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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관객이 바라는 티켓 가격 정책 ② [No.194]

글 |안세영 2019-11-28 5,413

관객이 바라는 티켓 가격 정책 ②

 

관객들이 어떤 경우 티켓 가격을 합리적 또는 비합리적이라고 느끼는지 제작사와 작품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관객들이 제작사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도 함께 옮긴다.  



+가격 면에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대극장 뮤지컬 제작사 최대 2개까지 선택 (n=2068)

순위 제작사 응답자 수 백분율

1위 신시컴퍼니 268명 13%

2위 CJ ENM 213명 10%

3위 뉴컨텐츠컴퍼니 167명 8%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대극장 뮤지컬 제작사 가운데에서는 신시컴퍼니가 1위를 차지했다. 연예인 캐스팅에 의존하지 않고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이기 때문에 티켓 값이 아깝지 않다는 응답이 많았다. 시야가 안 좋은 앞 열을 무대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VIP석으로 지정하지 않는 점, 조기예매 할인, 재관람 할인, 청소년 할인 등 기본적인 할인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소로 작용했다. 신시컴퍼니는 홈페이지 회원으로 가입하면 생일에 맞춰 50% 할인 쿠폰을 주고, <빌리 엘리어트> 공연 당시 대극장 공연으로는 보기 드물게 재관람 카드를 발행하기도 했다. 2위 CJ ENM은 다양한 할인과 이벤트로 호응을 얻었다. 최근 막을 내린 <시라노>의 경우 라이브 오케스트라 없이 VIP석 14만 원 가격을 내세웠지만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다양했고, 특정 기간 유료 관객에 한해 미니 OST나 스페셜 영상집을 증정하는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펼쳐 구매자의 만족감을 높였다. 3위 뉴컨텐츠컴퍼니 역시 할인 정책 때문에 호응을 얻었다. 최근 <벤허>에서 재관람 할인 25%, 청소년 할인 40%를 제공했으며, 제작사의 전작을 관람한 관객도 재관람 할인을 받을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가격 면에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중소극장 뮤지컬 제작사 최대 2개까지 선택 (n=2068)

순위 제작사 응답자 수 백분율

1위 HJ컬쳐 856명 41%

2위 네오프러덕션 578명 28%

3위 알앤디웍스 238명 12%

 

중소극장 뮤지컬 제작사 가운데서는 HJ컬쳐가 41%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저렴한 가격대와 양심적인 좌석 등급 배분,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할인 종류와 넉넉한 할인율이 관객의 마음을 얻은 이유다. 타임 세일도 자주 이뤄지고 제작사 멤버십 회원을 위한 혜택도 따로 갖추고 있다. 이렇게 할인이 많다 보니 관심이 없던 공연도 한 번은 보러가게 된다는 반응이다. 2위 네오프러덕션은 지난 몇 년간 동일한 티켓 가격과 할인 정책을 유지해왔다. 어떤 공연이든 중극장 R석 6만 6천원, S석 4만 4천원으로 동일한 가격을 책정하며, 프리뷰 할인 30%, 재관람 할인 30%, 학생 할인 30%를 제공한다. 처음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도 ‘창작 후원 할인’이라는 명목으로 조건 없이 2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밖에도 특정 기간 유료 관객에게 포토 카드를 증정하거나 5번 이상 관람 시 MD를 증정하는 등 마니아를 겨냥한 혜택이 마련되어 있다. 3위 알앤디웍스 역시 재관람 할인 30%, 학생 할인 30%를 제공하고 이벤트성 할인을 진행할 때가 많아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다는 응답이다. 

 

+2019년 가격에 비해 만족도가 낮았던 뮤지컬 최대 2개까지 선택 (n=1531)

순위 공연명 응답자 수 백분율

1위 <엑스칼리버> 197명 13%

2위 <헤드윅> 158명 10%

3위 <지킬 앤 하이드> 152명 10%

 

그렇다면 올해 관객들이 가격 면에서 가장 만족하지 못한 작품은 무엇일까? 보기를 주지 않고 주관식으로 답변을 받아 본 결과 <엑스칼리버>, <헤드윅>, <지킬 앤 하이드>가 상위권에 올랐다. 세 작품 모두 할인이 거의 없으며 특히 <엑스칼리버>와 <지킬 앤 하이드>는 주말차등제를 적용해 금토일 VIP석을 1만 원 높여 15만 원에 판매한 점이 원성을 샀다. <엑스칼리버>는 3천석 규모의 대극장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여 대부분의 좌석에서 무대가 멀게 느껴졌음에도 VIP석 비율을 높게 잡아 문제가 됐다. 이 작품은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3층 A석에 앉아도 7~8만 원을 주고 관람해야 했다. 이렇듯 비싼 가격을 주고 관람했음에도 개연성이 부족한 서사로 인해 만족감이 떨어졌다는 응답이 많았다. <헤드윅>은 객석 단차와 음향이 좋지 않은 공연장의 특성을 무시하고 1층 전 석을 R석 9만 9천 원으로 책정한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또 공연 중간중간 객석에 내려온 배우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1층과 달리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2층 좌석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반응이다. 무대 위에 배우 2명과 라이브 밴드밖에 존재하지 않는데 티켓 가격이 비싼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며, 소극장에 어울리는 극을 굳이 대극장에서 올리면서 비싼 가격을 받는 것이 불만이라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지킬 앤 하이드>는 스타 캐스팅만 앞세워 가격을 올리는 것이 불만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지방 관객들은 MR 반주를 사용하는 지방 공연에서 라이브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서울 공연과 같은 가격으로 티켓을 판매한 데 공통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티켓 가격 책정에 있어 제작사에게 바라는 점•

