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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오디션> 이창민 [No.137]

글 |안세영 사진 |이배희 2015-03-02 7,092

낯선 방향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와서부터 촬영 직전까지  이창민의 손에서는 기타가 떨어질 줄 몰랐고,  결국 연습을 위해 가져왔다는 기타는  그의 품에 안겨 촬영까지 내내 함께했다. 
그가 이토록 기타 연습에 열중해 있는 이유,  바로 뮤지컬 <오디션>에서 밴드 기타리스트  병태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2012년 <라카지>로  뮤지컬에 데뷔하여 <삼총사>, <잭 더 리퍼>, <친구>로  줄곧 대극장 뮤지컬에 서왔던 이창민. 

그런 그가  작년 <카페인>에 이어 올해 <오디션>까지 차기작으로  연달아 소극장 뮤지컬을 선택했다. 
가수 출신 배우로서 이례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그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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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에서 록 밴드로                      €€  €€€€

연습실 밖에까지 기타를 들고 다니네요?
급해서 가져왔어요. 지금 다들 악기 연습에 매진해 있거든요. 퍼스트 기타랑 드럼 말고는 배우들 모두 각자의 악기를 처음 다뤄봐요. 저도 기타는 어깨너머로 코드 잡는 법만 익혔지, 제대로 연주하는 건 처음이나 마찬가지고요. 너무 불안해서 아예 들고 다니면서 짬짬이 연습하려고 음악감독님께 작은 기타를 빌렸어요. 사진에 들어갈 줄은 몰랐는데, 음악감독님이 알면 좋아하시겠네.


고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 텐데, <오디션>의 무엇에 끌렸어요?
이제까지 했던 뮤지컬들과는 다르게 정말 일상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전작인 <카페인>도 그런 면이 있긴 했지만, 소믈리에나 바리스타라는 직업 자체가 주는 환상이 있잖아요. 근데 <오디션>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타 매고 돌아다니는 애들의 이야기예요. 마치 제 이야기 같기도 했어요. 저도 음악 하면서 배고프고 힘든 시절을 거쳤으니까요. 데뷔 전까진 친구들과 술 마시며 하는 얘기가 다 음악 얘기 아니면 정말 음악만 해서 먹고살게 될까 하는 얘기였죠. 그래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이번에 맡은 ‘병태’라는 캐릭터와도 닮은 점이 있나요?
네, 많이 비슷해요. 사람들 앞에서는 외향적으로 행동하지만 제가 또 은근히 소심하거든요. 말 한마디 해놓고 ‘아, 내가 이 얘기를 왜 했을까’ 며칠씩 고민하는 스타일이에요. 단어 선택 하나에도 조심하고 고민하고, 그런 부분이 병태하고 비슷하죠. 하지만 병태에게 그런 면만 있는 건 아니에요. 표현에 있어서는 소심할지 몰라도, 사실은 누구보다 더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병태예요. 다른 멤버들이 지하실에 머물며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때마다, 병태는 ‘우선 나는 해야 되는 일이 있으니까 갔다 올게’, ‘내가 알아볼게’, ‘난 이걸 해야 할 것 같아’ 하면서 밖으로 나가는 아이예요. 좋은 결과를 위한 돌파구를 찾아내는 거죠.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하나, 뭘 해야 하나, 늘 계획하고 목표 세우는 걸 좋아하거든요. 


발라드 가수에서 록 밴드 보컬이 되려면 달라져야 하는 점도 있겠죠?
록 보컬 스타일로 스트레이트로 노래해야 되는데, 저는 발라드나 R&B 풍으로 부르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자꾸 꾸밈음을 넣게 되더라고요. 라이선스 작품이나 창작극이라도 감성적인 작품들은 이런 보컬도 너무 심하지만 않으면 크게 문제가 없거든요. 근데 록 밴드를 하던 애들이 이렇게 부를 수는 없잖아요. 그걸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연습실 분위기는 어떤가요?
과하게 좋아요. (웃음) 진짜 밴드 하는 사람들 같아요.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꼭 불법 실용음악학원에 온 느낌이에요. (웃음) 누구는 저기서 기타 치고 있고, 누구는 저기서 드럼 치고 있고, 또 몇 명은 모여서 노래 부르고 있고. 그게 다 한 공간 안에서 이뤄지거든요. 그러다가 ‘밥 먹으러 가자’ 그러면 우르르 몰려가고, 연습 끝나고 ‘술 한 잔 할까’ 그러면 또 우르르 몰려가고. (웃음) 배우들도 다 합쳐 딱 열 명이라, 단합이 진짜 잘 돼요. 

