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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마이 버킷리스트> 박유덕·배두훈의 버킷리스트 실행기 [No.139]

글 | 안세영 사진 | 구유성 2015-05-15 10,881

<마이 버킷리스트>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고등학생 해기가 자살을 꿈꾸는 반항아 강구와 함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를 실행하는 이야기다.
강구와 해기 역으로 초·재연에 참여하고 있는 박유덕과 배두훈, 두 배우의 실제 버킷리스트는 무엇일까? 
각자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선택해 극 중에서처럼 두 사람이 함께 실행해보았다.



박유덕의 버킷리스트 - 유기 동물과 시간 보내기

박유덕  “강구처럼 버림받고 외로운 동물을 돕고 싶어요. 학생 때는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뭉쳐 봉사 활동을 가곤 했는데, 요새는 제 일 하기에도 바빠서 그럴 기회가 없었어요. 제가 동물을 좋아하니까, 동물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도움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배두훈  “역시 고양이 아빠!”

첫 번째 버킷리스트 실행을 위해 찾은 곳은 ‘서울대공원 반려동물 입양센터’.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제1호 반려동물 입양센터’인 이곳에는 약 서른 마리의 유기견이 보호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울시·경기도 일대에서 발생하는 유기 동물은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구조한 뒤, 공고 기간 10일이 지나면 안락사 처리한다. 그 안락사 대상 중 검역을 거쳐 치명적인 전염병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유기견들이 반려동물 입양센터로 보내진다. 센터에 도착한 유기견들은 건강 검진, 미용 관리, 사회화 교육을 받으며 새 가족을 만날 채비를 한다. 
입양센터에서의 보호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1년 넘게 입양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 어쩔 수 없이 동물구조협회로 돌아가기도 한다. 센터에서 보호할 수 있는 유기견의 수가 한정돼 있고, 기존의 유기견이 오래 머무는 만큼 다른 유기견이 들어올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부분의 강아지는 센터에 들어온 지 넉 달 안에 입양을 가고 있다. 한 달 평균 열 마리의 강아지가 입양을 가고, 새로 들어온다. 
센터에는 직원들 외에도 매일 두세 명의 봉사자가 상주하며 유기견들을 돌보고 있다. 박유덕과 배두훈도 일일 봉사자로 유기견 돌보기에 참여했다. 봉사에 앞서 두 사람은 옷을 갈아입고 센터 직원에게 주의사항을 교육받았다. “저희 센터는 보호소 가운데에서 무척 청결한 편이에요. 청소보다는 강아지들과 놀아주며 많이 만져주고, 이름을 불러주는 게 봉사자들의 주된 역할이죠. 하지만 어떤 강아지는 갑자기 물거나 옷에 배설을 할 수 있으니 유의하세요.” 두 사람은 놀이방에서 유기견들과 시간을 보내고, 청소와 목욕도 도왔다.




배두훈은 유기견들이 처한 상황이 시한부인 해기와 비슷하게 느껴져서 더 마음이 아팠다며 일일 봉사의 소감을 전했다. “상처가 있는 아이들인데도 굉장히 밝고 사람을 잘 따르더라고요. 잠시도 곁을 안 떠나려 하는데, 참 사람이 그리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 조건 없이 제게 다가와서 핥아주는 게 고맙기도 했고요. 봉사를 했다기보다 오히려 제가 사랑을 받다 가는 느낌이에요.” 박유덕은 가장 마음에 남는 유기견으로 내내 혼자 있었던 말티즈 ‘나라’를 꼽았다. “다른 애들은 활발한데 혼자 뚱하니 쿠션에 기대있는 게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왠지 저 친구가 아웃사이더 강구 같고, 비교하면서 강구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버킷리스트를 수행하며 어려웠던 점은 유기견들을 두고 돌아가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유덕은 짧은 시간이지만 정이 많이 들었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늘 제가 목욕시켜준 푸들이 ‘루팡’인데, 나중에 제가 다른 강아지를 안아주니까 ‘루팡’이 제일 많이 짖더라고요. 이 녀석도 그새 정이 들었구나 싶었어요. 이런 애들을 두고 가야한다는 게 힘드네요.”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은 입양에 있어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누구나 유기견을 보면 안타깝고 ‘데려가서 키우고 싶다’고 생각할 거예요. 아까도 창문을 닦고 있는데 지나가던 커플이 강아지를 보고 ‘귀엽다, 데려가서 키울까?’ 하더라고요. 하지만 현실적인 조건을 생각하지 않고 쉽게 결정하면 그만큼 또 쉽게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유덕 역시 배두훈의 말에 동의했다. “제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들은 나이가 아주 많아요. 반려동물이란 1~2년 귀여워하고 말 장난감이 아니라 긴 시간을 같이 살아갈 가족이에요. 이 아이들과 끝까지 함께 웃고 삶을 공유할 수 있는 분이 데려가시면 좋겠어요.”



배두훈의 버킷리스트 - 카페에서 서빙 하기

배두훈  “극 중 해기가 ‘에스프레소 더블 마시기’를 버킷리스트로 수행하는 장면이 있어요. 저도 커피를 참 좋아하는데, 그래서인지 카페 일에 대한 환상이 있죠. 손님에게 커피를 가져다주면서 그 커피에 관해 친절하게 알려준다거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거나! 요즘은 대부분의 카페가 카운터에서 주문만 받는데, 테이블까지 서빙하면서 손님들과 만난다면 더 즐거운 시간이 되지 않을까요?”
박유덕  “서빙하는 게 꿈? 너 곱게 자랐구나?”

