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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 나아갈 길 [No.193]

글 |안세영 2019-11-01 1,289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 나아갈 길

 

지난 6월 25일, 공연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국내 모든 공연 제작사, 공연장, 예매처는 공연 관련 정보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하 KOPIS)에 제출해야할 의무가 생겼다. 2014년부터 운영되어 왔지만 정보 수집율이 저조했던 KOPIS가 마침내 신뢰성 있는 통계 시스템으로 기능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KOPIS 운영을 맡고 있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김유정 정보분석팀 팀장을 만나 공연법 개정이 가져올 변화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도약의 발판

공연법 개정을 통해 정보 제공이 의무화되기 전까지 KOPIS 운영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전에는 예매처 및 제작사와 일일이 접촉해 참여를 독려해야 했다. 2017년 주요 예매처 6곳과 데이터 전송 연계 체제를 완성했지만, 개별 제작사가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었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율은 여전히 저조했다. 제작사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도 많았다. 예를 들어 한 제작사가 여러 예매처에 위탁해 티켓을 판매하는데 A 예매처에서는 정보 제공에 동의하고, B 예매처에서는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어떤 제작사는 티켓이 잘 팔리는 작품만 정보 제공에 동의했다. 또 제작사 담당자가 변경되거나 공연별 특수목적법인이 설립되면 동의서를 다시 받아야 했다. 이렇게 공연 정보가 제대로 수집되지 못하다 보니 통계의 신뢰도가 떨어졌다. 지금은 개정된 공연법이 시행되면서 복잡한 동의 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되었고, 데이터 수집율도 높아졌다. 
 

그렇다면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처럼 100%에 가까운 데이터 수집이 이뤄지는 것인가? 당장은 아니다. KOPIS는 전산 예매·발권 시스템을 통해 공연 정보를 전송받는데, 소수의 멀티플렉스 극장이 장악하고 있는 영화 시장과 달리 공연계는 주요 예매처 외에도 군소 예매처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 외부 업체에 위탁하지 않고 자체 발권 시스템을 사용하는 공연장도 많고, 소셜커머스에서도 티켓이 판매된다. 현재 우리가 파악한 티켓 판매처만 200곳이 넘는다. 공연법이 개정된 이후 이런 곳들과 꾸준히 시스템 연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기 티켓은 법으로 정한 정보 전송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로 인해 실제 관객 수 및 매출액과 KOPIS의 데이터 사이에 오차가 생길 텐데 해결책이 있는가?  수기 티켓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건 전산 예매·발권 시스템이 미비한 소규모 극장이나 극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또한 전산화되지 않은 정보는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높고, 임의로 조작하기도 쉬워서 정보를 제공받는다 하더라도 신뢰성이 떨어진다. KOPIS 시스템에 참여하길 원하지만 높은 수수료 때문에 기존 티켓 예매처의 예매·발권 시스템을 이용하기 어려운 중소규모 공연 단체에게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정보원이 운영하는 수수료 없는 예매·발권 시스템 ‘문화N티켓’ 활용을 권해드리고 있다. ‘문화N티켓’은 온라인 예매 사이트와 더불어 무인 발권기 70여 대를 전국에 보급해 운영 중이다. 
 

