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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②] <타지마할의 근위병> 신유청·최재림, 선명하게 그려낸 생각들

글 |이솔희 사진 |표기식 2025-12-02 46

연말 특집_<무대를 둘러싼 이야기>
우린 왜 여전히 무대 위에, 무대 곁에 존재하는 걸까? 때로는 지치고 힘들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무대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 더 나아가 예술가로서의 생각과 신념에 대한 두 사람의 대담. 두 번째 인터뷰이는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의 연출가 신유청&배우 최재림입니다.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타지마할 공개를 앞두고 성벽을 지키는  근위병 휴마윤과 바불에게 벌어지는 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규율과 서열을 중요시하는 휴마윤과 호기심 많고 자유로운 바불에게 '타지마할 건축에 참여한 인부 2 명의 손을 전부 자르라' 잔혹한 명령이 떨어지고 명령을 수행하는  사람의 대화를 통해 체제와 권력아름다움과 양심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한국 공연은 2017년 초연 이후 8년 만이다. 초연 당시 휴마윤 역을 맡았던 배우 최재림도 함께 돌아왔다. <타지마할의 근위병>은 뮤지컬 무대에서 주로 활동했던 최재림의 첫 번째 연극이자 8년 만에 다시 찾은 두 번째 연극 작품이다. 다시 한번 휴마윤을 연기하고 있는 그의 곁에는 연극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신유청 연출가라는, 완전히 새로운 동료가 등장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무대를 공유한 이 두 사람은 <타지마할의 근위병>을 사이에 두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타지마할의 근위병>에는 권력신념우정아름다움  여러 키워드가 얽혀 있습니다처음 대본을 읽고가장 먼저 떠오른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신유청 저는   글자가 떠올랐어요‘인간.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굉장히 넓은 범위의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말씀하신 키워드를 포함해  수도 없이 많은 개념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한다고 생각했고요 사람 사이에 있는 모든 그게 <타지마할의 근위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어떤 순수함이 느껴졌어요 인물이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아서투명하고 맑게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어린 시절의 해맑음 같은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들을 끄집어낼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랐어요

 

최재림 그래서 연출님이 ’너무 심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코멘트를 많이 하셨어요정말 현실의 친구 사이처럼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고요사실 대본으로만 보면 단순하고 명료한 이야기이거든요 단순하고 명료한 이야기가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까연습 중에  질문을 가장 많이 하셨어요  ‘개념‘적 측면에서 배우들이 사유할  있도록 많은 질문을 던지셨고요

 

신유청 무엇보다  작품은 관객이 직접 사유하고스스로 답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신만의 질문과 의미를 품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사유해 보고 싶은 지점이 정말 많은 작품이라서 역시 공연을 준비하면서  이야기에서 시작해 점점 작은 질문들로 생각을 이어갔어요평범한 단어 하나의 의미를 찾기 위해 영문 대본까지 다시 들여다볼 정도로요 장면 명확하게 답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이야기를 보며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요즘도 공연을 보며 여러 생각을 하고 있고요

 

정말 많은 공통점을 가진  사람이 끔찍한 상황을 함께 경험하면서 어떠한 차이가 생기는 것이작가가 의도적으로  둘이  이상 하나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고어느 순간에는   사람이 사실은  사람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자유롭고 싶은 마음과 안정적이고 싶은 마음처럼서로 반대되는 마음이 공존하는 모순적인 존재가 사람이니까요배우들에게도 물어봤어요둘이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냐고다들 그렇다고 하더라고요그래서  둘이 정말 하나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무대 위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나누며 장면을 풀어간 때도 있어요휴마윤과 바불은 단순한 형제친구를 넘어 서로 무언가를 깊이 나눈 사이라고   있는 거죠 갈비뼈를 취해 만들어낸 존재 뼈와 살을 나눈 존재 같은.  

 

 

재림 씨는 8 만에 다시 <타지마할의 근위병> 만나게 됐어요초연 당시 인물을 모두 연기해   휴마윤 역할로 확정되었다고 들었는데당시의 제작진이 재림 씨에게서 휴마윤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겠죠?

