두 인물의 대립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원작 소설이 뮤지컬로 변하면서 러브스토리, 계층 간의 갈등, 그리고 메인 테마인 선과 악의 갈등을 주요 갈등으로 삼았다. 뮤지컬로 각색하면서 핵심적인 요소들은 노래를 통해 효과적으로 각색되었다. 뮤지컬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는 현재 창작뮤지컬에서 흔히 놓치고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갈등의 핵심을 노래로 만들 것. 지금까지 원작과 뮤지컬을 비교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 <지킬 앤 하이드>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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