공연법 개정과 함께 대중가요 콘서트가 새롭게 정보 수집 대상에 포함되었다. 그런데 KOPIS 웹사이트 내에서 아직 콘서트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없다.  정보가 수집되었다고 바로 노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른 장르 공연은 이전에 계속 정보 공개에 필요한 사전 작업을 해왔다. 콘서트 역시 공연장을 추가하고 장르를 세분화하는 등의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또 어떻게 정보를 노출해야 기존의 다른 공연 장르가 콘서트에 비해 주목도 면에서 묻히지 않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여태까지 다른 장르 공연이 그래왔던 것처럼 1~2년 간 간담회를 통해 대중가요계의 의견을 충분히 취합한 후에 준비를 갖추고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많은 제작사가 KOPIS를 통해 관객 수와 매출액이 노출되는 데 부담을 느낀다. 특히 소규모 공연, 비상업적 공연은 정보 공개로 인해 오히려 투자가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그러한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아직은 작품별 관객 수와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신 예매상황판에서 장르별로 50위까지 예매 순위를 공개해, 인기 공연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을 사용해도 예매 순위가 낮은 공연은 노출도가 떨어져 홍보에 불리하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예매량 뿐 아니라 다양한 기준으로 공연을 노출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간단한 예로 ‘곧 개막하는 공연’, ‘곧 폐막하는 공연’을 따로 노출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 KOPIS 사이트 첫 화면에 무조건 전체 장르 순위가 뜨는 게 아니라 여러 장르 가운데 하나가 랜덤으로 뜨게 한 것, 기간별(일간·주간·월간·연간)로 순위를 살펴볼 수 있게 한 것도 모두 다양한 공연이 부각되게 하기 위해서다.  
 

아동극, 대학로 공연, 오픈런 공연은 공연 장르와 별개로 순위를 매기고 있는데 이유가 뭔가?  이 또한 다양한 장르와 형식의 공연을 주목받게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아동극은 다른 공연과 소비자층이 확연히 다르고, 대학로는 공연장이 밀집되어 있는 특수한 지역이기 때문에 따로 묶었다. 오픈런 공연은 오랜 기간 공연하며 관객 수가 쌓이다 보면 월간, 연간 예매량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수밖에 없어 따로 순위를 매겼다. 단, 공연 DB에서는 세 항목의 공연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아동 뮤지컬은 아동극으로 따로 분류되지 않고 뮤지컬 장르 안에 포함된다. 
 

앞으로 장르를 더 세분화해 표시할 계획이 있나? 뮤지컬의 경우 창작, 라이선스, 내한 공연의 정보를 구분해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분류 기준이 명확하다면 고려할 수 있는 사안이다. 공연계에서 장르 구분은 이미 무의미해졌다는 시각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세분화된 장르 구분을 요하는 목소리가 크다. 연극계에서는 초연과 재연, 순수 예술과 상업 공연을 분류해주길 바란다. 클래식계에서는 성악과 기악, 대규모 오케스트라 공연과 소규모 살롱 공연을 구분해주길 바란다.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소수 장르 작품을 조명하기 위해서도 세부 장르 구분은 필요하다. 하지만 섣불리 시도할 수 없는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세부 장르를 분류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만약 장르를 세세하게 분류했는데 해당 장르에 속하는 작품 수가 적다면 구분이 무의미해진다. 새로운 분류법에 맞춰 기존 데이터를 재정비해야 하는 수고도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안에서 신중한 검증을 거쳐 시도하려고 한다. 


 

느리지만 꾸준한 전진

KOPIS가 수집하는 공연 정보 중에는 예매자의 성별과 연령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사이트에서는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없다.  의무적으로 전송해야할 정보에 예매자 성별과 연령 정보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애초에 예매처에서 해당 정보를 수집하지 않아 우리도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현재 수집된 일부 데이터만으로는 통계의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티켓 판매처가 200곳 이상 되다 보니 정보를 수집해온 방식도 제각각이다. 필요한 테이터를 정확히 수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연계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KOPIS 공식블로그 ‘오늘 공연 뭐 볼까?’에서 특정 공연을 선정해 작품 소개와 함께 예매 현황과 성별 분포를 도식화해 보여주는 걸 봤다. 이 블로그는 어떤 목적에서 운영하는 것인가? 블로그는 KOPIS의 통계 데이터를 활용해 관객 친화적인 공연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로, 2018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필진이 특정 공연에 관한 소개 글을 작성하면, 우리가 해당 공연과 관련된 통계 데이터를 덧붙여 노출한다. 총 공연 횟수, 성별과 요일별 예매율, 해당 장르의 평균 판매량보다 얼마나 많이 팔렸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사이트에서 작품을 검색했을 때도 이런 도식화된 정보를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언젠가는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정확한 시기를 밝힐 수 없는 건 무조건 빨리 정보를 공개하는 것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데이터가 모였을 때 이를 공개해도 무리가 없을지 우리도 여러 곳에 자문을 구하며 고민하고 있다. 
 

