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라이징 스타 특집_<봄을 닮은 얼굴들>
이토록 반짝이는 봄, 무대 위에도 다채로운 반짝임이 가득합니다. 꽃봉오리 터지듯 눈부신 가능성을 한껏 발산하고 있는, 지금 무대 위에서 가장 반짝이는 여덟 명의 배우.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2018년 <마틸다> 초연의 주역 설가은, 그리고 2022년, 그 뒤를 이은 두 명의 마틸다 최은영, 임하윤. 혼자서도 대극장 무대를 완벽히 채웠던 이 기적의 소녀들은 이제 어엿한 뮤지컬 배우로 거듭나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대학로 무대 위에서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한 배우 설가은, 최은영, 임하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으로 배우라는 꿈을 꾸게 된 순간이 기억나시나요?
설가은 ‘배우’라는 직업 자체를 몰랐을 때부터, 어머니가 ‘네가 원한다면 피아노도 쳐볼 수 있고, 미술도 해볼 수 있고,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볼 수 있다’면서 여러 직업을 알려주셨어요. 그중 하나가 배우였는데, 저는 묘하게 그 배우라는 직업에 끌리더라고요. 사실, 지금 생각해 봐도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웃음) 그렇게 연기 학원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배우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이 직업에 대한 가벼운 호기심으로 시작했다면, 이제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애정이 정말 커졌어요. 특히, 배우라는 직업은 내가 아닌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잖아요? 저는 엄청나게 많은 걸 해보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배우로서 살아가며 그 모든 일을 무대 위에서 해볼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해요.
최은영 사실 원래 제 꿈은 뮤지컬 배우는 아니었어요. (웃음) 그냥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그 전부터 노래하고 춤추는 것도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연기, 노래, 춤이 다 합쳐진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이 있다는 거예요! 뮤지컬 영상을 찾아보면서 점점 뮤지컬에 빠지게 됐고, 뮤지컬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뮤지컬 배우가 될 수 있는 건지 몰랐어요. 그런데 그때 다녔던 노래 학원 선생님이 <빌리 엘리어트> 오디션이 열리는데, 경험 삼아 도전해 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는 거예요. 그렇게 오디션에 지원했고, 합격해서 뮤지컬 배우가 되었어요.
임하윤 처음으로 본 뮤지컬이 <위키드>였어요. 공연을 보고 너무 멋있어서 5초 정도 머리가 멈췄던 기억이 나요. (웃음) 저도 글린다처럼 사람들을 웃게 해줄 수 있는, 영향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그 후에 운명처럼 <마틸다>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한 번도 뮤지컬에 도전해 본 적이 없어서 경험을 쌓기 위해 지원해 본 거였는데, 운이 좋게도 합격까지 하게 되었어요.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섰던 날, 어떤 마음이 들었나요?
설가은 <마틸다> 공연이 벌써 7년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요, (웃음) 공연이 끝나고 두 가지 감정이 가장 크게 남았어요. 엄청나게 떨렸다는 거랑, 엄청 기뻤다는 거! 그 두 감정 덕분에 지금까지 행복하게 무대에 설 수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일에서 ‘처음’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마틸다>라는 큰 작품을 통해서 뮤지컬 배우 활동을 시작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최은영 저는 2021년 <빌리 엘리어트>의 발레걸스 중 막내였었는데, 막내 역할을 한다는 게 좋기도 하지만 부담도 살짝 됐었던 것 같아요. 제가 ‘꺅’ 하고 소리를 질러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너무 떨리는 거예요. 저한테 엄청나게 큰 미션이 생긴 느낌이었어요. 되게 짧은 순간인데도 목소리가 안 나올까 봐 걱정하기도 했어요. 근데 그렇게 걱정하고 긴장해서 그런지 어느새 첫 공연이 끝나 있었어요. (웃음) <마틸다> 첫 공연을 했을 때는 훨씬 더 많이 떨렸어요. 손발이 다 떨리고, 노래도 귀에 안 들어올 정도였어요! 그래도 <빌리 엘리어트>로 무대를 경험해 봤으니까 다른 친구들에 비해 안 떨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임하윤 저는 <마틸다>가 처음으로 하는 뮤지컬이었잖아요. 근데 무대가 제 생각보다 훨씬 더 큰 거예요. ‘와 내가 저기 혼자 서서 노래를 불러야 한다니!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 혼자 서보니 끝도 안 보이는 초원 위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이었어요. 바람이 부는 초원에 서 있는 것 같은 시원함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마틸다> 첫 공연을 했을 때도 많이 떨리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저한테 박수를 쳐주시는 관객분들을 보면서 정말 감사했어요. 근데, 막상 지금 다시 그때를 생각하니까 눈물이 날 것 같아요.
가은 배우는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뮤지컬 <긴긴밤>과 함께하고 있어요. 많은 관객을 눈물짓게 하는 공연인데, <긴긴밤>을 통해 관객을 만나며 무슨 생각을 하나요?
