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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2023 연말 결산①] 국내 뮤지컬 이슈

글 |조용신(공연 칼럼니스트) 사진 |. 2023-12-22 5,585

<오페라의 유령>

 

한국 뮤지컬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2020~21) 동안 급격한 매출 타격을 받았으나 지난 2022년에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올해 2023년은 금리 인상과 소비물가의 가파른 인상이라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 한해 국내 뮤지컬계를 달구었던 소식과 작품들을 정리해 본다.

 

 

흥행을 견인한 대형 라이선스 작품들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오페라의 유령>이 우리나라에서는 13년 만에 라이선스 공연이 이루어지면서 올해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 되었다. 부산, 서울, 대구로 이어지는 대장정에 만능 대배우 조승우가 유령 역으로 출연해 매진 사례를 기록했고 저마다 색깔이 다른 세 명의 유령들(최재림, 김주택, 전동석) 역시 뮤지컬 역사에서 가장 매력 있는 캐릭터 중의 하나인 ‘유령’ 배역을 나누어 맡았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40년 동명의 영화로 잘 알려진 뮤지컬 <레베카>는 7번째 시즌 공연이자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았고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 밀리언셀러 작품으로 등극했다. 댄버스 부인 역의 신영숙은 초연부터 매 시즌 출연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김광석의 노래로 엮은 창작뮤지컬 <그날들>과 브램 스토커의 소설을 각색한 <드라큘라>도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레 미제라블> 역시 한국 라이선스 초연 10주년이자 2015년 이후 8년 만에 세 번째 시즌을 맞았고, 작사가 알랭 부블리가 한국 공연 관람을 위해 우리나라를 처음으로 방문하기도 했다. 2022년 연말부터 해를 넘겨 공연된 <물랑루즈!>도 올해 초까지 공연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는 물론, 홍광호를 비롯한 티켓 파워가 높은 배우들을 캐스팅해 큰 인기를 얻었다.

 

 

다양한 투어 공연 제작 방식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투어 공연은 특성상 출연 배우에 대한 정보가 적고 가격대는 높아 그동안 프로덕션의 수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어느 정도 수준이 보장되는 기획이 이루어졌다.

 

<시카고>는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연출인 레플리카 방식의 공연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라이선스 공연은 1~2년 간격으로 자주 있었지만 미국 특유의 관능적인 감성을 배가시켜 주는 투어 공연은 2015년과 2017년에 이어 6년 만이었다. T.S.엘리엇의 시를 무대로 옮겨 의인화된 젤리클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스펙터클을 강조한 엑스트라버겐자(extravaganza) 쇼로 담은 <캣츠> 역시 레플리카 방식으로 참여한 국내 제작사 에스엔코의 주도로 지난해부터 계속된 일정이 올해까지 이어졌다.

 

<시스터 액트> 투어의 한국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영어 버전 투어 공연권을 획득해서 오디션을 포함한 전 프로덕션 과정에 참여했고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배우들이 모인 인터내셔널 투어 팀을 결성했다. 메리 로버트 수녀 역할의 김소향을 포함해 총 9명의 한국인 배우도 포함되어 있다.

 

투어와 라이선스 프로덕션을 같은 공연장에서 연달아 개최하는 새로운 방식도 등장했다. <식스 더 뮤지컬>은 비영어권·아시아 최초 투어 공연에 이어 전 세계 첫 라이선스 공연으로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을 열었다. 2019년 웨스트엔드 초연을 가진 최신 공연이기에 오리지널 해외 스태프들이 한국 공연에 대거 참여했다. 특히 두 프로덕션이 릴레이식으로 이루어지면서 무대 장치를 공유하여 제작비 절감이 가능했고 관객에게도 해외와 한국 배우들의 각기 다른 매력을 찾아볼 수 있는 재미를 안겨줬다.

 

이 밖에도 세계 아트서커스를 대표하는 종합 퍼포먼스 팀인 태양의 서커스의 〈루치아〉(Luzia) 공연도 투어 뮤지컬로 분류되어 잠실운동장 빅탑 공연장에서 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줄어든 초연 라이선스 뮤지컬

 

올해 공연된 라이선스 뮤지컬 대부분은 시즌 재공연으로 초연의 숫자는 예년에 비해 적다. 초연 중에서 대표작으로는 <멤피스>를 꼽을 수 있다.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1950년대 미국 남부 멤피스를 배경으로 흑인 음악에 심취한 백인 DJ의 이야기를 통해 인종을 넘나드는 ‘화합’을 주제로 했다. 재즈, 가스펠, 소울, 로큰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현재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최다 부문 10개 후보에 올라있다.

 

연말 시즌에 개막한 <컴 프롬 어웨이>는 9/11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최신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명작 중의 하나로 인류애가 충만한 작품이다. 테러로 인해 미국 영공이 폐쇄되면서 미국으로 향하던 비행기들이 캐나다의 작은 마을 갠더에 불시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12명의 배우가 마을 사람과 승객을 모두 연기하면서 무대만이 가진 ‘다역 연기’의 특징을 잘 표현해 주며 공연 예술의 매력을 물씬 느끼게 해준다. 그 밖에 인생 2막을 위해 뉴욕으로 돌아온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를 이중의 서사로 담은 <이프덴>(If/Then)도 뮤지컬 애호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창작 뮤지컬의 활약

 

<어쩌면 해피엔딩>의 창작 콤비 윌 애런슨 & 박천휴의 <일 테노레>가 연말 시즌에 개막했다. 이 작품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 조선 최초 오페라 공연과 독립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시대의 예술인을 다룬 창작뮤지컬은 주로 중소극장에 많았기에 대극장으로 확장된 한국적 소재의 활약이 기대된다.

