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여성의 날 특집 인터뷰
2026년 처음으로 관객을 만나는 네 편의 작품. 그리고 그 무대를 채우는 열한 명의 배우.

연극 < THE WASP >(말벌)는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고교 동창생 헤더와 카알라가 20년 만에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심리 스릴러다. 부유한 삶을 살지만 아이를 갖지 못해 내면이 무너져가는 헤더, 빈곤의 굴레 속에서 거친 생존을 이어가는 카알라. 정교하게 설계된 심리 서스펜스 안에서 두 사람의 대화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이를 통해 폭력과 트라우마, 계급 갈등과 권력 관계 등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영국 연극계가 주목하는 극작가 모건 로이드 말콤이 2015년 영국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이다. 국내 초연 개막을 앞두고, 헤더 역의 김려원, 한지은, 이경미, 카알라 역의 권유리, 정우연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권유리&정우연
< THE WASP >의 대본을 처음 받아 들고,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나요?
권유리 작품이 가지고 있는 힘이 절대적이었어요. 두 사람의 심리 상태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으면서도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흘러간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이런 작품은 앞으로도 쉽게 만날 수 없겠다는 본능적인 직감이 들었죠. 이 시기에 이런 작품을 도전하지 않는다면 언제 또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큰 결심을 하게 됐어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작품을 배우라면 누구든 갈망하니까요.
정우연 우선 캐릭터 자체가 저한테 되게 귀하게 느껴졌어요. ‘내가 이 작품을 지금 하지 않으면, 이런 역할이 10년 내에 다시 나에게 올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본상 카알라의 나이가 지금 저희의 나이대와 비슷한데, 이렇게 저와 맞아떨어지는 나이대의 인물을 연기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인물이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쉬게 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권유리 (극 중 카알라의 행동들이) 카알라라는 인물이 생존을 하기 위한 자기만의 방식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작품에 접근했어요. 카알라가 지금의 모습으로 살기까지 그녀의 삶이 대체 어땠을지, 인간 권유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조금 있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해석한 카알라는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인물이었어요. 그 지점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죠. 또, 헤더와의 관계에서 힘의 균형이 계속 이동하는데, 그 팽팽함이 관객분들에게 잘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정우연 카알라는 되게 동물적인 인물이에요. 날 것의, 본능적인 인물이죠. 와일드한 감정과 거친 에너지를 분출하는 인물인데, 이런 여성 캐릭터가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인물을 연기하면서도 신기한 기분을 많이 느꼈어요. 저는 어떤 인물을 연기할 때, 관객분들에게 정당성 있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해요. 그런데 카알라는 그 부분에서 참 쉽지 않은 인물이어서 고민이 많아요. 관객의 마음을 사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야 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저의 가장 큰 숙제예요.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작품입니다. 관객이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하기를 바라시나요.
정우연 공연의 마지막, 모든 일이 끝난 후 보여지는 카알라의 모습이 저는 진정한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마지막 암전이 되기까지 5초간의 시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그 5초를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하는지가 관객분들이 객석을 나서면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해요. 또, 카알라가 생각하는 결말 이후 자신의 삶과, 인간 정우연이 생각하는 결말 이후 카알라의 삶이 다를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관객분들도 이 작품을 보고 각자 다 다른 생각을 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관객분들에게 불편함을 안길 수 있는 작품일 것이고, 온전한 한 줄의 교훈을 주는 작품도 아닐 거예요. 하지만 작품이 끝난 후 관객분들이 얻어가실 수 있는 메시지가 정말 다양하다는 점에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에 정답은 없고, 인간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게 인생이니까요.
권유리 세상에 정말 많은 종류의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중에서도 < THE WASP >는 유니크한 색채를 가진 작품이에요.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전개가 빠르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예요. 관객분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들도 많고요. 꼭 너무 무거운 마음으로 보지 않으셔도 되고, 가벼운 마음으로 보셔도 충분합니다. 워낙 밀도가 높은 작품이라 집중해서 보시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흐를 거예요. (웃음)
2015년 영국에서 초연된 이 작품이 지금 여기 한국의 관객을 만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우연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자면, 이 작품이 2015년에 한국에서 공연됐다면 지금과 같은 시선으로 읽히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현시대의 시각으로 보기에도 조금은 파격적인 혹은 충격적인 대사와 장면이 극 중에 존재하거든요. 하지만 저희는 이런 지점을 축소하는 방향을 선택하지 않았어요.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오히려 더 드러내는 방향을 선택했죠. 그렇기에 여성만 알 수 있는 공감과 연대의 부분이 조금 더 깊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고요. 저희가 이번에 공연을 올리면서 대본을 크게 각색하거나, 바꾼 부분은 없어요. 다만 2015년의 대본을 2026년 저희의 시각으로 풀어가면서, 텍스트에 담긴 감각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저희 작품이 이전까지 이 세상에 없었던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두 사람의 심리 싸움이라는 포멧, 선과 악 사이의 메시지 등 그간 주로 남성들에 의해 구현되었던 부분들이 여성의 입과 몸을 통해 구현된다는 점에서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하고, 관객분들도 그 지점에서 새로운 감각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권유리 앞에서 말했듯이 10년 전이었다면 좀 더 순화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은 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카알라와 헤더가 서로 피하고 싶어 하는 사이일지언정, 여성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관계성이 확실히 담겨 있고, 더 나아가 계층, 권력 등 사회적 이슈를 쿨하고 시원하게 내뱉는 작품이에요. 공연이 끝난 후에는 한 줄의 메시지를 남기는 게 아니라 관객분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와 시간을 남기는 작품이고요. 작품이 올라가기 좋은 때를 만난 것 같아요.

