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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위키드> 이예은 [No.150]

글 |나윤정 사진 |김호근 2016-03-21 8,355

자연스러운 존재감


2013년 <위키드>의 네사로즈로 이름을 알린 이예은이 3년 만에 다시 이 역할과 재회한다.  네사로즈는 그녀가 데뷔 후 처음 맡았던 배역, 그런 만큼 이예은은 이번 무대를 통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려 한다. 처음처럼 성실하게, 언제나 그랬듯 자연스럽게.




“매일매일 똑같은 공연을 하는데, 어느 날은 정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 순간이 있어요. 나도 모르게 시간이 흘러가 있는 거예요. <위키드>의 네사로즈, <킹키부츠>의 니콜라, <베어>의 나디아…, 역할마다 그런 순간들이 찾아왔어요. 그럴 때 기분이 묘해요. 뭐지? 내가 정말 이 역할과 하나가 된 건가. 아, 정말 행복하다!” 데뷔 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자, 지난 무대를 떠올리는 이예은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그 환한 에너지는 무대를 향한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진실된지를 느끼게 했다.


이예은의 꿈은 어린 시절부터 확고했다. <미스 사이공>으로 첫 무대를 오른 후 그녀가 작품마다 차근차근 성장을 보여주었던 것은 그만큼 내실을 다져온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했어요. 중학교 때 뮤지컬을 접하고, 본격적으로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우게 됐죠. 뮤지컬은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할 수 있으니 내가 좋아하는 모든 걸 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웃음) 그 이후론 꿈에 대한 고민은 거의 안 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밴드부 활동을 하면서, 공연 자료를 수집하느라 밤도 많이 새웠어요. 나만의 데이터베이스를 잘 구축해 놔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주일에 한두 번은 대학로로 가 공연을 봤고, OST나 팸플릿도 무조건 샀죠. 어떻게든 공연을 많이 접하려는 노력을 했어요.”


준비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2010년, 갓 스무 살이 넘은 나이에 <미스 사이공> 앙상블로 데뷔하게 된 것이다. “마음가짐은 딱 하나였어요. 아마추어인 걸 절대 티 내지 말아야지. 프로 배우처럼 행동하자. 그랬는데 연습 첫날, 연출이 클럽처럼 음악을 틀어주고, 술을 주며, 너희끼리 즐겨보라고 하더라고요. 여자 배우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와 춤을 추면서, 우리만의 미스 사이공을 뽑는 시간을 가졌거든요. 워낙 승부욕이 강하기도 했고, 프로처럼 보이고 싶어 진짜 열심히 했어요. 결국, 제가 1등으로 뽑혔죠.(웃음)” 그 시절 사진을 보면 아직도 감회가 새롭다는 그녀. 데뷔작인 만큼, <미스 사이공>은 언제나 그녀에게 소중한 무대로 남아있다. “첫 작품부터 잘 갖춰진 시스템 아래 좋은 선배들을 만나 뮤지컬을 정석대로 배울 수 있었어요. 뮤지컬 배우로서 자존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에요.”



이예은이 자신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위키드>의 네사로즈 역을 통해서였다. “2013년에 <레 미제라블>의 앙상블로 참여했어요. 처음으로 커버도 맡게 됐지만, 역할에 대한 갈증이 커졌어요. 자꾸 나만의 역할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연출님께 펑펑 울며 고민을 털어놓게 됐는데, ‘너는 명확한 꿈을 갖고 있는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를 해주셨어요. 바닥을 치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 말 덕분에 힘을 얻었죠. 그때 마침 제게 찾아온 기회가 바로 네사로즈였어요. 굉장히 드라마틱한 타이밍이었죠.” 이렇듯 <위키드>는 그녀에게 첫 배역을 선물해 준 잊지 못할 무대였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초심을 되새기고 싶어, 3년 만에 다시 네사로즈와 만나게 됐다. “같은 역할을 다시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이번 무대를 통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기를 다지고 싶어요.” 그녀는 벌써부터 새로운 엘파바와 글린다, 그리고 보크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단다. “<위키드>는 보는 사람에 따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른 작품이 될 수 있어요. 그야말로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모두의 작품인 거죠.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정말 완벽해요. 대단한 작품이에요.”


2013년 네사로즈에서 2016년 다시 네사로즈로 돌아오기까지, 그녀는 <킹키부츠>의 니콜라, <베어>의 나디아, <드라큘라>의 루시로, 거듭 변신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왔다. 그중 숏커트로 강렬한 인상을 준 <베어>의 나디아는 그녀의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내준 캐릭터. “처음에는 대본에 나디아가 뚱뚱한 캐릭터로 나와 있었어요. 나디아의 감성은 저와 맞는 부분이 많았지만, 과연 이미지는 어떻게 끌고 가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이미지를 보이시한 캐릭터로 수정했어요. 아무래도 제 특성이 반영된 캐릭터이다 보니, 역할에 제 모습이 많이 녹아들었어요. 그래서 관객들이 조금 더 공감을 해주지 않았나 싶어요. 그때 느꼈어요. 배우의 인간적인 모습이 보이면 역할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구나! 그만큼 기뻐요. 제 인간적인 모습을 관객들이 공감해 준 거잖아요.”


지나온 시간만큼이나 앞으로의 시간이 기대되는 배우 이예은. 그녀는 인터뷰 중에도 꾸밈없는 이야기로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며, 더욱 호감을 느끼게 했다. “이예은이란 이름을 떠올렸을 때, 어떤 역할이든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배우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해요. <베어> 때 많이 느꼈어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런 배우는 무대에 서면 선한 아우라가 나오더라고요. 그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어요. 나도 저런 사람, 저런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죠.” 그래서일까? 어느새 그녀에게도 선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듯하다. “또래 배우들과 차별화되는 매력이요? 음… 아무래도 이미지에서 오는 면이 크겠죠. 어떻게 보면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선을 그어도 어울릴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그에 걸맞게 더욱 노력하고, 성실하고 싶어요. 기본적인 요소를 고루 갖추되 자기만의 개성을 뿜어낼 수 있는 것이 차별화니까요.” 
 



2010 <미스   사이공>  앙상블
2013 <레  미제라블>  앙상블
2013 <위키드>  네사로즈
2014 <킹키부츠>  니콜라
2015 <베어>  나디아
2016 <드라큘라>  루시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0호 2016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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