 

<시스터즈>는 '쇼 뮤지컬' 장르를 표방하고 현재 한류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케이팝 걸그룹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조명하는 뮤지컬로 부모와 자식 세대가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세대공감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연말에 개막해 올해 상반기까지 공연한 <영웅>의 9번째 시즌은 영화 상영과 함께 다시금 화제가 되었다. 특히 영화와 무대에서 동시에 안중근 역을 맡은 정성화 배우의 활약이 돋보였던 한해였다.

 

창작에 앞장서는 비영리단체들의 제작은 올해도 이어졌다. 서울예술단의 <순신>은 작창/배우로 참여한 이자람을 비롯해 춤과 판소리, 뮤지컬이 혼합된 총체극 스타일로 화제를 모았다. 이 단체가 제작한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올해 일본에 라이선스 수출되어 한국 공공예술단체가 IP를 수출한 최초 사례가 되었다.

 

국립정동극장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비밀의 화원>을 제작했다. 소설 속 캐릭터들을 극중극 형식으로 보육원 아이들의 연극 놀이로 표현해 어른들을 위한 따뜻한 동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극장에서 기획 제작해 작년에 초연해 호평받았던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는 재공연을 가졌다.

 

우란문화재단을 통해 개발되어 2019년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쳤던 <빠리빵집>은 올해 초연을 가졌고, 2020년 트라이아웃 공연작 <렛미플라이>는 작년 대학로 초연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시즌 공연을 가졌다. 특히 이번 시즌에 한류스타 박보검이 출연해 큰 화제를 모았다.

 

서울뮤지컬단은 작년 연말에 초연을 가진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대극장 버전으로 올해 새롭게 제작했다. 개막을 앞두고 창작자들의 역할과 크레딧 표기 문제로 단체와 공방이 벌어지는 사건이 있었는데, 공연의 완성도를 위해 모두가 좀 더 세심하게 노력하고 합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 단체는 연말을 맞아 셰익스피어 원작을 각색한 <맥베스>를 초연하기도 했다.

 

아쉬운 작품도 있었다. 올해 화제작 중 하나였던 대극장 창작 뮤지컬이자 해외와 국내 크리에이터가 협업한 <베토벤> 초연이 관객과 평단의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평가를 받았고, 초연을 마친 후 곧바로 아쉬운 부분을 보완한 시즌2 버전을 선보이며 후일을 도모했다.

 

 

해외와 가까워진 대학로 K-뮤지컬

 

대학로는 중소형 웰메이드 작품의 보고(寶庫)와도 같은 곳이지만 대형 작품들에 비교하면 매출은 크지 않다. 작년 기준 전체 뮤지컬 매출의 11.3%를 차지했으니 대극장에 비하면 6~7분의 1의 규모다. 하지만 해외 작품을 주로 수입하는 대극장에 비해 많은 대학로 뮤지컬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해외시장과 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K-뮤지컬’들은 최근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들에 투어와 라이선스 형태로 수출되고 있는데 올해에는 특히 국가 지원사업을 통해 뮤지컬의 본고장인 영국과 미국 시장까지 공략하기 시작했다. K-뮤지컬국제마켓을 통해 선발된 작품들은 해외의 현지 배우들이 참여하는 K-뮤지컬 로드쇼(리딩 공연)를 통해 개발 기회를 얻고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영미권 중기개발지원 작품과 해외유통지원 혜택을 받은 작품들이 생겨났다. 리딩 공연으로는 9월부터 순차적으로 영국/미국/일본에 선보이고 있는 <유앤잇(You&It)>, <크레이지 브래드>, <인사이드 윌리엄>, <라흐 헤스트>, <브람스>, <마지막 사건> 등이 있다. 아울러 <여신님이 보고 계셔>, <배니싱>, <유진과 유진>은 해외유통 지원사업에 선정돼 중국/홍콩/대만과의 공동제작 또는 초청 형태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 인기를 얻은 대학로 창작뮤지컬 초연 작품들인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 <수레바퀴 아래서>,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사칠>, <제시의 일기> 등도 향후 K-뮤지컬로 해외 진출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업계를 달구었던 이슈들

 

공연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공연을 무단으로 촬영·녹화해 불법 유통하는, 이른바 ‘밀캠’ 문제에 대해 정부가 드디어 강력한 단속 의지를 내놓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는 12월 한 달간 ‘밀캠’을 불법으로 유통하는 행위를 집중 단속해 저작권법에 따라 처벌까지 이르게 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당사자인 창작자와 제작자들은 그동안 처벌의 수위가 약해서 재발 가능성이 높았다고 보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스타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마다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 사재기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제작사들도 나름의 자구책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지만 암표상들의 수법도 나날이 진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히 티켓 가격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가짜 티켓으로 인한 사기 사건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아서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예술가들과 창작물을 이용한 악질 범죄라는 점에서 관련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매체의 칼럼을 통해 소극장 뮤지컬에서의 ‘시체 관극’ 이슈도 재점화되었다. 주변 관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한 채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시체 관극’이라 부르는데, 이러한 행위는 주로 반복 관람이 많은 마니아 선호 작품, 특히 소극장 뮤지컬에서 자주 나타난다. 그러나 단순히 ‘시체 관극’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을 넘어서, 공연장 운영에 책임을 진 제작사와 극장의 관리 운영 인력들은 개선된 관극 환경을 원하는 소비자 관객들이 납득할 만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중지를 모으고 대안을 도출해 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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