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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터리] 원고의 의미, <호프> with 김선영, 조형균(2)

글 | 안시은 기자 | 영상 | 안시은 기자 | 스테이션아이디제작 | 카피카피룸룸 | 공연영상제공 | 알앤디웍스 2019-03-18 2,123
코멘터리| 공연 실황을 통해 작품에 대해 들어보는 비하인드 스토리

아홉 번째 더뮤픽 코멘터리 작품은 <호프(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호프>)입니다. <호프>는 2018 예술공연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뮤지컬 부문에 선정된 작품으로 지난 1월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첫 선을 보였습니다. 카프카 유작 반환 소송 실화를 모티프로 완성한 뮤지컬입니다. 

<호프>는 신예 창작진인 강남 작가와 김효은 작곡가가 재판과는 다른 시각으로 인물들을 새롭게 재구성했습니다. 30년 째 이어지는 재판을 중심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호프의 생애를 돌아봅니다. 그 과정을 통해 78세 호프에게 원고는 평생 어떤 의미였는지, 왜 놓을 수 없었는지를 섬세한 감정선으로 표현합니다. 

배우들은 지난 1월 아르코예술극장 공연을 거치면서 선명해진 감정선과 호흡으로 묵직한 연기를 펼쳤습니다. 이후 배우들은 꾸준히 대화를 이어가며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요. 좋은 팀워크로 완성도 높은 공연을 펼치겠다는 김선영(호프 역)과 조형균(케이 역)이 들려주는 두 번째 코멘터리를 공개합니다. 

(※공연 후반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일부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길 위의 나그네



#사랑받는 곡
김선영 이 넘버를 많이들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조형균 노래도 좋은데 과거 호프가 변해가는 세월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진행되잖아요. 그게 짠해요.  
김선영 케이(K) 배우들이 가창력을 뽐낼 수 있는 멋진 곡이죠. 
조형균 저희는 이 노래가 제일 힘들었어요. 노래도 어렵지만 물을 못 마시거든요. 그래서 계속 (노래 시작하기 전에) 헛기침하고 그래요. 

#호프의 여정
김선영 이 장면은 호프가 엄마와 싸우고 길거리로 나와서 여러 읽을 겪으면서 20년 만에 텐트로 다시 돌아오는 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줘요. 이때 진짜 많은 생각이 들어요. 
조형균 호프도 과거 호프도 모두 표현을 잘해요. 
김선영 호프로서 ‘지난날 내가 어땠지?’ 라는 생각도 하지만 실제로도 ‘지난 시간이 어떻게 흘러 왔지?’ 하면서 생각이 들기도 해요. 
조형균 영화 같으면 필름처럼 지나가는 느낌이에요. 버림받고 얼마나 그랬을까?

#짙은 감성의 안무
김선영 채현원 안무 감독님은 (감성이) 배우예요. 표현하는 것들이. 
조형균 액터예요.

#미러 장면
조형균 과거 호프 역할 맡은 배우들이 이 장면부터 눈빛이 달라지더라고요. 
김선영 그걸 옆에서 보겠네요. 
조형균 이 미러 장면은…. 
김선영 (미러 장면에서) 연출이 원했던 건 과거 호프가 세월이 지나 풍파를 겪고 어느 순간 쇼윈도에 (비친) 내 모습을 봤더니 78세 호프로 변해 있던 걸 마주하게 되는 시점을 보여주는 거였어요. 저는 최대한 감정을 빼고 과거 호프에 다가가는데 막상 다가가면 순간 과거 호프가 못 참더라고요. 비로소 ‘내 모습이 이렇구나’라는 걸 알게 되니까. 

#호프의 절규
조형균 노래에서 ‘아~’하고 부르는 라인은 케이가 부르지만 오히려 호프 감정 같아요. 노래 같은 느낌보다 호프의 절규와 속마음 같은. 
김선영 그래서 끝 부분에 과거 호프와 교차된 다음에 돌아서 과거 호프가 뛰쳐나갈 때 모습을 보면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요. ‘아~’ 부분과 같이. 
조형균 이때 저도 노래해야 하는데 유리아(마리 역)가 눈물이 펑펑 흐르니까 저까지 눈물이 나려 해서.
김선영 극한 직업. 참아야 하는….

