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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헤드윅> 제이민[NO.168]

글 |박보라 사진 |김영기 2017-09-22 6,016

집 앞에서



‘걷고 또 걸으면 이 거릴 헤매이면 만나지나요. 볼 수 있나요. 얼마나 더 가야 하죠. 어제도 오늘도 매일을 집 앞에서 누굴 기다려 아무도 없어. 이제 그만, 그만하고 들어가자’ 늦은 밤 아무도 없는 집 안에 홀로 들어가기가 싫을 정도의 외로움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아마 이 가사에 공감할 것이다. 이 노래의 주인공은 바로 뮤지컬배우 제이민. 그녀는 일본에서 어린 나이에 가수로 데뷔한 그때의 기억을 이렇게 회상했다. “일본에서 회사 직원분과 함께 살았어요. 연습하고 나서도, 공연하고 나서도 집으로 가야 하는데, 돌아가기가 싫은 거예요. 아무도 없어서 너무 외로우니까, 그래서 집 앞 놀이터 그네에 앉아서 시간이 흘러가길 기다렸어요. 그러다가 위험해질 것 같으면 들어가곤 했죠.” 한국으로 돌아온 제이민은 <잭 더 리퍼>를 통해 뮤지컬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렇게 시작한 뮤지컬은 <삼총사>, <인 더 하이츠>, <꽃보다 남자 The Musical>, <올슉업>, <헤드윅>에 이를 정도로 꽤나 활발하게 공연에 참여했다.


고독한 외로움의 시간을 견딘 제이민. 그녀에게 <헤드윅>은 자신을 위로해 주는 작품으로 다가왔다. 변두리의 바를 전전하며 노래를 부르는 헤드윅. 무대 위에서 덤덤하게 뱉어내는,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헤드윅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여러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에너지 넘치게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헤드윅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온 진심을 담아 그 사람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 제이민 또한 헤드윅과 이츠학을 향한 응원을 매일매일 보내는 중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헤드윅이 모든 걸 인정하고 내려놓고 떠날 때, 보는 사람도 치유를 받아요. 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죠.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마음으로 헤드윅과 이츠학을 껴안고 위로해요.” 작품에서 헤드윅은 잃어버린 자신의 반쪽을 찾으려 무던한 노력을 한다. 토미를 만나고 헤어지고, 이츠학을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다 마침내 ‘내가 나를 하나로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다. 제이민은 “인간은 누구나 고독하고 쓸쓸한데 이런 점을 같이 느끼는 부분에서 위로를 받는다”며 <헤드윅>을 향한 감정을 토해 냈다.



사실 이츠학은 늘 헤드윅의 뒤에 서 있는 인물이다. “이츠학은 헤드윅만큼 많은 이야기를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어두운 무대 위에 홀로 있어도, 관객들이 가끔은 이츠학에게 눈길이 갈 거 아니에요. 스포트라이트를 빗겨 나가 있는 이츠학을 불쌍해 보인다고 할 수도 있겠죠. 아마 이츠학에게서 짙은 쓸쓸함이 묻어날 거라 생각해요.” 자세히 보면 이츠학과 헤드윅의 관계도 쉽게 설명할 수 없다. 때때로 이츠학은 히스테릭한 헤드윅의 성질머리(?)도 받아주어야 하는 막중한 의무도 가지고 있다. “헤드윅과 이츠학의 관계를 엄마와 저의 관계에서 찾았어요. 제가 올해 서른인데도 부모님은 독립을 ‘절대’ 반대하시죠. 그러다 보면 집에서 많이 부딪히다가 무조건 사랑한다고 말 할 수는 없는 사이가 되더라고요. 사실 내가 집에서 나가면 되는 건데, 그렇게 하지 않는 건 부모님을 사랑하고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진 않으니까요. 또 지지고 볶더라고 하루라도 곁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바로 이런 부분에서 헤드윅과 이츠학 같아요.” 그래서일까, 제이민은 <헤드윅> 엔딩 장면에서 헤드윅이 건네는 가발을 받을 때 뭉클함을 느낀단다. 이츠학이 헤드윅을 사랑하지만 떠날 수밖에 없고,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려고 첫발을 떼는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이 샘솟기 때문이다.


제이민은 또 어떤 작품에서 뭉클함을 느꼈을까. 한참 고민하던 그녀는 예기치 않게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인 더 하이츠>의 바네사를 꼽았다. 사실 제이민은 처음에 바네사가 아닌 다른 캐릭터로 합류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바네사로 무대에 올랐다. 무엇보다 바네사는 춤을 상당히 잘 추는 캐릭터라, 제이민은 작품에 엄청난 노력을 쏟아야만 했다. 안무를 외우는 것이 느려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연습실에서 보냈고, 심지어는 눈물도 쏟았을 정도다. 그럼에도 결국엔 <인 더 하이츠>의 바네사를 무사히 해냈던 건, 자신과 전혀 다른 바네사를 만나 닫혀진 마음의 빗장을 조금이나마 풀게 되면서다. 어렵게 그리고 끈질기게 만들어낸 바네사를 진심으로 만난 그녀는 무대에 서자 알 수없는 무언가가 ‘확’ 다가왔다고 했다. 이렇게 흘린 땀을 바탕으로 탄탄한 자신감과 진정성을 쌓아온 그녀의 노력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제 조금씩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안 돼요. 믿음을 가지려면 더 많이 연습해야만 하죠. 아무리 떨려도 지금까지 내가 준비한 것이 있으니 믿자. 이렇게 스스로 되뇌기도 해요. 지금도 여전히 차근차근 쌓여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이토록 노력만이 답이라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는 제이민. 문득 그녀에게서 이츠학의 이야기는 어떤 의미일까.
“<헤드윅>이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선물이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7호 2017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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