김찬호 씨와는 <친구>에 이어 또 한 번 같은 역할로 만나게 됐죠. 두 분이 실제로도 그렇게 친하다면서요?
엄청 친해요. 어젯밤에도 찬호 형한테 전화가 왔어요. ‘네 노래 나와서 생각나서 전화했다’면서. 근데 형이랑 저랑 어제 낮에도 봤거든요! (웃음) 그 정도예요. 같이 악기 연습도 하고, 캐릭터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같은 역할이라고 해서 서로 더 돋보이려 하는 건 전혀 없어요. 사실 뮤지컬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다른 배우보다 못해 보이는 게 정말 싫었어요. 아이돌이라고 꼬투리 잡히지 않게 뭔가 보여주고 말겠다는 호기도 있었고. 지금은 달라요. 내가 할 수 있는 역량 안에서 좋은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거지, 내가 누구보다 잘하고 못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찬호 형과는 계속 더블이다 보니 친하면서도 한 무대에 서본 일이 없는 게 아쉽죠. 우리끼리 그런 얘기도 했어요. 왜 같은 캐스팅이 반복되는 걸까? 형하고 나하고 겉보기에는 다른데 비슷한 점이 있나? 한 번 더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진짜 뭔가 있는 거다. 다음 작품에 만나면 결혼하기로 했어요. (웃음) 
                                                                     
대극장에서 소극장으로                    €€  €€€€

전작인 <카페인>과 <오디션> 모두 소극장 뮤지컬이잖아요. 아이돌 가수가 소극장 무대에 서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더군다나 대극장 뮤지컬을 계속해온 창민 씨가 소극장에 선다고 했을 때 좀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소극장 뮤지컬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어요. 대극장 뮤지컬을 찾는 이유는 알겠더라고요. 규모가 크고 홍보도 대대적으로 하니까 ‘요즘에 저런 걸 하는구나’ 바로바로 알 수 있잖아요. 거기에 화려한 의상과 무대, 유명한 스타 배우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뮤지컬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흥미를 느끼고 보러올 수 있죠. 제가 처음 접한 뮤지컬도 다 그런 대형 라이선스 작품들이었고요. 그런데 이 작품들을 보면서 뮤지컬의 매력을 느끼고 나니, 그렇지 않은 중·소극장 뮤지컬이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몇 년씩 재공연이 되는 이유는 뭘까 너무 궁금한 거예요. 그래서 <빨래> 같은 소극장 뮤지컬들을 좀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보다 보니까 소극장 뮤지컬만의 매력을 알겠더라고요. 


어떤 매력이 있었나요?
섬세한 표현들. 대극장에서는 배우가 아무리 섬세하게 연기를 하더라도 멀리서 보면 잘 보이지 않거든요. 그런데 소극장 같은 경우는 객석 어디서나 그런 섬세한 연기를 감상할 수가 있어요. 그리고 어법에 있어서도 대사의 정확한 전달력을 우선시하는 대형 라이선스 작품과 달리 좀 더 자연스러운 맛이 있고요. 디테일한 표현이 들어가도 그게 잘 전달돼요. 대극장 작품과는 또 다른 매력이죠.

배우로서는 그 섬세한 표현이 또 다른 도전 과제로 다가왔을 것 같아요. 대극장 무대에만 서다가 소극장 무대에 직접 서보니 어떻던가요?
<카페인> 무대에 섰을 때, 객석과 가깝다는 게 확 느껴지더라고요. 그만큼 더 세세하면서 정확해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 대사를 자연스럽게 하는 동시에 딕션도 바르게 해야 하고. 무엇보다 제 동작이 너무 크다는 말을 들었어요. 상대 배우에 비해 오버액션으로 보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그전까지 제 동작이 크다는 생각을 못해봤거든요. 발라드 가수가 동작이 커봐야 얼마나 클까 했는데. (웃음) 예전에 소냐 누나랑 장난삼아 ‘우리는 덩치가 대극장용 배우’라고 얘기하곤 했는데, 진짜 그런 건지. (웃음) 아무튼 여러모로 더 많이 배우는 기회가 됐어요. 




어느덧 3년 차, 여섯 번째 작품이에요. 그동안 뮤지컬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언제일까요?
가장 좋았던 순간은 무대가 아니라 연습실에서 있었어요. <잭 더 리퍼> 때였는데, 이건명 형이 앤더슨, 조순창 형이 잭, 제가 다니엘로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런도 아니고 그냥 기본 동선으로 맞춰보는 중이었죠. 그런데 그 연습 도중에 극에 몰입해서 울어버린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앞에서 그렇게 대놓고 운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그전까지는 우는 척을 했지 진짜로 운 적이 없었거든요. 끝나고 나서 한 5분은 멍하게 있었던 것 같아요. 형들한테 ‘나 이게 뭔지 모르겠어요’ 그랬더니 기분 좋으냐고 물으셨어요. 그렇다고 하니까, 그게 배우들이 연기하는 이유라고, 그 쾌감 때문에 연기를 계속하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네가 믿은 거야.’ 그 얘길 듣고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그래서 그날 제가 모두에게 술 쐈죠. (웃음) 처음으로 그런 순간을 경험한 이후 연기, 무대, 뮤지컬에 더 빠지게 된 것 같아요.


