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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REATIVE MINDS] <반짝, 내 맘!> 한지안 박정아 지혜원 [No.123]

글 |박병성 사진 |이맹호 장소제공 | 커피별녹색잔 (02-720-1550) 2014-01-08 4,980

엄마라는 동화

 

엄밀히 말해 국내에 가족 뮤지컬 시장은 없다. 성인 뮤지컬과 어린이 뮤지컬 시장이 있을 뿐이다. 거의 명확하게 구분된 두 시장 사이에 <반짝, 내 맘!>은 가족 뮤지컬의 영역을 구축하려 한다. 디즈니 뮤지컬처럼 엄마와 자녀가 함께 즐기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 그 작은 씨앗을 뿌린 한지안 작가, 박정아 작곡가, 그리고 이야기의 초안을 제공한 지혜원 프로듀서와 <반짝, 내 맘!>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는 신인 창작자들에게 작품 개발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입니다.

 

 

 

 

작품 소개 <반짝, 내 맘!>은 열 살 별이가 꿈의 나라에서 동화 속 주인공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곳에서는 신데렐라, 그레텔, 백설공주, 심청이 등 동화 속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망설이고만 있을 뿐 결정을 하지 못한다. 예전에는 백설공주의 ‘결정거울’의 도움으로 모든 일을 결정할 수 있었지만, ‘결정거울’을 도둑맞은 후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연히 꿈의 나라에 오게 된 별이는 엄마가 읽어준 동화를 바탕으로 이들이 새로운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백설공주의 거울을 훔친 이가 별이의 엄마였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는 ‘결정거울’에서 무엇을 보고 현실 세계로 오게 된 것일까?

 

 

 

동화를 통해 본 엄마와 딸

 

작가와 초안자가 나뉘어 있다. 이 작품은 어떤 과정으로 개발된 것인가?
지혜원
  오래전부터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고, 박정아 작곡가하고는 2년 전에 이야기를 나누고 작가를 찾고 있었다. 처음 아이디어는 서양과 동양의 동화를 섞어 보려는 것이었다. 그들의 공통점이 엄마가 없다는 것이다. 계모는 있지만 엄마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동화를 통해 엄마와 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심청과 인어공주가 물속에서 만나 친구가 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기본 아이디어에서 결정을 못하는 동화 속 주인공이 성장하는 스토리로 발전했다.
한지안
  내가 결정을 잘 못한다. 아이들에게 맞는 이슈는 아닌데, 어른들에게는 필요한 이슈인 것 같다. 처음 지 피디님이 아이디어를 주었을 때 엄마와 딸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거기에 ‘결정’이라는 요소를 결합했다. 이질적인 요소일 수 있는데 ‘엄마가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로 묶어가려고 노력했다. 딸들은 엄마를 롤모델로 삼는 경우가 많다. 결정의 순간에 엄마를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

 

작품의 개발 과정은 어땠나?
박정아
  김태형 연출이나 지혜원 피디나 나나 작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지안 작가는 그걸 잘 받아들여서 녹여내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한지안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주셨다. 각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 많이 공유했기 때문에 쓰기가 수월했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 결정, 각 동화 속 인물들의 패러디. 각각은 충분히 재미있는데 작품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 모두를 받아들이는 데 부담스럽기도 했다. 또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는 꿈의 나라에 들어가는 과정이 지나치게 길다.
지혜원
  우리도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CJ에서 선보인 리딩 중 아마 가장 장시간의 공연일 것이다. 잘라내고 1막만 갈까, 캐릭터를 뺄까, 이야기를 줄여야 하나, 그런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다. 리딩은 수정, 보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 전부 다 펼쳐 보여주자고 결정했다. 초반 부분은 반드시 압축되어야 한다.

 

음악은 <애비뉴 Q>가 생각났다. 각 곡들이 컨셉이 명확하고 독립적이어서 그 자체로 재밌었다.
박정아
  작가와 장면을 만들어 나갈 때 음악적인 아이디어에 포커스를 두고 곡 하나하나를 살리려고 했다. 음악을 들었을 때, 기쁨이나 슬픔을 끌어낼 수 있는 느낌 있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심사 때 10대 아이들이 듣기에도 솔깃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1막에는 그런 음악이 많이 들어갔다. 쉬운 멜로디를 사용하고,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 리듬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는데,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것 같다.

