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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라 루미에르> 이석준, 진심이라는 알맹이를 담아 [No.205]

글 |박보라 사진 |황혜정 2020-10-21 782

<라 루미에르> 이석준
진심이라는 알맹이를 담아




노래와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수 있어서 뮤지컬을 좋아해요. 무엇보다 노래에 이야기의 감정을 녹여내는 매력에 홀렸어요. 사실 어렸을 때는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면서도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노래에 자신이 없었거든요. 주위에서도 노래보다 연기를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요. 그런데 우연히 학교 공연에 출연하면서 뮤지컬의 열정을 알게 됐고, <미스터 마우스>를 보고 나서 뮤지컬이 나의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무작정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노래 연습에 매달렸죠. 지금도 스스로 만족할 만한 실력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대학 입시를 앞두고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청소년 뮤지컬 경연 대회인 ‘뮤지컬스타’에 지원했어요. 친구들과 입시에 대한 걱정이나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기분 전환을 하고 싶었거든요. 본선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운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본선 당일 눈을 뜨자마자 몸 상태가 최상이었죠. 가뿐한 마음으로 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오늘은 후회 없이 내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겠다’란 예감까지 들었어요. 심지어는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순간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후련했어요. 지금도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그때는 더 어리고 서툴렀는데 어떻게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요? 대상을 받을 거란 상상이나 기대는 조금도 없었는데 말이에요.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이라 용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대상이라는 과분한 상을 받았고, 모든 일이 꿈만 같았죠. 앞으로는 내 모든 걸 보여주고 내려와 후련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무대는 다시 경험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꼭 다시 그 기분을 느끼기 위해 더 노력할 거예요.  

제 첫 작품은 <그리스>예요. 이 작품으로 인연이 되어 팝시컬 프로젝트에서도 활동했어요. 뮤지컬 넘버와 K팝을 접목한 프로젝트로, 티버드라는 남성 아이돌 그룹이 탄생했거든요. 제작사에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뮤지컬스타’의 무대 영상을 보고 팝시컬 프로젝트의 오디션 참여를 제안해 주셨어요. 좋은 결과를 얻어 티버드의 멤버가 됐고, 이후에 다시 오디션을 거쳐 뮤지컬 <그리스>의 두디로 무대에 오르게 됐죠. <그리스> 합격 소식을 듣고는 딱 한 생각만 했어요. “나도 드디어 뮤지컬을 할 수 있겠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린 인생의 첫 무대가 어땠는지 사실 잘 기억나지 않아요. 선배들이 데뷔 무대에 서면 눈앞이 깜깜해질 거라고 하길래, ‘설마 그렇게 될까?’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무대에 오르자마자 앞이 보이지 않았어요. 이제 와서 생각하면 이 작품은 선배들과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부담감을 느끼며 참여했어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그래서 더 아쉬운 작품이에요. 홀로 집에 있을 때면 미흡한 부분이 생각났고,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아 제 자신을 다듬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그리스>는 춤추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작품인데 제가 또 춤을 정말 못 춰요. 연습은 물론 공연 기간 내내 춤과의 전쟁을 치렀죠. 공연뿐 아니라 티버드 활동에서도 춤은 필수였어요. TV 음악 프로그램에 몇 번 출연해야 해서 두 달 동안 타이틀곡의 안무를 완벽하게 마스터하려고 노력했죠. 뮤지컬과는 다르게 3분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제 매력을 보여줘야만 했고, 화면 안에 제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도 체크해야만 했어요. 그동안 연습했던 뮤지컬과는 많은 부분에서 환경이 달랐지만, 이것 또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제겐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어요. 

곧 개막할 <라 루미에르>의 한스는 강제 징집되어 히틀러 유겐트에 입단하게 된 독일 소년이에요.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고 화가 모네처럼 사람들 마음속의 빛을 그리고 싶어 하죠. 열여덟 살의 한스는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 갇혀 있지만 밤마다 몰래 지하 창고에 있는 그림을 볼 때면 마음만은 자유로워져요. 이런 한스의 감정적인 모습을 잘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의도치 않게 자신의 본모습이나 감정을 숨기고 살지만, 퍽퍽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행복을 찾으려 하잖아요. 그래서 연습을 할수록 그에게 자꾸만 마음이 가고 감정적으로 기대게 돼요. 

솔직하게 말하면 개막을 앞두고 조금 두렵기도 해요. 연습 초반에는 무조건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열정에 차 있었지만, 연습할수록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전 평소에 연기와 노래가 매끄럽게 흘러서 마친 날은 좋은 기분으로 집에 돌아오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마음이 힘들거든요. <라 루미에르>의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해내야겠다는 욕심으로 채우기보다는, 매번 공연을 마치고 스스로 만족하며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게다가 처음으로 2인극에 도전하게 됐는데,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하잖아요. 티는 내지 않았지만 혼자 걱정도 많이 했어요. 감사하게도 상대 배우들에게 도움받는 부분이 정말 많아요. 한스는 섬세한 감정을 잘 드러내야만 하는 캐릭터라 고민이 많은데, 동료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가 많은 힘이 되고 있어요. 앞으로는 저도 상대 배우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동시에 도움이 되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어요. 

지금은 거창한 목표나 다짐을 갖기보다는 제가 느끼는 한계를 깨부수고 싶어요. 다른 뮤지컬 작품을 볼 때마다 ‘저 선배들은 어떻게 연기에 마음을 울리는 진심을 담았을까?’라며 감탄을 하게 돼요. 어렸을 때는 욕심만 앞서서 선배들의 연기와 노래 테크닉을 따라해 보기도 했는데,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저도 진심이 담긴 연기를 위해서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차근차근 경험을 쌓고 배우려고 해요. 지금이 아니면 언제 제가 여러 도전을 하고 성장할 수 있겠어요? 제 안을 열심히 채워서 진심을 전하는 배우가 될 테니 앞으로 제 성장을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5호 2020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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