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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3) <스프링 어웨이크닝> 송상은, 윤현민 [No.94]

글 |김유리, 이민선 사진 |심주호 진행 | 김유리, 이민선 2011-08-01 6,533



벤들라의 속삭임을 멜키어는 들었을까

 

열다섯 살 때 소녀는 노래가 정말 하고 싶었다. 밴드를 만들기도 하고 노래 경연 대회도 나갔다. 노래해서 받은 상금으로 친구들과 맛있는 걸 사 먹으러 다녔다.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을 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때 소년은 야구를 했다. 그가 속한 팀이 우승을 하면 함께 고생했던 동료 선수들과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남자들의 우정을 다졌다. 소녀는 뮤지컬 배우를 꿈꿨고 소년은 뮤지컬을 하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두 사람은 함께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무대에 서 있다. 이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것을, 알고 싶지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을 서로에게서 알게 된 멜키어와 벤들라처럼, 윤현민과 송상은은 이제 막 내딛은 자신의 발 옆에 나란히 놓인 친구의 발을 내려다보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짐작해본다.

 

 

<스프링 어웨이크닝> 국내 초연을 처음 보았을 때 송상은은 ‘오! 좋다!’고 외쳤다. 두 번째 보았을 땐 ‘오! 하고 싶다!’, 세 번째는 ‘오! 해야겠다!’로 바뀌면서 작품에 대한 감탄은 의지가 되었다. 그녀는 그토록 원했던 작품의 오디션에 합격해 뮤지컬에 데뷔했고, 다가가기 어려울 듯했던 관객의 기대 속에 존재하던 벤들라의 모습에 가까운 소녀 같은 외모와 음색, 안정된 가창력으로 그녀를 향한 우려의 시선들을 거둬들이게 만들었다. 윤현민은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초연을 보지 못했고 뮤지컬에 대해선 아직 모르는 게 많다. 스스로를 ‘백지’라 일컫는 이 청년은 대본과 음악, 연출가를 믿고 따르려 한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먼저 멜키어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김민정 연출과의 작업이 놀랍고 또 즐겁다.


관객으로서 접했던 작품에 배우로 참여하면서 송상은은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더 빠져든 것 같다. 뮤지컬 넘버 하나하나, 동작 하나하나, 벤들라를 연기하기 전에는 몰랐던 점들을 몸과 마음과 머리에 채우며 송상은은 그녀만의 벤들라를 만들어가고 있다. “벤들라는 저랑 닮은 점이 무척 많아요.”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닌 때에 만난 멜키어와의 관계에서 이전까지 몰랐던 것을 알기 전에, 벤들라는 밝고 순수한 아이였다.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라 사랑을 베풀기 좋아하는 순수한 소녀와 송상은의 해맑은 미소가 오버랩 된다. “벤들라가 임신한 사실에 놀라며 ‘왜 진작 가르쳐 주지 않았냐’고 말하는 부분에 설득력이 있으려면 그녀가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소녀여야 해요. 그래서 평소의 저보다 감정의 폭은 더 키우고, 제가 경험했고 아는 것들은 제게서 많이 지우려고 하죠.”


윤현민은 멜키어와 벤들라의 첫 만남을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둘이 아직 친해지기 전 어색하지만 서로에 대한 관심이 슬쩍 드러나는 순간을 잘 표현하고 싶다고. 송상은은 벤들라와 멜키어가 교감하기 시작하는 순간을 기억했다. “멜키어처럼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진 않지만, 벤들라도 모든 사람이 더 자유롭고 편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둘의 생각이 비슷하단 걸 알게 돼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되죠. 본능적인 친근함이 있었을 것 같아요. 사춘기다보니 나도 모를 이성에 대한 호기심도 생겼겠죠. 그렇게 둘은 관계를 맺게 되고 한층 더 성숙해지고요.”


멜키어와 모리츠, 벤들라, 셋은 예상치 못한 슬픈 결말을 맞는데, 송상은은 친구들을 잃고 혼자 남은 멜키어가 가장 슬퍼 보인다고 말했다. 두 친구를 잃은 멜키어는 세상에 남아서 어떤 어른이 됐을까. “가슴속에 아픔을 갖고 있어서 행복한 어른이 되었을 것 같진 않아요. 하지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른도 아닐 것 같아요. 친구들 몫까지 열심히 사는 어른이 되지 않았을까요.” 송상은이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1막의 마지막에 건초 보관장에서 만난 멜키어의 가슴속에서 뛰는 심장 소리를 들을 때이다. 극 중 대사처럼 실제로 들려오는 상대 배우의 심장 소리가 매 공연마다 다르다는 걸 느끼며 그녀는 더욱 작품에 몰입하고 있다.


송상은은 그녀가 맡은 캐릭터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사이사이에 벤들라보다 더 소녀처럼 까르륵 웃었고 더 씩씩하게 대답했다. 나이보다 더 앳돼 보이는 외모와 밝은 성격을 가진 그녀는 <내 마음의 풍금>의 홍연이나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페기 소여 같은 순수하고 사랑스런 캐릭터를 위시 리스트에 올려두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4호 2011년 7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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