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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일본은 K-POP에서 K-Musical에 열광 중 [NO.104]

글 |이미성(VOICE 대표, 공연 라이선스 에이전시) 사진 |이미성(VOICE 대표, 공연 라이선스 에이전시) 2012-05-07 4,327

최근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국 공연 열풍의 양상을 보면 세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원정 공연, 둘째 라이선스 계약 공연, 셋째 퍼포먼스 공연이 그것이다. 

 

 

 

 

원정 공연 형태 K-pop에 이어 한국 뮤지컬이 붐
일본 열도가 한국 뮤지컬에 열광하는 이유는 K-POP의 한류 스타들이 뮤지컬에 출연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의 연기와 노래를 동시에 즐길 수 있고, 생동감 있는 뮤지컬 무대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K-POP 한류 스타가 출연하는 일본 원정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 배우들이 지방에 공연 하러 가듯 일본에서 한국어(일본어 자막)로 공연을 하는 방식이다. 물론 무대 세트도 한국에서 운송해 온다.


2011년 12월, 동경 1,500석 공연장에서 공연한 뮤지컬 <궁>은 지금까지 일본에서 공연한 한국 뮤지컬의 전례 없는 흑자를 기록했다. 본 공연의 성과는 파격적인 한류 캐스팅이 이루어낸 결과이다. 총 20회 공연에서 가수 초신성의 멤버인 성모와 SS501의 규종이 각각 10회를 출연했다. 보통 뮤지컬 전문 배우와 한류 스타가 더블 캐스팅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전 공연에 한류 스타가 출연한 것이다.  이로 인해 <궁>이 성공적인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일본 뮤지컬 관객층이 주로 여성인 관계로, 일본 공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원정 공연에 한류 남자 배우의 출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티켓 가격이 보통 1만 엔이 넘기 때문에 중년층의 여성 팬을 확보하고 있는 한류 스타가 주로 거론된다. 뮤지컬 <궁>의 경우 메인 캐스팅의 영향으로 20대에서 많게는 70대의 여성 관객이 공연장을 찾아와 주었다. 이러한 팬들은 1회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연을 2~3회 반복 관람하는 열정을 보였다.


뮤지컬 캐릭터 상품의 판매량 역시 높았는데 팸플릿, 파일, 엽서, 티셔츠, 대본집, CD, 숟가락/젓가락 세트, 머그컵, 과자, 부채 등등 한류 스타의 얼굴이 새겨진 30여종이 넘는 뮤지컬 상품들을 판매했다. 뮤지컬 티켓 가격이 S석이 1만2천 엔(18만 원 정도)인데, 일본 관객들은 뮤지컬 보고난 후 스타의 얼굴이 새겨진 각종 머천다이저를 종류별로 사갔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40대 50대 여성들의 소비가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콘서트 공연장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일본 무대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한국 뮤지컬을 수입해 오는 것을 넘어 이제는 한국 원정 공연 여행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10년<모차르트>, 2011년 <천국의 눈물>, 2012년 <엘리자벳> 공연장에서 일본 관광객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들 일본 팬들은 한국 뮤지컬이 좋아서 한국을 찾았다기보다는, 냉정하게 말해서 시아준수를 보러간 것이다. 한국 배우에 열광적인 일본 팬들은 예전에는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부탁을 하거나, 한국말을 아는 일본인을 통해 한국 티켓 사이트에서 예매를 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인 티켓 구매자가 증가하자 한국 티켓 사이트에서도 일본어 제공이 되면서 직접 예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파크에 일본어 페이지가 개설됐고, 한국 제작사들도 일본어 사이트를 제작하고, 심지어 일본어가 가능한 스태프를 기용하여 일본인들이 티켓 구매에 어려움이 없도록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한편, 일본 내에서도 한류 붐에 맞춰 한국 공연 정보를 게재한 사이트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밖에도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스템 중의 하나로, 스타들의 팬클럽 사이트에서  티켓을 단체로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팬클럽 사이트를 이용할 경우 단체 투어 패키지인 경우라서 항공사나 스케줄을 자신이 조정할 수 없다. 그래서 최근에는 스케줄이 맞지 않은 팬들이 직접 저렴한 항공과 개인 취향에 맞는 호텔을 예약해서 자유롭게 한국 일정을 짜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일본 최대의 티켓 구매 사이트인 ‘티켓 피아’ 한류 뮤지컬 담당 관계자에 의하면, 한류 뮤지컬 공연의 티켓 판매량이 2010년에 비해 2011년 판매량이 2배가 늘었으며, 올해도 판매량이 더욱 늘 것으로 예된한다고 한다.

