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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미드나잇> 배두훈, 이 순간을 진심으로 [No.206]

글 |박보라 사진 |배임석 2020-12-08 14,422

<미드나잇> 배두훈
이 순간을 진심으로 


뮤지컬배우이자 남성 4중창 보컬 그룹 포레스텔라로 누구보다 바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두훈. 어떤 상황이 닥쳐와도 차분하게 모든 걸 해결할 것만 같은 그가 아내를 사랑하는 다정한 남편이자 어두운 비밀을 숨긴 <미드나잇>의 맨으로 돌아온다. 2017년 초연에 이어 두 번째 출연이지만 액터 뮤지션 버전은 처음이다. 배두훈은 같은 듯 전혀 다른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고 있을까.



비밀을 품은 남자    

지난 2017년 <미드나잇> 초연에 참여했어요. 3년이 흐른 후 다시 출연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초연보다 더 즐겁게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초연을 정말 재미있게 했거든요. 지난봄에 앤틀러스 버전과 액터 뮤지션 버전이 차례로 공연돼, 모두 좋은 호응을 얻었잖아요. 이번에 참여하는 <미드나잇>은 액터 뮤지션 버전인데, 제가 못 해본 공연에 대한 궁금증도 컸어요. 작품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음악이요.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마치 대사같이 자연스러워서 연극과 비슷한 결을 느끼거든요. 이런 매력이 정말 좋아서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었어요. 게다가 함께하는 배우들이 대학로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잖아요. 이분들과 함께 호흡한다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도 기대됐어요. 

두 버전은 같은 이야기를 전하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잖아요. 액터 뮤지션 버전의 <미드나잇>을 처음 접했을 때 어땠어요?
정말 다른 느낌이라 마치 새로운 작품을 만난 것 같아요. 일단 음악적인 부분에서 큰 인상을 받았어요. 액터 뮤지션 버전은 연주자분들이 직접 무대에 등장해 악기를 연주하며 활약해요. 초연에서는 비지터, 맨, 우먼 세 명이서 작품을 이끌어갔다면 지금은 무대를 활용하는 방법이나 방식이 다양해져서 재미있어요. 무대 세트도 추상적이고 감각적으로 변해서 기대도 높아요.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하자마자  ‘와, 나 진짜 이 작품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같은 작품에 재출연하는 경우엔 확실한 변화를 주기 위해서 다른 캐릭터를 맡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초연 때와 동일하게 맨으로 출연하게 됐어요. 두훈 씨에게 비지터도 잘 어울릴 것 같았거든요.
비지터를 생각하지 않았던 건 아니에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기도 했는데, 냉정하게 생각해 봤더니 그런 변화를 주기에는 아직 좀 부족한 게 아닌가. 맨으로서 아직 못 보여드린 부분도 많을 텐데 욕심을 부리는 건 아닌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적인 성향이 비지터보다는 맨에 더 가까워요. 초연보다 맨이라는 캐릭터를 더 잘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미드나잇>은 긴장감이 중요한 작품이에요. 특히 맨은 입체적인 성격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줘야 하잖아요. 
이번엔 맨이 겪는 감정 변화의 폭을 강렬하게 보여주고 싶어요. 지난 시즌과 다르게 연기하기보다는 그의 감정을 충실하게 따라가려고 해요. 제가 생각한 맨은 삶의 매 순간을 진심으로 사는 인물이거든요. 자신의 모든 걸 바쳐서 아내를 사랑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짓이라도 해요. 어떤 상황에서는 비굴할 정도로 애절하게 변명하면서요. 그는 순간순간을 충실하게 살았기 때문에 그런 모습이 나오는 거예요. 맨의 대사가 길게 이어지는 장면이 많은데, 빠르게 호흡을 전환하면서 새로운 분위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액터 뮤지션 버전의 <미드나잇>은 딱 봐도 활동량이 많아요. 각오는 되어 있으신가요? 
이 작품은 한 번 등장하면 퇴장할 수 없어요. 배우로서 무대 위에서 긴장감을 놓칠 수 없지만 실제 눈앞에서 비지터와 우먼의 팽팽한 대립을 보면 더욱 정신이 바짝 차려져요. 그야말로 몰입하게 되는 거죠. 땀도 많이 흘리고요. 그래서 초연 때는 살이 엄청 빠졌어요. (웃음) 그때를 기억하고 각오하며 연습에 들어갔는데, 걱정보다는 기대가 되고 있어요. 무엇보다 악기 플레이어들이 배우로 등장함으로써 형성되는 에너지가 있어요. 그 에너지를 받아서 제가 낼 수 있는 시너지가 더 높아질 것 같기도 해요. 