이토록 파격적인 심리 스릴러를 다루는 여성 2인극은 흔치 않습니다. 배우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부여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듯한데요. 어떤 마음으로 < THE WASP >를 마주하고 있나요.
정우연 앞서 말했듯 제게 되게 귀한, 제가 그간 만나보지 못했던 인물과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요즘 삶이나 일에 있어서 조금은 지친다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을 만난 후 카알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동안 한 적 없는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면서 정우연의 생각의 범위가 많이 넓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을 보는 눈도 넓어졌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친다는 마음도 많이 덜어졌어요.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정우연의 지평을 넓혀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여태까지 몰랐던, 불이 꺼져 있던 방에 조명 스위치가 살짝 켜진 느낌이 들어요.
권유리 여태까지 냈던 목소리와는 조금 다른 목소리, 다른 이야기를 통해 관객분들과 마주하고, 교류하는 거잖아요. 덕분에 개개인의 서로 다른 삶을 더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동안 활동하면서 카알라와 같은 이미지를 보여드린 적이 없고, 카알라처럼 생각하면서 살아온 적이 없지만, 이번에 카알라라는 인물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서 권유리의 스펙트럼이 확장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자 예술가로서 요즘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고민이 있다면요.
권유리 어느 순간부터, 여성이기 때문에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런 말은 조심해야 해, 이런 행동은 조심해야 해’ 같은 것들이 분명히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고민을 많이 덜어내도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 같아요.
정우연 나도 그 얘기 하려고 했는데! (웃음) 배우 생활을 시작한 후로 이런 질문을 자주 받아왔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그런 고민이 많이 흐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 흐려졌지?’ 스스로 고민해 봤을 때, 우리가 점차 좋은 방향으로 걸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이 내려지더라고요. 결국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은 ‘여배우’가 아니라 ‘배우’이니까요.
권유리 시대가 발전하는 데 저희 작품이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여성’으로 무언가를 규정 짓기보다는, 누구나 무대 위에서 이런 말과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시대이기를 바라요.

김려원&한지은&이경미
< THE WASP >의 대본을 처음 받아 들고,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나요? 헤더라는 인물이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쉬게 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려원 제가 읽었던 연극 대본 중에 가장 재미있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히고, 이 이야기가 계속 궁금하고, 대본을 다 읽은 후에도 고민들이 계속되더라고요. 대본이 며칠 동안 계속 제 머릿속에 있었어요. 주변 배우들에게도 ‘이런 대본이 있는데 너무 재밌다’고 말할 정도로 작품에 매료됐어요. ‘이 작품에 출연하지 못하면 정말 속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특별한 작품이었어요.
작품 속 인물은 보통 끝을 향해 갈수록 변화하잖아요. 헤더가 어떤 식으로 변화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카알라로부터 상처를 받은 후 20년 동안 헤더는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변했을까. 상처가 무뎌졌을까? 반대로 더 깊어졌을까? 지난 20년 동안 상처를 잊기 위해 살았을까? 어떤 마음으로 카알라를 만날 계획을 세웠을까? 이런 많은 고민을 하면서 어떻게 표현하는 게 이 사람다울지 생각했어요.
이경미 제가 대본을 까다롭게 읽는 편인데, 달컴퍼니의 대본은 항상 좋았어요. 이번에도 단숨에 대본을 읽어 내린 다음 출연을 결심했죠. 특히 이렇게 심리 스릴러가 짙은, 촘촘한 대본은 만나기 어렵기 때문에 욕심이 많이 나더라고요.
벼랑 끝에 서 있는 인물의 깊이감을 잘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어요. 관객분들이 공연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헤더가 카알라에게 놓는 덫도 있지만 관객에게 놓는 덫도 있거든요. 그 이중적인 심리 구조를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헤더는 20년 동안 카알라로 인한 상처를 잊으려고 노력했는데, 어떤 계기로 인해 그 증오심이 튀어나오면서 카알라와의 만남을 결심했다고 생각해요. 인물의 그러한 처절함과 애잔함을 잘 표현하고 싶어요.
한지은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대본이었어요. 저는 대본을 볼 때 텍스트 안에 들어있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찾아보려고 하는 편인데, 이 작품에는 다방면으로 생각할 수 있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또, 첫 연극 출연작인 <애나 엑스>가 2인극이었는데, 2인극은 두 배우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끝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야 하잖아요. 첫 연극이라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그 지점에서 2인극의 매력에 빠지게 됐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도 2인극이라는 점이 반가웠고요.
이번이 두 번째 작품인데, 무대 연기와 매체 연기는 확실히 다르지만, 어떻게 보면 또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으면서, 내가 나아갈 방향성은 무엇일까, 나만의 캐릭터는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헤더와 가장 가까운 모습을 대본에서 찾아내고 있고요. 제가 인물과 공감하고, 인물에게 스며들어야 관객을 설득할 수 있고, 그래야 관객분들도 이 작품을 보고 각자의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물과 가까워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요.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작품입니다. 관객이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하기를 바라시나요.
김려원 어떤 메시지를 강요하는 작품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에요. 저는 이 작품이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한 번에 줄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관객분들도 우선 공연을 재미있게 보시고, 공연이 끝난 후 두 인물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시면 좋겠어요. 보시는 분들마다 관점이 다 다를 테니, 공연을 보면서 본인이 했던 생각들을 중심으로 하나씩 파헤쳐 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또, 공연을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이 드는 작품일 거예요. 그래서 관객분들도 기회가 된다면 여러 번 보시면서 ‘저 인물이 저런 말을 했네, 저 계획은 언제부터 짰을까’ 같은,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에 담긴 의미를 발견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길지 않은 기간 동안 공연되지만, 충분히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지은 작품 안에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소가 정말 다양하거든요. 자신의 관점과 가치관, 목적에 따라 와닿는 지점이 천차만별일 거예요. 이 대본을 표현하는 배우들조차 각자의 매력이 다 달라서, 보시는 관객분들도 다채로운 시선으로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두 여자의 심리극, 복수극으로 비치지만, 더 나아가서 우리 인생에서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모든 고민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작품이에요.
이경미 좋은 작품을 보고 나면 영혼에 흔적이 남잖아요. 저도 이 작품의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는 ‘와 재밌다’ 하고 읽었는데, 대본을 닫은 후에 한참 동안 여러 생각을 했어요. 인간이란 무엇일까, 우리의 삶은 뭘까, 우정은 뭐고 사랑은 뭘까,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같은 철학적인 질문들을 스스로 하게 되더라고요. ‘이런 메시지를 얻어가셨으면 좋겠다’는 말이 아니라, 관객분들도 공연을 보시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에 젖어 들 수밖에 없으실 거예요. 일단, 재미있게 봐주셔야 해요. 저희가 재미있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웃음)

