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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헬스키친> 김수하, 흔들리지 않기 위해

글 |이솔희 사진 |. 2026-09-22 107

 

뮤지컬 <헬스키친>은 팝스타 앨리샤 키스의 삶과 음악에서 영감받아 탄생한 작품이다. 앨리샤 키스가 직접 프로듀서로 참여해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개발한 작품으로, ‘Fallin’’, ‘If I Ain’t Got You’ 등 앨리샤 키스의 대표곡이 뮤지컬 넘버에 녹아든 것이 특징이다. 작품은 1990년대 뉴욕의 헬스키친을 배경으로 주인공 앨리가 만남과 이별, 갈등과 화해 속에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2024년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했고, 그해 토니어워즈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헬스키친>. 이번 한국 공연은 브로드웨이 개막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이다. 이런 상징적인 공연의 주인공 자리에 발탁된 것은 <렌트> <스웨그에이지 외쳐,조선!>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배우 김수하다.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매 작품 높은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는 그에게도 <헬스키친>은 큰 중압감을 안겨주는 작품이었다. 김수하는 “앨리의 이야기로 작품이 흘러가다 보니 제가 흔들리면 제 주변의 스태프분들과 배우분들은 물론, 작품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조금 더 예민하게 제 컨디션을 체크하면서 공연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공연을 마주하는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수하 스스로 “연습만이 살길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헬스키친>은 안무와 음악을 전부 새롭게 익혀야 하는 고난도 미션을 그에게 안겨줬다. 앨리샤 키스의 노래와 더불어 뮤지컬을 위해 새롭게 쓰인 넘버들까지, R&B와 힙합, 소울 기반의 음악이 스트릿 댄스 위주의 군무와 결합해 90년대 뉴욕의 분위기를 한국 관객에게 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수하는 “대학 입시 이후로 이렇게 미친 듯이 연습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다. 공연 연습이 6시에 끝나도 집에 갈 수 없었다. 스스로 성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밤 10시까지 남아서 연습하는 날도 많았고, 연습을 마치고 집에 도착한 후에도 차에서 혼자 1~2시간 노래를 불렀다. 브로드웨이 공연 OST도 달달 외울 정도로 들었다”고 말했다.

 

 

앨리샤 키스의 대표곡들을 잘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김수하는 “초등학생 때 처음 뮤지컬 배우를 꿈꾼 후로는 인생에 뮤지컬밖에 없었기 때문에, 가요나 팝은 잘 몰랐다. <헬스키친>을 준비하면서 앨리의 리듬감을 잘 표현하기 위해 앨리샤 키스의 어린 시절 무대 영상을 여러 차례 찾아봤다”며 “호흡을 더 섞었으면 좋겠다거나, 너무 뮤지컬처럼만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디렉션이 있었다. 저는 클래식한 뮤지컬을 많이 했고, 노래에서 하는 애드리브도 사실 무대에서는 처음 해봤다. 그래서 음악감독님이 방향성을 만들어주시면 그걸 집에 가서 백 번, 천 번 하고 다음 날 들려드리는 식으로 연습을 했다”고 전했다.

 

“‘앨리 그 자체로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컸어요. 조금이라도 제 모습이 보이면 앨리샤 키스의 노래를 부를 때 작품 안에서 앨리가 그 노래를 부른다는 느낌보다는 ‘이 노래가 나오네’라는 느낌을 관객분들이 받으실 것 같더라고요. 물론 의상과 분장을 더하면 7~80% 정도 엘리로 보이겠지만, 어떻게 해야 진짜 그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혼혈 소녀로 보일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계속됐어요. 그래서 앨리의 움직임에도 많은 신경을 썼어요. 걸음걸이, 제스처 등 작은 움직임까지 바꿔야 관객분들이 저를 엘리라고 믿을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공연을 함께하는 댄서분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 친구들은 어떤 음악이 나오면 바로 리듬을 타더라고요. 저는 음악을 들으면서 그렇게 리듬을 타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웃음) 그렇게 24시간 내내 엘리의 움직임을 체화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어요.”

 

부담감과 책임감을 가득 안은 채 고난의 연습 과정을 거친 덕분일까. 공연 개막 후 자신만의 앨리를 표현해낸 김수하에게 호평이 쏟아졌다. 김수하는 “라이선스 초연의 첫 공연에 참여한다는 것은 배우로서 부담스러운 일이다. 관객분들이 이 작품에 대해 잘 모르시는 상태로 공연을 보러 오시는 것이다 보니, 지금까지 썼던 칼이 아닌, 새로운 칼을 잘 갈아서 선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이야기했다.

 

 

2015년 <미스 사이공>으로 웨스트엔드에서 먼저 데뷔하고, 2019년 <스웨그에이지: 외쳐,조선!>으로 국내 무대에 선 김수하. 이번 <헬스키친>뿐만 아니라 <하데스타운> <레미제라블> 등 굵직한 작품의 주인공은 언제나 그의 자리이지만, 그는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운이 좋게 늘 좋은 작품을 만나고 있어요. 예전에는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많았는데, 30대로 넘어오면서부터 현실을 마주하게 되더라고요. (웃음) 이제 어떠한 캐릭터가 제게 오든 감사해요. 어떤 것이든 내 것이 아니면 아무리 붙잡아도 떠나가고, 내 것이면 무슨 일이 있어도 내게 오는구나 싶어요. 그래서 이제는 내게 온 이 캐릭터를 잘 데리고 있다가 보내줘야겠다는 마음이 크게 들어요.”

 

뮤지컬 <헬스키친>은 오는 11월 8일까지 GS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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