#<호프>의 매력
조형균 <호프>는 (감성적으로) 빠져들 것 같을 때쯤 현실로 깨버리는데 이런 구성이 좋은 것 같아요. 


유산



#호프의 심정
조형균 (호프에게는) 유언장마저도 자기 이름이 없으니까 화 그 이상일 것 같아요. 

#함축적인 장면
김선영 이 넘버도 사실 여러 번 바뀌었죠. 
조형균 진짜 많이 바뀌었어요.
김선영 어려운 장면이어서.
조형균 과거 호프가 원고를 받아들이기까지를 노래 한 곡에 함축적으로 보여줘야 하니까요. 
김선영 짧은 순간에  과거 호프가 (그것들을) 표현해야 하니까 어려웠을 것 같아요.
조형균 노래 수정도 많이 되고. 연습할 때 과거 호프 배우들이 힘들어했던 게 시선이었어요. (손에 쥔) 원고를 볼 때가 있고 케이(K)를 봐야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만날 연습 끝나면 같이 회의하고 그랬어요. 

#뒤늦은 깨달음
김선영 (호프가) 이제서야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고 과거 호프를 향해서 ‘다시 생각해봐.’ 라고 하는 장면이죠. ‘이때 네가 멈췄다면 우리 삶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고 하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얘기이기도 하고요. 
조형균 맞아요. 

#소중한 원고
조형균 이 장면은 특히 판사 대사(“공증되지 않은 낙서는  증거로 채택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기각입니다.”) 때문에 더 그렇더라고요. (판사는) 아무렇지 않게 대하지만 호프는 소중하게 여기잖아요.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복잡한 케이의 심정
김선영 케이(K)도 복잡하겠어요. 
조형균 그렇죠. 저희는 호프에게 회상을 시켰다가 중간에 깨줬다가 자극적인 메시지도 줘야 하니까. 
김선영 케이(K)는 원고지만 인격도 있는 캐릭터니까 자기가 지켜보거나 개입해서 이뤄지는 일들 때문에 느껴지는 게 많을 것 같아요. 복잡해질 것 같아. 
조형균 우리(원고, K) 같은 경우 (고)훈정 형이나 (장)지후와도 얘기했지만, 연출님과도 감정적으로 많이 동요되지 말고 빠지지 말자고 해요. 그럼에도 지켜보는 입장에선 호프도, 과거 호프도 그렇고 엄마 마리와 베르트 모두 다 맞는 말이기 때문에. 
김선영 호프를 설득하려면 본인이 갖고 있는 이유가 있어야만 하니까.
조형균 그래서 이 신 만큼은 독하게 마음 먹고 (하려고 합니다.)

#결국 호프
조형균 케이(K)가 하나의 인격 같은 캐릭터지만 호프 스스로 (케이와) 왔다갔다 하는 거잖아요. 
김선영 그렇죠. 계속 흔드는 거지. 
조형균 어떻게 보면 (케이가 하는 말까지 포함해서) 계속 (호프가) 혼잣말하고 있는 건데. 

#영화 같은 장면
조형균 이 장면에선 영화처럼 혼자 가만히 있는데 (주변 인물들이 움직이면서) 세상은 바뀌는 이 그림이 정말 좋아요. 

#타이밍
조형균 원고 떨어뜨리는 장면도 미친 듯이 연습했어요. 탑조명 안에 원고를 정확히 떨어뜨려야 하거든요. 
김선영 저는 탑조명이 떨어지는 공간을 확보해주기 위해서 살짝 떨어져서 자리를 잡아주고요. 
조형균 누나는 피해주고.

