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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창작뮤지컬의 현주소 3 [NO.102]

글 |배경희 2012-04-03 4,161


원 소스 멀티 유즈 열풍이 가져온 현상 인접 장르 단체의 유입

원 소스 멀티 유즈 열풍과 더불어 인접 장르의 제작사가 국내 뮤지컬계로 유입, 기존 뮤지컬 제작사와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까지 넘보고 있다. 이들 영화사나 드라마 제작사, 매니지먼트사들은 하나의 새로운 창작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뮤지컬계에 영화사나 방송사라는 ‘이방인’의 등장은 원 소스 멀티 유즈 열풍이 낳은 현상이었다. 물론 그 전에도 오리온이나 CJ엔터테인먼트 같은 거대 기업이 뮤지컬 시장에 진출한 사례가 있긴 했지만, 인접 장르의 단체가 본격적으로 뮤지컬계에 뛰어든 건 원 소스멀티 유즈 바람이 불기 시작한 2000년대 중후반 무렵이다. 만화가 드라마로, 인터넷 소설이 영화로, 게임으로 제작되는 분위기에 편승해서 <대장금>(2007), <싱글즈>(2007), <미녀는 괴로워>(2008) 등 인기 드라마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다수의 뮤지컬이 이 시기에 쏟아졌다. “<미녀는 괴로워>는 영화 촬영 중반부터 내부에서 뮤지컬로 제작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시점은 개봉 이후다. 영화가 큰 흥행을 거두면서 뮤지컬로 만들면 좋을 콘텐츠로 많은 언론 매체에 보도됐고, 실제로 여러 뮤지컬 제작사에서 프러포즈가 들어오면서 뮤지컬 제작을 확정하게 됐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제작사 KM컬처 류은숙 이사의 설명이다. 킬러 콘텐츠가 가진 파급효과를 확인한 제작사들이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장르로 변용하기 시작하면서 공연 시장에 눈을 돌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외부 제작사가 자사의 콘텐츠로 뮤지컬 제작에 나설 경우, 뮤지컬계에 밀착해 있지 않기 때문에 이쪽 생리에 어둡다는 취약점이 있다. 제작사별로 뮤지컬 제작이 결정되면 유명 공연 프로듀서나 스태프들을 초빙해 세미나를 열거나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시장 조사에 들어가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대개는 기존 뮤지컬 제작사와 손잡고 공동 제작에 나서는 안정적인 방법을 택한다. 각각이 지향하는 바에 맞게 제작 방향이 일치하는 프로덕션과 파트너십을 맺는데,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동업 상대로 시장에서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제작사보다는 중소 규모의 제작사를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류은숙 이사는 파트너십 회사로 쇼노트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미녀는 괴로워>의 제작을 위탁한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가 제작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길 원했다. 따라서 견고한 틀을 갖춘 대형 제작사보다는 젊고 도전적인 제작사가 소통하는 데 유리할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예상과 달리 이름 있는 스태프가 아닌 신인 스태프를 제작진으로 기용하는 것 역시 비슷한 이유다. 한 관계자는 “유명 연출가나 작가가 아닌 신인 창작자에게 작업을 의뢰하는 이유는 기존의 작품에서 크게 바뀌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귀띔한다. 공동 제작 계약을 맺게 되면 배우 캐스팅은 영화 제작사가 돕고, 뮤지컬 제작사에서 크리에이티브 팀을 구성하는 식으로 각각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분업과 협업이 이뤄진다.


그렇다면 인접 장르의 제작사가 제작하는 창작뮤지컬의 강점은 무엇일까? 이들의 최강점은 킬러 콘텐츠가 가진 힘 그 자체다. 기본적으로 화제성 있는 흥행작을 뮤지컬로 만들기 때문에 대중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마케팅 효과가 크다. 이는 2010년 공연된 <선덕여왕>의 흥행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선덕여왕>은 40퍼센트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만든 작품이다. 드라마 제작사인 MBC 문화방송은 드라마가 종영한 지 채 한 달이 지나기 전에 빠르게 뮤지컬로 제작해(이는 드라마가 장기 방영됐고, MBC 문화방송에서 자체 제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관객에게 선보이면서 완성도 면에서는 혹평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했다. 이 흥행은 원작의 인기에 기댄 면이 크다.


 

 

 

또 하나의 장점은 자본력이다. 흥행 원작을 뮤지컬로 제작할 경우 원 제작사는 성공 확률이 높기 때문에 뮤지컬 제작사에 판권을 판매하지 않고 공동 제작자로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본력을 가진 외부 제작사가 공연의 메인 제작사이자 메인 투자사로 참여하면서 자금 확보가 수월해진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자본력에 대해 “정확한 퍼센트를 언급할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을 자체 투자한다. 외부에서 펀드를 받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충분히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례로 뮤지컬 <궁>을 만든 드라마 제작사 그룹 에이트의 경우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100퍼센트 자체 투자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이 모험은 성공적이었다. 일본 시장 진출에 성공하면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수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의 반응이 뜨겁자 올 하반기에 예정된 1,700석 규모의 우유포트홀 공연은 작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그룹 에이트가 직접 제작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는 <궁>이 일본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해외 공연을 먼저 제안하지 않아도 일본 메이저 제작사들이 직접 공연을 관람하러 오는 등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또한 여러 히트 드라마를 제작한 그룹 에이트에 대한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해외 시장 진출이 수월했다.” 그룹 에이트의 설명이다. 이처럼 아시아권 시장 진출이 용이하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인접 장르 단체 유입의 최근 경향은 아이돌 스타가 대세인 대중문화의 흐름에 맞춰 콘텐츠만이 아닌 소속 아티스트를 하나의 콘텐츠로 주목하면서 매니지먼트사가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연예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나 코어콘텐츠미디어가 그러한 예이다. <롤리폴리>의 공동 기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는 작품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소속 가수 티아라 캐스팅을 책임지는 것으로 공동 제작자에 이름을 올렸다. SM엔터테인먼트 역시 소속 아티스트를 지속적으로 뮤지컬에 출연시키며 창작뮤지컬 제작의 포부를 키우고 있다. SM은 “소속 가수를 뮤지컬에 참여시키는 경험을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소속 가수들, 그들의 음원을 활용한 창작뮤지컬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미녀는 괴로워>나 <궁> 등 몇몇 콘텐츠 성공으로 인접 장르의 제작사들은 영화나 드라마 시나리오 기획 단계부터 뮤지컬화가 가능한지를 고려하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원작이 흥행작이라고 해서 뮤지컬도 완성도가 높은지는 의문이다. 현재 외부 제작사들은 장르를 옮겨 오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과도기에 있다. 인접 장르의 제작사가 자신이 지닌 충분한 장점을 살려 창작 주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원작의 힘에 기대지 않고 뮤지컬에 대한 장르적인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2호 2012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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