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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OPLE] <팬레터> 이규형 [No.157]

글 |나윤정 사진 |심주호 2016-10-31 8,421

꿈을 향한 동경




열정을 살린 팬레터

이규형이 <팬레터>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9월이었다. 우수 크리에이터 발굴 지원 사업인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공개 리딩에 참여했던 것. 일련의 과정을 거쳐 <팬레터>는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돼 본 공연을 올리게 됐고, 이규형은 김해진 역을 맡아 다시 이 작품을 만나게 됐다. “첫 리딩을 했을 때, 1930년대 경성이란 격변의 시대를 다룬 이야기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잘 다듬으면 재밌는 작품이 나오겠다 싶더라고요. 지난번 쇼케이스 땐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연습하느라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거든요. 이번에 캐스팅 제의를 받고 흔쾌히 선택하게 됐죠. 김해진이란 역할을 매력적으로 만들어보고 싶더라고요.”


이규형이 맡게 된 역할 29세의 천재 소설가 김해진. 이 인물의 실제 모델은 소설가 김유정이란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김유정 소설가의 실제 캐릭터를 그대로 살릴지, 아니면 작가적인 면만 살리고 인물을 재창조할지. 지금 연습하면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있어요. 일단 전사(前事)는 그의 실제 삶을 그대로 끌어올 생각이에요. 김유정 소설가는 문단에 등단한 후, 불이 연소하듯 삼십 편의 소설을 쏟아내고 스물아홉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어요.  작품에서 펼치는 시기가 바로 김유정 소설가가 왕성히 작품 활동을 할 때거든요. 그런 만큼 캐릭터의 열정이 표현돼야 할 것 같아요. 김해진이란 인물이 어떻게 작품을 쓰고 얼마나 열정적으로 작품에 빠져드는지, 이것이 잘 드러나야 해진과 세훈의 관계에 더욱 정당성이 부여될 테니까요.”


작품 속 해진은 자신을 동경하는 작가 지망생으로부터 팬레터를 받게 된다. 그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깊은 교감을 나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작가 지망생의 이름은 히카루. 편지만으로도 해진은 점점 히카루를 사랑하게 된다. “해진의 삶을 유지시켜준 건 히카루가 보낸 팬레터였어요. 물론 어느 순간부터 히카루의 정체를 느꼈겠죠. 하지만 그것이 밝혀지면 히카루란 존재도 날아가 버리는 거예요. 독약인 줄 알면서도 안 마실 수 없는 그런 기분이랄까요.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한 가닥의 끈을 계속 잡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고선 뒤늦게 깨닫게 되죠. 사실 그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다는 걸.”



누군가를 향한 동경을 상징하는 팬레터. 해진에게 팬레터가 전해졌듯, 이규형도 누군가에게 팬레터를 전해 준 기억이 있을까? “저는 팬레터를 보내지 않고 직접 찾아갔어요.” 의외의 대답은 그의 열정을 가늠하게 해주었다. “제가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나왔거든요. 학교 선배님들 중에 기라성 같은 분들이 계세요. 최민수, 한석규, 박신양 선배님…. 지금도 고등학교 때 외웠던 <쉬리>의 최민식 선배님 대사, <뿌리 깊은 나무>의 한석규 선배님 대사를 외우고 있을 만큼 존경하거든요. 그래서 다 찾아가 봤어요. 인터넷으로 매니지먼트 회사를 검색해서 찾아가 봤고, 주소가 바뀌어서 허탕 친 적도 있어요. 박신양 선배님을 몇 시간씩 기다리다 대신 매니저분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죠. 다들 배우로서 워낙 존경했기 때문에, 만나서 인사드리고 따뜻한 한마디를 듣고 싶었거든요.”


그는 또한 드라마 <사인>의 작업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배움을 얻기도 했다. “박신양 장학회 활동을 일 년간 하게 됐어요. 박신양 선배님이 드라마 <사인> 작업을 할 때 개인 스태프로 참여할 수 있었죠. <팬레터>에서 세훈이가 칠인회 모임에 가서 어깨너머로 배우듯 저도 그렇게 한 거예요. 데뷔하고 연극, 뮤지컬 무대에만 오르다 보니 드라마나 영화 현장이 궁금했어요. 제가 도전하고 싶은 분야의 선배님들은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연기를 할까? 그래서 직접 찾아가서 어깨너머로 배운 거죠.” 물론 그는 배움에서 멈추지 않고 그 도전을 하나씩 실행 중이다. 오는 12월 방송 예정인 드라마 <화랑 더 비기닝>에 출연한다고 하니, 이규형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도 좋겠다.




쉼 없는 향해

이규형은 열정적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배우 중 하나다. 이달 만 해도 <팬레터>와 연극 <날보러와요>를 번갈아가며 공연할 예정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듯하다.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원동력이요? 어떻게 보면 그 반대예요. 연기 활동 자체가 제가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좀 워커홀릭인데요. 사실 일을 안 하면 망가지고 나태해지거든요. (웃음) 주어진 목표가 있어야 체계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스타일이에요.”

 
연극 <날보러와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용의자들. 등장 시간은 짧지만, 그만큼 임팩트 있는 역할이다 보니 그에 따른 고민이 있을 듯하다. “용의자들을 최대한 겹치는 부분 없이 표현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딱 하나 교집합 되는 부분이 있게요. 어쨌든 용의자 신분이라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두 가지를 다 보여줘야 한대요. 누가 봐도 용의자가 아닌데 형사들이 멍청하게 잡아놓았구나!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 눈빛이 돌변해서 범인일 가능성이 있겠다! 이 두 포인트를 다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죠.”


2007년 <두근두근>으로 데뷔 후 어느덧 배우 생활 10년 차에 다다른 배우 이규형. 실제로는 중학교 때부터 연극 활동을 했다고 하니 그의 연기 생활은 꽤 오래 숙성되었다.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보니 자연스레 대학로란 곳에 와 있었어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무대에 올랐으니까, 아마추어와 프로 무대까지 합치면 꽤 오랜 시간이 흘렀죠. 그리고 이제 처음 배우의 꿈을 갖게 만들어준 영화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3년 전부터 조금씩 조금씩 실행하고 있죠. 아직은 멀었어요. 이제 시작하는 단계니까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면서도 그는 무대를 향한 애정 또한 살뜰히 챙겼다. “무대 태생이신 황정민, 유준상 선배님들이 계속 다시 무대로 돌아오시잖아요. 다른 장르에서 연기 경험을 쌓고 배우면 그만큼 무대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제게 무대는 항상 서고 싶은 곳이죠.”


또한, 그의 계획은 이규형이란 배우를 사람들이 더 많이 알게끔 만드는 것. 이는 단순히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심 때문은 아니었다. “내 이야기를 영향력 있게 하려면, 영향력 있는 배우가 되어야겠더라고요. 열아홉 살 때 입시 면접을 보는데, 교수님이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 물으셨어요. 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이렇게 답했더니 교수님이 피씩 웃으시며 ‘배우가 세상을 위해 뭘 할 수 있냐고’ 되물으셨죠. 그때 9·11 테러가 일어난 즈음이었거든요. 그래서 말했죠. ‘국내 안팎으로 정세가 어수선한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연극이나 영화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그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요? 그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작은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렸고, 귀엽고, 웃기는 기억이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그때의 생각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요. 물론 틀리지 않았으니 지금도 변함이 없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7호 2016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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