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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19세기의 질문에 오늘날의 시선으로 답하다…'페이지&스테이지' Vol.1 <안나 카레니나>

글 |이솔희 사진 |김태윤 2026-02-09 132


 

 

예스24의 신규 토크 프로그램 ‘페이지&스테이지’가 지난 2월 5일 첫선을 보였습니다. ‘페이지&스테이지’는 공연으로 재탄생한 문학 작품을 중심으로, 원작 도서와 무대 예술이 공유하는 서사를 탐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2021년부터 예스24와 한 식구가 되어 국내 유일 뮤지컬 전문 매거진으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더뮤지컬>을 주축으로, 올 한 해 진정성 있는 문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랍니다.

 

‘페이지&스테이지’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대표작이자 2018년 국내 초연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였습니다. <안나 카레니나>는 19세기 러시아 상류사회를 배경으로, 안나와 브론스키, 카레닌의 얽히고설킨 사랑 이야기를 통해 결혼, 도덕, 행복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2018년 국내 초연, 2019년 재연 이후 7년 만에 다시 국내 관객을 만납니다.

 

이날 행사에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오리지널 연출가 알리나 체비크, 안나 카레니나 역의 옥주현, 브론스키 역의 문유강, 카레닌 역의 민영기 배우가 참여했는데요, 네 사람은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진솔한 생각들을 꺼내 놓아 관객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뮤지컬 대사와 소설의 주요 구절을 직접 낭독하는 시간을 가져 관객의 귀를 사로잡기도 했습니다. 원작 소설에 대한 깊이감 있는 해석을 자랑하는 민음사의 박혜진 세계문학 편집자가 이날 행사의 진행 및 도서 해설을 맡아 하나의 텍스트를 공유하는 두 장르의 콘텐츠가 어떻게 교차하는지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안나 카레니나>, 19세기 러시아에서 던진 질문에 오늘날의 시선으로 답하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오리지널 연출가인 알리나 체비크는 원작 소설의 방대한 서사를 뮤지컬 무대로 옮기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을까요? 그는 “사랑 이야기로만 볼 수 있는데, 사실은 가족과의 관계 등 여러 사회적인 이슈를 담은 작품”이라며 “안나가 원했던 건 행복뿐이다. 행복을 지키기 위해 사회와 맞섰던 인물인데, 우리가 그런 그녀를 비난해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남겼습니다.

 

현시대의 관객이 <안나 카레니나>를 뮤지컬로 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알리나 체비크 연출은 “소설을 보면 모두가 안나를 적으로 생각하고, 그를 비난한다. 원작자인 톨스토이조차 그녀를 싫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소설을 읽다 보면 화가 날 정도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어 사람들이 그녀에게 공감하기를, 그녀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기를 바랐다. 제가 안나를 사랑했듯이 여러분들도 그녀를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안나,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고통에서 해방되다

안나 역을 맡은 옥주현 배우는 2018년 초연에 이어 다시 한번 안나를 연기하게 됐습니다. 원작 소설과 소설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를 통해 인물을 더욱 깊숙이 파고들 수 있었다는 그는 “최대한 톨스토이가 그려놓은 그림 안에서 존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안나가 사랑을 소유하려고 하는 마음이 결국 본인을 소외시켰다. 그 과정을 통해 ‘진정한 사랑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인데, 안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행동을 점점 더 많이 하면서 본인을 망가트린다”고 안나라는 인물의 행동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옥주현 배우는 안나 카레니나라는 인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했는데요. 결국 죽음을 선택하는 안나의 마지막 행동에 대해 그는 “안나는 죽음이 곧 고통이 아니라, 그전까지 쌓여왔던 고통이 너무나 커서 오히려 죽음이 자신을 홀가분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야 할 길은 하나라는 것, 이 죽음은 나를 해방해 줄 수 있는, 시원한 계곡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짙게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입체적인 해석을 꺼내 놓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전거나 자동차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바로 서지 않나. 하지만 기차는 다르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설 수 없다. 그래서 사랑은 기차와 같다고 생각한다. 톨스토이가 안나의 사랑이 시작하고 끝나는 장소(기차역)를 정말 잘 어울리는 곳으로 선택한 것 같다”며 “톨스토이는 이성이 우리의 삶을 관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감정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낸다는, 사건을 겪어낸다는 의미를 작품 안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브론스키, 비겁하지만 현실적인 인간의 얼굴

박혜진 편집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브론스키는 한 마디로 ‘젊고 잘생기고 돈이 많은’ 인물입니다. 안나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사랑하는 인물이기도 하죠. 브론스키를 연기하는 배우 문유강은 “브론스키가 안나에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조금은 갑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순간을 관객분들에게 잘 설명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작품의 아름다운 넘버와 미장센 속에 저희의 감정과 상황을 잘 보여드리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인물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브론스키라는 인물에게 정당성과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체중 조절과 외모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장난스레 덧붙여 웃음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문유강이 생각하는 브론스키는 ‘가장 현실적인 사랑을 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안나의 입장으로 작품을 보면 브론스키가 못나고 미성숙해 보일 수 있겠지만, 현실적인, 그래서 비겁한 인물이다. 인간이 어떤 무게에 짓눌렸을 때 결국 책임을 지지 못하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관객분들의 입장에서 가장 인간적으로 가깝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카레닌, 열정적인 사랑을 품은 인물

배우 민영기는 2019년 재연에서도 카레닌 역을 맡은 바 있습니다. 7년 만에 다시 마주한 카레닌에 대해 민영기는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일 뿐, 굉장히 열정적인 사랑을 품은 사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재연 때는 정말 카레닌의 입장으로만 작품을 대했다. 그런데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이번 시즌에는 힘들어하는 안나의 모습을 보며 눈물이 날 정도로 안나의 마음이 크게 느껴지더라. 안나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카레닌이 된 것 같다”고 캐릭터로서 마주한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1막에서는 ‘꼬장꼬장한’ 카레닌의 모습을 보여 드린다면, 2막에서는 안나의 마음을 조금 더 투영하는 카레닌의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민영기 배우는 안나가 브론스키에게 사랑에 빠진 것을 눈치챈 카레닌이 분노하는 구절을 낭독했는데요. 그는 “카레닌은 브론스키가 자신의 밑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안나가 브론스키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 그래서 더더욱 당신의 행동에 경고하겠다고,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달라고 정중히 부탁하는 것”이라고 해당 장면에 카레닌이 느꼈을 감정을 털어놓았습니다.

 

이처럼 ‘페이지&스테이지’의 첫 번째 페이지는 <안나 카레니나>의 세 배우와 알리나 체비크 연출, 박혜진 편집자가 가득 채웠습니다. 두 번째 페이지는 과연 어떤 작품으로 채워지게 될까요? ‘페이지&스테이지’가 관객 여러분이 한층 깊이 있게 뮤지컬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오래도록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봅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2026. 02. 20 ~ 03. 29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안나 카레니나』

도서 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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