최재림 초연 당시 출연 제안을 받고 처음 대본을 읽었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참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그리고 이번에 다시 한번 대본을 읽으면서도 ’역시나  좋다‘는 생각을 했고요. (웃음정확히 하나의 의미로만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히고머릿속으로 명확히 그림이 그려지면 좋은 대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작품이 그랬어요 장면의 색채가 눈앞에 지나가는 느낌이었죠

 

초연 공연을 준비할   당시 캐스팅된 4명의 배우가 한자리에 모여서 대본을 번갈아 가면서 읽는 시간을 가졌어요서로 휴마윤이 되었다가바불도 되었다가그런데 이들의 말을  입으로 내뱉을   자연스럽다고 느껴지는  휴마윤이더라고요그가 말하는 개념과 정의가 저로서는 명확하게 이해가 됐어요물론 휴마윤의 아버지만큼 강압적인 분은 아니셨지만  역시 휴마윤처럼 군인인 아버지 아래서 자랐고아버지에게 피해를 드리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 ’실수하면  된다’는 생각이 무의식에 강하게 박혀있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는 공통점도 있고요어떤 시스템에 속해서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해요휴마윤과 맞닿은 면이 많죠

 

이번 시즌에도 자신 안의 휴마윤을 꺼내 무대 위로 올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최재림 오랜만에 다시 만난 작품인 만큼 초연 때보다  잘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당연하고요그래서 휴마윤의 마음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지 많이 고민했어요연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사람이 같은 존재인 것은 아닐까‘부터 시작해서 휴마윤의 가치관생각의 방향아버지의 그림자 아래에서 살아야 했던 상황 등에 대해 생각했죠그러다 보니휴마윤은 자기가 내뱉는 말을 자기 스스로 정말 믿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기더라고요그래서,  요즘에는 휴마윤으로서 ’믿고 싶어’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대사를 내뱉을 때가 많아요예를 들어휴마윤이 ’나는 황제에게 충성을 다할 거고그렇지 않으면 죽음뿐이야’라는 말을   실제로 그렇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믿어야 하고그렇게 믿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으니그렇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마음인 거죠

 

초연 때와 비교해 보자면휴마윤도 바불과 다름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커졌어요상처를  받고상처 주기를 싫어하고시스템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도시스템의 부속품으로서 저지른 잘못이  자신을 더럽히지 않는다는 자기 최면을 걸고 있죠무엇보다 휴마윤 역시 자유로움을 꿈꾸는시스템 밖에서 살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어요그래서 이번 시즌에는 휴마윤이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기억을 회상하는 장면인 5장이 새롭게 다가오더라고요초연 때는  장면에서 친구의 손을 잘랐다는 죄책감을  크게 느꼈는데지금은 시스템을 벗어났을 때의 모습이 진짜 휴마윤의 모습이라는 점을  크게 느껴요.

 

 

5장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정글에서  떼가 날아가는 장면에 객석 뒤편에서 쏟아진 물안개였어요연출적인 고민이 깊게 묻어난 장면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신유청  장면에 ‘정글과 아그라 사이에 놓인 휴마윤‘이라는 지문이 있어요휴마윤의 육체는 현실에 존재하면서도 머리로는 기억  정글에  있어야 한다는 거죠그게 왠지 인간이 응당 가지고 있는 비참함이자 아름다움과 닮았다고 생각했어요인간이라면 다들 현실을 살아가며 잃어버린 꿈에 대한 그리움이 있으니까하지만 어쩌면 인간은 그렇게 불완전하고 어딘가 삐걱거리는 삶을 살기에 사랑스러울  있는  같아요그런 생각 끝에 떠올린 게 안개였어요물안개에 빛을 비추면 무지개가 뜨잖아요 광경이 어딘가 신비하고 천진난만한 느낌이 있죠물안개에 잠시나마 무지개가 맺힐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사실 신비로움  자체구나우리가 그걸 잊고 살았구나’ 생각이 들길 바랐어요

 

앞서 말씀하신 정글 장면에서도휴마윤과 바불이 타지마할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장면에서도 그들이 바라봤을 광경이 관객의 눈앞에도 펼쳐진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어요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것이 무대에서의 약속이지만유독 <타지마할의 근위병> 눈앞에 보이지 않는 장면이 또렷하게 보이는 듯한 순간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최재림 앞에서 말했듯이대본을 읽으면서도 장면의 색채가 진하게 보였어요대체로 빨강노랑 계열의 색상이 가장 많고강했고요새빨간 색채가 지나가는 장면도 있었고주황색노란색  밝은색이 지나가는 장면도 있었죠먹물이 종이 위에서 옅어지면서 퍼지듯이가운데에 핏빛 빨간색 점이 있고바깥쪽으로 가면서 점점 연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요즘 제가 가장 선명하게 그려내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은 2 명의 손을 자른 휴마윤이 혼란스러워 하는 장면이에요바불이 ’우리가 4 개의 손을 잘랐다’고 말하면 휴마윤은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이  나’라고 대답하거든요그럼 바불이 ’난  기억나‘라는 말을 해요 말을 들었을  휴마윤의 마음이 어땠을지 마음이 갈수록 꽤나 선명해지는  같아요과연 휴마윤이 정말 기억이  났을지사실 너무나 명확하게 기억나는데 잊고 싶어서 기억  난다고  것일지 경계에서 그림을 선명하게 그리려고 애쓰고 있어요

 