비단 통계 자료뿐 아니라 수많은 작품의 공연 정보를 한 곳에서 찾아보고 조건에 따라 검색할 수 있다는 게 KOPIS의 장점이다.  업계에서 KOPIS에 기대하는 바는 단순히 관객 수 파악과 비교에 국한되지 않는다. KOPIS를 통해 수집되는 다양한 정보를 원한다. 게다가 공연의 흥행에는 공연 시기는 물론 공연장, 제작사, 창작진, 출연진의 인지도 같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KOPIS을 통해 흥행 요인을 다각도로 분석하려면 공연 DB 작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공연 DB의 활용 가치가 높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예매처를 통해서 받는 기본적인 정보 외에도 수상작 DB, 극작가 DB 등 부가 정보를 입력하는 작업에 힘쓰고 있다.
 

KOPIS에 공개된 정보를 외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 AP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미 우리 공연 DB를 활용해 새로운 공연 서비스를 구상 중인 곳이 많다. 관광, 요식, 교통 관련 업계에서 계속 문의가 들어온다. 예컨대 K팝 스타가 출연하는 공연 정보를 모아 외국인 관광 사업과 연결시키는 식이다. 이러한 민간 서비스가 관객에게 편익을 제공하고, 관객 유치에도 도움을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뮤지컬 제작사에서는 KOPIS가 당장 투자 유치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를 이야기하지만, 이렇게 우회적으로 돌아오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을 거라 본다. 
 

내년에는 사이트 로그인 기능을 도입해 공연 단체가 자사 공연의 상세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들 예정이라고 들었다.  작품별 관객 수와 매출액을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하기 앞서 정보 제공자이자 소유권자가 먼저 정확한 데이터가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제작사가 보유한 예매 정보와 KOPIS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비교했을 때 일치한다는 게 확인되면 정보가 모두에게 오픈되는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 만약 누락된 정보가 있다면 기술적으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전산망을 통해 수집되는 정보 외에도 제작사가 추가적인 정보를 직접 입력하고 관리할 수 있게 기본 폼을 만들 예정이다. 대형 뮤지컬 제작사는 이미 내부적으로 정보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겠지만, 그 밖의 장르는 기획자가 수시로 바뀌고 공연 제작이 단기간에 이뤄져 자기 정보 관리도 역부족인 단체가 많다. 그런 단체에게는 KOPIS의 데이터 아카이빙 서비스가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자신한다. 
 

작품별 관객 수와 매출액이 모두 오픈되기 앞서 또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할까? 언젠가는 관객 수와 매출액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무리하게 오픈하지 않고 현장의 의견을 수용해 적절한 시점에 가능한 장르부터 공개하려고 한다. 뮤지컬계는 정보 공개에 크게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당장 많은 정보를 오픈해주길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반면 국악계, 연극계 등은 수기 티켓 비중이 높은 만큼 정보 공개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래서 장르별로 순차적으로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앞으로 또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연말에 사이트 개편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또 한 번 업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마련될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공연 데이터 활용 및 분석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고 있다. 또한 하반기 KOPIS 데이터를 이용한 공연예술 소비 현황 조사를 시도할 계획이다. 작년까지는 예매처와 카드사 데이터에 의존해 소비 현황 조사를 진행했지만, 이제는 KOPIS 데이터 수집율이 일정 수준 이상 높아졌기 때문에 연구 자료로서 가치가 있다고 본다. KOPIS 데이터를 활용하면 공연 장르별, 기간별 매출 규모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흥미로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향후 KOPIS 데이터가 모두 공개되면 일반인도 누구나 이런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3호 2019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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