#타이니 포그
조형균 이 장면에선 최첨단 기술(타이니 포그)도 쓰였어요. 
김선영 연습실에서는 이게 있다고 가정하고 연기를 했는데 막상 무대에서 저렇게 나오니까 (감정이) 확 오더라고. 
조형균 연출님이 연습 전 구성하실 때부터 영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실제로 연기같은 걸 표현하고 싶어서 연출부나 컴퍼니에서 조사를 하신 것 같아요. 수증기를 계속 만들어주는 거죠. 
김선영 저는 처음에 팔을 잡는 위치에 따라 작동되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원격조종이더라고요. 
조형균 저도 그걸 알고 놀랐어요. 

#당신에겐 그 지옥같은 세상을 버틸 게 필요했던 거야
조형균 연습 막바지에 “당신한텐 그 지옥같은 세상을 버틸 게 필요했던 거야.”(케이) 하는 대사가 추가됐죠.
김선영 이 장면도 수정이 많이 됐어요.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조형균 태우고 나서. 
김선영 원래는 ‘나 이거 좀 붙들고 살자!’하면서 노래가 시작됐거든요. 노래에 들어가기 전에 절정감으로 치달아야 노래할 때 호프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되는데 뭔가 아쉬웠어요. 연출도 배우들도 느꼈고. 그러다가 작가님이 마치 뭘 받은 것처럼 대사를 쓰더니 갖고 온 대사였어요. 
조형균 원래는 케이(K)가 호프를 안고나서 태우고 별말 없이 떨어지고 나서 호프 누나들이 ‘이게 나야’ 하면서 바로 부르는 거였거든요. 연습 끝나고 뭔가 급하고 아쉬운 느낌이었는데 작가님이 추가 대사를 써주셨어요. 베르트 대사에서 찾은 답이죠. 베르트가 마지막에 기찻길에서 마리와 과거 호프를 데려와서 비수를 꽂잖아요. 원고를 그냥 내놓자고. 베르트가 ‘당신한테는 그 지옥 같은 세상을 버틸 게 필요했던 거야. 원고가 아니라’라며 얘기했는데 결국 마지막에 베르트가 마리에게 했던 말을 케이(K)가 똑같이 하거든요. 
김선영 추가된 대사 때문에 (감정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호프



#마음을 건드리는
김선영 ‘호프’를 뮤직비디오(3월 15일 공개)로 편집해서 공개하려고 저와 (차)지연이를 번갈아서 편집한 걸 (사전에) 확인해달라고 해서 보다가 울어버렸어요. 
조형균 저도 울었어요. (‘모든 걸 잃어버린 원고만 남은 여자’ 라고 하는데) 가사가 참 와닿아요. 

#호프를 알았다면
김선영 이런 인생을 수십 년 살아온 삶의 여정과 흐름을 (차라리) 모르면 호프에게 어떤 질문을 하기가 쉬울 수 있는데, 만약에 안다면 ‘당신 왜 이렇게 살았어요?’라는 질문을 하는 게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조형균 그렇죠.
김선영 이 사람의 몇십 년이 왜 이렇게 됐는지. 
조형균 그걸 납득하려면 시간만으론 안 돼요. 
김선영 그럼요. 사건과 상황과 세월을. 

#호프를 연기한다는 것
조형균 저는 (선영 누나의) 손이 또 너무 슬퍼요.
김선영 어려운 역이지만 할 수 있게 돼서 정말 감사해요. 
조형균 그냥 누나랑 너무 잘 맞아요. 
김선영 그럴까요?
조형균 누나가 정말 잘 표현해줘서. 
김선영 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힘만 계속 있다면, 5년 뒤, 10년 뒤, 20년 뒤까지 만약 (배우를) 한다면, (계속 하고 싶어요.) 물론 (극 중 호프 나이인) 78세가진 힘들어서 못하겠지만.
조형균 해야죠! 
김선영 그것도 정말 궁금할 것 같아요. 그런데 힘들어서 이 노래를 할 수 있을까요? 
조형균 누나가 나이들고 소리적으로 한계가 와도, 또 다르게 느껴질 것 같아요. 오히려 대사처럼 해도. 드라마가 강한 넘버라서. 


