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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OLUMN] 브로드웨이 배우보다 높은 개런티 [No.176]

글 |박병성 2018-05-30 22,337
얼마 전 올 하반기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 A의 1회 개런티가 5천만 원에 이르렀다는 기사가 나왔다.  뮤지컬 톱 배우의 1회당 개런티가 2천만 원에서 5천만 원 사이라는 기사는 이미 2016년부터 등장했다.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는 다양한 복제가 가능해서 관객을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출연자들의 개런티가 높지만 배우가 실시간으로 하는 라이브 공연은 관객이 한정적이라 개런티 상승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 뮤지컬 배우의 개런티는 이해하기 힘든 수준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개런티가 건강한 공연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한선을 넘어선 지 오래다. 

 
회당 5천만 원의 개런티가 가능하다
공연은 1회 공연에 동원될 수 있는 관객 수가 정해져 있는데 어떻게 5천만 원의 출연료를 주는 것일까? 김준수, 조승우, 박효신 같은 경우 이미 여러 공연에서 자기 출연분을 완판시켰다. 대형 공연장 좌석이 적게는 1,200석에서 많게는 2,000석이 넘는다. 대형 뮤지컬을 많이 올리는 1,700석의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로 가정한다면 등급별 티켓 가격을 고려하고, 할인율을 제외하면 매진이 되었을 때 1회 매출액을 2억 원 정도로 본다. 이처럼 예매 오픈 후 빠른 시간 내에 완판되는 배우의 공연은 할인율이 적어 그 이상의 매출이 나오기도 한다. 대략 매출액 중 25%를 한 배우에게 주게 되는 셈인데 제작사 입장에서는 큰 극장을 채운 만큼 완판 배우에게 많은 출연료를 주더라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배우의 출연으로 공연 관객 이외에도 일반 대중의 관심을 유도해 작품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다른 캐스팅의 공연도 판매되는 파급 효과를 얻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제작사들이 배우 캐스팅에 사투를 벌이게 된다. 물론 완판 배우가 출연해도 작품에 따라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배우가 출연한 작품은 그만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세계 최고의 출연료?
한국 톱 배우의 뮤지컬 출연료는 브로드웨이 배우는 물론 브로드웨이 공연에 출연하는 할리우드 배우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영화 의 히어로 휴 잭맨이나 한때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었던 줄리아 로버츠보다 많이 받는다. 마이클 시버리스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어쌔신>에서 존 윌킨스 역으로 토니상 남우조연상, <펀 홈>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브로드웨이 톱 배우 중 한 명이다. 마이클 시버리스가 <펀 홈> 출연 당시 대략 주당 2만~3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여배우의 인기가 더 높은데 레아 살롱가나 이디나 멘젤의 경우 이 두 배 정도의 개런티를 받는다고 한다. 대략 1회당 6백만 원~9백만 원 선이다.

무대와 영화를 오가며 활동하는 잘 알려진 배우의 경우는 이보다 조금 더 받는다. <프로듀서스>에 출연한 네이슨 레인과 매튜 브로데릭은 주당 8회 공연에 10만 달러를 받았다. 대략 1회당 1천3백만 원 정도의 출연료를 받은 셈이다.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는 할리우드 배우의 출연료 역시 이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휴 잭맨이 <스테디 레인>에 출연할 당시 1주당  4만 달러의 러닝 개런티를 합해 평균 주당 10만 달러를 받았다. 줄리아 로버츠가 <쓰리 데이즈 오브 레인>에 출연할 당시 주당 15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았다. 회당 2천만 원 정도의 출연료를 받은 셈이다. 물론 이들 작품이 공연된 시기가 2009년과 2006년이기는 하나, 현재도 브로드웨이 톱 배우들의 개런티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국내 매출 톱 클래스에 있는 완판 배우는 물론이고, 소위 티켓 파워가 있다는 A급 배우들은 브로드웨이에 출연하는 할리우드 배우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을 받고 있는 셈이다. 공연 관계자들은 현재 회당 1천만 원대 이상을 받는 배우가 대략 20여 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개런티 상승의 부작용
배우의 출연료 상승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점점 생존하기 힘든 곳으로 만들고 있다. 완판 배우의 출연료 상승은 소위 티켓 파워가 있는 다른 배우들의 출연료 동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1천만 원대를 받는 배우들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전에는 티켓 판매을 하면 완판되는 몇몇 대표 배우들만 2천만 원대 이상의 개런티를 받았는데, 이제는 그 이외에도 회당 2천만 원대를 받는 배우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전체 제작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서 일부 공연은 전체 공연 제작비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기기도 한다. 

