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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INSIDE THEATER] <사이레니아>[No.153]

글 |나윤정 사진제공 |스토리P 2016-06-10 5,314

바다 위 등대, 더 깊숙이, <사이레니아>


<사이레니아>는 독특한 컨셉으로 눈길을 끄는 연극이다. 밀폐된 공간, 등대의 일부를 잘라낸 듯 사실적인 무대, 오직 30명의 관객만이 착석해 등대지기 아이작의 실종 사건을 목격할 수 있다. 지난해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소개되며 독특한 관극 체험으로 눈길을 끈 <사이레니아>. 국내 초연은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이하게 될까?



밀폐된 공간으로의 초대

                       

2015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올라 주목받은 <사이레니아>는 지난해 국내에 첫선을 보인 <카포네 트릴로지>의 초연 연출가 제스로 검튼의 최신작이다. <카포네 트릴로지>가 렉싱턴 호텔의 비좁은 방 661로 관객을 초대했다면, <사이레니아>는 영국 해안가 블랙롤 등대로 설정된 독특한 무대로 관객을 맞이한다. 밀폐된 공간에 100명의 관객을 수용해 독특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던 <카포네 트릴로지>보다 <사이레니아>는 한층 더 밀폐된 무대를 구현해 눈길을 끈다. 출연 배우는 단 2명, 오직 30명의 관객만이 착석해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공간의 밀폐성이 잘 살아나야 하는 공연인 만큼, <사이레니아>는 일반적인 공연장이 아닌 조금 특별한 장소를 물색했다. 바로 ‘대학로 TOM 연습실 A’다. 공연 연습실로 사용되는 곳을 공연장으로 선택해, ‘독특한 관극 체험’이란 공연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이곳에 블랙록 등대의 일부를 잘라낸 듯한 사실적인 무대 세트를 설치해, 극도로 밀폐된 공간을 구현할 예정이다. 그에 따라 관객들은 이곳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실제 등대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등대의 창문과 벽난로, 등대지기의 책상과 의자 등이 곳곳에 배치되고, 사면에 객석을 놓아 관객이 배우의 연기를 매우 근접한 위치에서 마주할 수 있게 했다.


<사이레니아>의 무대는 변기연 무대디자이너가 맡아 폭풍우가 몰아치는 좁고 어두운 등대 안 공간을 사실적으로 구현할 예정이다. 그와 함께 이현규 조명디자이너는 바다 한가운데의 달빛과 등대 안 적막함을 감각적인 조명으로 표현한다. <사이레니아>의 국내 초연을 맡은 김은영 연출가는 “밀폐된 공간이란 특성이 이 작품의 큰 매력”이라 말한다. 이러한 공간을 통해 관객들에게 작품에 더욱 깊숙이 들어와 있는 느낌을 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객들이 바다 한가운데 있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려고 한다. 무대, 조명 등을 통해 공간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사면 무대의 형태라 관객들이 어떤 자리에 앉아도 공연을 재밌게 볼 수 있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나아가 관객 참여 공연이 되었으면 한다. 관객이 공간의 오브제처럼 들어와 공연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더불어 관객들에게 ‘사이레니아 우비’를 제공하여 고립된 바다 한가운데 놓여 있는 듯한 느낌을 더할 예정이다.



실종 사건 21시간 전의 이야기

                       

<사이레니아>는 1987년 10월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수요일, 영국 남서쪽 콘월 해역에 위치한 블랙록 등대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다. 블랙록 등대의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 그는 의문의 구조 요청을 남긴 채 폭풍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작품은 등대지기 아이작의 실종 사건이 벌어지기 21시간 전의 일들을 추적한다. 지난 8년간 홀로 등대를 지켜온 아이작. 수요일 새벽, 그는 바다에 빠져 있던 한 여인 모보렌을 발견하고 구조한다. 의문의 여인인 모보렌과의 대화를 이어가던 아이작은 서서히 자신의 아픈 상처를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폭풍우로 옛 연인 로웬나를 잃게 된 아이작은 그녀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을 느끼고, 마을 사람들에게는 평생 죄인 취급을 받으며 살게 된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의문의 여인 모보렌. 다시 아이작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혼란에 휩싸인다.


국내 공연에서는 이오진이 각색을 맡아 제스로 컴튼의 원작을 최대한 살리되 아이작과 모보렌의 관계에 더욱 살을 붙이는 작업을 더했다.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이 작품의 러닝타임은 40여 분이었는데, 국내 초연은 70분으로 공연 시간을 조금 늘렸다. 김은영 연출은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모보렌의 대사들에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열려있다. 그만큼 관객들에게 여러 가지 결말을 상상해 볼 수 있게 만드는 매력적인 드라마다.


김은영 연출은 이 작품에서 강조하고 싶은 장면으로 아이작에게 환청이 들리는 부분을 꼽았다. 로웬나가 폭풍우에 휩쓸려갔는데도 혼자 살아남은 아이작에게, 마을 사람들이 비난하는 목소리가 점차 확장되어 들리는 장면이다. “8년 전 아이작에게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아무도 그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그가 실종되었다는 뉴스가 나오자 마을 사람들이 그의 무사 귀환을 바라며 촛불 집회를 연다. 과거에 먼저 아이작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면 그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드라마에 크게 드러나는 부분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람의 이중적인 모습을 관객들이 느끼고 다시금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더불어 김은영 연출은 아이작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이 내 자신과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로웬나가 죽은 것은 사실 아이작의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에는 굉장히 관대하면서, 다른 이의 잘못에는 날을 세우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런 측면에서, 공연을 보고 난 후 관객들이 우리의 주변을 한 번씩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한다.”



<사이레니아>는 등대지기 아이작과 의문의 여인 모보렌, 두 역할이 이끌어가는 2인극이다. 두 인물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중요한 만큼, 캐스팅에도 눈길이 간다. 아이작 역은 <로기수>,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홍우진, 그리고 <세일즈맨의 죽음>,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이형훈이 맡아, 상처를 가진 등대지기의 세밀한 감정을 그려낼 예정이다. 아이작이 실종되기 직전 폭풍우에 떠내려 온 여인 모보렌은 <한국인의 초상>의 전경수와 <뷰티풀 선데이>의 김보정이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6월 14일~8월 15일

대학로 TOM 연습실 A       

02-541-2929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3호 2016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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