두 번째 버킷리스트는 대학로 카페 ‘커퍼 커피(Coffer Coffee)’에서 실현됐다. 두 사람은 카페의 일일 아르바이트생이 되어 바리스타에게 커피 내리는 법과 주문받는 법을 배웠다. 배두훈은 평소 좋아하던 커피를 직접 만들어보며 내내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제 직업이랑 관계없는 새로운 걸 해보니까 자극도 되고 재밌어요. 바리스타에게 원두에 대한 것도 여쭤보고, 개인적으로 집에 커피머신 하나 사다놓고 싶은데 얼마 정도 하는지도 여쭤보고. (웃음)” 이날 두 사람이 만들어본 커피 종류는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라떼, 바닐라 라떼, 카라멜 마끼아또까지 총 다섯 가지. 박유덕은 속성으로 배우느라 좀 더 맛있는 커피를 내놓지 못한 것에 미련을 내비쳤다. “원래 제대로 만들려면 3개월은 배워야 한대요. 두훈이랑 저랑 미리 시간을 내서 배웠으면 더 맛있는 커피를 드릴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좀 죄송스러워요.” 
카페에는 사전 공지된 버킷리스트 수행 내용을 접한 공연 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카운터를 담당한 배두훈은 오픈 시간에 맞춰 한꺼번에 밀려드는 손님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다. “주문받는 게 제일 어려웠어요. 혹시나 내가 실수해서 원하지 않는 메뉴가 나가면 어쩌나 긴장되더라고요.” 이날 카페에서 판매된 음료의 수익금은 전액 기부될 예정이다. 주문한 커피가 완성되면 두 사람은 테이블까지 커피를 서빙하며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날 카페를 찾은 손님 중에는 극 중 강구와 해기 또래의 고등학생도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인 기예은 학생은 사전에 접수한 특별한 사연의 당첨자로 카페에 초대되었다. 연극 배우라는 꿈이 생긴 후, 가고 싶은 대학을 정해 열심히 공부했고, 그 결과 모의고사 성적이 2등급 올랐다는 사연이었다. 기예은 학생은 직접 당첨 사연을 선정한 두 배우와 함께 평소 배우를 꿈꾸며 궁금했던 점들을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재능이 없는 것 같아 머뭇거리고 있다’는 기예은 학생의 고민에 박유덕은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획일화된 배우는 없어요. 각자의 색을 아는 게 가장 중요하고 천천히 가고 있어도 목표한 방향대로 가고 있으면 잘하는 거예요. 괜히 ‘난 안 되겠지’ 하고 주눅 들지 말고 마음 편하게 ‘난 잘할 거야’라고 생각하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에 더 집중할 수 있어요. 자기 자신한테 쿨한 것은 배우 생활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해요”라고 조언했다. 
배두훈은 학창 시절의 비슷한 고민을 떠올렸다. “부모님의 기대대로 안정적인 길을 따라가다가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결정했죠. 공연 쪽 일을 하면서 비로소 삶의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이러한 경험은 해기 캐릭터를 해석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해기도 시한부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평범하게 살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욕심내지 않고 그냥 주어진 대로만 살아오다가, 시한부 판정을 받으면서 삶에 대한 애착이 생기는 거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실행하며 비로소 진짜 삶에 눈 뜨는데,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없는 아이러니에 빠지는 거예요. 해기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내가 공연을 못하게 된다고 했을 때 느낄 두려움을 떠올려보곤 해요.”
이날 박유덕과 배두훈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두 개의 버킷리스트를 수행하느라 바쁘게 뛰어야 했다. 그래도 상대의 버킷리스트를 함께 수행해본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며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익숙지 않은 일에 땀범벅이 되어 우왕좌왕하는 것은 버킷리스트를 쓰며 상상했던 모습만큼 멋지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에 뛰어들어본 뒤에만 느낄 수 있는 뿌듯함이 이날 버킷리스트를 완수한 두 배우의 얼굴에도 가득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을 함께해줄 동료가 있어 고생은 덜고 즐거움은 더했을 것이다. 


유기견 입양 절차                                                                

‘서울대공원 반려동물 입양센터’의 유기견은 무료로 입양할 수 있다. 하지만 센터는 파양율을 줄이기 위해 입양 절차를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다. 입양 희망자는 먼저 모든 가족 구성원과 동행하여 한 시간의 교육 및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이후 5일에 걸친 내부 심사 합격자에 한해 입양이 가능하다. 기본적인 심사 기준은 주거 환경과 경제력, 가족 구성. 맞벌이를 하거나 혼자 사는 이, 집을 오래 비우는 이의 경우는 입양이 불가하다. 심사에 합격하면 상담 담당자가 입양자의 조건과 각 동물의 성격을 고려해 적합한 반려동물을 소개한다. 입양 후에도 석 달 간 사후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입양자는 온라인 카페에 정기적으로 반려견의 사진을 올려야 하며, 전화 모니터링도 함께 진행해 또 한 번의 유기를 방지한다. 반려동물 입양센터의 김혜연·김재경 사육사는 즉흥적인 충동이나 동정심으로 입양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유기견이라서 불쌍하다는 마음은 버리고 오셨으면 좋겠다. 어차피 데려가서 키워보면 다 똑같은 반려견이다. 사랑스러울 때도 있지만 아프거나 문제 행동을 일으킬 때도 있다. 그런 경우에도 잘 돌봐줄 수 있는지 한 번 더 숙고하고 입양을 결정했으면 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9호 2015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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