이토록 파격적인 심리 스릴러를 다루는 여성 2인극은 흔치 않습니다. 배우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부여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듯한데요. 어떤 마음으로 < THE WASP >를 마주하고 있나요.
김려원 말씀하신 것처럼, 이렇게 강렬한 여성 2인극은 드물었던 것 같아요. 아름답고 서정적인 이야기는 많이 만났지만, < THE WASP >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작품은 만나지 못했던 것 같거든요. 사실 이런 분위기의 남성 2인극은 정말 많잖아요. 그래서,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자 배우들이 이 작품을 보고 난 뒤에 ‘나 이거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싶다고요. 여자 배우들은 평소에 공연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나도 저런 역할 해보고 싶다, 나도 잘할 수 있는데.’ 같은 생각이요. < THE WASP >가 남자 배우들이 ‘그 작품 너무 해보고 싶더라’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 배우들이 기꺼이 도전해 보고 싶은 작품, 관객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의 출연을 바라는 작품이 될 거라고 믿어요.
한지은 정말 흔치 않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요. 항상 해보고 싶었던 장르의 작품과 인물을 무대 위에서 마음껏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뻐요. 앞서 말한 답변과 이어지는 대답이지만, 결국에는 이 사람을 더 빨리, 많이 알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그래야 인물을 잘 표현할 수 있고, 제가 인물을 잘 표현해야 려원이가 말한 것처럼 누군가 도전해 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으니까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꼭 해내고 싶어요.
이경미 배우들이 오롯이 자신의 연기력으로 에너지의 밀도를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표현하는 게, 거기에 더해 메시지까지 가져간다는 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특히나 2인극은 더더욱 그렇죠. 상처받은 저 두 인물이 너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저 인물을 연기한 두 배우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래서 결국 박수를 칠 수밖에 없는 작품이 되기를 바라요.

2015년 영국에서 초연된 이 작품이 지금 여기 한국의 관객을 만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지은 문화적 차이, 시대적 차이가 있겠지만, 한 인간의 인생은 큰 틀에서 반복되는 지점이 많잖아요. 지나온 역사를 돌아보면 현재를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요. 인간은 지금까지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지만, 어떻게 보면 인간의 삶 안에서 끝까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인 논제들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이슈를 대입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우리 모두 선택의 연속인 삶을 살잖아요.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최선인 것일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이경미 현 시대에 고전을 공연하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생각해요. 상처받은 사람들이 그 상처를 어떠한 방식으로든 치유하는 이야기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죠.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어디서든 유효하니까요.
김려원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화가 많아졌잖아요. 이런저런 폭력이 만연해졌고요. 저는 < THE WASP >가 폭력의 전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작품에 지금의 시대를 빗대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디까지 안 좋아질 수 있을 것이며, 우리는 어디까지 이것을 참아내고 견뎌낼 수 있을 것인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가장 가깝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