빛날 거야 에바호프



#호프의 드라마
조형균 가끔 (호프) 누나들이 고음에서 감정 때문에, 흔히 말하는 음이탈이 가끔 나기도 했잖아요. 그런데 그게 음이탈로 느껴지지 않고 할머니가 외치는 느낌으로 더 와닿았어요. 어떻게 해도 드라마로 느껴져서 슬퍼요. 그리고 저는 호프 혼자서 계속 갈등한다고 생각하니까 더 짠한 거예요. 
김선영 78세에 원고를 넘기면서 사건이 정리가 되고 ‘나 갈게’ 하고 (작품이) 끝나잖아요. 그 이후의 호프는 어떻게 살았을지 궁금하다는 생각도 많이 해요. 
조형균 맞아요.
김선영 원래는 ‘이렇게 살다 죽게 냅둬’인데 ‘아니야 나 한 번 새롭게 살아볼게’ 하고 가잖아요.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해요. 

#케이(K)의 연기
조형균 ‘호프 스스로가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원고한테 네가 나 좀 도와달라’고 하는 게 처음 장면에서 케이(K)가 했던 대사예요. 
김선영 케이(K)를 연기하는 배우들도 아르코예술극장에서 2주밖에 공연하지 않았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연기가) 더 묵직해졌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역할에 대한 해석이 연습하면서는 분분했을 텐데 직접 무대에서 연기를 하면서 (명확해진 것 같아). 
조형균 드라마가 진행될 때 배우들이 보는 시선에 따라 관객이 보는 시각도 달라지잖아요. 만약 관객이 케이(K)를 보고 ‘케이(K)는 누굴 보고 있지?’하게 되니까. 연습실에선 세트도 없고 이런 것들 때문에 누굴 중점적으로 볼지가 산만했는데 극장에 오니까 의외로 집중이 잘 됐어요. 우리도 보는 게 명확해지니까 오히려 그 부분을 더 깊게 파게 됐고요. 
김선영 이 얘길 한 이유는 무대에서 그렇게 연기하는 게 느껴졌거든요. 연습할 때는 여기선 뭘 표현하고 어디까지 단순하게 혹은 복잡하게 표현하지 그랬을텐데, 무대에 와서 그 부분이 선명해지니까 나중에는 호프를 설득할 때 더 강하고 묵직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조형균 상대적이라고, (호프) 누나들이 주는 만큼 케이(K)들도 계속 움직여요. 




극 이후 호프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김선영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78세 노파가 새로운 인생을 산다는 건…. 현실적으로 돈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여자가 원고를 놓고 살아볼게 하면서 재판정을 떠나는데 그 다음에 정말 어떻게 살았을지 궁금해요. 
조형균 원고를 기증하고 로열티를 수십억 받았다고 해도 그 돈을 다른데 기부했을 것 같아요. 돈에 대한 행복보다 자유로움을 즐겼을 것 같아요. 극 중에서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실제 호프는 저희가 처음 창작산실에서 30분 분량으로 쇼케이스 할 때만 해도 살아계셨는데, 끝나고 같은 해(2018년 8월)에 돌아가셨어요. 


1. 에바 호프
2. 안가
3. 안녕
BG. 마지막 재판
4. 이 동네 미친년 호프
5. 요제프 K

BG. 회상
6. 회상1
7. 빛나잖아
8. 콩닥콩닥 콩콩콩콩

9. 노동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10. 다윗의 별(호프 (Rep.))
11. 친구야 안녕
12. 회상2
13. 나의 집
14. 기도해
15. 회상3
BG. 전쟁같은 세상에 서로의 희망이 되어줄 친구
BG. 전쟁같은 세상에 서로의 희망이 되어줄 연인
16. 빛나잖아 에바 호프
17. 인생은 B와 D사이의 Chance
BG. 전쟁 같은 세상에
18. 길 위의 나그네
19. 유산
20.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21. 호프
22. 빛날 거야 에바 호프

23. 판결


*<호프> 코멘터리 1편 보기 http://www.themusical.co.kr/Pick/Detail?num=1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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