오랜만에 다시 이 작품을 만나게 됐는데,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나요? 
<미드나잇>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해요. 이번에도 그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데 집중하려고요. 누구나 내면에 무언가를 감추고 있잖아요. 등장인물들의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인간의 본능이 드러나는 상황 등이 너무나 솔직하게 펼쳐져요. 이 작품은 ‘나는 어떻게 살아오고 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한다고 생각해요. 새롭지는 않지만 저는 이번 시즌에 이러한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난 공연보다 많은 부분에서 더 좋아지거나 색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것보다는 과거 아쉬웠던 부분을 채우는 것이 제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초연 때에 작품이나 캐릭터 해석이 어긋났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새롭게 고민하고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우리 작품이 더 좋아질 거예요. 그런 마음으로 대본을 살펴보니 새롭게 보이는 게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초연에서는 맨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면 이젠 우먼이나 비지터의 행동이나 심리도 어렴풋이 이해가 가요. 이렇게 다른 캐릭터에 대한 인식이 조금 더 넓어졌으니 진심으로 반응할 수 있을 거라고도 봐요. 

그럼 맨을 통해서 자신을 바라본 적이 있나요? 
맨은 상황을 모면하고 순간을 회피하려고 해요. 우먼과 완전히 반대되는 성격이죠. 우먼은 자신의 비밀이 드러나자 정면으로 부딪힌다면 맨은 ‘나는 그러려고 한 게 아니었다’면서 변명해요. 맨을 연기하면서 과거의 제 모습이 생각났어요. 믿으실지 모르겠는데 제가 예전에는 굉장히 내성적인 성격이었어요. 내성적이라는 게 결국 속마음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거잖아요. 소극적이다 보니 제 마음을 꿰뚫어 보거나 감추고 싶은 부분이 드러났을 때 저도 모르게 방어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많았어요. 지금은 성격이 많이 바뀌었지만 맨을 만들어가면서 비슷한 부분을 찾아냈어요.

이 작품을 보면서 결국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훈 씨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궁금하네요.
제가 맨을 연기하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전 진심으로 맨의 선택이 이해가 갔어요. <미드나잇>은 남성 중심의 사회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 같지만, 알고 보면 여성인 우먼이 사건을 주도하거나 결단을 내려요. 오히려 남성인 맨은 흔들리고 약한 모습을 보이죠. 만약 저도 맨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면 ‘이 상황을 잘 넘길 수 있을까, 잘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겠죠. 하지만 우먼처럼 맞서 싸워야겠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을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그는 스스로 최선의 선택을 내린 거예요. 이번에 혼자서 대본을 읽으며 맨에 저를 대입해 보게 됐는데, 그의 선택이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맨의 선택에 많은 생각이 들어요.

맨은 아내를 사랑하는 다정한 남편의 모습 뒤에 어두운 비밀을 숨기고 있어요. 
비밀이 없으면 좋죠. 서로에게 솔직하면 이상적인 관계가 될 거예요. 그런데 사람이 살아가면서 비밀이 없는 채로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느꼈어요. 전 비밀이 있다고 해서 항상 그걸 숨기기 위해 혹은 그 비밀이 드러날까 봐 24시간을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물론 불현듯 자신이 숨기고 있는 비밀이 생각나거나 극적으로 비밀이 탁 드러났을 때야 깨닫게 될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맨이라는 캐릭터에 그대로 담아내고 있어요. 

<미드나잇>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면 뭐에요? 
공연을 안 보신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 맨과 우먼이 비지터를 죽이고 토막을 내야 한다고 하는 도중에 비지터가 갑자기 일어나는 장면이요. 굉장히 재미있어요. 극적인 긴장감이 최고조에 다다르는데, 반전이 일어났을 때 발밑에서부터 전율이 흐르게 되잖아요. 전 이 장면이 바로 그렇다고 생각해요. 