공연 제작비 중 특히 일부 배우의 인건비 비중이 늘어나다 보니 다른 스태프나 배우 중에서도 앙상블 배우의 개런티는 정체되어 있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수십 년간 무대 밥을 먹은 연출, 안무, 무대, 음향, 조명 스태프는 한 작품에 참여해서 받는 개런티가 배우의 하루 출연료보다 적다는 사실에 허탈함을 느낀다. 여전히 공연 스태프는 힘들고 보수가 적은 일이지만 이런 공연계 구조에서는 개선되기도 힘들다. 관객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인건비 상승으로 점점 제작비가 증가하다 보니 티켓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 티켓 가격을 한정 없이 높일 수가 없다 보니 제작사는 VIP석이나 R석의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체 매출액을 높이려고 한다. 결국 이런 피해는 관객에게 돌아간다. 

그럼에도 가장 치명적이고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대상은 제작사이다. 점점 제작비가 높아져 국내 뮤지컬 시장은 수익은 적고 손실은 큰 매력 없는 시장이 되어버렸다. 제작사들은 과열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뮤지컬 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요소인 캐스팅에 올인 했고 단기적인 성공을 맛볼 수는 있었지만 그로 인해 공연하기 힘든 시장이 되어버렸다. 뮤지컬 제작에 회의를 느끼는 제작사가 점점 많아지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제작자도 생기고 있다. 모든 문제가 일부 배우의 높은 개런티에만 있는 것이 아니지만, 그 문제가 시장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배우들의 개런티를 세계 최고 수준까지 높여놓은 책임은 제작사에 있고 그 피해 역시 제작사가 가장 심하게 보고 있다. 해결책 역시 제작사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제작사가 나서야 한다
브로드웨이에서는 개런티의 상한가는 제한하지 않지만 개런티의 하한가를 명시해서 상대적으로 약한 신인 배우나 앙상블을 보호한다. 역사적으로 제작사는 갑이었다. 출연료를 비롯한 다양한 권리에 대한 계약은 제작사가 유리하도록 진행되었다. 그래서 힘이 약한 배우들은 조합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현재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는 적어도 일부 배우들에게 제작사는 갑이 아니다. 지금 같은 제작 환경이라면 작품 제작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지금의 열악한 제작 환경에서 제작사는 단결해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브로드웨이에서 약자인 배우를 보호하기 위해 개런티의 하한선을 정했듯이 지금의 문제를 타계하기 위해 제작사들이 뜻을 모아 개런티의 상한선을 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작품이 실패하면 대표적인 배우들에게는 일정 개런티만 지급하고 성공하면 그만큼의 수익을 배분하는 러닝 개런티를 확산시켜야 한다. 지금의 구조에서는 작품이 성공하면 배우의 덕이지만 실패하면 제작사의 탓이 된다. 많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라면 성패에도 어느 정도 책임을 나누어 갖는 것이 당연하다.  
 
 
참고자료
양병훈, ‘뮤지컬 스타 회당 5000만원 몸값 치솟아’ (한국경제 2018년 3월 27일자)
김미경, ‘대세 뮤지컬 배우 소속사행’ (이데일리 2016년 8월 25일자)
금빛나, ‘오르는 배우들의 개런티, 낮아지는 인건비’ (MBN스타 2016년 1월 26일자)
Michael Riedel, ‘The pint-size Broadway star who's demanding more money’ (Newyork Post 2015. 9. 25.)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6호 2018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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