설가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절망감을 느끼잖아요. 바다를 찾아 떠났던 펭귄의 모습처럼 <긴긴밤>이 전해주는 당당함, 애정, 사랑, 연대, 그 모든 것을 보면서 절망감을 헤쳐 나갈 용기를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주변에 있는 노든, 앙가부, 윔보, 치쿠를, 그런 다정한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힘들 땐 누군가에게 의지해도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으셨으면 좋겠고요. 제가 <긴긴밤>을 공연하고, 공연을 보면서 위로를 많이 받아서 관객분들도 제가 느낀 그 위로를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은영 배우는 <무명, 준희>의 연희와 <긴긴밤>의 펭귄을 비슷한 시기에 만났어요. 두 캐릭터를 잘 표현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나요?
최은영 연희와 펭귄은 정반대의 친구들이거든요. 그 정반대인 두 친구를 어떻게 해야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각각의 대본을, 그리고 <긴긴밤> 원작 소설을 열심히 읽었어요. 특히 공연에서는 표현되지 않는 펭귄의 구체적인 감정들이 소설에 디테일하게 나와 있어서, 저만의 펭귄을 만들기 위해 소설을 많이 참고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대본을 많이 읽다 보니 연습을 하고, 공연을 할 때도 자연스럽게 ‘연희는 이런 감정이었겠구나, 펭귄은 이런 마음이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두 캐릭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비슷한 시기에 두 공연을 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막상 해내고 보니 이번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더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하윤 배우는 얼마 전에 <무명, 준희> 공연을 마무리했잖아요. 연희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가요?
임하윤 연희랑 함께할 수 있어서, 저와 연희 모두 사랑받을 수 있어서 너무너무 기쁘고 행복했어요. 이제 각자의 위치에서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면서, 행복하게 살자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그리고 <무명, 준희>는 소극장에서 관객분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관객분들의 박수 소리가 대극장에서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느낌이라면, 소극장에서는 ‘촤악!’하고 쏟아지는 느낌이었어요. (웃음)
내가 배우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크게 체감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설가은 무대 위에서 설가은이 아니라 캐릭터로 서 있다고 느낄 때, 그 인물의 삶을 진짜로 살고 있다고 느낄 때, 정신 없이 대사, 노래, 춤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이야기가 완성돼 있다는 걸 느낄 때. 그럴 때 ‘아 내가 배우구나!’라고 생각해요.
최은영 저도 가은 언니가 말한 것처럼 무대 위에 있을 때, 특히 커튼콜에 박수를 쳐주시는 관객분들을 보면서 제가 배우가 되었다는 걸 느껴요. 그리고 또 하나가 있다면, 공연 끝나고 저를 기다려서 만나주시는 팬분들을 볼 때예요! 소극장 무대 위에서 관객분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소통하는 것도 좋은데, 공연이 끝난 후에 저한테 ‘오늘 공연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정말 행복해요. 특히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해서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콕 집어서 이야기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이 말씀해 주시는 부분과 제가 생각하는 부분이 조금씩 합쳐지고, 최고의 비율을 찾아가는 과정이 맛있는 빵을 만드는 느낌이에요! 제가 만드는 빵이 더 맛있어졌으면 좋겠어요. (웃음)
임하윤 저는 저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계실 때 ‘내가 배우였구나!’ 느끼는 것 같아요. 하루는 공연 전에 샌드위치 가게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거든요? 얼른 먹고 들어가려고 완전 ‘우적우적’ 먹고 있었어요. 소스도 다 흘리고요! 그런데 옆에서 어떤 분이 절 알아보고 인사를 해주시는 거예요. 완전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그 이후로 밖에서 음식을 얌전히 먹게 됐어요. (웃음)
데뷔 이후 뮤지컬 무대에 꾸준히 서 왔잖아요. 뮤지컬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앞으로 어떤 배우로 성장하고 싶은지도 궁금해요.
설가은 실시간으로 인물을 연기하면서, 상대방과 주고받는 호흡, 그리고 매일 달라지는 무대의 흐름이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관객분들도 같은 공연을 여러 번 봐주시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더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제가 조금 더 성숙해진 후에 <마틸다>의 허니 선생님 역을 맡아보는 게 꿈이에요. 그러면 정말 새로울 것 같아요. 제가 마틸다일 때 바라봤던 그들의 이야기를 허니 선생님이 돼서 다시 한번 바라보면 정말 즐거울 것 같아서, 꼭 한번 경험해 보고 싶어요. 또 하나 덧붙이자면, 좋은 배우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연을 보고 ‘저 배우 너무 잘한다’고 생각해 주시는 것도 좋지만, 관객분들 입장에서 ‘이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고 느끼실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최은영 역시 선배님이다! (웃음) 제가 다른 사람의 삶을 잠깐이라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배우로서 느끼는 무대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초능력을 쓰는 아이도 되어볼 수 있고, 펭귄도 되어볼 수 있고…. 2~3시간 정도 새로운 인물로 살아볼 수 있다는 게 되게 행복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가은 언니처럼 무대에서 저보다는 제 캐릭터가 잘 보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관객분들이 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의 감정을 떠올릴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임하윤 언니들이 말하는 거 들으면서 진짜 ‘우와’ 했어요. (웃음) 저도 무대는 늘 새롭다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매일 라이브이기 때문에 같은 공연이어도 하루하루가 다르잖아요. 어떨 때는 이 장면에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저 장면에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그렇게 매일 재미있는 게 공연만의 매력인 것 같아요. 저도 언니들처럼 앞으로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고, 그래서 캐릭터의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