숲처럼 편안하게   

두훈 씨는 스스로 무대에 대한 만족감을 자주 느끼는 편인가요?
저는 거의 불만족해요. 스스로에게 냉정한 편이죠. 만족이라기보다는 아주 가끔 드물게 집에 가서도 공연에 푹 빠진 것처럼 그날의 감정이 올라오는 경우는 있어요. 그 여운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고요. 왜 이런가 했더니 공연은 기록되지 않잖아요. 그래서 이런 뭉클한 감정을 좀 더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더 특별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목표가 있나요?
건강이요. 20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선배님들이 ‘건강 잘 챙겨라. 체력이 곧 연기력이야’라는 이야기를 할 땐 그게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몰랐거든요. 시간이 지날수록 느껴요. 아무리 완벽하게 작품을 이해하고 캐릭터를 구상해도 매 무대에서 온전하게 꺼낼 수 있으려면 체력이 중요해요. 앞으로는 건강 관리에 더욱 유의해 무대에서 백 퍼센트를 쏟아내고 싶어요. 

지난 2017년 TV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 시즌2에서 우승했고, 이후엔 남성 4중창 보컬 그룹 포레스텔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오늘 인터뷰도 정말 바쁜 스케줄 사이에 짬을 내어 진행한 거라 들었어요. 
<더뮤지컬>의 인터뷰인데, 꼭 하고 싶었어요! 이거 정말 꼭 써주셔야 해요. (웃음) <팬텀싱어> 출연 이후로 어떻게 ‘선택과 집중’하며 활동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최대한 여러 활동과 작품을 겹치지 않도록 하려 해요. 그래야 제가 온전하게 하나에 힘을 쏟아부을 수 있잖아요. 그래도 여러 상황상 어쩔 수 없이 활동이 겹치는 순간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최대한 제게 주어진 모든 것들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정말 진심을 담아서요. 

뮤지컬배우로 살다가 포레스텔라로 활동하면서 그룹 생활을 하게 됐잖아요. 포레스텔라가 배두훈에게 준 새로운 변화는 무엇일까요? 
포레스텔라 활동 초반에는 알게 모르게 서로 조심하는 게 있었어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왔던 네 사람들이 모인 거라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오히려 그런 마음이 저희를 갉아먹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좋은 건 좋다고, 별로인 건 별로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네 명 모두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요. 만약 포레스텔라가 짧게 1, 2년만 하고 끝내는 활동이었다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았을 텐데, 최대한 오래도록 같이 함께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멤버들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죠. 그 후론 서로 솔직하게 말해요. 저도 이젠 포레스텔라 활동 외에도 적극적으로 제 의견을 말하게 됐어요. 

포레스텔라는 콘서트 무대에도 많이 서잖아요. 지금도 계속해서 전국 투어 중이죠? 콘서트 무대에서는 새로운 배두훈의 모습을 볼 수 있나요?
원래 계획은 지난 4월부터 콘서트를 시작하는 거였는데 8월부터 하게 됐어요. 아마 12월까지 계속 전국 투어를 이어 나갈 것 같아요. 방송에 비치는 포레스텔라는 착하고 바른 네 명이 모여 노래하는 그룹의 이미지가 크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콘서트에서는 조금 더 편한 모습을 보여드리려 해요. 실제로 V라이브 같은 실시간 방송을 통해서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때면, 팬들이 정말 좋아하세요. 처음 포레스텔라로 첫 콘서트를 했을 때는 <팬텀싱어>의 흐름을 이어가려고 멋진 모습만 보여드리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힘들더라고요. 저희의 본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요. 하하. 이젠 진지하지만 편하게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가려고 해요. 

본인의 많은 매력 중에 대중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 있나요?
바르거나 착한 이미지 외의 다른 모습도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물론 저를 바르고 착한 사람으로 바라봐 주시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쉽게 다가서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종종 흐트러지거나 가벼운 면이 있어요. (웃음) 앞으로는 많은 분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이런 제 모습을 천천히 오래도록 보여드리면 되지 않을까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6호 2020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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