 

 

 

라이선스 계약 공연
2008년 <사랑은 비를 타고>(일명 <사비타>)가 일본에서 영화 수입, 배급 회사로 유명한 토호에 최초로 라이선스 계약을 판매하면서 한국 뮤지컬에 대한 일본의 적극적인 관심이 시작되었다. <사비타>의 경우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작품을 들여오는 방식과 똑같이 일본이 우리나라에 라이선스 로얄티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공연됐다.


한편 2012년 2월 2일부터 16일까지 동경 미쯔코시 극장(500석)과, 17, 18일 오사카 산케이 홀 브리제(900석)에서 뮤지컬 <빨래>가 라이선스 계약으로 일본에서 공연되었다. 뮤지컬 <사비타>와 뮤지컬 <빨래>는 일본 배우들에 의해 일본어로 공연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점이다.


특히 <빨래>는 라이선스 공연이지만, 한류 붐에 맞춰 한국 가수 LEN를 캐스팅하여 일본 배우들과 함께 출연시켰다. 이번 뮤지컬 <빨래> 일본 공연에서는 필자가 LEN의 팬들에게 한국 공연 문화 그대로 쌀 화환을 제공받아 공연 후 기부하는 것을 제안해 한국과 마찬가지로 쌀 화환이 선보였다. 아직 일본에서는 쌀 화환 전문 업체가 없는 관계로 팬들이 직접 포장하고 장식을 해야만 했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뮤지컬을 창작할 수 있는 크레이티브한 작곡가나 작가가 드물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일본의 제작사들이 정서적으로 잘 맞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한국에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얼마 전 공연을 마친 뮤지컬 <햄릿>의 경우, 한국에서 재창작한 버전을 토호가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 토호는 <사비타>를 계기로  한국 뮤지컬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토호의 레퍼토리 공연인 <미스 사이공>의 경우 한국 무대 세트를 구입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무대 제작 비용이 많이 드니까 한국에서 공연한 무대 세트를 그대로 사와서 사용한 것이다.


한국 버전 <쓰릴 미> 또한 일본의 제작사 호리프로에게 라이선스 계약으로 공연되었다. 올 9월 재공연에 있는 <쓰릴 미>는 일본 배우 버전 공연과 한국 오리지널 배우 버전 공연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렇듯 라이선스 계약 공연이 활기를 띄고 있는 것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 비해 저렴한 라이선스 비용과 한국의 뛰어난 창작 능력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일본 대중들에게 한국 뮤지컬에 대한 인지도가 약하기 때문에 홍보나 프로모션에서는 한국의 창작뮤지컬이라는 홍보 문구보다는 일본의 유명 배우를 기용한 스타 마케팅에 의존하고 있다.

 

 

 

퍼포먼스 공연
퍼포먼스 <난타> <점프> 외에 드로잉쇼 <히어로>가 지난 2월 동경에서 공연되었다. <난타>는 2011년  공연 이후  올해 다시 동경과 오사카 공연이 결정된 상태이다. 언어가 필요 없는 넌버벌 퍼포먼스 공연은 유명한 스타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홍보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일본 관객들이 자막을 보지 않아도 되어서 편안함과 즐거움을 준다.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 대중들에게 <난타>는 널리 알려진 공연이다. 일본 원정 공연보다 오히려 한국 여행 시 패키지 여행 자주 이용되고 있다.


 <난타>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의 한국의 퍼포먼스 공연이 일본 공연계에 새로운 창작 공연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드로잉 쇼>는 올 2월 동경 최대 번화가인 긴자에서 공연했다. 넌버벌 퍼포먼스는 아직까지 일본에서의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최근 니혼 TV에서 소개할 정도로 한류 콘텐츠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2012년에도 많은 한국 창작 뮤지컬들이 일본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시각에서 볼 때 아직까지 한국 뮤지컬의 붐은 작품성보다는, 한류 스타의 출연으로 인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한류 스타를 기용한 한류 뮤지컬 붐은 당분간 지속되리라고 보인다. 일본 시장에서 한국 뮤지컬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높은 작품성과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단지 일본에 가서 공연을 하는데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라, 일본 진출에 앞서 충분한  사전 준비와 치밀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3호 2012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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