신유청  작품에서 제가 또렷하게  것은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들이었어요2 명의 손을 잘랐다’는 데서 오는 생각들이요. 2 명의 손을 자른  어쩌면 상징적인 의미일 텐데그럼 그게 지금의 우리에게 얘기하는  뭐지권력을 지향하는 사람그리고  사람이 짓밟고 올라가 희생된 사람에 대한 상징일까오늘날의 상황으로 돌아봤을 내가 알게 모르게 저지른 일로 인해 섬나라가 잠기고 환경 문제가 발생한다는 나비 효과까지 연결될  있을까이런저런 생각이 이어졌어요그러면서   바불의 ”책임을 져야 죄책감을 느껴야 해“라는 대사가 와닿더라고요우리의 양심의 위치에 대해 묻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이 작업을 함께하는  이번이 처음이에요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무대를 공유하는 동료로서 서로에게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신유청 이게 재림의 성격인지혹은 연극과 뮤지컬 작업의 차별점에서 오는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재림 배우는 공연을 준비할  자신의 역할과 타인의 역할을 정확히 알고 각자의 파트를 존중해 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재림 배우는 이번 시즌  배우  유일하게 초연에 출연했던 배우니까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지난 시즌에 느꼈던   가져가고 싶은 부분에 대한 질문을 조심스럽게  적이 있어요그런데 전혀 없다고우선 연출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자고 대답하더라고요대단한 자세라고 생각했어요뮤지컬은 연극보다 조금   규모로 진행되고수많은 크레딧이 공존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서로를 존중하는 것에 익숙한 건가라는 궁금증이 들기도 했는데오늘 인터뷰를 통해 다시 보니 아무래도 재림의 성격인  같아요자신의  일을 정확하게 하는 책임감타인을 향한 존중

 

최재림 이번에 연출님과 함께 작업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항상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거였어요연기를 이렇게 해라저렇게 해라 지시하는  아니라‘나는  텍스트를 보고 이런 개념이 떠올랐는데 개념이 대본의 이런 이미지와 연결되는  같아’ 이런 식으로 생각할 거리를 제시해요이때 연출님이 말하는 ‘개념‘은 철학인문학수학종교  광범위하고요그럼 배우들은  이미지를 강화할  있는 방법은 뭘까?, 내가 지금 너무 작게 생각하고 있나?,  안에 담겨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끊임없이 사유하게 되죠배우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게끔 자극해 주시는 분이에요.

 

뮤지컬은 노래와 연기움직임이 모두 어우러지는  그림을 고민해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이번 작품처럼 텍스트를 꼼꼼히 곱씹어 보게 되는 연극 작업은 배우에게도 새로운 자극을 안겨주겠죠?

최재림 그렇죠이번 작품은 굉장히 흥미로운 작업이었어요대사 외우고동선 외우는 것처럼 기능적인  배우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거고 나아가서 ’그래서  작품의 본질이 뭔데?’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서 이어갈  있어서 재미있었어요어떤 작품이든 대본을 읽으면  인물의 첫인상이미지가 바로 그려지는데사실  첫인상을 떨쳐내는  쉽지 않은 일이에요그런데 이렇게 대본에 깊이 있게 파고들게 되는 작업을   하고 나면 대본캐릭터를 보는 눈과 생각이 조금  넓어져요배우에게는  장점이죠

 

 

 

 

공연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하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질문을 던져준다는 점이잖아요 분은 그간의 작품을 통해  질문의 답을 찾은 경험이 있나요?

최재림 저는 아직 없는  같아요사실 모든 사람이  답을 찾기 위해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과정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선택을 하고 선택으로 인해  세상의 모든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고요 세상에는 상상도 못 할 만큼 끔찍한 일과 행복한 일이 동시에 벌어지잖아요이렇게 믿기 힘든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생각해 봤을 다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찾기 위해각자의 목적을 이루고무언가를 깨닫기 위해 살아가는 과정에서의 선택의 결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어떻게 살아야 할까‘가 아니라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바꾼다면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는  같아요관객의 대리인으로서 무대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살면서 행복을 주기도 하고느끼기도 하죠개인적인 의미로 보자면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꽤나 인정받으니(웃음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끼며 일을 하고 있고요

 

신유청  역시 ’그냥 주어진 일을 한다‘는 마음에 가깝지만그럼에도 내가 계속해서 이야기 속에 머문다는 사실이 제게 힘을 주는 것은 사실이에요 거대하고 무한한 세계 속에서 나는 너무 볼품없고 미미한 존재인데이야기를 만들고이야기를 읽다 보면 거대하고 무한한 세계가 조금은 손에 잡히는  같아요내가 있는 위치가 감각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사람들은  연극을 보는 걸까관객이 공연이 주는 위로  이상의 무언가를 얻어간다면그건 어쩌면   근본적인존재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일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직  ‘무언가‘의 답을 찾기 위한 과정에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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