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과 신뢰가 흔들리고, 개인 간 혐오와 배타가 쉽게 표출되는 오늘의 사회가 던지는 ‘판단의 기준’에 대한 질문을 1950년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연결해 풀어낸 연극<잔류시민>이 오는 6월 6일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초연된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서울은 약 3개월간 북한군의 점령하에 놓였고, 서울수복 이후 ‘부역자’로 지목된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자비한 재판이 이어졌다. 비상사태하의 범죄 처벌을 명목으로 시행된 특별조치령 아래 진행된 이 재판은 법의 형식을 띠고 있었으나, 실상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사법살인이었다.
제47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연극 <잔류시민>은 이러한 ‘부역자 재판’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단순히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권력과 여론이 결합된 재판이 어떻게 법의 형식을 유지한 채 처형의 도구로 변질되는지를 집요하게 드러낸다. 나아가, 이러한 시대 속에서 국가 폭력에 맞서 힘이 아닌 법의 합리성과 윤리를 지키고자 했던 판사의 고민과 그가 처한 부조리한 상황을 가족과 이웃, 직장동료들의 시선에서 동시에 그려낸다.

연극 <잔류시민>은 무너진 질서 위에서 작동하는 세계를 공연으로 풀어낸다. 전쟁은 판사봉을 드는 순간 그곳을 법정으로 만들고, 사람을 가두면 감옥이 되며, 몸을 누이면 잠자리가 되는 등 기존의 장소성을 지워버린다. 작품은 이처럼 붕괴된 세계를 바탕으로 법정과 일상, 권력과 개인의 경계를 뒤섞는 독특한 연극적 구조를 구축한다. 이러한 연출은 전쟁이 만들어낸 ‘비정상성’을 오히려 연극의 본질적 조건으로 전환시키며 강렬한 몰입을 이끈다.
지난해 <재판관의 고민>이라는 제목으로 연우무대의 리딩 쇼케이스를 통해 관객에게 처음 소개된 바 있다. 당시 전쟁과 법, 그리고 개인의 윤리를 다루는 밀도 높은 문제의식으로 주목받았으며, 이번 공연에서는 앞서 리딩 쇼케이스에 참여했던 이종무, 정원조, 황은후, 백성철, 우범진, 최정화, 김진희, 김태완과 함께 이수진, 황규찬이 새롭게 합류해 더욱 확장된 서사와 무대 언어로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50년간 한국 연극의 중요한 흐름을 만들어온 연우무대는 50주년 기념 신작 연극 <잔류시민>을 통해 다시 한번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오는 6월 6일부터 6월 14일까지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공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