 

뮤지컬은 고가의 티켓 때문에 대중에게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이다. 한번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티켓 가격을 알아보면 그럴 생각이 사라지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뮤지컬 시장이 마니아 관객만을 대상으로 굴러갈 수는 없다. 뮤지컬계의 발전을 위해서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관객이 지불하는 비싼 티켓 값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생한 배우와 스태프에게 속임수 없이 돌아가길 바란다. 수없이 들려오는 임금 체불 이야기를 이제는 그만 듣고 싶다. 송지현

 

지금처럼 티켓 값이 치솟은 데에는 스타 배우의 개런티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 배우들 사이에 개런티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뭔가 조치를 취하면 좋겠다. 스타 배우가 출연하면 내가 낸 돈이 다 저 배우에게 가는구나라는 생각에, 또 그만큼 대우받지 못하고 있을 다른 여성 배우나 스태프 생각에 관극하는 마음이 복잡해진다. ara 

 

가격을 높이고 싶다면 인기 배우 캐스팅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작품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 나만 해도 이제 믿는 제작사가 아니면 신작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더이상 내 시간과 체력,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철 장사가 아닌 롱런을 생각한다면 가격에 맞는 공연을 보여줘야 한다.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는다고 불평만 할 게 아니라 왜 찾아오지 않는지 그 이유부터 생각하길 바란다. 하다

 

처음에는 비싼 가격을 책정했다가 티켓이 안 팔리면 뒤늦게 할인을 풀어 미리 예매한 사람을 불리하게 하지 말고, 처음부터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해 주면 좋겠다. 최수현

 

조기 예매 할인율을 높여서 누구보다 먼저 작품에 관심을 갖고 예매하는 관객들을 그 만큼 대우해줘야 한다. 박정연

 

최근 재관람 할인을 없애거나 1인 2매에서 1인 1매 적용으로 축소하는 공연이 늘고 있다. 제작사에서는 이로 인해 이윤이 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연 그럴까? 혼자 공연을 본 뒤, 주변 사람들과 감동을 나누고 싶어 함께 재예매를 고려할 때 재관람 할인 1인 1매 적용은 의외로 큰 허들이 된다. 결국 공연을 봤던 사람만 다시 공연을 보게 되는 거다. 제작사는 새로운 관객층을 유입시킬 방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형 뮤지컬들이 유명 아이돌과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면서 작품성으로 승부하기보다 출연진의 팬덤에 의존하게 되었다. 인기 배우를 데려오기 위한 경쟁으로 티켓 가격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티켓값은 비싼데 작품 퀄리티는 높지 않으니 관객 입장에서는 점점 가격 대비 불만스러운 공연을 보게 된다. 뮤지컬이 상업적 예술인만큼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점은 이해하지만, 눈앞의 이익만 쫓을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공연의 매력에 빠질 수 있게끔 만들어 주길 바란다. 박민희

 

12월 초연을 앞둔 <영웅본색>은 대극장 공연이 아님에도 대극장 티켓 가격을 받고 심지어 VIP석 외에 VIP PLUS석을 따로 배정했다. <스위니 토드>, <레베카>도 유명 스타를 캐스팅하면서 할인을 없앴다. 이러다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관객이 사라질까봐 걱정이 된다. 이미 나와 함께 뮤지컬을 즐기던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관극을 그만두었다. 이유는 티켓값이 너무 비싸서다. 주말밖에 공연 볼 시간이 안 나는데 주말차등제까지 생겨버리니 지출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거다. 경기가 안 좋으니 가격을 올리고 싶은 제작사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관객이 있어야 공연도 있다는 걸 알아 달라. 이금지

 

기만적인 좌석 등급을 바로잡아야 한다. 최고등급 좌석의 가장 앞자리와 가장 뒷자리, 그리고 중앙 자리와 사이드 자리를 비교해 보라. 시야를 비롯해 모든 면에서 만족도가 확연히 다른데 어떻게 같은 가격에 팔 수 있나. 게다가 요즘 중소극장의 티켓 가격 상승률은 무서울 정도다. 이러면 당장은 수익이 오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공연장을 찾는 관객의 수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나 역시 이 가격을 주고 공연을 볼 가치가 있나 점점 더 오래 고민하게 되고, 두 번 볼 공연을 한 번만 보게 된다. 공연을 사랑하는 관객의 마음을 노골적으로 이용하지 말았으면 한다. 공연을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떠나는 건 한순간이다. Amelia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4호 2019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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