 

 

 

 

 

어떤 가족 뮤지컬을 만들 것인가

 

내년에 안산 공연이 잡혀 있다. 지금은 각각의 음악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고, 드라마도 굉장히 많다. 관객 타깃이 정해져야 그 방향에 맞게 줄여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지혜원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는 어린이 공연이냐, 아이도 함께 보는 어른을 위한 동화냐, 두 갈래의 길이 있는 것 같다. 리딩 공연을 성인 관객은 물론이고 어린이 관객도 일부 초대해서 보여주었다. 후자로 가자고 결정했다. 엄마가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고, 이모, 삼촌이 조카에게 보여주고 싶은 공연을 만들자고 합의했다.

 

그렇다면 본 공연에서 드라마나 음악은 어떻게 정리가 되나?
한지안
  아이들을 위해 일부러 넣은 설정들이 있다. 개구리나 까마귀 같은 것들이나, 슬랩스틱 코미디 요소들은 아이들 관객을 위해 계산적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런 부분들을 어른들이 볼 때 좀 더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다듬어야 할 것이다.

지혜원  리딩에서는 별이 역할을 어린이 배우가 다 했다. 현실 세계 이외에 꿈으로 들어오면 별이를 성인 배우가 연기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별이가 끌어가는 이야기인데, 아역 배우에게 너무 큰 짐을 지우고 있다. 성인 배우를 출연시킨다면 꿈의 나라에서는 엄마와 딸이 친구처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박정아  리딩 공연에서는 각 노래들을 살리고 싶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엮어내는 고리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본 공연에서는 편곡으로 결을 통일시킬 생각이다. 까마귀면 까마귀, 파랑새면 파랑새가 느껴질 수 있는 음악을 보여주려고 한다.


작품을 만들 때 아이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 완성된 공연을 본 반응은 어땠나?
박정아
  큰애(딸 10살)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큰애와 또래 친구들, 그리고 작은애(아들 7살)가 와서 봤는데, 엄마가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관심이 굉장히 많았다. 큰애와 그 애의 절친에게 악보집을 줬는데 틈만 나면 불러서 전곡을 다 외웠다. 극 중 엄마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용맹공주 이야기’를 부르다가 딸애와 눈이 마주쳤는데 둘 다 눈물이 몽글몽글 맺혔다. 배고프거나, 엄마에게 화가 날 때,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노래를 부르더라. 엄마에게 화를 내는 노래는 개사까지 해서 불러서 한참을 웃었다.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모두 온전히 받아들이진 못하겠지만 흥미를 갖긴 하더라.

 

리딩 공연에서는 종이 인형 의상을 사용했는데 재밌는 아이디어였다. 어떻게 나온 아이디어인가, 그리고 실제 공연에서의 의상 계획이라면?
박정아
  여자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 중에 옷 입히는 플라스틱 인형이 있다. 머리 스타일도 똑딱이로 바꿔 입힐 수 있는 장난감인데 애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종이옷을 입힌 것이다.
지혜원  리딩 공연이기 때문에 한 배우가 한 캐릭터만 연기한다면 의상을 입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우리 공연에서는 한 배우가 굉장히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기 때문에 구분을 주어야 했다. <구텐버그> 식으로 모자로 하거나, 목걸이로 구분 지을 수도 있었다. 이왕이면 동화니까 동화적으로 장난스럽고 재밌게 해보자고 한 것이다. 실제 무대에서는 어떻게 갈지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원칙은 무대가 이야기를 압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반짝, 내 맘!’ 제목은 작품이 담고 있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
한지안
  가제이다. 한 500개는 있었던 것 같은데 정하지 못했다.


 

1막은 비교적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었는데, 2막에서 엄마를 꿈의 나라로 데려오는 부분은 논리적으로 허술해 보인다. 그리고 2막 마지막 문제가 해결되는 부분도 급하게 정리되는 인상을 준다.
박정아
  1막은 작가와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곡을 쓰고 장면을 정리했는데, 2막은 아직 어떤 주제를 선택해야 할지 정하지 못해 협업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 것들이 정해져야 편곡을 통해 조절할 수가 있는데 그 시간이 적었다. 음악적으로 호흡을 긴밀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한지안  1막은 아이 중심으로 진행된다. 2막도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2시간 이상 진행되는 작품에서 아역 배우에게 그 역할을 맡길 때 에너지를 초반처럼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꿈의 나라에서 성인 배우를 쓰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1막을 펼쳐놓다 보니 2막에서 빨리 정리해야 되겠다는 부담이 있었다. 도입 부분을 줄이게 되면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길 것이다. 어떻게 2막을 좀 더 긴밀하게 전개하느냐가 숙제인 것 같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3호 2013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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