같은 멤버인 조권 씨도 뮤지컬 활동을 하고 있는데, 서로의 무대를 보고 어떤 얘기를 나눠요?
권이 잘하죠. 진짜 재밌게 봤어요. 무대 위에 다 쏟아내고 나오더라고요. 진짜 잘 어울리고, 잘했다고 얘기했죠. ‘야, 딱 넌데?’ 그러면서. (웃음) 권이도 제 무대 보러 와서 재밌다고 얘기해주고요.


서로 간에 선의의 경쟁도 있겠죠?
그럼요. 경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내가 아닐지언정 보는 사람들이 비교를 하거든요. 내가 어떻게 하든 판단 기준이 거기 맞춰진다면, 기왕 그럴 거 잘 경쟁해봐야죠. 작년 중반부터 든 생각인데, 뮤지컬을 하면서도 그렇고, 가수 활동을 하면서도 그렇고, 누군가가 내가 느껴줬으면 하는 대로 느끼게 할 수는 없는 거더라고요. 내가 ‘이 사람을 울게 만들 거야’ 한다고 해서 울게 할 수 없고, ‘감동을 줄게’ 한다고 해서 감동을 줄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죠. 반대로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한 손동작 하나에도 보는 사람은 센스 있다고 감탄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 판단은 관객이 하는 것이지, 절대 배우가 강제로 주입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 앞에서 내가 한 단계씩 쌓아올린 것들이 나중에 터질 수는 있지만, 당장 내가 ‘당신이 이렇게 느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정할 수는 없는 거죠.
                                                                     
인기에서 인정으로                    €€          €€€€

새해부터 라디오 DJ도 맡게 됐어요. 그동안 게스트로만 활동하다가 실제로 DJ가 되어 방송을 이끌어보니 어때요? 
주말 생방송이라서 청취자와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게 제일 중요해요. 컨셉 자체가 그렇게 출발한지라 대본도 따로 없고 큐시트도 오프닝 곡 말고는 다 비어있어요. (웃음) 그러다 보니 두 시간 동안 혼자 떠들 수 있을지가 제일 걱정됐죠. 그런데 청취자분들이 사연도 보내주시고 또 거기에 제 경험을 빗대어 상담도 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금방 가더라고요. 또 생방송이라 축구 경기라든지 날씨라든지 실시간으로 화제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이 재밌어요. 쉽진 않지만, 생방송만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어요.


다방면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데, 원래 도전을 즐기는 성격인가요?
즐기지는 않는데, 한번 마음먹은 건 무조건 해내는 편이에요. 마음먹기까지가 힘들어서 그렇지 일단 시작하면 한 5년 정도는 쭉 가거든요. 책 보면서 시작했던 웨이트 트레이닝도 벌써 6년 정도 계속 해오고 있고요. 


그러고 보니 목표 세우고 계획 짜는 걸 좋아한다고 했죠. 앞으로 세워놓은 계획은 어떤 게 있나요?
우선은 지금 하고 있는 뮤지컬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싶어요. 처음 뮤지컬을 시작했을 때는 제작사 쪽에서 제안이 들어와야 어떤 작품인지 알아보곤 했는데, 지금은 제가 먼저 하고 싶은 작품을 찾아봐요. 어떤 작품이 재밌는지, 어떤 작품이 새로 올라오는지 늘 확인하고, 맡고 싶은 작품과 캐릭터를 짜보고요. 그런 일에 더 정진할 계획이에요. 그리고 저란 사람이 다시 한 번 떠오르는 기회가 있었으면 해요. 지금도 많은 분들이 저를 알고 계시긴 하지만, 어딜 가나 ‘죽어도 못 보내’가 흘러나오던 때와는 달라졌다고 보거든요. 인기란 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더라고요. 인기가 있을 때는 뭘 해도 돼요. 그러다 인기가 떨어지고 나면 ‘저 사람이 대체 왜 인기가 있었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생기죠. 그런데 인정을 받는다는 건 다른 일 같아요. 인기는 떨어질 수 있는데, 인정은 한번 받고 나면 떨어지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인정받고 싶어요. 음악적으로 인정받고, 배우로서 인정받고, 그러기 위한 작업을 계속 하고 있는 거죠. 조금씩, 조금씩.


끝으로 이번 무대에서 관객들이 눈여겨 보아주었으면 하는 게 있다면?
저 말고 전체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겉돌지 않고 잘 스며들어 있나만 확인하시면 될 것 같아요. <오디션>은 캐릭터가 강한 극이 아니라 정말 우리 곁의 어디에나 있을 법한, 공감가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거든요. 기타 연주도 그렇고, 병태라는 캐릭터도 그렇고 제 역할을 정확히 파악해서 혼자 튀는 일 없이 어우러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게 이번 작품에서 제게 주어진 숙제인 거죠. 제가 보이지 않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7호 2015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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